글을 쓰시는 분들 중에서 이런 경우는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소설을 쓰고 있기는 한데 지금 쓰는 것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새로운 소재가 막 생각나서 그를 기반으로 새로운 소설내용이 떠올라 한 번 적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드는 경우요.
전 그런 경우가 많더군요. 소재 자체가 많이 떠오르는 것은 좋은데, 그게 가끔 집중력이나 끈기를 흐려 산만하게 만드는 거 같아 고민일 때도 많습니다.
현재 저는 연참 중으로 쓰고 있는 건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참 고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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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끝까지 다 보지는 않았지만 출판된 책 중에는 [천년의 용사]라는 것이 있지요. 오늘은 그걸 문득 떠올리면서 새로운 소재가 떠올랐달까요?
[천년의 용사]에서는 본래 운명에서 [마왕]은 절대 [용사]를 이길 수 없고, 그렇기에 [마왕] 휘하의 어둠의 종족들은 빛의 종족들을 능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여러 대를 거쳐 어떤 [마왕]이 운명역전마법을 걸게 됨으로서 세계의 운명 자체에 반기를 들어 그 대의 [용사]를 거꾸러트리고, 인간을 포함한 빛의 종족들에게서 정기랄까 총기를 빼앗아 휘하의 어둠의 종족들에게 배분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어둠의 종족은 빛의 종족을 능가하여, 오크나 오우커 등의 일반 판타지에서는 몬스터로까지 취급되는 종족들이 저능해진 인간들을 노예처럼 부린다는 설정의 세계관입니다. [천년의 용사]는 그런 세계관에서 인간종족의 부활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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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대충 요악하면 '악'이 '선'에게서 승리한 세계관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엄밀하고도 공정히 따지자면 전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요.
그래서 생각했지요. [천년의 용사]에서는 [마왕]의 운명역전마법에 대해 마냥 비겁하던가, 도둑놈 취급하는 정도의 인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마법 때문에 대다수의 인간들이 짐승 수준으로 지능이 떨어지고, 어둠의 종족의 노예로 전락했으니 그야 인간인 주인공으로서는 화가 날 법도 했을 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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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 그런 설정의 세계관을 한 번 꼬아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실은 원래 세계의 운명은 위에서 말하는 빛의 종족보다는 어둠의 종족에게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그랬는데 인간이 주도로 해서 빛의 종족이라고 하는 이들이 자신들이 처지가 너무나 싫은 나머지 한 번 운명역전마법을 통해 어둠의 종족의 정기와 총기를 빼앗고 그들을 억압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오랜 세월이 흘러 인간과 빛의 종족들은 자신들이 먼저 운명역전마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죄를 잊어버리고 어둠의 종족들을 사악하다고 매도하어 억압하고 있었다.
그것을 마왕이 빛의 종족이 걸었던 운명역전마법을 해제함으로서 본래의 있어야 할 세계의 흐름과 운명을 되찾았다. 그것으로 어둠의 종족들은 본래 자신들이 누려할 것들을 빛의 종족들에게서 되찾고, 지금까지 자신들이 겪었던 것을 되갚아주기 시작했다.
그런 어둠의 종족들의 억압에 멍청해져가는 빛의 종족들은 선조들이 했던 지난 일은 알지도 못한 채 어둠의 종족의 사악함과 잔인함 만을 부각시키며 증오를 키워나간다.
그런 세계관에서 순수하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의협심이 넘치는 선한 유형의 주인공이 등장해 현 시점에서 억압받고 있는 빛의 종족을 구하기 위해 모험하면서 끝에 가서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전개…를 보이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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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가능하면 이런 유형의 전개를 써보고 싶어지기도 했는데, 정말 나중에라도 적어볼까 고민도 했었답니다. 이렇게 산만해지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ㅠㅠ
뭐 오늘 생각난 것은 좀 더 생각해보니 저라는 인간이 삐뚤어져선가 이런 선하고 의협심 넘치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해서는 글을 쓸 때 손가락이 거부한다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였습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반전 부분까지 끌고가기 위한 여정까지 나로서는 도저히 완수할 수 없겠구나! 하고 생각해버린 거죠. 소재가 떠오르는 것과 실제 글로 옮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요.
어러분들은 어떠신가요?
PS - 저 외의 연참대전 하시는 분들 아직 많으신 걸로 압니다. 모두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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