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형이란 기본 틀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각 부위의 크기가 다른 기성복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 양산형이 인기가 많다고요? 그래서 참신한 작품을 버리고 양산형을 생산해 낸다고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양산형이 인기가 많아서가 아니라 양산형이 쓰기 쉽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하루에 글 한 편(5,500자 기준) 쓰기 정말 힘듭니다. 잘 나갈 때는 하루에 1만 자, 2만 자도 쓸 수 있으나 한 번 막히면 단 1천 자도 쓰기 힘듭니다. 어떨 때는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허송세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유료연재 시장은 하루에 최소한 1편, 때에 따라서는 2편, 3편씩 올려야 겨우 필요한 수입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글을 써서 생계를 책임지는 전업 작가들은 양산형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구도나 설정, 세계관을 고민해 볼 필요 없이 사건과 사건, 갈등과 복선, 애증 관계, 전투장면 등을 조합해 내면 되기 때문이죠.
물론 이 경우도 어느 정도 필력과 묘사력, 상상력이 갖춰진 작가들에게 해당하는 것이고요. 필력이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부지런히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과거 양주동 박사는 똑같은 작품을 백 번씩 필사했다지 않습니까?
문제는 어느 정도 필력이 있는 분들이 이렇게 양산형을 선호하다 보니 독자들이 질리고 싫증 낸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독자들은 한둘씩 장르 소설계를 떠날 것이고 잠시 부흥하는 것 같은 장르소설 시장은 다시 사양길에 접어들지 모릅니다.
저는 최근 인기 있는 한국영화를 보면서 정말 스토리 하나만큼은 한국영화가 최고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는 스토리도 없이 그저 CG와 물량공세로만 나가고 있고, 일본은 조잡합니다. 유럽이나 러시아의 경우 가끔 명작이 나오나 우리처럼 상상력이 풍부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는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화콘텐츠의 원 소스가 상당수 우리 장르 소설계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장르소설을 쓰는 분들의 상상력과 감성이 그만큼 풍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을 써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전업 작가 분들께 양산형을 포기하고 보다 참신하고 작품성 있는 소설만을 쓰라고 강요할 순 없습니다. 다만 본인도 발전하고, 우리 장르소설계도 발전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스토리 콘텐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양산형 소설을 쓰는 틈틈이 이런 작품들을 구상하고 조금씩이라도 써 보면 정말 좋겠다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은 작품을 써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선 글솜씨가 빈약한 데다 생업이 따로 있어 충분한 시간을 내지 못한 병아리 초보 작가가 감히 글 선배님들께 한 말씀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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