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여섯 신(神)이 있었다. 그들은 세상 곳곳을 살폈고, 가끔 사람의 몸을 빌려 땅에 내려왔다.
지상에 인간들이 살았다. 그들은 하나하나로 보면 너무나 나약했기에 무리를 이뤘다. 하나의 마을을, 하나의 도시를, 하나의 나라를 이뤘고, 농사를 짓고, 물고기를 잡으며, 사냥을 하고, 물건을 만들었다.
무리가 늘어날수록 지배하려는 자들이 늘어났고, 물건이 정교해질수록 농사지을 땅이 부족해졌다. 결국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다른 무리를 공격했고, 한 동안 서로 빼앗고 뺐기는 시대가 이어졌다.
누군가 풍요로워질수록 누군가는 빈곤해졌다. 그런 세월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지났을 무렵, 수많았던 무리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만큼 적어졌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땅은 황폐해졌고, 사람은 줄어들었다. 지배자들은 이런 시대가 계속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여겨 전쟁을 멈추기로 했다.
하늘의 신들은 이런 지상의 일들을 모두 보고 있었다. 전쟁이 멈췄지만 언젠가 또 일어나지 말란 보장은 없었다. 신들은 지상에서 전쟁을 영원히 없앨 방법을 강구했다. 전쟁의 원인이 무엇일까. 신들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인간들은 ‘더욱 많이 가지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다.’라고. 그들이 만족할 만큼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면 영원히 다툴 일이 없을 것이다.
신들은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21일 동안 힘을 합쳐 신비로운 돌을 만들었다. 어른 주먹 정도 크기의 돌은 푸른빛이 감돈다는 것을 제외하면 거리에 널린 흔한 돌멩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그 것을 땅에 묻으면 어떤 황폐한 곳이라도 비옥해졌고, 휴경(休耕)을 하지 않아도 지력(地力)이 다하지 않았다.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도 돌을 묻은 곳은 피해가 없었으며, 지금까지의 작물보다 훨씬 맛있고, 크기가 컸다.
인간들은 이를 하늘이 내린 돌이라 하여 천부석(天賦石)이라 불렀다. 이런 축복이 이어지자 여섯 나라의 지배자들은 각 나라에 하나 씩, 신전(神殿)을 지어 그 은혜에 보답하자고 하였다.
곧 각국의 가장 좋은 땅에 신전들이 만들어졌고, 지상으로 내려오는 신을 몸에 받는 자들이 살게 되었다. 신들은 인간들의 이런 모습에 흡족해했고, 매달 21일, 인간의 몸을 빌려 신전에 내려와 천부석을 만들어주기로 하였다.
세상은 전에 없이 풍요로워졌고, 신을 몸에 받는 이들은 ‘대리자’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경외를 받았다. 대리자들은 신의 은총을 받아 처음 신을 받은 순간부터 늙지 않았으며, 자신이 죽을 날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죽기 전에 그들은 후계자를 집적 결정했으며, 대리자가 정한 후계자가 아니면 신을 받을 수 없었다.
- 두초언 <고대사록(古代史錄)> 中 -
어느 날, 신의 대리자가 사라졌다.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고, 사람들은 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해진 서방에서 대리자를 납치한 것이라 여겼다. 왕은 여섯을 뽑아 서방으로 몰래 보냈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대리자를 찾아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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