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전에 고무림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하지만 어렴풋한 기억으로 좌백님이 천마군림을 연재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당시 북풍표국만 가끔씩 드나들던 제가 본격적으로 연재글에 달려들게 된 계기가 되었지요. 가물가물한 기억 저편에는 장경님도 계셨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와서 보니 신세계였더랬지요.
당시 작가연재란에서 연재되던 글을 떠올려보면.
금강 - 소림사
임준욱 - 괴선
초우 - 권왕무적
월인 - 사마쌍협
일묘 - 무상검
김석진 - 삼류무사
조돈형 - 궁귀검신
수담옥 - 사라전종횡기
한수오 - 천봉
백준 - 건곤권
등등이 있었습니다.
기억력이 요즘 감퇴하여 기억 속에 사라지신 분도 몇 계신 듯 싶지만..
당시엔 그냥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도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글을 쓰시던 분들이 더 잘 쓰셨다는 말이 아니고, 그냥 고무림에서 글 읽고 노닥거리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초우님의 권왕무적이나 월인님의 사마쌍협은 평균 조회수가 수만에 육박했고, 댓글도 수백개가 달렸던 시절이니까요. 순수 회원수로만 보자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던 시절이지만 당시에는 뭔가 모를 열정이 사이트 전체에 충만한 느낌이었어요. 주옥같은 감상과 비평을 올려주시는 분들도 많았었고요. 안타깝게도 몇 년전부터 그 분들이 올려주시는 글들을 볼 수 없게 되었죠.
그 이후엔 신춘무협으로 장영훈님 같은 분들이 두각을 나타냈고, 아마 비슷한 무렵에 한백림님이 무당마검으로 갑자기 짜잔 하고 나타나셨죠. 아마 그 시기를 기점으로 고무림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고무판으로, 또 문피아로 변천해 왔던 것 같은데요. 문피아에서 그 동안 재능있고 실력있는 무수한 작가분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작품의 홍수 속에 묻히고 있지만, 분명히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의 수는 많이 늘었어요. 출판작의 유무와 상관없이 말이죠.
분란이 없던 시절은 없었지만, 저는 “수많은 예비작가들의 재능을 꽃피우게 된 것에는 문피아가 만들어놓은 토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고무림의 초창기부터 같이 해 와서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의 이 어수선한 분위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활짝 피어날 거라고 봅니다. 비온 뒤엔 땅이 굳어진다는데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새로 유입되는 독자 및 예비작가분들께 제가 10년 전에 느꼈던 그 설레임과 열정을 주는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말없이 눈팅만 몇 년간 하던 유령회원이 지금 상황이 안타까워 한두마디 주절거리다 갑니다.
문피아의 수많은 독자 및 작가 (혹은 예비작가)님들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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