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4.
그래서 모 작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철학적 목적의식을 가지고 소설을 쓰지 말고, 우선 "재밌는 이야기"로서의 소설을 완성시킨 후에, 거기에서 의미를 추출하고 정제하라고요. 전자는 소설을 빙자한 프로퍼갠다이자 협잡일 뿐이지만, 후자는 의미를 담은 소설이 된다는군요. 처음부터 철학이나 의미에 천착하게 되면 모든 것이 그 철학과 의미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여 작위적인 냄새가 풀풀 나는 소설도 우화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고 합니다.
5. 이건 자기 설정에 애호가 많으신(그만큼 공을 들이신) 분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 스스로는 너무너무 멋지고 훌륭한 배경과 이야깃거리들이 넘치고, 이걸 모두 독자에게 빨리 말해주고싶다보니 그런 현상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뭐든 한번에 너무 많이 전달하면 소화불량에 걸리는 게 당연하죠. 이건 사실 소설이 어느정도 진행되었고, 심지어, 시리즈인 경우에는 몇 번째 시리즈인가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작가가 보기에 아무리 애착이 가는 단락과 문단이라도, 독자의 입장에서, "글의 진행이라는 관점"에서 부적절하거나, 너무 넘친다면, 과감하게 삭제해버려야 합니다.
네, 다분히 공격적이고 심각하게 오해하셨네요. 의혹이 있으면 먼저 묻는 게 예의라고는 생각치 않으시는지? 이는 기본적으로 대중문학을 전제로 하여 나온 얘기이고, "말초적이고 말단적인 재미에만 천착하라"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작가 또한 인간이므로 그가 쓰는 모든 글에는 그의 사상과 생각이 배어들게 마련입니다. 대중문학에서 일부러 작위적으로 주제의식을 위해 모든 것을 끼워맞추려고 하지 말고, 우선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여 초고를 완성한 후에, 퇴고를 하면서 이야기를 점검하고 의미가 보다 분명해질 수 있도록 손을 보라는 충고였습니다. 말초적이고 저질적인 재미에 천착하라는 얘기가 아니고요.
묻고싶은데, 재미가 없다면 그게 소설인가요? 재미가 꼭 양판에서 보이는 것 같은 말단적 재미만 있던가요?
예의까지 언급하시니 뭐, 말다툼이 되더라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겠습니다.
위의 아르노메스 님의 댓글에서 "철학적 목적의식을 가지고 소설을 쓰지 말고", 그렇게 쓰면 "소설을 빙자한 프로퍼갠다이자 '협잡'"이라고까지 하셨죠. 거기엔 예의와 배려가 있는 표현입니까?
그리고 위 댓글 어디에
"대중문학에서 일부러 작위적으로 주제의식을 위해 모든 것을 끼워맞추려고 하지 말고, 우선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하여 초고를 완성한 후에, 퇴고를 하면서 이야기를 점검하고 의미가 보다 분명해질 수 있도록 손을 보라는 충고였습니다."
에 어울리는 표현이 있나요?
주제의식을 갖고 글을 쓰고자 하는 모든 작가들(작가지망생 포함)을 모욕적인 언사로 협잡꾼, 선전꾼으로 비방하고는 "공격적이고 심각하게 오해했다"고 말할 수 있나요?
관점의 차이겠지만,
저는 대작을 쓰려면 철저한 주제의식을 먼저 세우고 거기에 맞는 작품을 재밌게, 또는 감동적이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었고, 그러한 관점을 협잡과 선동으로 표현하는 그게 마음에 안들어 '약간' 공격적이 되었죠.
이상입니다.
그렇군요. 정확한 문장이 아닌 기억에 의존한 부정확한 내용을 바탕으로 타인의 글을 옮기니 문제가 되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해명삼아 본래의 의도를 다시 상술합니다.
본래의 의도는, 예시에서 든 것과 같이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사실상 프로퍼갠다가 되버린 글들에 대한 경계였습니다. 정말로 훌륭하게 주제의식을 녹여낼 자신이 없다면, 처음부터 주제의식에 집중하는 대신 이야기 자체에 집중한 후에 의미를 찾으라는 이야기였는데, 제 부적절한 전달력으로 인해 "주제의식을 가지는 모든 소설 집필은 프로퍼갠다이다" 라는 의미로 와전되어버렸군요. 그런 의도가 결코 아니었음을 밝힙니다. 나 자신이 한 말도 아닌 것 때문에 피차 감정 낭비를 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혹시나 싶어 분명히 잘라 말하건대, "주제의식이고 X랄이고 없이 말초적이고 순간적인 재미만 있으면 장땡"이라는 생각은, 적어도 저에게는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중간에 그런 소릴 하셔서 저도 많이 발끈했네요. 마치 저 자신이 그딴 인간 취급당한 기분이었거든요.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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