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연재한담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조치와 견해 차이를 보면서, 작가분들의 신세 한탄 글이 많아진 게 근본 원인이라 생각이 들더군요. 안타까운 마음에 시간을 쪼개어, 신세 한탄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궁금해하는, 왜 작품이 인기가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썼습니다. 저 역시 비인기 습작가(작가라는 표현 자체도 민망하지만, 마땅한 대체어가 없어서 그대로 씁니다.)지만, 엄연히 한 명의 독자이므로, 최대한 독자의 관점으로 말해보겠습니다.
1) 기본이 안 되어 있다.
맞춤법, 문법이 엉망이고, 단락과 부호의 사용에 통일성이 없고, 구어체를 과하게 사용하는 등등... 기본이 안 되어 있습니다. 내용이 좋아도, 글을 쓸 준비가 안 된 사람으로 보여 발걸음을 돌리는 주된 원인이 됩니다. 기본이 없어도 인기 있는 작품이 있지 않으냐!, 라고 반문하실 수 있는데, 그 작가분들은 타고난 이야기꾼이거나, 독자의 욕망을 정확히 파악하고 글을 쓰시는 겁니다. 반드시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독자들에게 공감을 끌어내는 법을 아는 작가입니다. 만약 기본을 지킨다면 훨씬 인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소재가 마이너하다.
중심 소재는 참신한 게 좋습니다. 그런데... 소재의 참신함이 정도가 지나쳐서 공감대가 형성이 안 되거나, 자기만의 세계로 가 버리면 독자를 끌어들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건 극단적인 예지만, 희대의 살인마, 오웬춘이 교수형 당한 다음에 다시 태어나 혹은 교도소에 열린 차원의 문으로 들어가, 판타지 세계에서 소드마스터가 된다?, 과연 이 주인공에게 독자가 몰입할 수 있을까요? 과연 이런 이야기에 공감해 줄 수 있을까요? 독자를 생각하면서 쓰셔야 합니다. 적어도 인기를 얻고 싶다면요.
3) 문장이 지저분하다.
그렇습니다. 독특한 문체는 좋지만 정돈되지 않은 문장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예컨대, 철수는 영수를 싫어하지 않지 아니하기에 딱히 그를 꺼리지 않는다. 이렇게 쓰면 누가 볼까요? 물론 이 정도로 꽈배기 꼬듯이 쓰는 분은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만, 딱 보면 문장이 술술 넘어가야 합니다. 문장 구조가 명료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문장을 어렵게 쓰기는 쉽고, 쉽게 쓰기는 어렵습니다. 독자는 과연 이걸 보면서 이해를 할 수 있을까?, 하면서 끊임없이 문장을 다듬으셔야 합니다. 기본적인 퇴고도 안 하고 올리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4) 심오하다.
문장이 쉽더라도, 내용 자체가 무슨 말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심오하다는 건 좋게 말해준 거고, 그냥 어렵습니다. 철학적인 문학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철학적인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려면, 은근히 전달할 역량이 되실 때만 쓰십시오. 가르치려는 느낌이 들면 네가 뭔데 감히 우릴 가르치려 들어, 하면서 독자들이 거부감을 느낍니다. 교훈은 숨기십시오. 그래서 소설가를 교묘한 사기꾼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는 거고요.
(부연: 철학적 소재를 빼라는 말보단 이야기에 잘 녹여서 독자가 최대한 눈치챌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5) 방대하다.
내용이 방대하다... 세계관과 설정이 많은 건 좋습니다. 뭐든, 과하면 좋지 않습니다. 적당히 푸세요. 특히 초반부를 조심하세요. 아직 독자가 작품에 몰입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최대한 압축, 정리해서 필요한 내용만 쓰십시오. 이건 저도 좀 뜨끔하는 부분인데, 전 압축한 게 저 모양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압축과 흥미 본위로 쓰는 것은 분명 다르니까요. 아무튼, 특히 초반에 방대한 세계관을 풀면... 필력이 받쳐주지 않는 이상 끝장이라는 점, 명심하십시오.
4,5는 특히 작품을 지루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번외) 우리는 유명 작가가 아닙니다.
뜻밖에 글을 읽을 때도 권위가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만약 유명 작가의 글이라면 지루해도 사람들이 참고 봅니다. 뒤에는 분명 재미있는 내용이 있겠지, 얻을 내용이 있겠지, 하면서요. 쥐뿔도 없는 작가가 지루한 내용을 쓰면, 그냥 이야기를 풀 줄 모르는 허섭스레기 취급당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억울하면 먼저 역량을 증명하십시오. 요즘 독자들은 인터넷 세대라 더욱 인내심이 없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일단 주목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고정 팬을 끌어들인 다음에 조금 지루할 수 있는 소설을 쓰면, 산으로 가지 않는 이상, 고정 독자들이 당신의 글을 느긋하게 봐주실지도 모릅니다.
이외에도 이유는 많겠지요. 그래도 생각나는 건 대충 이 정도...
아!, 인기는 모르겠고 난 내 길을 가련다!, 하면 그냥 우직하게 쓰십시오. 그래도 인기를 얻고 싶다면, 인기가 없는 이유 중에 1~5, 그리고 번외 중에 분명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겁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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