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캐릭터요. 시골 촌장이오, 이장 같은 거.
작가 이놈이 내 이마에 카메라를 붙이고 앞단추에 마이크도 붙이고 해서 내가 주인공인줄 알았지.
일단 이야기가 내 시선으로 진행되더라고. 난 정말 주인공인줄 알았다니까.
이러구러 숏컷이 두 개 나가고, 좀 있으니까 검은 세단 한 대가 우리 동네로 들어오더라고.
길 건너편 그 차에서 십대 남녀 두 명 이십대 여인 한 명이 내리는데, 얼핏 보니까 카메라도 없고 마이크도 없어.
아우라 끝내주지만 단역인 거지. 게다가 외국말로 지껄이더라고. 가볍게 웃어넘겼지, 난 주인공이니까.
흐으으... 웃다가 보니까 아무도 없어. 거짓말처럼 주변에 아무도 없더라니까. 내가 주인공인데.
염병할 작가놈이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어느 순간 내 시선이 아니더라고. 그 세 단역 애들의 관점으로 바뀌더라니까.
그것들은 마이크도 없고, 카메라도 없는데. 말이 돼?
어이, 작가놈! 입이 있으면 말 좀 해봐!
Commen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