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도 나름대로 글 쓰는 사람인지라 참 고루한 부분을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나보다 잘쓰는 사람들을 보면 배가 아프거든요.
인기 있는, 잘 나가는 사람은 별로 부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순수하게 '글'의 역량으로 봤을때 저를 압도하는 사람은 부럽다 못해서 배가 아픕니다.
실은 자건님의 메르헨은 절 굉장히 많이 고민하게 한 글입니다.
처음에 딱 한편을 보고서 '글 참 잘쓰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안 봤었습니다.
저도 부족하나마 글을 쓰고 있는 입장이고, 타인의 글. 그것도 잘쓴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문체라던가 그런 것을 무의식적으로 베끼고
싶어지니까요.
그러다가 고민 끝에 결국은 봤습니다.
처음 몇 편을 읽을 때는 호승심을 갖고 읽었고, 다음 몇 편은
빠져들며 읽었고, 연재분을 전부 읽었을 때는 좌절했습니다.
'난 왜 이 정도의 실력으로 글을 쓴다고 깝죽대는 걸까?'
실은 제가 근 5일간 글을 못 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그리고 바로 직전까지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추천을 할까 말까.
고민했던 이유는 첫째가 어줍잖은 추천글로 이미지를 깎을까
겁나서였고, 둘째의-그리고 솔직한 이유는 바로...
...나보다 잘 나갈 사람에 대한 질투로.
그러다가 결국은 추천했습니다.
읽는 사람의 느낌은 천차만별일 것이 분명함으로, 구절 구절 따가며
해부한 시체를 늘어놓지는 않겠습니다. 읽는데 재미가 없어질 테니까요. 다만 저는 메르헨을 읽으면서 글재주라는 것이 뭔지 느꼈습니다.
음.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건님의 글 자체는 부족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됩니다만.
메르헨은 '판타지' 소설이라기 보다는 판타지 '소설'이라는 느낌이듭니다. 주제가 판타지라기 보다는 판타지를 하나의 요소로서 끌어
왔다는 기분이요.
독자들에게 다가서기 쉽게 하기 위해 판타지적인 요소를 넣은 듯한
느낌도 납니다. 그래서인지 여타의 판타지 소설과는 추구하는 노선
이 다른 것 같습니다.
자건님의 글에 몰입감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자건님의 글은 독자를 즐겁게 해주겠다는 생각보다는 글을 잘
쓰겠다는 생각으로 갖고 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잡설이 길어졌습니다만 요약해서 말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에 '빠져들만한 부분'이 있다면.
메르헨은 글 자체가 빠져드는 부분입니다.
정규연재란, 자건님의 maerche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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