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라고 하는것, 특히 다른 이들에게 어떤것에 대해 주장하거나 설명하려는, 혹은 분석하는 글이라고 하는것은 그것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많은 생각을 해 본 사람들이 적어야 진실되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같은 인간이 이런 글을 쓴다고 하는것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옛말을 실증하는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혼자서 좋다 나쁘다를 끄적이는것이라면 모를까 감히 다른 분들에게도 나의 느낌을 전달하고자 하는 이런 추천글임에랴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다양한 문화, 특히 장르소설같은 엔터테이먼트에 있어서 아마추어리즘은 가벼운 일상속에서 자본화의 길을 벗어날수 있는 작은 길을 보여 주기에 프로만큼이나 소중하다는 친우의 말에 힘입어 감히 어설픈 글을 하나 적어보려 한다.
박정욱 작가님의 황야하고 하는 글은 어떤 글인가?
간단하게 본다면 잘쓴 게임소설이라고 말할수 있을듯 하다. 실제로 이 글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기존의 게임소설들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글이며 특히 그 형식이나 구조적인 뼈대에 있어서는 틀림없이 그러하다.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가상현실에 들어가서 여러가지 모험적인 일들을 겪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여러 소설과 영화, 그리고 게임들에서도 나온것이며 특별할것도 특이할것도 없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작가님 본인이 판타지 소설로 분류해 놓은것처럼 이 글은 소위 말하는 게임 소설과는 다른 다양한 모티브들을 가지고 있는 글이며 개인적으로는 바로 그 부분들이 황야라는 글이 가지는 강한 개성과 독특한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그리 멀지도 않은 근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 황야는 독자들에게 첫 걸음을 들이민다. 게임을 좋아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지금의 게임세대들과 비교해서 별반 다르지도 않아 보이는것처럼 이 글은 은근히 자신의 사실성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여자친구와 가상의 게임중에서 게임을 택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황야의 첫 글은 상당히 참신하며 다음 글로 읽는이의 시선을 당겨준다.
그리고 바로 주인공은 이제부터 본편이 될 가상현실 게임 <황야>로 들어가게 된다. 비록 그 안이 어떤지, 과연 무엇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이렇게 시작한 황야의 이야기는 기존의 게임 소설을 생각하며 주인공이 영지를 경영하여 성군이 된다거나 GM들조차 어쩌지 못하는 지존함을 과시하는것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던 독자들의 기대를 가차없이 부셔버린다.
어이하랴. 우리의 주인공 휘성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삶과 죽음을 오고 가고 있으며 마치 브루스 윌리스가 분한 다이하드의 존 맥클래인 형사가 그러한 것처럼 오직 자신의 운과, 그리 뛰어나지도 못한 실력만으로 수없는 위기를 간신히 간신히 헤쳐나가기 바쁜것을.
마치 게임 바깥의 현실속에서 우리들이 그러하듯이 황야안에서는 캐릭터의 레벨업 따위는 없으며 심지어 아이템조차 없다. 황야안에서는 지렁이가 먹을것이며 나무꼬챙이를 무기라고 한다면 할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이제 주인공 휘성은 자신에게는 현실이 되어버린 이런 지옥같은 게임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게임을 벗어나기위해 현실속에서도 하지 못했던 사건들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황야에서의 모험을 말이다.
그렇다. 이 글을 보는 내내 내 머릿속을 두드리던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모험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모험이라고 하는것이 무엇이던가. 예사롭지 않은 사건, 뜻하지 않은 경험이 아니었나. 황야에서 주인공 휘성이 겪는일들은 나에게는 문자 그대로 모험으로 다가 왔다. 하지만 멋진 활극 영화의 주인공들과 다른 지독한 현실감이 보는 내내 읽는 이의 가슴을 조여맨다.
황야라는 게임에 대한 의문은 마치 영화 큐브나 영화 13층 같은 궁금증을 주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들간의 치열한 투쟁은 영화 배틀로얄을 연상시킨다. 이쯤되니 작가님이 글을 판타지로 분류한 것이 슬슬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글에서 언급되는 방향성이라고 하는것이 있다. 글을 쓴다는것, 쓰는 이에게나 보는 이에게나 지적유희라고 할수 있는 그것을 위해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인물과 사건을 위치 시키고, 신화와 현실 세계 양쪽의 모티브를 접합시켜 하나의 세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분명히 작가와 독자 모두를 흥분시키는 작업일 것이다.
당연하지 않는가? 현실에 있지 않는 곳, 머릿속에서나 그려 볼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구상화시켜 끄집어 내는 작업인것이다.
회색빛 콘크리트 대신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 별과 달이 반짝이는 밤하늘이 아닌 언제까지나 어둠뿐인 황야의 하늘, 살아남기 위해 죄다 미쳐버려서 미친것이 오히려 정상인것 같은 그 속에서 작지만 결코 꺼지지 않고 빛나는 인간적인 내음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가슴을 뛰게 할수 있는 그런것들이 바로 황야의 매력들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도 분명 단점은 많이 보인다. 우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완급 조절에 있어서 읽는 이의 한계를 가끔 넘어 버리는것이다. 그래서 황야를 읽어보신 분들중에 끝까지 읽어가지 못한 분들이 상당수 계실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하나는 황야라는 글 안에 너무나 많은 플롯들과 이미지들이 숨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혼란을 줄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기대할수 있는 이유는 글의 처음과 끝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해하지는 마시길. 내용이 달라졌다거나 색깔이 달라졌다는 그런 말을 하는것은 아니다.
만화를 즐겨 보신 분들이라면 어떤 만화의 단행본 1권의 그림과 단행본 10권의 그림을 비교해 봤을때 10권쯤에 이르면 엄청나게 발전하고 달라지는 경우를 적잖이 보았을 것이다. 황야의 글들이 그러한 느낌이었고 문피아의 많은 작가님들이 그러하신 것처럼 이 글을 쓰는 작가님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노력하고 있구나 라는것이 느껴졌다.
쓸데없이 글이 길어진듯하여 살짝 부끄럽기 까지 하다. 새삼 이럴때면 글을 쓰는것이 참 쉽지 않다고 생각되고 문피아의 군웅제현들모두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그리 잘들 쓰시는지.- -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글인 황야가 최근 글이 올라오지 않아 다음이 궁금하기도 하고 기왕에 추천글 하나 쓰는거 다른 분들에게도 권해드리고 싶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하나 적어본다.
사람 마음이란것이 아마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재밌게 본것을 다른 사람들도 재밌어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러한 마음으로 쓴 치기어린 글이니 긴 설날 연휴에 시간이 난다면 <황야>라고 하는 글을 한번 일독해 보시는것도 좋지 않겠나 싶은 팬의 글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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