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론의 일기.
마법력 1220년.
6월 4일.
수요일.
오늘은 청소를 했다. 일어나자마자 영감이 빗자루를 던져주고는 먼지로 만들어진 듯한 연구실을 깨끗이 치워놓으란다. 최소한 걸레는 달라는 내 저항을 무시하고 왕궁으로 가버렸다.
나도 마법사니만큼 여러 마법을 활용해 그럭저럭 청소를 해 놓았는데, 이놈의 영감이 맨드라고라 같은 귀중한 재료를 다 썩혀 놨다. 이게 얼마짜린데…! 뜨거운 물로 우려서 국물이라도 빼 놓기로 했다.
6월 5일.
목요일.
오늘은 세 달만에 목욕을 했다. 이것도 다 내가 목욕탕을 치웠기 때문이지. 음하하.
그리고는 계속해서 청소다. 이 빌어먹을 연구실은 몇 주일은 잡고 청소를 해야 깨끗해질 모양이다.
패밀리어(Familiar, 使役魔)로 만들어놓은 빗자루가 알아서 청소를 해 놓아 한결 편하다.
6월 6일
금요일.
이 영감놈이 패밀리어를 부숴놓고 갔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라는 교훈을 마음에 새기란다.
나도 웃으며 영감의 밥에 썩은 맨드라고라 국물을 부어주었다.
마법에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한나절이 지나갔다. 아이고 두야.
6월 7일
토요일.
생각해보니 나는 마법사다.
근데 왜 이런 노예 짓을 하고 있는거지?
뒤늦게 깨닫고 나서 항의하자 아쉽다는 표정으로
마법을 가르쳐 준다고 한다.
신나게 공격 마법들에 얻어맞고 기절했다.
일기 안 쓸란다. 아 생각할수록 열이 받는다.
나도 꽤나 악명 높은…
노인은 웃는 얼굴로 일기장을 덮었다. 나는 빗자루를 내던지며 한숨을 쉬었다.
“ 다음부턴 마법 공부만 시켜줘야겠는걸. ”
“ 빌어먹을. ”
마법사의 연구실.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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