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 통천비록이라 함은 이 세계의 운명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다. 그것이 옆집 누구 댁의 숟가락 몇 개까지 기록되어있는지, 아니면 커다란 나라의 흥망 정도만이 기록되어있는지는 확인된 바가 없다. 분명한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 어떤 인간이라 해도 통천비록에 쓰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는 인세에 있어 다시없는 보물이자 누구도 알아선 안 될 비록秘錄이라 할 수 있다.
하여, 도합 열둘의 족자로 나눠진 이 비록은 한자리에 모이지 않는 한 단 한자도 해석되지 못하게 이루어져있다. 그것은 단지 해석이 어렵다거나 암호문이 복잡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글자만으로도 수백, 수천, 수만 가지의 의미를 담은 이 기록은 해석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 수도 없이 많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기에 그 진정한 의미를 알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열둘의 족자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서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는 순서를 알지 못한다면 설사 족자의 일부를 해석한다 해도 그것이 제대로 된 해석인지 아니면 전혀 틀린 해석인지, 티끌만치 조차 확신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는 그저 전설이나 신화로 여겨지며 말도 안 되는 가짜 기록으로 치부되거나 하여 근래에 와서는 그 진의조차 불분명 하다. ……
……
<중략>
……
나는 바란다. 비록이 그저 전설로서 남기를, 결코 현실이 되어 세상의 운명이 누군가의 놀잇감이 되지 않기를. 긴 세월의 흐름에 묻혀, 사라져- 마침내 세상이 작은 족자 속에 적힌 운명으로부터 해방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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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운명을 속박하고 있는 족자, 통천비록을 둘러싼 이야기.
검종의 제자 세현과 비록의 신녀 미리내.
그리고 비록을 이용하여 세상의 운명을 다시금 새기려는 집단 흑익.
세상의 운명을 건 긴 싸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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