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책의 물결, 이곳은 유니온 종합학원의 대도서관이다.
대도서관의 깊은 곳, 구석진 책장 앞에는 신비한 보랏빛 머리칼을 가진 청년이 열심히 책을 찾고 있었다.
청년이 작게 중얼거렸다.
"후우…… 명계신들이 왜 이곳을 짬뽕계라고 하는 지 알겠군. 마법에 초능력에 과학에, 이것참. 이곳은 정보가 너무 방대해. 이걸 언제다보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찾던 책을 찾은 듯 청년이 자신의 키높이보다 더 높은곳에 있는 책장에 손을 뻗어 책을 꺼내려고 할 때였다.
쿵!
저 멀리서 거칠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누구지? 이 시간에 학원에 남아있는 학생이 있었나?"
청년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 손을 뻗어 책을 꺼내고는 대충 책을 넘겨보기 시작했다.
청년이 책을 넘기는 폼이, 마치 책은 보지 않고 그냥 책장을 넘기며 장난치는 것으로 보였다. 꽤나 굵은 책이라, 이런식으로 그냥 넘겨보는것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렇게 약 십분. 책을 모두 훝어본 청년이 책장에 다시 책을 꽂아 넣었다.
그때, 입구쪽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츠리오빠아!"
청년, 츠리의 고개가 돌아갔다.
츠리의 허리정도 까지 오는 자그마한 은발소녀가 그를향해 미친듯이 돌진 해 오는 것이 보였다.
"리, 리아야……"
아까 전, 그가 책을 찾을때의 냉철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익살스럽고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삐끗!
"앙?"
부웅!
리아의 몸이 날았다.
열심히 달려오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에 발이 걸린것이다. 리아가 달려오던 속도에, 몸이 붕떠 더해진 가속도까지 합쳐져 츠리와 충돌했다.
퍼억!
"커, 커헉!"
츠리가 피를 토했다. 허공에 뜬 리아의 몸이 츠리의 복부에 정확히 박힌것이다.
머리가 울리는듯 고개를 휘휘 젓고 있던 리아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올려 츠리를 보았다. 몸을 벌벌떨며 피를 토하는모습.
아직 어린 소녀인 리아가 보기에 츠리는 이제 곳 죽을 듯한 모습이었다.
"어어…… 츠, 츠리오빠! 왜그래!"
"리, 리아야……"
츠리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당황하던 리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츠, 츠리오빠! 으아앙!"
리아의 머릿속에 얼마전 츠리오빠와 재밌게 놀고 있을때(리아의 기준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리아야, 츠리오빠는 몸이 너무 약해서 그렇게 위험하게 놀면 큰 일이 난단다.
-큰일요?
-그래. 피를 토하면서 죽을 수도 있어요.
-헉! 리, 리아 이렇게 안놀게요!
츠리 오빠를 이렇게 보낼 순 없다. 리아가 비장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츠리오빠! 죽지마! 내가 아빠불러올께!"
리아가 눈물을 흩날리며 도서관 밖으로 사라졌다.
잠시후, 츠리가 옷에 묻는 먼지를 툭툭 털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방금전에 자신이 꽂아놓은 책을 바라봤다.
'피 토하는 법과 그 이용법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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