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지를 쓸 때에는, 대부분 운영진 아이디인 돌쇠로 접속하여 단단한 갑옷 속에 들어가 있었습니다만... 오늘은 그 갑옷을 벗고 공지 글을 올릴까 합니다.
매번 이런 일로 공지를 쓸 때마다, 저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다툼의 원인이 말도 안 되는 것일 때는 그렇지 않지요. 그런 사안을 다룰 때면, ‘역시 운영진 되기 잘했어’라고 자부심마저 느낍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이트를 제가 지키겠다는 꽤나 소박한 마음에서 운영진에 합류했으니까요. 그게 벌써 6년이 지나 7년째네요.
그동안, 제가 운영진이 되기 전에 이 사이트에서 함께 놀던 분들은 대부분 잠수를 타셨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댓글들을 보다 오랜만에 삼절서생 님을 뵙게 되어 반갑더군요. 계속 활발히 활동하시는 백면서생 님도 뵈었고요. 그분들 덕분에 그리운 이들이 많이도 떠올랐습니다.
약 7년여 동안, 이번과 같은 주제(대여점을 둘러싼 논란, 장르소설의 시장 확대, 장르 소설의 독자 저변 확대, 장르 소설의 질적 상승 등)로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초기 논쟁에 참여했고요. 안타까운 것은, 문피아 이전의 고무판, 그 이전의 고무림, 이 사이트 이전의 통신 시절에서도 비슷하며 동일한 문제가 동일한 톤으로 논의되었습니다. 점잖게 말해 논의이고, 격론도 심심치 않게 있었죠. 현피 직전의 싸움도 물론 있었습니다.
24일 연재한담에 심재열 님이 올린 열혈의 글(지금은 핫이슈에 있습니다)은, 실제로 이전에도 수없이 토론되고, 고민되고, 때로는 그 결과물인 대안이 실험까지 되었던 주제의 연장입니다.
많은 분들이 ‘왜 이 답답한, 뻔히 해답이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대안은 이것인데’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문제의 대부분은 이전에 장르판을 거쳤던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다 생각해 보았을 문제입니다. 문제 해결을 시도한 적도 많았습니다. 작가든 출판사든 직접 이 판에 뛰어든 분들도 적지 않았으니까요.
‘그래... 그렇게 한 결과가 지금이냐?’고 반문하신다면 저는 ‘그렇다’고 담담히 대답할 것입니다. 답보 상태라 보실 분도 있겠습니다만, 1980년대 초반 대본소 시장에서 창작 무협이 유통되던 무렵과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두 차례의 시장 몰락만 기억하지 말아 주십시오. 두 차례나 몰락했음에도 다시 살아난 것을 상기해 주십시오. 그만큼 장르소설을 아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기억해 주십시오.
80년대 초반, 90년대 초반, 그리고 지금. 답보나 퇴보인 상황도 있겠지만, 크게 나아진 상황도 분명히 있습니다.
90년대를 거치며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책다운 책 형태로 좋아하던 국내 창작 장르소설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를 거치며 고스트 작가 시스템이 사라졌습니다. 사무실 시스템 대신 인터넷 연재 시스템이 자리잡으며 출판에 이르는 많은 과정이 투명해졌습니다. 작가들의 모임이 활발해지며 작가가 출판사에 종속되어 있던 상태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습니다.
대략 10년을 주기로 성쇠를 거듭한 이 시장은 다시금 위기 상황입니다. 지난 두 번처럼 몰락할지도 모릅니다. 위기론이 나온 지 벌써 수년이 흘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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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피아를 떠난 분들과 만나 문피아에 대한 비판을 들을 때마다 저는 괴롭습니다.
초심을 잊었다, 분위기가 개판이야 등부터 숱한 뒷소문들이 ‘사실’로 추궁당할 때 저는 황망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성질이 더러운 놈입니다. 뚜껑이 열리면, 문주님이나 다라나 님도 저를 말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문피아는 떠났으나 장르에 대한 애정은 버리지 못한 분들의 목소리에 저는 저항하지 못합니다.
문피아의 상황이 어째서 그렇게 보이는지, 그분들이 들은 ‘더러운 사실‘들이 사실이 아니라 ‘조작된 거짓’임을 설명할 때마다 저는 현기증을 느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문주님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다루시느라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더 많이 도와드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느끼는 문피아의 모순만이라도 고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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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올리신 심재열 님 글의 ‘내용’에는 하자가 없다고 봅니다.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걱정이고, 분노이며, 일갈입니다. 그러나 그 ‘형식’은 충분히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운영진이 된 후 연재와 출판까지 하면서도, 독자회원들과 많이도 싸웠습니다. 그때도 내용이 문제가 되었던 적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형식의 문제였지요.
그때의 저나 저 같은 죽돌 회원들, 고무림=고무판=문피아에 자기 집 같은 애정을 갖고 있던 이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소리 높여 꾸짖는’, 혹은 ‘뻔히 다 알지만 그 해결책이 얼마나 까다로우며 조심스러운지 익히 아는 문제를 선언적으로 비난하는’ 회원들과 끊임없이 싸웠습니다.
심재열 님의 글은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염치도 주제도 개념도 분수도 모르는 소리들은 이제 그만들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에 뚜껑이 날아가지 않을 장르 작가는 없습니다. 욕설이 섞이지 않았다 해도 그것은 명백한 비난이었으니까요.
심재열 님이 지적한 부분을 모르는 작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해법 또한 모두 알고 있습니다.
시장을 석권하는, 저변 확대가 가능한 대박 작품의 생산.
그것을 위한 절차탁마의 노력.
다 압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 30여 년간, 이 판을 거쳐 간 수많은 작가와 출판사, 편집자와 기획자들이 그것을 몰랐을까요? 그들 모두 ‘염치도 주제도 개념도 분수도 몰라’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모양 이 꼴일까요?
저 또한 올바른 대안, 제대로 된 해법을 ‘현실론’만으로 부정하는 이들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문피아는 부정만 하지 않았습니다. 단계를 밟아가며 그 해법을 위해 차근차근 접근 중입니다. 그 와중, 숱한 암초에 부딪쳐 피멍이 들고, 온갖 비루한 욕지기까지 얻어듣고 있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외부에 밝힐 수 없는, 밝히면 또 거대한 빙산이 되어 우리 앞을 가로막을 여러 요인들 때문에 전모를 다 밝힐 수는 없습니다만, 분명히 그 길을 위해 지금도 가고 있습니다. 믿지 않으셔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분명한 ‘사실’입니다.
작가들 또한 트렌드 분석이나 하며 개행이나 팍팍 해 쉽게쉽게 글을 써 시장 망하기 전에 애들 코 묻은 돈이나 벌고 튀자는 양아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없다고는 안 하겠습니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이 좁은 장르판에도 별별 사람들이 다 있습니다)
제가 독자 시절이었을 때 제 입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고 장르판을 비판했습니다. 길게 쓸 필요가 없는 글을 왜 그렇게 길게 쓰는지 모르겠다고 제 손으로 키보드를 열나 두드렸습니다.
실제 글을 써 출판을 해 보니 현재의 출판 시스템이 그리 되어 있더군요.
이에 대해 현실 안주에 급급한 출판사의 잘못이라느니, 이권 수호만을 위한 총판과 외무, 대여점의 잘못이라느니, 시장 현실에 타협해 시장용 글만 작가들이 쓰고 있다는 등의 비판은 대단히 선언적이고 정치적인 것입니다.
누구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시스템이 이미 아닙니다. 자본주의의 속성 상 시장의 논리에 의해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되어야만 이 시스템의 폐해는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누구도 노력하지 않고 있다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많은 이들이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많은 작가들이 더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장르판의 대다수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분명 있습니다.
이 논란의 격화를 야기한 서하 님의 글은 독자분들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불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마음을 저는 십분 이해합니다. 고무림 초창기부터 계셨던 그분은 글발이 달리는 작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글을 아주 잘 쓰고 문장 또한 참 좋은 분이죠.
그러나 심혈을 기울여 노력한 그분의 글은 시장에 나가 속칭 ‘깨지고’ 말았습니다. 문피아를 꾸짖는 분들이 ‘그런 글이 안 팔리다니’ 탄식할 글이었죠.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문장이 좋다’, ‘깊이가 있다’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그것은 그 작가가 가진 장점 중 하나일 뿐입니다. 독자를 반하게 할 ‘재미’가 있지 않으면 시인들이 울며 돌아갈 문장을 지닌 작가라도 이 바닥에선 생존하지 못합니다. 여긴 예술을 하기 위한 작가가 오는 곳이 아닙니다. 상업성이 기본인 장르판이죠.
그분은 살아남기 위해 숱한 고뇌의 시간을 가졌을 것입니다. ‘팔리는 작가’가 되기 위해 돌아보지도 않았을 글까지 눈알이 빨개져라 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살아남았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친 사람의 눈에 ‘염치도 주제도 개념도 분수도 모르는 소리들은 이제 그만들 하시기 바랍니다’는 습작가의 비난이 어떻게 들렸을까요?
완전한 독자의 말이었다면, 쓴웃음을 지으며 감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규연재란에 글을 올리고 홍보활동도 했던 분의 비난입니다. 같은 길을 가겠다는 사람이 먼저 고민하며 가고 있는 사람의 고뇌를 시궁창에 빠뜨렸을 때, 그 누가 모욕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순수 독자회원이신 노벨리즘 님의 냉정한 비판은 사실, 대단히 객관적인 시각입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작가와 거리가 가까워진 독자분들은 팬의 입장으로 작가의 생계나 개인사정까지 함께 걱정해 주십니다. 그러나 사실 독자와 작가의 관계는 시장의 논리로 보면 소비자와 생산자입니다.
생산자가 도산해도 소비자는 혀 한 번 차 주고는 다른 상품을 사면 그뿐입니다. 결코 서운해 하거나 비판받을 일이 아니지요.
노벨리즘 님 같은 독자들의 지갑을 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눈 높은 소비자처럼 생산자에게 까다로운 고객은 없지요. 그러나 일단 사고 싶은 마음이 들고 산 후에 만족만 하면, 호탕하게 계속 지갑을 열 소비자임도 익히 압니다.
아직은 그런 독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글들이 장르판의 대세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라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생산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고무림부터 문피아까지 이곳에 눌러 붙어 온갖 풍상 다 겪은 제가 보장합니다. 이 판에 들어온 사람은 비현실적인 몽상가들이 더 많고, 웬만한 패배에는 끄떡없는 고집쟁이들이 숱합니다. 우공이산이라 했습니다. 미련하게 꿈꾸는 자들이 있는 이상, 언젠가는 노벨리즘 님이 ‘졌소!’ 할 만한 글들도 나올 것입니다.
그 시기가 조금이라도 앞당겨지도록 문피아가 노력하겠습니다.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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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란의 중심에 선 분들과, 그 과정은 십분 이해합니다만... 저는 또한 꽤나 고집 센 원칙주의자입니다.
되도록 징계 조치를 피하고 싶긴 합니다만, 파장이 너무 컸고 대립의 각이 너무 깊었습니다.
하여, 몇 분의 징계 조치가 불가피합니다.
심재열 님의 비판은 비난에 가까운 어조가 다수 섞여 있었고, 댓글 또한 어조가 너무 높았습니다만, 심한 욕설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주의 1회 드립니다.
capuchi 님은 노벨리즘 님의 글에 단 댓글에서 ‘야임마, 그렇게 살지마’라고 하셨습니다. ‘임마’는 ‘인마’의 오용입니다. ‘이놈아’의 줄임말이죠. ‘놈’은 욕설은 아닙니다만, 모욕을 위한 비난의 문장임은 틀림없으므로 역시 주의 1회 드립니다.
서하 님과 탱알 님, 太乙星 님께는 경고 1회를 드리겠습니다.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세 분 모두 비속어와 욕설을 글에 섞으셨으니 경고가 불가피합니다.
이런 징계조치는... 사실 하기 싫습니다. 그러나 해야 합니다.
모쪼록... 회원분들 모두 키보드를 치시기 전에 한 번씩만 더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대부분, 아끼는 마음에서 화를 내시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화난 문장에 그 마음까지 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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