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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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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스삿
그림/삽화
승뻠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2
최근연재일 :
2024.05.17 19:0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47
추천수 :
11
글자수 :
43,359

작성
24.05.17 19:05
조회
14
추천
1
글자
10쪽

스승(2)

DUMMY

“경(驚)이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마음이 동요되는 것이다.

 구(懼)란 공포가 정신활동을 침체시켜 손발을 마비시키는 것이고,

 의(疑)란 의심에 의해 옳은 판단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며,

 혹(惑)이란 마음이 흔들려 정신이 방황함으로써 신속한 판단, 망설임 없는 행동을 취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졸지에 정좌 자세로 김광복의 검도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게 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리가 없는 신과 술.

혹여나 관련이 있다는걸 알더라도 저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리가 없었다.


“관장님! 무슨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맞아요! 그냥 평소처럼 목검으로 대련해요!”


그건 평균 나이 10살에 미치는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흠흠, 어쩔 수 없군. 이론 수업은 다음시간에 해야겠구나.”


말을 이해한 사람은 아마도 나와 진.

짧은 교육으로도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자 검을 들어라! 간단한 자세 연습부터하자.”




***




“와··· 씨발 다른 의미로 너무 힘들어.”


찜기에 속 만두같은 모습이 되버린 술.

거친 숨을 헐떡거리는건 녀석 뿐만이 아니었다.


“야 인···. 그냥 너가 알려주면 안되냐? 우리가 장도를 쓰지도 않는데 같은 동작만 몇 천번 씩 반복하는게 말이 돼?”


미친 듯이 땀을 흘리는 신 또한 불만을 뱉었다.

나 또한 팔을 위로 올릴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생겼다.

그렇기에 저 불만이 이해됬지만.


“그냥 해. 다른 것도 아니고 결국은 검이잖아. 반드시 쓸 일이 생겨.”


나이프나 단도는 평소에 소지하기에 좋다.

더군다나 근접전이나 암살을 위주로 하는 실전에선 기본이자 꽃이라 할 수 있는 무기였다.


“인 말이 맞다. 너가 검을 익힌다면 검을 상대할 때 훨씬 수월해짐이 분명하다.”


진이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훈련한 것만 5시간이 지났다.

그 긴 시간 동안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두른것만 몇 천번.

김광복의 수업시간만 4번이 지나간 후였다.


“그나저나 그 아저씨는 어디간거야.”


신이 자신이 쓰던 목검을 벽에 걸어두었다.

그 옆엔 길이별로 다른 검들이 셀 수 없을 정도의 수만큼이나 걸려 있었다.


“글쎄, 곧 오신다고 했는데.”


-띵동.


누군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

김광복 또한 이 소리를 듣고 우리가 온 것을 짐작했다고 했따.


“왔나본데.”


앉은 상태로 고개를 꺾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

창으로 햇살이 비치던 그 자리는 어느새 어둠이 찾아온 상태였다.


-덜컹.


“스승 왔다.”

“다녀오셨습니까.”


돌아온 그의 상처 투성이의 손에는 속이 가득 찬 봉지 하나가 들려있었다.

예상해보건데 아마 도시락.

슬며시 풍기는 냄새로 보아 가격도 꽤 있는 모양이었다.


“이게 뭡니까?”


진이 물었다.

벌써부터 침을 흘리는 다른 두 녀석과는 달리 예의라는게 존재하는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너희들 저녁이다.”

“괜찮습니다. 배움을 주신걸로도 감사한데 식사까지 챙겨주시다뇨.”

“누가 꽁짜로 준데?”


둥글게 모인 우리 가운데 그 봉지를 가져다 두었다.


“잘먹겠습니다!”


-빠각.


냅다 손을 뻗은 신의 손이 골절음을 내뱉었다.

부러질 정도는 아니겠지만 몇 시간 정도 움직이는데 불편할 정도.


“자자, 잘들어라. 오늘의 수업료 정산이다.”


이미 이런 방식을 알고 있는 난 헛웃음이 나왔고,

다른 녀석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검 들어 진."


바로 눈치를 챈 진은 반응할 준비를 하며 검을 잡았다.

확실히 연약한 이 몸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아니, 기대하는 것부터가 잘못된거지.

몇 번이고 검을 휘두르니 팔이 저리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신호 줄게."


조용히 일어나 진의 옆으로 이동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눈만 껌뻑거리고 있는 불쌍한 신과 술.

하지만 저 녀석들에겐 알려줄 생각 따위 없다.

원래 맞으면서 크는거니까.


"셋."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벽에 걸린 수많은 검들을 슬며시 건들이기 시작하는 김춘봉.


"둘."


그중 가장 긴 날의 목도를 골랐다.


"하나."


-쿠궈거거거!


머리를 흩날리게 만드는 풍압.

눈으로 쫓을수도 없는 속도로 허공을 가른 검.


"큭!"


예상을 했지만 그걸로 부족했다.

충격을 상쇄했던 나나 진이야 비틀거리는 정도로 말았지만 다른 둘은 피를 토했다.


"다른 두 녀석은 예상했나보군. 그렇다면 거기 피를 토하는 둘. 지금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말도 안되는 위력이었으며 듣도 보도 못한 공격이었다.

직접적인 충격이 아닌 극도로 빠른 속도로부터 발생하는 풍압으로의 타격.

그것도 정확히 우리가 있는 구역에만 피해를 입히는 극도로 세밀한 공격이었다.


"좆같네. 죽여버린다."

"동감."


극도로 흥분한 녀석들이 광안을 뜨며 일어났다.

긴 목도를 놔두고 굳이 나이프를 꺼내든 녀석들.

그걸 바라보며 웃음을 짓는 김광복이었다.


"이것이 경(驚). 너희는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마음이 크게 동요되고 있다."

"개소리."


-파각.


흥분으로 인해 동작이 평소보다 커진 술.

녀석의 본능이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토해내는지 중간중간 멈칫거리기도 하였다.


"침착해 병신아."


-파카각.


그나마 침착을 유지하는건 신.

하지만 이미 체력이 딸리고 있었다.


목을 노리는 궤적. 고개를 슬쩍 트는 것 만으로 피해버리는 김광복. 연이어 복부와 빈틈을 노리는 단검이 손쌀같이 달려들었다.


"일방적으로 밀리는군."


진 말이 정확했다.

애시당초 기본 실력도 차이나는 상황.

게다가 큰 상처까지 생긴 상황에서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경합중 슬며시 누적되는 충격들은 조만간 두 녀석들의 몰락을 예지하고 있었다.


"안끼어들어도 괜찮은건가."

"저 사람이랑 싸워서 이길 자신있어?"

"없다."

"그럼 버틸 자신은?"

"없다."

"그럼 왜 들어가. 개고생하는거지 뭐."

"하지만 저렇게 맞고만 있는걸 지켜보겠다는건가."

"저러면서 크는거잖아."

"그렇긴 하군."


나이프와 목검이 부딪히는 소리는 줄어들고, 목검으로 맞는 소리들이 울려퍼졌다.

광기를 품었던 그 눈은 어느새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묻지. 지금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턱.


김광복이 들고 있던 검을 던져놓았다.

지금 달려든다면 분명히 김광복이 다시 검을 들기 전에 유효타를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달려들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지금 그 감정이 구(懼)와 의(疑), 지금 느끼는 그 것이 공포와 의심이며, 그로 인해 유일한 기회를 놓치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신과 술은 도움이 필요한 눈으로 우릴 바라보았다.

하지만 우릴 보았다는 것은 시선을 뒤로 넘겼다는 것.


"커헉!"


다양한 감정들을 담았던 눈들은 마무리로 흰자를 보여주었다.


-텅.


목을 맞고 기절한 둘.

맥없이 쓰러진 녀석들이 이걸로 조금은 성장했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거기 둘 잘들어라. 이 머저리들의 마지막 모습이 혹(惑), 마음이 흔들려 정신이 방황함으로써 신속한 판단, 망설임 없는 행동을 취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검을 내려놓음으로 알려주었다.

충분히 마지막 교훈을 줬다고 생각했는지 목검을 다시 벽에 건 그가 우릴 불렀다.


"밥먹자."


슬며시 자리에 앉은 우리들.

비닐봉지 속에 들어있던 것은 프렌차이즈 도시락 3개였다.


"이럴 줄 아시고 3개를 사오신겁니까?"


진이 뚜껑을 열며 물었다.

김이 모락모락나오는 간장불고기는 침샘을 톡톡 쏘아대며 자극했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젓가락을 뜯은 김광복.

그는 흰 쌀밥을 크게 한 입을 먹었다.

우물거리던 그의 대답을 기다리자 꿀꺽하고 삼킨 그가 입을 열었다.


"아니, 그냥 도시락을 사러갔는데 돈이 부족해서 3개만 사왔어. 그렇다고 3개를 나눠먹을 수는 없었어서."

"아."




***




어느덧 도장의 밖은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쿨럭거리며 정신을 차린 신은 그의 옆에서 호록거리며 라면을 먹는 술을 보았다.


“뭐야, 왜 너만 먹어.”

“인이 진이랑 그 사람이랑 같이 어디 갔다온다고 먹고있으랬어.”

“내껀?”

“내 뱃속에.”

“···씨발련이?”


유일한 소리라곤 술의 밥먹는 소리와 신의 숨소리 뿐.

영 좋지 못한 기억이 떠오른 신이 욱씬거리는 복부 위로 손을 올렸다.


슬며시 옷을 걷어올리자 신은 자신의 배 위에 생긴 시퍼런 멍을 확인했다.

검으로 맞은 자국과 동일한 일자.

차분해져서 다시 돌아보니 망할 아저씨가 사뭇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아까 그 사람··· 많이 쎘었지.”

“넘을 수 없는 벽을 발견한 기분이었지 뭐.”

“그렇지···.”


신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마음 속을 누군가 꽉 쥐어 잡은 느낌.

분노도 분함도 아닌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신은 혼란을 느꼈다.


“왜 그렇게 벙쪄있어 병신같이.”

“그냥···기분이 묘해서.”

“지금이 너무 편해서 그래. 하루 전까지만 해도 우린 평생을 죽을 위기 속에서 살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변했으니 그럴만도 하잖아.”

“그런가.”


신은 알고 있었다.

그것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아냐. 그건 여기 오기전에도 느껴봤어. 이건 엄연히 그거랑 달라.”

“그럼 시발 내가 어떻게 알아.”

“아 진짜. 욕안하면 말못하냐.”

“못한다 븅신아.”

“···라면이나 먹어.”

“그럴거였음.”


-호록.


자리에서 일어난 신은 몸이 적지않게 망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욱신거리는 배와 달리 발목은 불에 타는 듯 했고, 팔은 근육통으로 살짝 올리는 것도 힘들었다.


“후우···.”


그런 짐짝 같은 몸을 이끌고 창문을 향해 움직였다.


-쇄애액.


창문을 열자 곧 찾아올 겨울을 암시하는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생각보다 거센 바람에 순간 눈이 찌푸려졌지만 신은 끝까지 눈을 감지 않았다.


“와아···.”


그의 눈에 비친 다양한 크기의 건물들.

몇 군데에서 깜빡거리는 불빛들과 가끔씩 들리는 차소리까지.

너무 늦은 시간이라 신의 상상속 야경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싸늘했던 바람을 기분좋게 만들기는 충분한 야경이었다.


“아···알았다.”


멍하니 창밖을 내려보던 소년의 머리속을 스치는 반짝임.

심장을 조이는 원인을 알게되니 모든 고통들이 쾌락으로 다가와주었다.


그것은 공포도, 분함도, 분노도 아니었다.


“나도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


그것은 꿈의 피어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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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2) 24.05.17 15 1 10쪽
8 스승 24.05.15 12 1 12쪽
7 하산(2) 24.05.13 12 1 10쪽
6 하산 24.05.12 17 1 12쪽
5 말도 안되는 임무 24.05.11 20 1 11쪽
4 목표 24.05.10 27 2 11쪽
3 둘째날 24.05.09 35 2 12쪽
2 회귀하다. 24.05.08 51 1 13쪽
1 프롤로그 24.05.08 57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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