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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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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스삿
그림/삽화
승뻠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2
최근연재일 :
2024.05.17 19:0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40
추천수 :
11
글자수 :
43,359

작성
24.05.12 17:05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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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하산

DUMMY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이 뭔데.”


땀을 한바가지 흘린 신이 물었다.

다른 녀석들 또한 온몸이 땀 범벅.


하늘 위로 아름다운 별들이 춤을 추고 있을 무렵.

우린 가벼운 체력 훈련을 끝냈다.

사원 왕복 달리기부터 맨몸운동까지.

기초적이면서 필수적인 훈련이었다.


“적어도 1년간은 아무런 일 없이 기초만 다잡아야해. 기초 없는 응용은 흔들리는 반석 위에 집을 짓는거나 다름 없으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기초를 다잡을거냐고.”

“일단 방금한 것처럼 체력 운동을 죽어라 할거야. 그리고.”

“그리고?”


-챙!


신의 목을 노린 나이프.

그걸 막은건 다름 아닌 진이었다.

겁먹은 토끼마냥 코를 움찔거리는 신.

그런 녀석에게 피식 웃음을 지어주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너희를 죽이려고 할거야.”

“뭐?”

“너희보다 어린 내 입에서 나와서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연습효과를 단기간에, 그것도 아주 좋은 결과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목숨을 거는 방법 뿐이라고.”


얼척없다는 듯 쳐다보는 녀석들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목숨을 걸어왔기에 지금처럼 숨을 쉬고 있었다는걸 알고 있을 테니까.


“두번째는 시도때도 없이 하는건가.”


진이 물었다.


“당연하지. 너희들이 자고 있을 때, 밥 먹고 있을 때, 심지어는 체력 운동을 하고 있을 때도 할거야.”

“혹독하게도 하는군. 우리도 너를 공격할 수 있는건가.”

“그럼.”


순간 먹이를 발견한 포식자들의 눈을 보았다.

겨우 꼬마 한명에게 저렇게까지 반짝일수도 있구나.


“그렇지만 먼저 공격하는건 안돼.”

“뭐?”

“반격은 해도 좋아. 다만 먼저 공격하는건 금지야.”

“시발 그딴 개같은 규칙이 어딨어!”


언제나처럼 말에 육두문자가 하나 이상이 들어가있다면 술이었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더러워진 형색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고고해 보이는 외모였다.

하지만 입만 열면 그냥 뒷골목 거지새끼 한 명으로 전락해버린다.


“내가 너희를 훈련시키는거잖아.”

“···.”


아마 벌써부터 반감이 생길지도 몰랐다.

아깐 분위기를 타서 다들 오케이 했을지 몰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분위기일 뿐.

마음 안에서 피어오르는 감정들은 그 누구도 제어할 수도,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어떨 땐 자기 자신조차 그렇다.


“강도는 어느 정도까지지?”

“뭘 물어? 당연히 죽을 정도지. 각오해야 할거야.”




***




잠이 오질 않았다.

이상하게도 눈을 감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답답해져왔다.


“후···.”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편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옆에 있던 술이 움찔했지만 금방 다시 고요한 숨소리를 뱉었다.


어째서 내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다.

죽었던 내가 어렸을 때로 돌아와 달라진 과거의 시간에서 살아가고 있다니.


괜히 손을 쥐었다 폈다.

손이 움직이는 감각을 느끼며 볼을 꾹 꼬집어 보았다.


“아.”


그대로 느껴지는 통증.

이미 느꼈지만 이건 절대 꿈이 아니다.


아까보다 연해진 밤의 하늘은 두시간 정도 후면 밝아질 것이란걸 암시하고 있었다.


“잠이 안오냐.”


뒷편에서 들리는 진의 목소리.

분명 누워있었던 녀석은 어느새 일어나 몸을 풀고 있었다.


“어···. 뭐 그렇네.”


구석구석 잘도 몸을 푸는 녀석.

조용히 숨을 내쉬던 녀석이 갑작스레 내 옆에 다가와 앉았다.


“너무 부담같지는 마라. 적어도 난 앞으로 너가 하는 말은 다 따라보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고맙다.”

“저 두 녀석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난 네가 계획이 있을거라고 믿는다. 혹여나 없더라도 만들어 낼 거라고 생각하고.”

“어째서?”


의문이었다.

진은 과거에서도 남을 함부로 믿지 않았다.

훈련을 할 때에도, 십이지의 일원으로 지지로서 활동을 할 때도 그랬었다.

그런데 아무런 성과도 이루어내지 못한 어린 나를 이렇게까지 신뢰한다고?


“흠··· 나도 이유는 잘모르겠다.”


잠시 고민하던 진이 입을 다시 열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무표정했고, 조금 더 눈에 힘이 없는 듯 보였다.


“내가 훈련소에 있었을 때. 너 같은 녀석이 하나 있었다.”

“나 같은 녀석?”

“그래, 어린 녀석이 재능은 넘치고 머리도 좋아서 잘도 살아남던 녀석이었지.”


갑작스런 칭찬.

괜히 입맛을 다셔 어색함을 환기시켜 해보았다.


“그런데 이곳에 오기 직전, 그 녀석은 임무에 실패했었다.”

“어?”

“마지막 임무는 이런 숲 속에서 하는 데스매치였다. 말했던대로 훈련소에서 유독 눈에 띄던 녀석은 다른 녀석들에게 시기, 분노에 대상이 되었지. 안타깝게도 말이야.”


그런건가.

경쟁과 생존이 인생의 전부였던 우리들에겐 다른 이들의 재능은 곧 우리들에게 위기였다.

누군가의 재능이 커질 수록 다른 이들은 그 재능에 밀려 낭떠러지의 끝자락으로 움직여야 했으니까.


“알다시피 데스매치에선 대부분 동맹을 맺는다. 성공 가능성을 위해선 그게 가장 효과적이니까.”

“아무도 손을 안내밀어줬군.”

“오히려 동맹들의 목표가 됬지.”

“그렇구나.”


사실 난 그런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이야 과거의 기억이라는 재능이 있지만 정작 과거에는 별 다른 재능이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남들이 싸울 때 조용히 숨어 있다보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나였기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에게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손을 내밀어 보려고 한다.”

“뭐?”


진이 무심하게 날 바라보았다.

분명 내 눈을 보고 있었지만 누군갈 투영시켜 보고있는 것만 같았다.


“너 같은 녀석이 빛을 발하게 도와주겠다는 거다.”

“···고맙다.”

“고맙긴. 네 녀석이 성공하면 죽는 순간까지 득을 취할 생각인데.”


섬뜩하면서도 따뜻한 말.

그 누구도 아닌 진이 저런 말을 해준다는 것이 놀라웠다.


“흠. 새벽이라 그런가 말이 많아졌군.”

“하하, 그러게.”


자리에서 일어난 진이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아마 시원한 숲 냄새와 아직 남아있는 피비린내가 뒤섞인 모호한 향을 느끼고 있을테지.


“널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언제까지나 꼬마나 네 녀석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한결 가벼워진 듯한 무표정의 소년이 내게 이름을 물었다.

아까 거부한 코드명과는 또 다른 질문.

이 대답은 아까와는 다른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었다.


“글쎄, 딱히 생각해 본적은 없는데.”

“그럼 네가 되고 싶은 십이지의 이름을 하나 골라봐. 사람은 목표한 대로 살아간다는 말도 있으니까.”

“인.”


반자동적으로 튀어나온 이름.

내가 기억하는 내 이름이며 혼동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미리 선택한 이름이었나보군.”

“그냥···. 뭐 그래. 그럼 넌?”

“난 진으로 하고 싶다.”

“진?”


이미 알고 있었다.

녀석이 자신의 이름을 진으로 선택한 까닭을.


“왜 그런말이 있지 않은가. 개천에서 용났다. 난 그런 용이 되고 싶거든.”

“멋진 이유네.”


서로의 이름을 정하고 우린 말없이 주먹을 부딪혔다.


“나는 신으로 할게.”

“아 깜짝야.”


갑작스레 튀어나온 신.

언제부터 깨어있던건지 내 어깨에 무게를 싫으며 실실거리며 웃었다.


“뭐 생긴게 원숭이 같은 것도 있지만. 난 킬러계의 신이 되고 싶거든.”

“그래 멋지다.”


마냥 해맑게 웃고 있는 신을 보자니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럼 난 술로해야지 뭐.”


자는 줄 알았던 술이 뒤에서 기지개를 펴는 소리를 냈다.

신의 반응으로 보아 서로 깨있었다는건 몰랐던 모양이었다.


“개가 젤 귀엽잖아.”

“넌 안귀여운데.”

“이 원숭이 새끼가?”


정말 이러고 싶을까.

감성을 자극하던 분위기는 두 녀석이 깸으로써 깨져버렸다.

뭐 조용한 분위기도 좋지만 이런 활기찬 분위기를 얼마나 느낄 수 있겠는가.

그냥 즐기면 되는거지.


“그나저나 다들 일어나 있었어?”


모두들 콧웃음을 쳤다.


“상식적으로 우리가 깊은 잠에 든다는게 가당키나 하냐.”


신이 콧구멍을 파며 말했다.

불행을 말하는 그의 태도는 너무나 태연했다.


“틀린말은 아니다.”


그걸 받아들이는 진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시발 너가 일어나는 순간 목에 칼들어오는 줄 알고 깜작놀라 일어난거거든.”

“아 그런거야?”


아까 움찔거린 순간부터 완전히 깨있었던거구나.


녀석들은 모두 활기찬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같이 씻지 못한 머리는 기름져있었고 몸 곳곳엔 아물지 않은 상처와 딱지들이 존재했다.


“다같이 일어난 김에 훈련이라도 시작하자고.”


서로의 이름을 정한 우리들.

옷을 털며 일어난 우리들은 시선을 한번씩 교환하고 아무 말 없이 달빛이 비추는 사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





“하···.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해가 빛을 발할 무렵.

새로 생긴 상처를 바라보며 거친 숨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야 임마. 너가 칼을 잘쓴다고 해도 아직은 피지컬이란게 있다고.”

“피지컬도 칼 앞에선 아무런 소용없거든.”

“그건 내가 칼을 안들었을 때의 상황이고. 결과적으로 지금은 너가 말렸잖아.”

“진한테 도움 받은 주제 말이 많아.”


세 시간 동안 쉬엄쉬엄한 체력훈련.

그 끝에는 갑작스런 나의 공격이 있었다.


숨을 고르는 술의 다리를 노린 공격을 진이 막아주었고, 연이어 신은 내 목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약 10분간의 대련을 끝으로 녀석들이 고쳐야 할 점들을 모두 찾아내었다.


“신, 너는 빈틈만 노리지말고 빈틈을 만들 생각을 해야지.”

“내가 그랬어?”

“응. 너 눈알 굴러가는 소리 다들린다고.”

“그렇구만. 참고할게.”


조언을 들은 신이 진에게 달려가 자신의 눈동자를 보라며 이상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저럴줄 알았으면 조언을 해주지 말걸 그랬다.


“넌 피지컬이 약한걸 알고 있는건 좋은데 그걸 보안할 생각을 안하는게 문제야.”

“그게 뭐 어때서.”

“···뭐?”

“아 이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했었나.”

“가르침을 받을 땐 수긍하는 태도를 보여야지.”

“알겠어요 시발아.”


어린아이같은 미소를 보이며 해맑게 중지를 치켜 올리는 술.

순간 손에 들린 나이프로 썰어버릴까 고민했었다.


“야 진!”


녀석이 슬쩍 고개를 틀었다.

유일하게 내 조언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줄 녀석이 아닐까.


“뭐 실전에선 안그러겠지만 남을 배려하면 안된다.”

“난 그딴거 안한다.”

“뭐라는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치명상 입힐 각만 여섯개였는데 한 번도 팔 안뻗었으면서.”

“그럼 다음부턴 그렇게 해주도록하지.”

“··· 아니야. 인간으로서 배려심이 있는것도 좋지 뭐.”


첫 번째 조언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아직 기본기가 부족한것을 제외해도 우리끼리의 합을 맞춰야 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보다도 우선인건.


“나도 성장이 급한걸.”


애써 숨기고 있었지만 체력훈련으로 인해 다리는 갓태어난 기린마냥 후들거렸고 나이프를 쥔 손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몇 년, 아니 몇 개월만 해도 엄청난 발전을 이루긴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실력은 저 녀석들의 성장 속도와 비례할 것이다.

이미 진은 나를 충분히 앞서고 있었다.

체력은 이미 전성기에 가까우니 필요한 것은 기술.

그렇지만 이 몸으로 어떻게 알려준단 말인가.


“그나저나 우리 아침은 어떻게 먹지.”


왜그런진 몰라도 눈을 크게 뜨고 다니는 신이 물었다.

강제로 크게 뜨고 있는 눈은 힘겹게 부들거리고 있었다.


“원래라면 그분이 오셔서 음식을 전달해주셔야 하는데 안오신다는건···.”


술이 뭔가 떠오른듯 자신의 무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너희들 뭐해?”


지금 상황을 오로지 신만 이해 못했다.

녀석은 붉어진 눈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푹.


“아아아악!”


그런 녀석을 한심하게 바라보던 진이 눈을 찔러버렸다.

아프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통쾌했다.

난 고통을 호소하며 뒹굴거리는 신에게 다가가 말해주었다.


“내려가자. 이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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