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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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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스삿
그림/삽화
승뻠
작품등록일 :
2024.05.08 17:02
최근연재일 :
2024.05.17 19:0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46
추천수 :
11
글자수 :
43,359

작성
24.05.09 17:05
조회
34
추천
2
글자
12쪽

둘째날

DUMMY

익숙했던 어둠이 지고 태양이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지 네시간 정도 지났을까. 눈이 떠진것은 두 사람의 다툼 때문이었다.


“쪼만한 새끼가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깊은 잠에 드는건 기대도 안했다. 주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깰 정도의 얕은 잠은 이미 몸이 적응한 상태였다.


“손 놓지그래? 팔모가지 썰어버리기 전에.”


반삭한 놈과 미친년의 싸움. 저 둘의 되도않는 신경전은 십년이 지나도록 계속된다.


내가 조용히 바라보는 가운데 소란는 점점 커져갔다.

곱게 잠이나 잘것이지.

아침운동 간다던 신이 녀석의 발을 밟은 것이 발단이었다.


“사과했는데 아니꼽다는 듯 침을 뱉어?”

“그럼 피를 뱉을까?”

“피토하게 해줘?”

“그 전에 니 손모가지부터 챙겨야할걸.”


유치한 말다툼이었다. 물론 녀석들은 진심이겠지만.


“하··· 애새끼랑 싸워봤자 나만 손해지.”

“니도 애새끼야. 열 여섯이 열 다섯한테 나이많은 척해도 안통한다고.”


저게 저 녀석의 특이점. 기싸움, 말싸움은 밀리지 않는다.

그것이 술(戌). 통칭 미친개의 신조였다.


광기어린 입꼬리는 두려운게 없는 사람처럼 올라가있었고, 기름진 단발머리와 가늘게 찢어진 눈은 과도하게 예민한 녀석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 내가 참아야지.”

“짜증나게하고 있어.”


사건이 일단락 되자 난 다시 눈을 감았다.

고요히 불어오는 새벽의 서늘한 바람.

숙면을 방해하는 피비린내는 여전히 코끝에 맴돌고 있었다.

그렇게 슬며시 고요에 취할 무렵.


-컹컹 -컹


사방에서 들려오는 개들의 짖는 소리.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좋지 못한 기억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곳에서의 아침운동은 세가지로 나뉜다.

체력훈련이나 숲속에서 아침밥 구하는 간단한 훈련도 있는 반면.


“생존기.”


말 그대로 살아남아야 하는 게임.

매일 하는 훈련중 한달에 한 번정도 있는 훈련.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했으며 위협이 되는 적은 항상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였다.


-컹 -컹


침을 흘리며 달려드는 개들.

이 작은 몸뚱아리로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씨발···”


난폭하기 그지없는 종들로 잘도 엄선했네.


다른 녀석들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며시 등을 맞대며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마. 물리면 다른 훈련에서 골치아파진다.”


귓가를 울리는 저음의 소유자는 진(辰).

눈을 가리는 앞머리, 작아진 옷 위로 들어나는 다부진 몸과 손에 들린 파이팅 나이프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세를 꺾어버리는 효과가 있었다.

기억하기론 그의 현 나이는 열 일곱. 이곳에서 자를 제외하면 최고령자인 나이인 셈이다.


-컹컹!


“온다!”


움직임을 위한 반팔정도의 간격이 우리 사이에 생겼다.

미친 듯이 달려오는 짐승의 검은 털 아래로 들어난 근육들을 보자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저걸 죽일 수 있을까.

겨우 어린아이 넷을 잡고 반동이 왔던 몸이잖아.


이런 상황에서 몸을 움직인건 뇌가 아닌 본능이었다.

목을 노리며 달려든 개를 피함과 동시에 손에 들린 단도를 뻗었다.


-깨갱


칼끝이 개의 목을 걸리듯 그었다.

비참한 울음소리를 내며 쓰러진 녀석은 잠시 경련을 일으키가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문제는 방금의 움직임이 완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깨 근처에 남은 새끼 손가락 만한 상처는 움직임에 불편함을 선사하기 제격이었다.


“제길.”


그나마 다행인건 방금 일격이 기선제압은 성공했다는 점.

뒤이어 달려왔던 개들은 선뜻 공격하지 못하고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순 없었다.

나와 신, 그리고 술은 한마리 한마리가 버거웠으니까.


-끼깅


그나마 기대할건 진인가.


이빨을 들어낸 개들을 몸 푸는 용도로 상대하는 걸까.

한마리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초.

사체를 만드는 속도를 보니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아아아아! 이걸 어떻게 죽여! 내가 죽는다고!”


핏불에게 등을 보여준 신이 내 쪽으로 달려들어왔다. 

내게 가까워지는 신과 그런 그 녀석에게 가까워지는 검은 털의 짐승. 


“이···이런 씨!”


물론 짐승에게 등을 보이면 안된다는 것 쯤은 잘 안다.

하지만 내 몸 상태로 나보다 큰 개를 마주한다면 그 누가 도망치지 않겠는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빨라야 할것만 같은 압박감이 생겼다.

뒤에서 들리는 육두문자와 개소리가 커질수록 심장 박동이 거세져갔다.


“동료를 버리고 도망가는거냐! 물러서지마! 맞서 싸워!”

“니도 도망치는 주제 할말이냐!”

“우리 둘이라면 못할게 없어! 심지어 우리한텐 칼도 있잖아!”


등을 보인지 3초.

사신이 목에 낫을 가져다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개의 인접함을 알려주는 뜨거운 숨결.

발목을 긁는 발톱은 더 이상의 발악은 무의미 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못할거 충분히 많아! 진 쪽으로 최대한 달려!”

“진이 누군데!”

“누구한테 가야하는지 딱 보면 알잖아!”


최선을 다했지만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속도로는 진에게 도달하기 전 잡아 먹힌다.

그렇다고 신을 희생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미래를 위해서라면 내 편을 가능한 많이 만들어둬야 하니까.


머리를 굴려라. 희생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떠올려.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발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시선은 뒤를 향했고 팔은 머리 위로 올라갔다.


“신! 숙여!”


-쇄액


손을 벗어난 단도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제대로 실리지 않은 힘이 걱정됬지만 흔들림 없이 날아가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신의 머리를 스치듯 지나간 단도는 뛰어들던 개의 머리에 적중했다.

비명도 못지른 개는 맥없이 나뒹굴었다.


한 마리는 끝냈다. 남은 건 또 다른 한마리. 하지만 이젠 날릴 무기도 없었다.


“우왁!”


뒤에서 우당탕거리는 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을 물어뜯기 위해 사체를 뛰어넘고 이빨을 들이미는 갈색 털.

중심을 잃고 넘어진 신은 속수무책으로 집어 삼켜졌다.


“신!”


격한 움직임을 보이던 두 존재는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외면한 체 그곳을 향해 서둘리 움직였다.

들어낸 개의 목에 단도를 꼳아 넣기 직전 근육질 생명체가 옆으로 미끌어 졌다.

그와 동시에 떨리던 눈썹도 손도 안정을 되찾았다.


“용케도 살았네.”

“후··· 뒤지는줄 알았다고! 저 새끼 이빨이 뭔 상어만해!”


얼굴이 피로 붉게 물든 신을 일으키며 발에 걸린 핏불의 사체를 보았다.

개의 턱 밑, 붉은 피가 흐르는 곳엔 픽스드 나이프 하나가 꽂혀있었다.


하늘을 가리는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밝은 햇살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해가 온전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사원의 공터는 오늘도 붉게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말했지. 둘이라면 못할게 없다니까.”

“각개전투 아니였냐.”

“그냥 그렇다 해.”


얼굴 전체에 피를 뒤집어 쓴 주제 환히 웃는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얼마만인지 모를 가식없는 웃음이었다.


“미안한데 쫑알거릴 힘 남아있으면 시체나 치워. 난 못하겠다.”


힘이 풀렸는지 술이 털썩 주저앉았다.

이 녀석이 있다는 것을 어느순간부터 잊은게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저 새끼는 분위기 좋은 꼴을 못봐요.”

“원숭이 닮은 넌 아이큐도 그 정도라 생각을 못하냐? 니 옆에 꼬마 피곤해하는거 안보여?”

“뭐라는거야! 이 녀석과 난 피를 나눈 사이라고!”

“나랑 피를 나눴어?”

“같이 싸웠으면 피를 나눈거지 임마!”


내 어깨에 손을 걸친 신이 하하거리며 하늘을 향해 웃었다.

뒷 목에 느껴지는 혈의 찐득함. 고막을 터트릴듯한 웃음소리.

한심하다는 듯 쳐다 보았지만 올라간 입꼬리를 숨기지 못하는 술과 무심한 진의 시선까지.

익숙한듯 새로운 이 상황에 마음 깊은 곳이 아려왔다.


-짝.짝.짝


어디선가 박자감이 실린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그 박수 소린 다른 사람들에겐 의아함을 내겐 소름을 느끼게 만들었다.


“너희들이라면 해낼줄 알았다니까. 꼬마 삼총사들은 특히 더 칭찬할게. 조그만한 몸으로 사냥개들을 사냥하다니.”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뿌듯하다는듯 짓는 인자한 미소를 보자 굳어버린 내 사고는 깜빡했던 목적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엔 내가 허를 찌르리라.


과거에 어떻게 살아남아 우리의 뒷통수를 친건진 몰라도 반드시 막아낸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이자 유일한 복수니까.


“꼬마야?”

“예?”


갑작스런 질문에 생각속에서 깨어났다.

내게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는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넌 뭐 고를거냐?”

“고르다뇨?”

“집중안하니?”


칼을 품은 듯한 눈빛에 온 신경이 곤두섰다.

살기를 품은 눈초리는 다행히 금세 풀렸지만 순식간에 얼어붙은 분위기만큼은 따뜻해지지 않았다.

검은 서류가방이 자의 양손에 들려있었다.


“왼쪽은 검. 오른쪽은 총. 하나만 골라. 그거에 맞게 훈련시켜줄테니까.”


과거엔 검을 선택했었다. 작은 체구로는 총의 반동을 억제하지 못할거라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이었었다.


“왼쪽으로 하겠습니다.”

“호오?”


마음 한편에 총을 골랐이라는 후회를 가지고 있었다.

지지 열두명중 검을 사용하는건 나를 포함한 셋 뿐이었으며, 총을 다루는 녀석들이 검을 든 상대를 상대를 제압하게 된 나이와 그 반대의 경우의 내 나이는 꽤 차이가 났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난 검을 선택했다.


-탈칵.


킬러치곤 고운 손이 가방을 열었다.

슬며시 열리는 가방엔 한 종류의 검이 네 자루 들어 있었다.


“전술 나이프.”


저번 생에도 자가 내게 준 첫 번째 검이었다.

늦게 알게된 사실이었지만 높은 실용성이나 살상력보단 이 여자가 좋아하는 네이비 실이 사용하는 검이라는 이유로 주었다고 했다.


“신기한 녀석이라니깐, 모르는게 없어. 천재야 천재.”

“훈련 받을 때 동기들 무기를 외우는게 취미였습니다.”

“별게 다 취미네.”


이건 사실이었다.

어린 내가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기는 그 지옥같은 훈련소에서 할 수 있는 놀이란 그런 것 뿐이었으니까.


“그럼 다른 녀석들은 총으로 하는거지?”

“네! 그렇습니다!”


신과 술이 내심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자 앞인지라 대놓고 고개를 돌리진 못했지만 힐긋 쳐다보는 눈빛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주축으로 사용하는 것들을 배우는거야. 하나를 배운다고 다른걸 안배울거란 생각은 안했을거라 생각할게.”


그녀는 정장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낸 머리에 걸치듯 올려놓았다.


“담배 피워도 괜찮지?”

“상관없습니다!”

“있었어도 필거라 괜찮아.”


-탁.


기분이 좋은걸까.

녀석은 우리에게 선택한 무기를 건네주곤 검은 연기를 뿜으며 우릴 다시 쳐다보았다.

오븐 속 쿠키 반죽을 보는 어린 아이의 시선이 저럴까.

어린 아이로서는 몰라도 쿠키 반죽의 입장으로서는 딱히 좋은 시선은 아니었다.


“오늘 훈련은 잘 따라와줘서 고맙다. 한 달 중 가장 빡센 난이도가 이런 느낌이야. 물론 너희가 얼마나 성장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럼 난 바빠서 다시 가볼게. 무기랑 익숙해져 있어. 내일은 그거 알려줄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


뒤돌아가는 녀석의 뒷모습은 누가봐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렇게 모습이 풀숲으로 사라지고 몇 십초 후.

두 녀석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 앉았다.


“와따··· 개 빡세다니까 저 분은.”

“그 말은 동감이다 원숭이. 마지막에 발소리 안들리는거 봤냐?”

“그러니까.”


나도 저런 반응을 보였었겠구나.

저건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심이지.

진짜 무서우면 저렇게 웃으면서 말 못하지.


“뭐야. 어디가?”

“시체 치우고 연습하러간다.”

“엥? 벌써?”


신은 무심히 발걸음을 옮기는 진에게 말을 걸었다.

대답을 실천하러 가는 녀석을 보며 신은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저 녀석도 미친놈이야. 안그래 동생?”

“나?”

“그래 너 임마. 누가봐도 너가 젤 막내라고.”


앞으로 짬처리는 내 담당이겠구나.


“자자! 우리도 시체 치우는거 돕자.”

“엥, 야 막내. 그냥 닥치고 있어 저 덩치가 알아서 하겠지.”


술에게 눈치를 보내자 녀석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오케이 가자 막내야!”


신이 소리치는 소리와 함께 사원에서의 둘째 날이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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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스승 24.05.15 12 1 12쪽
7 하산(2) 24.05.13 12 1 10쪽
6 하산 24.05.12 17 1 12쪽
5 말도 안되는 임무 24.05.11 20 1 11쪽
4 목표 24.05.10 27 2 11쪽
» 둘째날 24.05.09 35 2 12쪽
2 회귀하다. 24.05.08 51 1 13쪽
1 프롤로그 24.05.08 57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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