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끄적임, 경멸

병(病)

병이란 가장 강력한 충고다.

연락하지 않음을 탓하는 친구다.

친구 없는 인생은 독보적(獨步的)이고

병 없는 인생은 옳기만 하다.

한 세월 세상을 이 몸이 견뎠는지

이 세월 한 몸을 세상이 견뎠는지

나 모르고 홀로 걸을 뿐으로

유감(有感)도 없이 시대를 보았으나

누운 채 본 세상 참으로 달라

여기 몇 마디 말로 유산을 삼는다.

바삐 걷는 자 부르노니

세계를 외면할지언정 오늘 눈 마주친 자를 외면하지 말 것이며,

가르침 받은 자 부르노니

스승의 육(肉) 부정할지언정 오늘 너 가진 빵을 부정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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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12/31 수정

[로넬리]

슬그머니 보고 지나쳤을 뿐인데, 길게 여운을 남겨주는 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rupin]

감상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