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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재수 님의 서재입니다.

공주님 탱 좀 서주세요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재수재수
작품등록일 :
2023.12.15 17:19
최근연재일 :
2024.01.03 01: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908
추천수 :
6
글자수 :
88,185

작성
23.12.16 01:00
조회
163
추천
2
글자
11쪽

프롤로그 1화

DUMMY

프롤로그


“전 일반인인데요?”

라고 말해봐야 씨알도 안 먹히겠지?

그만두고 싶다. 격하게 그만두고 싶다.

“그래도 우리 중에 너만 유일하게 던전 경험 있잖아.”

상사의 말에 원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예전에 던전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그걸 말하는 거겠지.

“이번에는 무려 랭킹 2위 헌터랑 가는 거니까 위험할 것도 없을 거고. 마음 편히 다녀 와.”

한국 랭킹 2위. 미인으로 소문이 자자한 S급 여성 헌터, 서단아.

그녀가 함께 간다지만, 그래도 던전이라는 곳이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니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아니, 그래도 일반인을 던전에 보내신다뇨? 게다가 보낸 탐사팀까지 실종됐다면서요? 그런 곳에 일반인을 보내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그걸 왜 나한테 따져? 상부에서 지시 내려왔으니까 까라면 까야지.”

그 말에 원우는 제 책상 앞으로 넘어온 공문을 쓱쓱 훑으며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공문과 함께 첨부된 사진에는 남산 타워로 올라가는 길 한복판에 떡하니 나타난 원형 구체의 사진이 여러 각도에서 찍혀있다.

이것이 바로 게이트.

다른 차원으로 연결되는 그 구체에는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5:995:12:48]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다른 게이트에선 볼 수 없는 이 숫자.

매초마다 점점 숫자가 떨어지고 있는데 누가 봐도 이건 좋은 신호가 아니겠지.

덕분에 남산 근처 집값은 해마다 뚝뚝 떨어지고 있다.

“아무튼, 만나보고 이야기도 나눠 봐. 그럼 생각이 바뀌겠지.”

“···하아, 알겠습니다.”

말단 공무원답게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냐.

내 일은 원래 던전 발생 신고가 접수되면 일련번호나 매기고 던전 등록 관리 절차에 따라 유관 부서로 떠넘기는 단순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사무직’이었는데 던전에 가라니.

‘이건 너무하잖아!’


***


한편.

단아는 게이트 앞에서 팔짱을 끼고 발만 탁탁 두드렸다.

이번 의뢰는 정부에서 요청한 던전 구조 의뢰다.

의뢰 목표는 언제 과포화로 터질지 모를 일명 ‘숫자 던전’에서 실종된 탐사대를 찾을 것.

딱히 돈 되는 던전이 아니라 헌터들도 잘 드나들지 않는 상태로 방치된 채 시간만 흘러 언제 던전 브레이크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의뢰로 약속된 보수는 꽤 짭짤했다. 게다가 등급도 낮은 던전이었다.

고작 E급 던전을 중소길드도 아니고 S급 랭커인 자신에게 의뢰한 이유가 신경 쓰여서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조금 있다가 안내원이 자세한 정보를 설명해주기로 했으니 그때 브리핑을 듣고 결정해도 된다.

만약 계약서에 장난질해놓은 거면 계약 파기하고 언론사에 제보해 버려야지.

“그런데 뭐야? 담당자 왜 이렇게 늦어? 공무원 놈들, 지들은 철밥통이라고 진짜 일 거지 같이 하네.”

아까부터 화났던 게 그것 때문이었다.

안내원을 붙여준다 했으면 빨랑빨랑 올 것이지 왜 이렇게 늦어?

슬슬 짜증이 극대 달했을 때였다.

“으아아! 죄송합니다. 제가 많이 늦었죠? 헤헤! 게이트 안전 관리부의 장원우라고 합니다.”

단아의 시선이 원우가 보여준 공무원증으로 향했다.

‘게안부 소속······ 9급?’

“그냥 9급? 헌터 등급이 아니라?”

당황한 단아의 입에서 마음의 소리가 육성으로 튀어나왔다. 게안부 소속의 공무원증에 헌터 등급이 아니라 공무원 급수가 적혀있다니? 이건 헌터직 공무원이 아니라 행정직이란 소리잖아?!

“저······, 왜 그렇게 보시나요? 뭔가 문제 있나요?”

원우가 멍청하게 머리를 긁적이자 결국 단아의 인내심이 폭발했다.

“문제? 이게 문제가 없어 보여요? 전 브리핑이 끝나면 담당 공무원이 저와 함께 들어간다고 알고 있었는데요?”

“그런데요?”

“아무리 봐도 행정직처럼 보이잖아요!”

“아, 저는 그저 뒤에서 따라다닐 뿐이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언뜻 뻔뻔해 보이는 녀석의 말에 단아는 이를 꽉 깨물었다.

‘이런 개 그지 같은!’

계약에 던전에서 일반인을 호위하라는 내용은 없었잖아!

정신이 아뜩해졌다.

게다가 저 인간 패션 센스는 또 뭔데?

늦은 걸 따지려던 말문까지 턱 막힐 정도로 괴랄한 스타일이었다.

머리에는 발광 스킬이 기본 탑재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광부 모자를 쓰고, 귀에는 해골 귀걸이가 걸려있다.

특수 옵션이 있을 것 같은 나비넥타이, 가죽재킷과 편의점에 담배라도 사러 갈 것 같이 생긴 반바지, 노란 고무장화가 주는 부조화.

마지막으로 손에 든 잠자리채까지! 무기의 컨셉으로 보아 드랍률이나 아이템 희귀도 확률 증가 옵션이 걸려있을 게 분명했다.

이래서 게안부(게이트 안전 관리부)가 개안부(개같은 안전 관리부)라는 소리 들으면서 욕을 처먹는 거다.

정부 의뢰로 던전 깨러 들어가면 서포터로 따라오는 공무원들이 열에 아홉은 파밍 템으로 도배하고 나오니까!

원우의 복장에 골치가 아파진 단아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 XX 눈갱!’

그래. 100번 양보해서 패션 센스는 그렇다 치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아이템 효과는 뭔데?

“···하아, 우리 어느 던전으로 들어가는 지는 아시죠?”

“네. 그런데요?”

“왜 물리 방어력 안 챙겼어요?”

“어, 그야 저는 후방에서 지원하는 서포터니까요?”

“···미치겠네. 그 장화는 뭔데요? 물저항은 필요 없을텐데.”

“아, 이건 소방관의 장화라고 화속성 내성이 있어서요.”

단아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


-네, 게이트 안전 관리부입니다.

“저 서단아입니다. 배송이 잘못 와서 그런데요. 제 담당자 바꿔주세요.”

-담당자 장원우 씨하고 지금 같이 계신 거 아닌가요?

단아의 고개를 옆으로 스르륵 돌렸다.

원우는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린 단아와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었다.

옛말에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

“저기요, 지금 저랑 장난해요? 4렙 가방을 갖다 놓고 담당자라고? 미쳤어? 신종 살인법이야? 니들, 솔직히 짬때리기 한 거지?”

당연히 웃는 낯에도 침 뱉을 수 있다!

“저기, 아무리 그래도 4렙 가방은 너무한데요, 차라리 후라이팬이라고······.”

“짬 때리기 폭탄 돌리다가 걸린 짬찌 보낸 거 맞잖아!”

“컥! 짬찌라니.”

옆에서 원우가 쭈글쭈글해져도 단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통화를 이어갔다.

“사고 터진 E급 던전 현장에 헌터직이 아니라 행정직을 보내요? 제정신이야?”

-서단아 씨, 진정하고 차근차근······.

수화기 너머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요청한 건 던전 가이드지 이런 짐짝이 아니거든요? 행정 담당자가 누군지는 상관 없는데요, 지금 당장 현장 담당자 E급 이상 헌터직으로 바꿔주세요.”

-그건 곤란한데요. 일단 해당 던전이 E급······.

“그 E급에서 사고가 나서 연구팀이 실종됐는데 그럼 Unknown 등급이지 그게 어떻게 E급이야!”

-아직 전산상으로는 그 던전이 E급이고, 단아 씨가 S급이라서 일반인 담당자가 동행해도 행정상 문제가 없······.

“야이, 씨X! 나 혼자 가고 만다.”

-서단아 씨, 죄송하지만 던전 진행기록을 남겨야 해서 동행자 없이 던전 진입시에는 계약 위반으로 3배의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뭐? 야! 개안부 이거 완전 또라이들 아냐!”


***


결과적으로 단아와 게안부는 극적인 타결점을 찾으며 휴전 상태에 돌입했다.

가까운 F급 던전 중 한 곳에서 일반인 담당자 장원우의 생존력 테스트라도 해봐야겠다는 단아의 말에 게안부 부장이 허락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럼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데리고 가 봐서 영 못 써먹겠으면 다시 연락할 테니까 그 때는 무조건 현장 담당자를 헌터로 바꿔요.”


이런 건 계획에 없었는데······. 원우는 부장에게서 온 문자를 떠올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넌 일을 대체 어떻게 했기에 한 시간도 안 돼서 담당자를 바꿔달라는 전화가 와!


부장 새끼, 실질적 문맹이 분명했다.

‘일처리가 문제가 아니라 S급 님이 원하는 건 처음부터 행정직이 아니라 헌터직이었다고······.’


-너 이번에 테스트 합격 못 받으면 다음달 인사평가 작살날 줄 알아라.


“에휴······.”

“그 장비로 E급 던전도 들어가려고 했었잖아요. 뭐가 문제인데요?”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사람을 지옥으로 떠밀다니,

미녀인 줄 알았는데 그냥 마녀였네.

내가 가진 무기라고 해봤자 왕잠자리채 하나 뿐인데 붙은 공격력 관련 옵션이라고는 고작 마법 데미지 소량 증가 뿐이다.

마법도 못 쓰는 사람에게 마법 데미지 증가 옵션이라니.

“하하하···.”

그냥 남들처럼 S급 비위나 맞춰주면서 브리핑하고 조용히 쫓아다니면서 꿀이나 빨 생각이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S급 헌터가 땅에 버리는 잡템만 주워도 서울에 집 한 채는 살 수 있을 정도라 들었다.

그러니 이 기회에 용돈 좀 짭짤하게 벌어볼 생각이었는데.

‘젠장.’

원우가 속으로 눈물을 훔치며 잠자리채를 다시금 그러쥐었다.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삐걱거릴 정도로 연약한 잠자리채.

이럴 줄 알았으면 물리 데미지 정수 증가 붙어있는 농부의 수확낫을 가져왔을 거다.

“앞 좀 보세요. 오잖아요.”

굴 안을 얼마 들어가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고블린 여덟 마리가 꾸역꾸역 밀고 나왔다. 그러고는 부채꼴 모양으로 포위하듯 섰다.

일반인도 잘 하면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고블린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론 인간보다 무리 지은 고블린이 훨씬 강한 편이다.

그런 고블린들이 섣불리 공격하지 않는 건 아마 뒤에 서 있는 S급 헌터, 서단아 때문이겠지.

‘이게 호가호위인가?’

슬쩍 뒤돌아보자 단아가 팔짱을 끼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고블린 한 마리가 늘어뜨린 몽둥이를 휘적휘적 흔들며 자세를 낮추고 경계심 깊은 눈빛을 보냈다. 킬각을 재는 것이다.

“저기, 위험하면 도와주실 거죠?”

“그럼요. 팔다리 한두 개쯤 날아가면 끼어들게요.”

“그 전에 도와주시면 합니다만······.”

단아가 전혀 전투에 끼어들 낌새를 보이지 않자 고블린 한 마리가 냅다 달려들었다.

“끼끼끼!”

“으아아악!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원우는 잠자리채를 끌어안고 옆으로 굴러 달려오는 고블린을 피했다.

단아가 하품을 하며 관전만 하는 것을 확인한 고블린들은 자신감이 붙은 모양인지 끽끽대고 발을 구르며 달려들 준비를 했다.

다시 한 번 다른 고블린이 몽둥이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는 높이 점프했다.

“잠깐! 잠깐만요! 저한테 왜 이러세요?! 저도 그냥 위에서 까라니까 까는 거라고요!”

샤샤샥, 엉덩방아를 찧은 채 뒤로 물러난 원우의 오금 사이로 고블린의 몽둥이가 처박혔다.

쾅!

바닥이 움푹 패이며 흙먼지가 날렸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가져온 장비가 그건가요?”

“아니, 이래 봬도 좋은 장비만 골라온 거였······. 으악?! 왜 저만 가지고 그래요?! 사람 살려!”

“이러니까 게안부가 개안부라고 불리는 거예요. S급 등에 빨대 꼽을 생각에 신나셨겠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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