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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재수 님의 서재입니다.

영주님의 신병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재수재수
작품등록일 :
2023.01.09 16:38
최근연재일 :
2023.03.29 19: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4,953
추천수 :
179
글자수 :
183,276

작성
23.01.27 19:00
조회
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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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2화 현대요리

DUMMY

뜨거운 국물이 쏟아지자 그 옆에 쓰러져있던 녀석들까지 덩달아 같이 비명을 질렀다.


“크하하하하! 비명을 지르거라! 더 크게 절규해라!”


미끄러운 바닥과 내 광기에 달려오던 놈들이 주춤거리며 공격을 망설였다.

남들이 보기엔 내가 미친놈처럼 보이겠지.

하지만 이게 다 상대의 사기를 꺾으려는 작전이다.

검이나 창과 달리 도끼와 둔기는 정확하고 빠르게 휘둘러야 위력이 나오는 무기이기 때문!


‘그렇게 겁먹어주면 나야 좋지!’


방해물을 피해 좌우로 멀리 돌아오는 남자 둘을 곁눈질로 확인한 나는 왼쪽에 고기 담던 기름진 쟁반을 던지고 오른쪽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당연히 깜짝 놀란 상대는 급하게 도끼를 휘둘렀는데 이런 어설픈 도끼질 따위.


“하! 쉽구먼!”


충분히 휘둘러지기 전에 가까이 붙어 도끼를 빼앗고 유리검 손잡이로 녀석의 뺨을 있는 힘껏 때렸다.

빡! 소리가 들린 걸 보니 이빨 좀 많이 나갔겠네.


“하하하하핫! 다 덤벼!”


오른손에 유리 검. 왼손에 도끼를 들고 진심으로 마음껏 웃었다.

생각해보니 마력이 없는 건 상대도 마찬가지였구나?

같은 조건에서 싸우면 난 최강이다.

이놈들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아.’


고블린도 하나하나는 별거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모험가들이 얕보다가 당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 기세를 몰아 한 번에 역전하고 싶은데···.


‘왜 나만 싸우는 기분이지?’


분명 여기엔 나 말고도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몇 있었다.

사단장이나 종업원. 그리고 몇몇 손님들까지.

그런데 그들의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혹시나 하고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사단장의 가족과 얼마 없던 손님들이 눈에 들어왔다.


“허? 거기! 보고만 있지 말고 좀 도와주시죠?!”


내 외침에 그제야 눈치만 보던 사람 중 몇 명이 슬금슬금 움직였다.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꼭 소리 지르게 만드네.


“안 그래도 지금 도와주려던 참이다.”


내 말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역시 사단장이었다.


“뭐 하시다가 이제 오십니까?”

“시민 안전 확보와 신원확인. 그리고 지원군을 요청하느라 시간이 걸렸군.”

“그것참 든든한 하네요. 하지만 느긋하게 지원군을 기다리다간 제가 못 버틸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잘 싸우더군. 좀 과한 것 같긴 하다만.”


그렇게 말하며 사단장이 바닥에 피 흘리는 놈들을 가리켰다.


“그럼 맞아줘야 합니까?”

“아니, 우리 딸 구해줬는데 이 정도 문제는 내가 처리해주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사단장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각목 하나를 주워들었다.

아니, 주위에 좀 더 위력적인 무기들도 많은데 왜 하필 저걸 집었지?


‘···뭐, 무기는 개인 취향이니까 따지지 말자.’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무기 때문에 말이 많은데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적의 사기가 꺾인 지금이 바로 기회다.

다행히 사단장이 먼저 움직여준 덕분에 용기를 얻은 일반 시민들도 각자 무기를 주워들었다.

이걸로 쪽수는 대충 맞춰졌네.


“그럼 전원!!! 공격!!!”


내가 사람들과 함께 소리 지르며 달려들자 놈들의 진형이 무너졌고 그와 동시에 진압대가 밀고 들어오며 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



[무장 탈영병과 범죄조직]

아나운서/ 김하은 [뉴스 속보 알려 드립니다.]

[금일 오후 10시 30분. 경찰이 어떤 한 비즈니스호텔에 숨어있던 조직폭력배를 검거했다는 소식입니다.]

[이 때문에 다섯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십여 명이 넘는 일반 시민이 수 시간 동안 인질로 잡혀있는 등의 여러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조직은 다른 범죄조직과도 연관 있다는 증거가 밝혀지며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임기철 기자.]

기자/ 임기철 [네. 기자 임기철입니다.]

아나운서/ 김하은 [어떻게 이런 커다란 조직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건가요?]

기자/ 임기철 [네. 아직 경찰의 공식적인 성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이들중 대다수가 호텔의 VIP로 등록되어있었던 것을 봐선 뇌물을 통한 입막음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나운서/ 김하은 [그렇군요. 그런데 왜 이제야 발견된 것인가요?]

기자/ 임기철 [경찰과 헌병이 호텔에 숨은 탈영병을 체포하려다가 우연히 범죄 조직을 발견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나운서/ 김하은 [그럼 그 탈영병과 범죄조직이 관련 있을 수 있다는 뜻인가요?]

기자/ 임기철 [예, 그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나운서/ 김하은 [그럼 탈영병은 어떻게 되었나요?]

기자/ 임기철 [호텔에 숨어 있던 탈영병은 무기를 휘두르며 저항했지만, 다행히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김하은 [알겠습니다. 이 상황에 대한 대중의 의견은 어떤가요?]

기자/ 임기철 [글쎄요. 경찰이 이 범죄조직을 더 빨리 찾지 못한 것에 대한 비난적인 여론이 많았습니다.]

아나운서/ 김하은 [임기철 기자님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기자/ 임기철 [아직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도 안 되었기에 별다른 진전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이것이 다른 큰 사건의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아나운서/ 김하은 [어째서죠?]

기자/ 임기철 [연루된 사람 중 고위공무원이 있던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삑.


뉴스를 보다가 TV를 꺼버린 사단장이 날 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미리 사과하지. 미안하지만 군법회의는 피할 수 없을 것 같구나.”

“그건 이미 각오했으니까 괜찮습니다.”

“미안하군. 그래도 내 힘 닿는 데까진 도와주지.”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철창 밖에 있던 사단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내일 다시 오지.”


내가 구금된 곳은 영창으로 보내지기 전 임시로 보내지는 구치소 같은 곳이었다.

화장실과 세면대가 하나 있고 바닥이 미묘하게 푹신한 넓은 방.

아마 나같은 사람 몇 명 같이 수용하는 곳 같았는데 지금은 나 혼자뿐이었다.

밖에 군복을 입은 간수가 한 명 있긴 했지만, 사단장이 나가자마자 핸드폰을 두드리는 걸 보니 이쪽엔 관심도 없는 모양이네.


‘하아··· 결국 이 지옥에서 탈출하진 못했구나.’


직접 눈으로 본 바깥 세계.

정말로 이 세계엔 마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마법도 없으면서 마법으론 불가능한 것을 해낼 수 있는 문명과 문화. 그리고 음식.’


저쪽 세계에서 이제 막 마법으로 품종계량한 식품도 여기에선 오히려 그게 당연했다.

다만, 이렇게나 서로 다른 문명에서도 악인은 여전히 사회의 문제였고 친절하고 좋은 사람은 언제나 부족했다.


‘똑같아. 그저 다른 세계일 뿐이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아니었다.

그저 마나 없이 발전해온 또 다른 세계였을 뿐.

그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나는 바닥에 편히 누워 천천히 눈을 감았다.



***



다음 날 아침.

저택에서 눈을 뜬 나는 샤워실로 가서 마법을 사용했다.


“클리닝.”


회전하는 물의 소용돌이가 몸이나 물건을 씻겨주는 간단한 2서클 마법.


‘마법이 없으면 불편할 줄 알았는 데 전혀 아니었어.’


우리 쪽 세상에선 마법이 없으면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필수적이었다.

설거지를 하거나 샤워를 할 때는 물 마법이 필요하고 요리하려면 불 마법이 필요한 게 당연한 세상.

그러니 마법이 없으면 당연히 이런 단순한 샤워조차 못 할 줄 알았는데 설마 온수까지 나오다니?

게다가 손잡이를 돌리는 것만으로?


‘···나도 그런 걸 만들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연병장에 무릎 꿇고 있는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놈을 처벌을 잊고 있었네.


“공자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기사들의 진심 어린 사과에 피식 웃었다.

어제는 그렇게 화났는데 저쪽에서 맛있는 걸 먹고 오니 놀라울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네.


“너희들은 운이 좋아.”

“예?”

“부대장.”

“네!”


내 부름에 기사들 사이에 있던 아이언 라이트가 벌떡 일어났다.

뭐야? 이 녀석은 왜 거기서 나와?


“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거기 있었냐?”

“그, 죄송합니다!”

“아냐. 딱히 화내는 거 아니니까 일로 와 봐.”


내가 손짓하자 아이언 라이트가 기사들을 피해서 앞으로 나왔다.


“전원 그 상태로 들어라. 이번에 부대장으로 승격한 아이언 라이트라고 한다.”

“아이언 라이트라고 합니다!”

“그래. 내가 없을 땐 부대장 말을 듣도록.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전원 기상.”


내 말에 기사들이 벌떡 일어났다.


“내가 시키는 일 하나만 해주면 용서해주지.”

“그···게 무엇입니까?”

“가보면 안다. 전원 앞으로~ 가!”


그렇게 기사들을 이끌고 기사단으로 향했다.

화장실을 만든다면서 왜 저택으로 안 가고 기사단으로 가느냐?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저택보다 기사단 건물이 강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오늘 안에 여길 다 판다. 실시.”

“네? 공자님?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여길 판다고. 아! 맞다. 잘못 말했구나? 여기가 아니라 여기부터 저 멀리 강줄기까지 다 팔 거다. 오늘 안에.”

“예?!”

“뭐해? 얼른 삽 안 들고?”


내가 호통치자 머뭇거리던 기사들이 마지못해 삽을 들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작업 시작하겠네.


‘하수로가 완성되면 화장실뿐만 아니라 샤워실도 개선해 볼 수 있겠어. 이리스에게 보여주는 건 이쪽이 더···.’


꾸르륵~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가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냈다.


“···너희들 설마 아침부터 밥도 안 먹고 있었냐? 아니, 언제부터 안 먹고 있었냐?!”

“그··· 술이 깬 이후부터입니다···.”

“어제부터라고? 너희 전부다?”


내 물음에 다들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이 멍청이들아. 나한테 용서받더라도 체력이 문제가 생기면 안 되잖아. 체력 없는 기사를 어디에 쓰겠냐.”

“죄송합니다.”

“아니, 됐으니까 다들 기다려라.”


기사는 누구보다 강하고 정직하고 우직하기에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멍청한 놈들이 그중 두 개나 어기고 있다니.


‘진짜 멍청한 놈들이네.’


한숨을 쉬며 저택으로 돌아간 나는 주방에서 뭔가 먹을 게 없는지 찾아봤다.


“토마토랑 파스타? 아, 그러고 보니 저쪽에도 파스타랑 비슷한 게 있었지?”


몇 가지 실험해볼까.

주방 서랍에서 커다란 냄비를 꺼낸 나는 면을 삶으며 어제 맛있게 먹었던 요리를 떠올렸다.

그 파스타의 단맛과 새콤함은 분명 토마토의 맛이었지?

그리고 작게 자른 고기와 마늘 향도 느껴졌었다.


“어떻게 만드는 게 좋으려나.”

“어라? 공자님 여기에서 뭐 하십니까?”


그러던 중 마침 주방장 아저씨가 주방으로 들어왔다.

하얀 앞치마와 하얀 빵모자를 쓴 중년남성.

우리 가문 요리를 담당하는 최종 책임자이며 아버지의 둘도 없는 오랜 친구 중 한 명이다.

즉, 나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저택에서 몇 안 되는 직원 중 한명이라는 뜻.


“오랜만이네요. 다름 아니라 요리 좀 해보려고요.”

“학교에서 요리도 배우셨습니까?”

“하하. 마법 학교 다닐 때 취미로 요리하다 보니 저절로 늘더라고요. 그보다 도와주실래요?”

“예. 그런데 뭘 만드시는 겁니까?”

“어··· 토마토 파스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 mancho
    작성일
    23.02.13 14:02
    No. 1

    크~ 그래 군대에서 갈구고 찔부리는 나쁜것만 배우지 말고 병사들 밥도 잘 멕이고 관리하는 법 같이 좋은것도 배워야지! 당장 부사관 지원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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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멧돼지 +1 23.02.27 272 6 11쪽
24 24화 대신관 23.02.24 27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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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화장실 +2 23.02.08 36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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