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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랑괴행 님의 서재입니다.

우주해병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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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랑괴행
작품등록일 :
2024.09.0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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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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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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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 불시착.

DUMMY

10. 불시착.


칼튼 대령의 한마디로 운명이 결정되었다.


맹렬한 경고음과 함께 초계함 전체가 전율을 일으키며 대기권 내에서 공간도약의 준비를 시작했다.


모든 시스템이 초과 작동 상태에 돌입하면서 초계함 주변으로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공간 자체가 왜곡되며 광선과 먼지가 이리저리 흩날렸다.


공간도약의 진동은 초계함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통제실의 모니터들이 깜빡이며 에너지 수치의 급격한 변동을 보여주었다.


강력한 에너지 파동이 초계함의 내외부를 감싸면서 주변 공간이 마치 물결치듯 요동쳤다.


휘몰아치는 에너지 폭풍 속에서 초계함의 외부 방어막은 거의 즉시 소진되었고 내부 구조도 압력에 견디지 못해 일부가 함몰되기 시작했다.


대기권에서의 강제 공간도약은 그 자체로 극히 위험한 도박이었다.


도약이 진행되는 동안 운타 행성의 대기는 격렬하게 뒤흔들렸다.


초계함에서 발산되는 엄청난 에너지가 행성의 자기장과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행성 전체에 끔찍한 파괴를 가져왔다.


도약 시 발생한 에너지 폭발은 초계함을 순간적으로 다른 차원으로 밀어내면서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켰다.


분자들이 끊임없이 분열하고 재조합되는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


이 충격파는 대기 중의 분자들을 고속으로 가속시켜 대기를 들끓게 했다.


폭발의 중심에서는 에너지가 가시광선을 넘어선 강렬한 광채를 발산하며 주변으로 거대한 에너지 도넛 형태의 파동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파동은 행성 표면을 가로질러 거대한 균열을 만들어 내며 산맥을 순식간에 부수고 대륙을 갈랐다.


운타 행성에 서식하던 비스트들은 이 충격파에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


무수한 비스트들이 충격파에 휩쓸려 순식간에 생명을 잃었고 행성의 생태계는 송두리째 파괴됐다.


비스트들의 울부짖음과 공포의 비명이 행성 전체에 울려 퍼졌으나 그 소리조차도 에너지의 폭발적 파도에 삼켜졌다.


행성의 대기는 불안정해져 이온화된 입자들이 대기를 이루는 가스와 반응을 일으켜 대기 자체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하늘은 일순간에 환하게 밝아졌다가 곧 어둠에 휩싸였다.


이 현상은 마치 우주에서 볼 수 있는 초신성 폭발과 같은 광경을 연상시켰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초계함의 공간도약이 온전하지 않았다는 점이랄까?


온전한 공간도약이었다면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잡아도 한순간에 운타 행성의 절반이 사라졌을 테니까.


다만 행성 표면의 모든 걸 쓸어버린 현상을 다행이라 보기도 어려웠다.


*


불행히도 초계함 역시 무사할 수 없었다.


무려 대기권에서 심지어 방어막과 장갑조차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공간 도약하지 않았던가?


에너지의 폭풍 속으로 진입하는 순간 초계함은 결국 극한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기 시작했다.


공간의 왜곡은 모든 구조물을 으스러뜨렸다.


에너지 폭발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초계함의 몸체는 내부에서부터 격렬하게 비틀리며 찢어졌다.


함선의 중앙 구조부가 먼저 붕괴하기 시작했고 굉음과 함께 금속 프레임이 꺾였다.


강철이 뜨겁게 용해되는 듯한 열기 속에서 에너지 배관과 케이블들이 끊어지며 불꽃을 튀겼다.


이 폭발적인 에너지는 초계함의 전력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시켜 불이 꺼지고 모든 전자기기가 한순간에 정지했다.


충격파는 함선의 뒤쪽 엔진 부분 역시 통째로 찢어냈다.


거대한 금속 조각들이 공간의 불특정한 지점으로 휩쓸려 갔고 소리조차 우주 공간에 삼켜져 그 어떤 메아리도 남기지 못했다.


초계함의 각 구역은 일순간에 압축되었다가 확장하며 마치 종이가 찢기듯 한 조각 한 조각 떨어져 나갔다.


순간적으로 초계함 내부의 압력이 급변하면서 승무원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거나 생존했다고 해도 극심한 상처와 충격으로 인해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공기는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고 생존 필수 장비마저 작동을 멈추었다.


초계함의 형체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그 일부만이 정체불명의 공간을 맴돌았다.


전부 파괴되고 몇몇 큼직한 잔해들만 공간도약의 뒤틀린 통로를 빠져나왔다.


우주 공간 위로 서로 느리게 회전하며 맴돌던 잔해들은 미지의 행성의 대기권에 진입하며 마지막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이름 모를 행성의 표면은 다양한 생명체로 가득 찬 비옥한 풍경을 자랑했다.


그러나 초계함의 잔해가 행성에 도달하면서 이 평화로운 풍경은 참혹한 혼란에 휩싸였다.


하늘은 잔해들이 고속으로 진입하면서 발생하는 마찰열로 인해 붉게 물들었다.


갑작스러운 빛의 폭발이 별빛을 잠식했고 떨어지는 잔해들이 만들어 낸 열기로 인해 주변의 공기가 요동쳤다.


이 열기는 순식간에 행성의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들며 강렬한 바람과 먼지의 폭풍을 일으켰다.


거대한 잔해들이 땅을 강타할 때마다 충격파와 함께 깊은 구덩이들이 형성되었다.


수풀과 나무들이 강력한 충격파에 의해 뿌리째 뽑혔고 동물들은 경악과 공포 속에서 도망쳤다.


일부 잔해들은 크고 아름다운 호수를 중심으로 추락했다.


그로 인해 수면 아래 잠재되어 있던 진흙과 퇴적물이 소용돌이치며 거대한 물보라와 함께 흔들렸다.


호수의 물이 격렬하게 요동치며 주변으로 확산하자 그 충격으로 인해 물가에 서식하던 생명체들이 물살에 휩쓸려 사라졌다.


추락 지점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고요한 숲도 이 재앙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숲속을 덮고 있던 무성한 식물들과 고목들이 불길과 충격파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찢기고 부서졌다.


*


서서히 의식이 돌아왔다.


눈꺼풀이 무겁게 들렸고 눈앞에 희미하게 펼쳐진 세계를 바라보았다.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풀밭.


‘여긴 어디···. 어떻게 된 거지?’


흐릿하게 기억 속을 떠도는 순간들이 마치 거대한 파도가 덮쳤다가 물러가듯이 서서히 정리되기 시작했다.


마지막 기억은 초계함의 긴급 공간도약과 그로 인해 발생한 격렬한 폭발과 에너지의 소용돌이.


마치 꿈속에서 보는 것처럼 흐릿하게 뭉개져 있었다.


공간도약 도중 겪은 오묘한 뒤틀림 속에서 번뜩이는 이미지와 감각들.


초계함의 구조가 붕괴하면서 펼쳐진 시간과 공간이 얽히고설킨 차원의 틈새.


물리적인 법칙이 무너지고 존재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 열렸다.


순간적으로 무수한 세계의 파편들 사이를 표류한다고 느꼈다.


색과 소리, 빛과 어둠이 서로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나마 모든 게 분해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의지와 생명의 본능이 현실로 다시 나를 이끌어 왔지만, 그것은 마치 다른 차원의 문턱에서 끌려 나온 것 같은 신비롭고도 불가사의한 경험이었다.


“쿨럭!”


핏물이 입에서 터져 나왔다.


‘전부. 결국 전부 죽은 건가···.’


스틸아머를 바라봤다.


강철 갑주는 참혹한 손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무차별적인 충격과 열에 의해 찌그러지고 갈라졌고 어깨와 팔 부위의 갑옷은 특히 심한 타격을 받아 뜯겨 나간 듯 휘어있었다.


가슴판 역시 불규칙한 균열이 가득했다.


곳곳에 검은 연기 자국과 탄 자국이 선명했고 갑옷 전체가 고철로 보일 정도로 산산이 파괴되어 있었다.


다만 함선은 물론 갑옷까지 산산이 파괴되는 끔찍한 충격이었을 텐데 정작 파손된 갑옷 아래 드러난 피부에는 그 어떤 상처도 없었다.


“콜록!”


메마르다 못해 거친 기침 소리.


갑옷이 이 지경인데 상처가 없었을 리가.


다만 회복된 것일 테지.


이미 경험하지 않았던가?


전신이 갈가리 찢겼는데도 불구하고 금세 회복되는 불가사의한 현상을.


핏물이 다시금 솟구쳤다.


“큭으! 쿨럭! 쿨럭!”


아직 완전히 회복되진 않은 듯했다.


“후우.”


누워 있는 모습 그대로 길게 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봤다.


마치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는 듯한 깊고 고요한 푸름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 깊은 곳에서 점점 더 농밀해지는 푸른색은 마치 대기권을 넘어 우주로 향하는 색처럼 점차 어두워졌다.


그 경계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그려진 깊은 파란색의 농도가 점점 더 진해지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끝없는 우주의 차가운 어둠을 떠올리게 했다.


우주해병으로 깨어나고 비스트의 습격으로 간신히 초계함으로 탈출하고 그 초계함마저도 결국 산산이 파괴되어버린 상황.


빈말로도 운이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우주.


그럼에도 이토록 안정적인 생태계가 조성된 행성은 그야말로 극소수.


시공간이 제멋대로 뒤틀리며 초계함마저 으스러졌는데 그 모든 죽음의 칼날을 넘어섰다.


차디찬 우주에 덩그러니 떨어졌다면 아마 죽음에 이르렀겠지.


다만 생명유지 장치 역시 무사할 리 없었을 텐데도 생존했으니···.


이건 잘 모르겠다.


이 모든 불행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다는 말을 납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외에는.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움직일 수 없었다.


한 번 더 힘을 주어 일어나려고 하자 폐 깊숙한 곳에서부터 거친 기침이 터져 나왔다.


검고 붉은 피가 다시금 내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이 지경인데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이, 죽을 것 같다는 위기감조차 들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아이러니.


말없이 입매를 비틀었다.


몸을 일으키려던 시도를 포기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초록빛으로 물든 평온한 풀밭 사이사이 충격으로 산산이 부서진 금속 파편들이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었다.


일부는 땅에 깊숙이 박혀 있었고 잔해들 사이로 간헐적으로 보이는 불꽃과 연기 자국은 추락의 충격을 어렴풋이나마 그려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초계함 동체의 일부였다.


검고 거대한 금속 조각은 불규칙하게 찢겨져 나갔고 그 끝은 마치 뜨거운 열에 녹아내린 것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표면에는 얇은 기름막과 그을음이 뒤덮여 있었고 잔열이 아직도 약하게 남아 있는 듯한 붉은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동체를 구성하던 금속판들이 벗겨진 자리는 내부의 복잡한 배선들과 튜브들이 얽히고설킨 채로 드러나 있었다.


그 튜브들 사이로 소량의 유체가 새어 나와 풀밭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 근처로는 에너지 코일이 산산이 부서진 채 흩어져 있었고 몇몇 코일은 손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세한 전기장을 띄며 주변의 풀을 태우고 있었다.


곳곳에 보이는 작은 부품들과 전선 더미들은 함선이 한때 강력한 전자장비로 가득 차 있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제는 전부 고철 더미에 불과했지만···.


대우주시대를 열어젖혔다고 자부하나.


인류가 탐사하고 거느린 수천 항성계?


그래봤자 무한한 광대함 앞에는 한 톨조차 되지 않는 수준.


구출 신호?


그마저도 주변에 오가는 함선이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것.


고작 3주다.


그간 우주선을 만들 지식을 무슨 수로 쌓았겠으며 고철 더미에서 우주선을 만들 정도의 지식과 기술이 있었다면 정찰병 노릇을 하지도 않았다.


구출 신호를 보낼 장비라도 만들 수 있으면 다행인 상황.


“······.”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봤다.


한눈에 보기에도 안정적인 생태계.


이는 ‘실라리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증거.


물론 이 행성이라고 위험한 생명체가 없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비스트나 그림워커 같은 초월적인 괴물과 기계의 습격은 없을 터.


그만큼 이 행성에서 구출될 확률은 더욱 요원하겠지만 그래도 운타 행성보다는 낫다.


더 정확하게는 그랬으면 하는 작은 소망.


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


스틸아머는 심각하게 손상되었지만, 다행히도 기동은 가능했다.


말 그대로 기동만.


위이잉! 철컥!


이곳저곳이 찌그러지고 갈라져 있었고 열과 충격으로 인해 일부 부품들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끼이잉! 쿠웅!


움직일 때마다 갑옷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고 내부 시스템은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경고음을 계속해서 울렸다.


버리지 않음은 없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 때문.


무엇보다 파괴되지 않은 부품이 언제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 노릇.


전자 정보 같은 것을 얻거나 분석할 때도 필요할 테고.


주변에 흩뿌려진 잔해들을 지나 한때 초계함의 주요 부분이었던 파편들을 넘어섰다.


날카로운 금속 조각들과 불에 타버린 배선들이 발길을 방해했지만 육중한 강철 장화가 아무렇지 않게 짓밟아버렸다.


여하튼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다.


발길마다 금속 조각들이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이 튀어 올랐다.


파지직!


주 동력원인 핵융합로마저 망가졌기에 에너지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었다.


숨 쉴 수 있는 행성이라 산소 공급까진 염려할 필요는 없었으나 여하튼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필요한 자원을 확보해야 했다.


과연 쓸만한 것이 남아 있을까 싶었지만.


주변에 널브러진 초계함의 잔해들 속에서 쓸 만한 부품을 찾기 시작했다.


파괴된 금속판들과 그을음으로 뒤덮인 배선들 사이에 뭔가 눈에 띄었다.


작은 에너지 셀들이 일부 멀쩡해 보였다.


아마도 초계함 내부의 보조 전력 장치에서 분리된 것 같았다.


손을 뻗어 그중 몇 개를 집어 들었다.


“이건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에너지 셀은 스틸아머의 비상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남아 있었다.


곧바로 스틸아머의 전력 시스템에 연결해 보았다.


다행히 시스템이 에너지 셀을 인식하며 전력 수준이 약간 증가했다.


긴급 상황에서 약간의 시간이 더 확보되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마음을 안정시켰다.


다시 잔해더미를 뒤적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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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다른 수는 없다. +1 24.09.15 446 24 13쪽
8 8. 돌파. +1 24.09.14 418 17 12쪽
7 7. 칼튼. +2 24.09.13 440 16 12쪽
6 6. 폭발. +1 24.09.12 447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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