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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랑괴행 님의 서재입니다.

우주해병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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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랑괴행
작품등록일 :
2024.09.09 15:3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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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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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글자수 :
74,368

작성
24.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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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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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임무.

DUMMY

3. 임무.


어둠이 서서히 지면을 집어삼키기 시작했고 광활한 행성의 표면은 오묘한 빛깔의 낮과 밤이 뒤섞인 듯 흐릿했다.


거친 바람과 함께 먼지와 모래가 제멋대로 흩날렸다.


헬멧의 바이저와 스틸아머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의 흐름을 가만히 역추적했다.


거친 바람에 새겨진 미세한 흔적까지 전부.


바람에 실린 모래 한 알 한 알의 질량, 속도, 방향까지 모조리 감지했다.


초감각이나 다름없는 능력.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는 초정밀 기기보다도 탁월했다.


표면적인 물리적 접촉을 훨씬 뛰어넘어 에너지 변화와 공기의 진동, 심지어는 작은 생물의 생체 신호까지도 감지할 수 있었다.


이 특별한 감각을 인위적인 장비의 도움을 받아 더욱 확장했다.


기계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초감각과 결합하여 더욱 풍부하고 복잡한 정보로 재구성했다.


직접 보지 않고 듣지 못해도 적의 심장 박동을 느끼고 발아래의 토양 구성을 통해 지형의 특성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물리적인 세계를 넘어선 통찰력을 제공했기에 전술적 우위를 점하는 데 활용했다.


제논으로서 3주일.


그간 부여받은 단독 임무는 무려 네 번.


비스트와 첫 조우를 제외하고 단 한 번의 교전도 없이 무사히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 탁월한 성과 때문에 분대장으로 발탁된 것일 테지.


무수한 정보와 감각이 얽히며 새겨놓은 명확한 경로.


불가사의한 초감각이 그려내는 경로였다.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말없이 뒤따르는 네 명의 분대원들.


라나 코스타스, 타이론 벨, 엘리 슈미트, 마르코 페레즈.


전부 각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정예였다.


걸음을 옮기며 각 분대원을 살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볼 필요는 없었다.


보지 않고 듣지 않아도 파악할 수 있는 초감각은 상시 발동되고 있었기에.


생체 리듬, 장비의 미세한 소음, 심지어는 갑옷과 무기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흐름까지도 감지했다.


X1 스나이퍼 라이플을 등에 멘 금발의 푸른 눈을 지닌 라나 코스타스는 저격수답게 그 걸음걸이가 매우 신중하고 은밀했다.


반사 방지 모듈 등이 적용된 갑주는 주변 환경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HMG-9 중기관총을 움켜쥔 타이론 벨은 근육질의 거구답게 모든 동작에서 힘이 느껴졌다.


방탄 기능이 추가된 그의 갑주로 인해 몸이 더욱 거대해 보였다.


타이론 벨은 흑인이었고 밝은 갈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붉은 머리칼과 초록색 눈동자를 지닌 엘리 슈미트는 기술 전문가로 주변의 전자 신호를 지속해서 감지하고 해석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해킹 도구는 각종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데 필수였다.


비전투 요원에 가까웠기에 AC-5 피스톨을 허리 부근에 착용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구릿빛 피부의 갈색 머리칼을 지닌 사내, 마르코 페레즈는 폭발물 전문가로 T4 SMG를 움켜쥐고 있었다.


등 뒤에는 GTX-5 그레네이드 런처를 메고 있었다.


자동화 전술 지뢰 MX-4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각 사람당 4개씩 분배하여 이동 중이었다.


여하튼 이번 임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은밀함과 신속함.


지뢰 매설 전에 교전 상황이 발생하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간다.


너무 늦어도 곤란하다.


최적의 위치에 지뢰를 제때 매설하지 못하면 효율적으로 피해를 주기 어렵고 매설 임무는 성공하더라도 퇴각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사태를 맞닥뜨려야 할 테니까.


다만 가장 약한 비스트도 인간보다 월등히 탁월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개중에는 첨단기술을 넘어서는 감각을 지닌 특수한 개체도 있었다.


이런 놈들을 상대로 은밀하면서도 신속하게 이동한다?


사실상 불가능한 임무에 가까웠다.


정예 중의 정예라 할 수 있는 저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굳어있는 이유는 그 사실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저들 역시 알았다.


리덴 함대가 전멸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나처럼 이번 임무를 수락한 것일 테고.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다 죽는다는 사실 말이다.


칼튼 대령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


칼튼 대령은 무거운 책임감을 몸에 두른 듯 권위와 엄숙함이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겉모습은 분명 중년에 불과하건만 머리칼은 대부분 회색으로 변해 있었으며 이마의 깊은 주름은 그가 얼마나 많은 전투와 위기를 겪었는지를 드러냈다.


온갖 역경을 겪은 것이 눈빛에서도 드러났다.


군복은 에르 전초기지의 표준 장교복으로 짙은 회색 바탕에 흑색이 섞인 색상이었다.


견고하고 매끄러운 소재는 특수 제작된 합성섬유로 외부 충격과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군복의 어깨와 가슴판에는 복잡한 금속 장식이 붙어 있어 대령의 계급을 드러냈고 왼쪽 가슴판에는 에르 전초기지의 문장이 정교하게 자수처럼 새겨져 있었다.


전반적인 외모와 분위기는 엄격하고 단호한 군인의 표상 그 자체였다.


잠시 늘어진 침묵을 대령이 묵직한 어조로 갈랐다.


“그림 워커였다. 단 한 번의 습격으로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걸로 파악된다. 자세한 건 알지 못한다. 도피한 함선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한들 전초기지의 지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건 분명할 터.”


짧게 한숨을 내쉰 칼튼이 다시 말했다.


“초인공지능 ‘카이넥스’는 3강을 무너뜨리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그러니 누구도 리덴 함대를 습격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이것이 몇몇 장교의 예상대로 그림 워커 내 독자적인 움직임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단순히 군사적 우위를 넘어서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발전했다는 뜻일 테니···. 오히려 이로운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고심할 문제는 아닐 터.”


칼튼 대령은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내용을 곱씹었다.


그의 목소리는 고민과 우려를 담고 있었다.


“현재 상황은 심각하다. 리덴 함대가 몰락했으니 우리는 실라리온 공급 루트 중단과 함께 광범위한 전략적 공백에 놓이게 되었다. 이는 에르 전초기지뿐만 아니라 인접한 항성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운타 행성의 비스트가 갑자기 대규모 행동을 보이는 것도 아예 연관이 없진 않겠지.”


칼튼은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불안정한 불빛들이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다만 놈들의 체계는 인류나 그림 워커와는 다르다. 감각과 생체 신호 등을 기반으로 하는 체계의 특성상 불확실한 정보를 기반으로 움직였을 확률이 높다.”


칼튼 대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인지했다.


지금 기지를 향해 움직이는 대규모 병력조차 놈들에겐 선발대 수준에 불과하다는 소리.


“우리는 놈들에 비해 절대적 열세다. 적절한 공중 지원이 있었기에 그간 잠잠했을 뿐. 놈들에게 확신을 주면 그땐 모든 게 끝이다.”


칼튼 대령의 시선이 다시 내게 돌아왔다.


그의 눈빛은 결단력을 담고 있었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제 타격이 필요한 이유다. 병장이 실패한다면 놈들의 선발대는 어찌 막는다고 해도 그걸로 끝일 테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성공하면 무엇이 달라집니까?”


“우리가 퇴각할 시간. 함선을 건조할 시간이 필요하다. 총력을 기울인다면 초계함 두 척은 건조할 수 있을 터. 이미 건조 중이다.”


에르 전초기지의 총원이라고 해봐야 이백이 조금 안 된다.


초계함 한 척당 120명은 승선 가능하니 건조하는 것에만 성공하면 전원 퇴각할 수 있었다.


“해당 위치에 지뢰를 매설하면 그걸로 충분한 겁니까?”


칼튼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다. 그 약간의 여유만 있으면 된다. 따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함선이 거의 완공되었기 때문. 그간 정찰과 순찰을 더 많이 행한 이유는 놈들의 동태를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대응하기 위해서였는데 어쩐 일인지 계산했던 것보다 빠르다. 이는 비스트 역시···. 후우.”


짧게 한숨을 내쉰 칼튼 대령이 형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더는 긴말할 필요가 없겠지. 반드시 해내야만 하네. 알겠나?”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두근두근.


심장 박동 소리가 세차게 울려 퍼졌다.


살아있음에 감사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죽음을 직면해보지 못한 나약한 자들이 지껄이는 헛소리.


정말로 죽음을 직면한 자들은 그 먹먹함과 어찌할 수 없음을 안다.


지루하다고 허무하다고 태어난 것이 후회된다고 지껄이는 멍청함조차 한없이 소중해지는 순간.


시초 시초마다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새겨진다.


전장에 선다는 건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타이론 벨은 전신의 근육이 삶을 옥죄는 것처럼 응축되는 걸 느꼈다.


빌어먹을 괴물들.


본래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존재할 수도 없던 괴물들이다.


인류의 탐욕만 아니었더라면.


하지만 후회는 항상 늦다.


죽어도 상관없어! 라고 지껄이던 놈들이 입 밖으로 내장 조각을 뱉어야 하는 죽음 앞에 살고자 하는 열망으로 버둥거리는 모습을 몇 번이나 직면했던가?


다만 언제나 그랬듯 싸워야 한다면 싸우리라.


타이론은 말없이 HMG-9 중기관총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거침없이 걸음을 옮기던 분대장이 돌연 걸음을 멈춰 섰다.


마치 두려움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잿빛 머리칼의 사내.


저처럼 잘생긴 사내도, 저처럼 겁 없는 인간도 처음 봤다.


다만 정찰 임무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고 하니 경솔함에서 비롯된 모습은 아닐 터.


아니 이곳까지 무사히 돌파한 것만으로도 그 능력과 대담함을 인정하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분대장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손짓으로만 분대원들에게 위치를 가리켰다.


타이론 벨은 물론 모든 분대원은 일사불란하게 지정한 위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지뢰의 매설 지점, 적의 예상 동선까지 모든 정보가 머릿속에서 얽혔다가 재구성되었다.


분대원들의 위치를 조정했다.


분대원들 역시 내 지휘 아래 조용히 재빠르게 움직였다.


고요한 밤, 멀리서 부는 바람만이 그 존재를 알렸다.


주변의 모든 소리와 움직임을 감지했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굴러가는 소리, 멀리서 진동하는 비스트의 발걸음 소리까지도 분대를 둘러싼 환경의 모든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했다.


지뢰 매설 지점에 도착하고 조용히 신호를 보냈다.


각자의 위치에 자리한 분대원 가운데 마르코가 조심스럽게 지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각 지뢰는 정확히 계획된 위치에 배치되어 적이 접근하면 즉시 반응하여 폭발하도록 설정되었다.


끊임없이 주변을 주시하다가 라나에게 손짓했다.


라나는 저격 라이플의 위치를 조정하고 숨을 고르며 내가 가리킨 곳을 확인했다.


<비스트 접근 중, 남서쪽, 5km.>


라나가 조용히 분대 마이크로 전했다.


타이론이 중기관총을 거치하여 방어 준비를 하려고 하자 가만히 손을 들어 저지했다.


중기관총으로 막을 수 있는 숫자라면 이렇듯 지뢰를 매설하지도 않았다.


임무가 선제 타격이긴 하지만 적을 섬멸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는 병력이고.


어디까지나 시간을 충분히 끌고 퇴각하면 될 일.


모든 정보를 조합하여 최적의 루트를 계산했다.


마르코를 바라보자 지뢰 매설을 마친 상황.


분대원을 바라보며 다시 손짓했다.


틈과 틈을 비집고 움직임일 시간이다.


심장 박동의 고요한 울림 속에서 가상의 경로를 그려 나갔다.


주변 환경 사이의 연결고리를 타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명확하게 새겨졌다.


어둠 속을 이동하는 동안 모든 분대원은 내 신호에 의존해 은밀하게 위치를 옮겼다.


선두에 선 나는 끊임없이 주변을 살폈다.


작은 돌부리 하나까지도 피했고 바람이 먼지를 몰고 오는 방향과 속도까지 감지했다.


이윽고 저 멀리 뒤편에서 터져 나오는 빛과 굉음.


콰아아아앙!


매설된 첫 번째 지뢰의 폭발이었다.


눈매를 날카롭게 좁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9 똘추야
    작성일
    24.09.09 18:41
    No. 1

    재미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찻잔속풍경
    작성일
    24.09.09 20:12
    No. 2

    새로운 작품을 들고 오셨군요...
    새작품을 읽을때마다 어느순간부터 설명이 너무 붙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은 설명이 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글을 이해하는데 설명이 어느 정도 필요한건 사실이나 너무 많이 반복적으로 붙어서 몰입감을 깨버린적이 많았는데 작품을 쓰실때 한번 고려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아리강
    작성일
    24.09.12 02:24
    No. 3

    볼텍스z??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4.09.16 14:25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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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 다른 수는 없다. +1 24.09.15 462 24 13쪽
8 8. 돌파. +1 24.09.14 436 17 12쪽
7 7. 칼튼. +2 24.09.13 454 16 12쪽
6 6. 폭발. +1 24.09.12 464 19 12쪽
5 5. 추격자. +1 24.09.11 527 22 12쪽
4 4. 고라스. +1 24.09.10 536 21 12쪽
» 3. 임무. +4 24.09.09 591 23 12쪽
2 2. 리덴. +1 24.09.09 638 22 12쪽
1 1. Start. +3 24.09.09 883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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