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검늑삼

민간 작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일반소설

완결

검늑삼
작품등록일 :
2019.02.12 21:15
최근연재일 :
2019.10.09 16:57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31,341
추천수 :
590
글자수 :
494,197

작성
19.04.24 13:48
조회
294
추천
7
글자
8쪽

<응징7>

DUMMY

* * *



이 원사는 차량 뒷 좌석, 즉 자신의 옆에 리영택을 태우고 돌아오면서 조영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 연결이 되자 이 원사는 현재까지의 상황을 조영일에게 모두 얘기해 주며 리영택을 좀 맡아 줄 수 있는지 그 여부를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그런 사정이 생겨서 그러는데, 그리 좀 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원사의 그런 조심스러움이 무색할 정도로 조영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말을 받았다.


"뭐 그런 걸 묻고 그러십니까?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서 데려 오십시요."


이 원사의 부탁에 조영일은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는 듯 듣자마자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영지 씨, 지금 바로 바이산으로 갈 수 있겠습니까?"


"바이산요? 알겠습니다, 이 선생님. 버스보다 한 시간 빠르게 도착시켜 드리겠습니다."


조영일로부터 협조를 구한 이 원사가 시간을 확인하며 바이산으로 갈 수 있겠냐고 묻자 박영지는 자신이 직접 운전하는 만큼 버스보다 한 시간은 빠를 거라며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박영지의 자신 있는 대답을 들은 이 원사는 그때부터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리영택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물론 대화를 빙자한 심문이나 진배없었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정보는 다른 게 아닌 북한 공작원들의 아지트 건물 구조와 상주하고 있는 인원의 숫자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와 더불어 리영택이 백두산 인근 어느 육로를 통해 중국으로 넘어왔는지 그 부분도 아주 중요한 정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역으로 짚어 보면 그 육로가 빈이를 끌고 들어간 경로였고, 그 경로를 통해 빈이의 최종 행적을 유추해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리영택에게 알아내야 할 게 많다 보니 이 원사 입장에선 심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반면에 리영택은 이판사판의 심정이었다. 어차피 복불복 신세가 된 마당에 자신이 기댈 데는 오로지 옆에 있는 남조선 사람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야 했고, 그럴러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했다. 그래서 뭘 물어보든 묻는 질문마다 성실하고 상세하게 답변해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 줘야 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만큼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절대 말할 수 없었다.


"··· 이렇게 되어 지부에 현재 남아 있는 인원은 지부장을 포함해 총 여섯 명입니다."


결국 리영택에게 꼼수 아닌 곰수가 통했고, 그렇게 해서 우선적으로 알아낸 것은 아지트 건물의 자세한 구조와 그곳에 상주하고 있는 인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지트에 상주하고 있는 인원이 리영택을 제외하고 총 10명이었다. 이로써 박영지의 진면목 중 또 하나가 확인이 되었는데, 눈썰미가 얼마나 대단한지 마치 두 눈으로 직접 보며 헤아린 것처럼 너무나도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런 박영지의 대단한 능력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자신의 호언장담대로 정확히 두 시간 만에 바이산에 도착해 자신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입증해 보였다.


이 원사 일행이 바이산에 도착하자 조영일이 사업장 정문 앞까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마치 오랜 지기를 맞이하는 것처럼 반색을 하며 이 원사 일행을 아주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러다 보니 조영일의 사업장 정문은 때 아닌 소란스러움으로 인해 한바탕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박영지는 역시 변함이 없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그 즉시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인사하기 바빴다. 그야말로 인사성까지 밝은 박영지였는데, 그렇게 예의 바른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고 보기 좋아 이 원사와 정 상사는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로부터 잠시 후 조영일의 사무실에 다섯 명이 앉아 있었다. 주인인 조영일과 이 원사를 포함해 네 명의 방문객이었다.


"허, 그랬군요. 정말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어쨌거나 앞으로도 지금처럼 일이 잘 풀릴 겁니다. 그러니 염려 마시고, 대신 항상 조심하십시요."


이 원사로부터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전해 들은 조영일은 고생 많았다는 말을 연신 해 댔다. 뿐만 아니라 항상 조심하라는 당부도 몇 번이나 강조했는데, 말 그대로 신신당부가 따로 없었다. 그만큼 조영일의 당부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사실 이 원사는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특히 심리적인 부분은 더더욱 그랬는데, 마치 커다란 납덩이가 올려진 것마냥 답답한 무게감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하긴 마음이 여러모로 무겁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주변에 정 상사를 비롯한 박영지와 조영일 등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이렇게 자꾸 늘어나자 무거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그 때문인지 축 처져 있던 어깨도 쫙 펴지는 느낌이었다.


여하튼 조영일과의 만남에서 뜻밖의 위로와 위안을 받은 이 원사는 헤어지기 바로 직전 조영일을 따로 만났다. 잠시 따로 만나 권총 한 정을 건네준 다음 사용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며 실탄 세 발이 채워진 탄창도 마저 건네주었다. 이 원사가 권총을 건네준 이유야 너무도 뻔한 만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잘 보관하고 있다가 혹시 리영택이 돌발적인 행동을 보이면 그 즉시 제압하라고 넌지시 건네준 거였다.


그렇게 혹시 몰라 조영일에게 권총을 맡겼지만, 정작 권총을 사용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리 단호하게 전망할 수 있는 건 리영택의 현재 처지와 무관하지 않았다. 리영택은 현재 의지할 데가 전혀 없는 사고무친의 처지였고, 도움 받을 데도 전혀 없는 고립무원 상태였다. 막말로 그렇게 궁경에 처해 선택의 여지조차 없는 처지다 보니 오로지 이 원사가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으로 기다리고 있을 게 자명했다. 하지만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이 원사의 예측이 틀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혹시 있을 지도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조영일에게 권총을 맡겨 놓은 것이다.


사실 조영일은 총기를 맡겨도 무방할 정도의 사람이었다. 물론 총기보다 더한 걸 맡겨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사람이었다. 그런 확고부동한 믿음이 있었기에 위험천만한 총기를 서슴없이 맡길 수가 있었고, 더 나아가 아무런 걱정 없이 선뜻 뒤돌아설 수 있는 것도 다 그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미련 없이 뒤돌아서는 이 원사를 조영일이 만류하며 붙잡았다. 조영일은 날도 이미 저물었으니 하룻밤 묵고 내일 아침에 돌아갈 것을 간곡히 권했는데, 이 원사는 조영일의 그 고마운 효의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 이유야 두말할 것도 없이 마음이 다급했기 때문인데, 리영택 포함 11명이었던 창바이 북한 공작원 지부에 5명이 사라진 상황이니 그들이 언제 의심을 하고 경계를 강화할지 몰랐다. 만약 그렇게 되면 큰 낭패를 본다는 건 불을 보듯 명약관화했기에 그런 낭패를 안 보려면 그들이 의심을 하고 경계를 강화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기습을 가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남은 놈들 전부를 손쉽게 제압할 수가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한업이 크기만 한 조영일의 고마움을 마음속으로만 새기며 이 원사는 당장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운함과 아쉬움을 머금고 일어서는 이 원사에게 조영일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건넸다.


"저, 이 원사님··· 북조선으로 잠입하시기 전에 제가 이 원사님을 꼭 한번 만나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창바이에서 일이 마무리되시면 다시 한 번 이곳을 들러 주십시요. 반드시, 반드시··· 그래야만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민간 작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3 <에필로그> 19.10.09 297 7 4쪽
72 <산수 병풍의 삼수갑산> 19.10.08 241 6 23쪽
71 <사격의 진수> 19.10.07 215 6 32쪽
70 <도주가 아닌 도주2> 19.10.04 226 7 18쪽
69 <도주가 아닌 도주1> 19.10.03 214 7 19쪽
68 <구출 작전> 19.10.02 208 7 28쪽
67 <보천 국경수비대3> 19.10.01 206 6 19쪽
66 <보천 국경수비대2> 19.09.30 198 5 17쪽
65 <보천 국경수비대1> 19.09.27 270 6 16쪽
64 <못된 짓의 대가3> 19.09.27 206 7 18쪽
63 <못된 짓의 대가2> +1 19.05.17 275 8 18쪽
62 <못된 짓의 대가1> 19.05.16 266 8 16쪽
61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3> 19.05.15 241 7 13쪽
60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2> 19.05.14 275 7 23쪽
59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1> 19.05.13 229 7 18쪽
58 <북한 잠입3> 19.05.10 245 7 15쪽
57 <북한 잠입2> 19.05.09 258 7 10쪽
56 <북한 잠입1> 19.05.08 241 7 20쪽
55 <변경되는 작전 계획4> 19.05.07 253 6 11쪽
54 <변경되는 작전 계획3> 19.05.06 236 7 15쪽
53 <변경되는 작전 계획2> 19.05.03 235 6 19쪽
52 <변경되는 작전 계획1> 19.05.02 258 8 13쪽
51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5> 19.05.02 256 7 4쪽
50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4> 19.05.01 251 8 15쪽
49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3> 19.04.30 257 8 16쪽
48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2> 19.04.29 270 7 8쪽
47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1> 19.04.25 277 7 15쪽
» <응징7> 19.04.24 295 7 8쪽
45 <응징6> 19.04.23 264 8 17쪽
44 <응징5> 19.04.22 272 8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