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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늑삼

민간 작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일반소설

완결

검늑삼
작품등록일 :
2019.02.12 21:15
최근연재일 :
2019.10.09 16:57
연재수 :
73 회
조회수 :
31,343
추천수 :
590
글자수 :
494,197

작성
19.04.23 10:35
조회
264
추천
8
글자
17쪽

<응징6>

DUMMY

* * *



잠시 후 정 상사와 마지막 통신을 교환한 지 채 5분도 안 되어 이 원사가 모습을 나타냈다. 현장인 공터까지 거리가 꽤 되었음에도 상황이 워낙 엄중한지라 이 원사의 움직임은 그만큼 신속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원사가 현장에 도착해 보니 현장엔 세 놈이 엎어지거나 드러누운 형태로 움직임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놈은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한 놈은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었고, 또 한 놈은 자신의 허벅지를 누르고 있었다. 물론 정 상사의 감시 아래에서였다.


'저놈이 바로 빈이를 납치한 놈이군.'


허벅지를 누르고 있는 놈이 바로 빈이를 납치한 주범, 5번이었다. 이 원사는 건너편 계곡에서 5번을 향해 엄호 사격을 한 후, 자신이 쏜 총알이 5번의 허벅지를 관통한 사실을 그 즉시 확인했었다.


"형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니다, 네가 고생 많았다. 그나저나 3번은 어떻게 된 상황이냐?"


"저도 아직 정확한 파악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쟤네들 내부 갈등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짐작인데··· 뭔가 좀 알쏭달쏭하고 이상합니다, 형님."


"잠시 후면 알 수 있겠지. 아무튼 수고 많았다."


이 원사는 두 손을 바짝 올린 채 어리둥절해 하는 3번, 리영택을 지나쳐 자신의 허벅지를 누르고 있는 5번, 강국일 앞에 섰다. 강국일은 안간힘을 쓰며 지혈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실탄이 관통한 허벅다리의 상처에선 피가 꾸역꾸역 새어 나오고 있었다. 두 손으로 상처를 누르고 있지만 다른 상처도 아닌 관통상이 그리 쉽게 지혈될 리가 없었다. 더구나 출혈엔 고통이 수반되었기에 힘껏 누르는 것도 뒤따르는 고통 때문에 마뜩잖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출혈과 고통은 바늘과 실 같은 관계였기에 어떠한 출혈이든 그다음은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강국일도 고통이 심한지 미간을 잔뜩 좁힌 채 이를 악물고 있었다.


하긴 강국일이 인상을 쓰며 이를 악물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M16 계열의 소총이나 M16 계열을 모방해 만든 K-2 소총 등은 강선이 6조 우선이었다. 하지만 AK 계열의 소총들은 대부분이 4조 우선이었다. 6조 우선이라는 것은 총열 내부에 여섯 가닥의 홈이 나선을 이루며 오른쪽으로 감돌며 파여 있는 것을 말했고, 4조 우선은 네 가닥의 홈이 파여 있는 것을 말했다. 그렇게 총열 내부에 파여 있는 나선형 홈의 기능은 사거리 향상과 살상력을 배가시키는 게 그 목적이었다.


참고로 총기의 구조는 다소 복잡했지만 실탄이 발사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아주 간단한 원리였다. 총기 약실에 실탄을 장전하고 방아쇠를 당기게 되면 강도가 매우 강한 공이라는 송곳이 장전되어 있는 실탄의 뒷부분을 아주 강하게 때렸다. 그러면 실탄 아랫부분에 재어 있는 화약이 폭발하여 그 폭발력으로 인해 탄알이 튀어나가게 되는 원리였다.


그런데 이때 튀어나가는 탄알은 총열 안에 파여 있는 나선형의 홈으로 인해 회전을 하며 총열을 빠져나가게 되어 있었다. 물론 탄알이 총열을 통과하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탄알의 회전속도 또한 그와 비례해 고속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속 회전을 하며 날아간 탄알이 오른쪽 허벅지를 휘젓으며 관통했으니 강국일의 고통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아마 말로는 이루 다 표현이 안 되는 불가형언일 게 틀림없었다.


이 원사가 강국일 앞에 서서 싸늘한 음성으로 질문을 던졌다.


"소속과 이름은?"


"······."


"나는··· 네가 얼마 전 칭린에서 납치해 간 대한민국 학생의 아버지다."


이 원사의 말에 강국일은 마치 들어선 안 될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깜짝 놀라더니 곧장 고개를 처들었다. 그리곤 이 원사를 뚫어지게 노려봤다. 그렇게 고개를 처들고 이 원사를 노려보는 강국일의 눈초리엔 놀라움과 더불어 믿을 수 없다는 듯 불신의 빛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깜짝 놀란 것은 강국일뿐만 아니었다. 그 옆에서 두 손을 바짝 처들고 있는 리영택도 깜짝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네가 내 아들을 납치해 간 사실을 이미 모두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묻는 말에 숨김없이 대답해 주길 바란다."


"······."


"5분 뒤에 한 번 더 묻겠다. 그때도 지금처럼 묵묵부답이면 그 즉시 넌 죽는다. 5분 동안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이 원사는 자신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강국일에게 최후통첩의 말을 남기고 리영택 앞으로 다가섰다.


"딸꾹!"


이 원사가 다가서자 리영택이 딸꾹질을 했다. 과도한 긴장이 빚어낸 현상으로 호흡 작용을 돕는 근육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내는 소리였다.


"넌 저놈하고 다르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 없으면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죽는다."


이 원사는 리영택에게 대답을 듣기 위한 방편으로 슬쩍 한번 건드려 봤다. 그런데 이 원사의 엄포 섞인 한마디가 끝나자마자 리영택의 입이 열리더니 그때부터 수많은 말들이 뒤죽박죽 쏟아져 나왔다.


"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선인민군 제 201 군부대 산하 양강도 보천 국경수비대 소속의 상급병사 리영택이라고 합니다. 저는 저 조장 동지처럼 국가보위성 소속이 아니라······."


정작 질문은 하지도 않았는데, 리영택은 잠깐 동안에 걸쳐 무수한 말들을 쉬지 않고 쏟아 냈다. 그야말로 불하일장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쏟아 낸 리영택의 말 중엔 뜻밖에도 이 원사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도 수두룩하게 섞여 있었다. 특히 이번 작전에 크게 도움될 만한 정보들이 상당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정보는 뭐니 뭐니 해도 빈이의 행방이었다.


3번, 리영택의 말대로라면 빈이는 북한으로 끌려간 지 꽤 오래되었다. 북한 어느 곳으로 끌려갔는지는 이놈들도 모르는 것 같았다. 다만 3번, 리영택의 말을 들어 보면 창바이의 지부장 장철환이라는 놈은 빈이의 행방에 대해 알고 있을 확률이 꽤 높아 보였다. 어젯밤 제일 늦게 승용차를 타고 나타났던 그놈이 바로 장철환일 게 분명했는데, 이로써 그놈들의 아지트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어이없는 결과가 돌출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3번, 리영택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처음 예상과는 달리 5번, 강국일이라는 놈은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말 그대로 쓸모없는 놈이 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어이없는 황당함이야 어찌 되었든 한시바삐 판단을 해야 했다. 아울러 그 판단에 의한 결정도 속히 내려야만 했다. 시간을 지체하며 언제까지나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이 원사가 그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정 상사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정 상사가 자신이 들고 있던 PB 소음 권총을 추호의 주저함도 없이 이 원사에게 건네줬다.


이 원사는 정 상사가 건네준 권총을 받아 들고 다시금 강국일 앞으로 다가가 섰다.


"일이 이렇게 되다 보니 네 대답은 더 이상 효용 가치가 없어졌다. 게다가 넌 나에게 있어 만 번 죽는다 해도 전혀 아까울 것이 없는 만사무석이었다. 그래도 하나만 묻겠다. 혹시··· 네가 납치해 간 내 아들의 이름을 알고 있나?"


"······."


"혹시 해서 물어봤다만 그럴 줄 알았다. 네가 납치해 갔던 내 아들의 이름은 '이빈'이다. 저승에 가서라도 내 아들 빈이에게 꼭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라.'


새벽 안개처럼 낮게 깔리고 얼음장 밑을 흐르는 물처럼 서늘하기 그지없는 음성이었다. 무심한 눈빛으로 그렇게 말을 마친 이 원사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강국일의 왼쪽 가슴을 향해 방아쇠를 연이어 당겼다.


퓩! 퓩!


흉신악살이나 다름없는 강국일의 최후였다.



* * *



이 원사는 강국일을 처단하고 곧바로 리영택을 향해 돌아섰다. 그러자 리영택은 또다시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어 댔다.


"네 이름이 리영택이라고 했나?"


"예? 딸꾹, 예··· 맞습니다. 리, 리영택입니다."


"아까 대한민국으로 가고 싶다고 한 말 진심인가?"


"예? 예, 진심입니다. 믿어 주십시요··· 정말 진심입니다··· 믿, 믿어 주십시요."


방금 전에 그랬었다. 리영택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쉼없이 쏟아 낼 때 자신은 남조선으로 도망치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지 앟아 이렇게 됐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 원사가 그에 대해 확인차 물어본 것인데, 리영택은 '진심이다' '믿어 줘라'는 이 두 마디의 말만 늘어놓으며, 단 두 마디의 말만으로도 횡설수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래? 좋다. 네가 우리를 도와주면 대한민국으로 갈 수 있게 도와주겠다. 어떻게 할 건가?"


"뭐, 뭐든지 해 드리고, 뭐든지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그러니 저, 저 좀 남조선으로 데려가 주십시요. 부,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그렇단 말이지··· 좋다. 네가 우리를 도와준다니 그럼 우리도 너를 기꺼이 도와주도록 하겠다. 단, 대한민국으로 가기 전까지는 너를 항상 감시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당연히 네 눈에 보이지 않을 거리에서 이런 총을 들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저기 저놈들처럼 저렇게 죽고 싶지 않거든 의심되는 행동은 아예 안 하는 게 좋다. 다시 말해 네 행동은 항상 투명하게 내보이도록 해라. 알겠나?"


이 원사에겐 리영택이 곧 정보였다. 특히 빈이를 납치해 간 북한 공작원들에 대한 정보가 간절한 마당에 리영택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한마디로 굴러 온 복덩이였다. 그런 까닭에 이 원사는 리영택을 우선 살려 두고 지켜볼 요량이었다.


"예··· 예, 알겠습니다. 항상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 감사합니다. 정, 정말 감사합니다."


이 원사의 의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영택은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여 대며 고맙다는 말만 연신 해 댔다.


"좋아,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믿도록 하지. 자, 그럼 먼저 저놈들부터 저 아래로 내던지도록 해라."


"예? 제, 제가요?"


이 원사의 말에 리영택이 화들짝 놀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로 보아 겁이 꽤 많은 겁꾸러기 같았다.


"그래. 너를 죽여서 저 아래로 내던지려고 했던 놈들이니 당연히 네가 직접 해야 되지 않겠나? 아니 할 말로 우리 아니었으면 저 아래로 던져졌을 사람은 바로 너였을 텐데··· 그건 너도 알고 있지?"


"예··· 맞습니다. 저를 죽이려 했던 놈들입니다. 예, 시키신 대로 제가 내던지도록 하겠습니다."


이 원사의 말에 리영택은 마치 지옥이라도 다녀온 것마냥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이내 그 어떤 결심을 굳혔는지 눈에 힘을 주며 이를 악물었다.


엉뚱한 생각은 아예 생각지도 못하게 하려고 리영택에게 잔뜩 겁을 준 이 원사는 그것도 모자라 슬쩍 공갈까지 친 다음 정 상사에게 다가갔다.


정 상사는 이미 죽은 네 놈의 몸을 뒤져 놈들의 지갑과 수갑 두 개, 그리고 단검 두 자를 찾아내어 권총 네 정과 함께 따로 모아 놓고 있었다.


"정 상사, 수고 많았다. 그리고··· 역시 너답게 훌륭했다."


"저도 저지만 형님께서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가 뭐 한게 있어야지··· 아무튼 네가 오늘 아주 큰 건 하나 제대로 해냈다."


"형님, 저깟 놈들은 이 삼장법사 손바닥에서 놀고 있는 손오공 같은 놈들이 아니겠습니까. 커허엄!"


정 상사가 그 어떤 목적이 있어 말장난을 먼저 시작했다.


"··· 삼장법사? 부처님 손바닥 아니었냐?"


이 원사 또한 그 무슨 이유가 있었기에 은근슬쩍 말장난에 장단을 맞춰 줬다.


"아, 진짜! 형님, 이마나 마빡이나, 새 대가리나 닭 대가리나 다 거기서 거기지. 뭘 그리 따지십니까?"


"하긴 얼굴이나 면상이나 낯짝이나 상판때기나······."


"허허··· 그런 고급진 말은 또 누구한테 배우신 겁니까? 설마, 한 상사 그놈입니까?"


염화미소였고 이심전심이었다. 다시 말해 이 원사의 마음이 정 상사의 마음이었고, 정 상사의 마음이 이 원사의 마음이었다. 사람을 살상한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유치하기 그지없는 농지거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벌써 끝내기엔 그 후유증이 너무 커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


"여하튼 이 정진원, 아직까지 안 죽은 거 맞지 않습니까?"


"그래, 인정한다. 촉 하나만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여전하더구나."


"애걔걔, 촉만 말입니까?"


"아니··· 여전히 다 살아 있더구나. 나를 갈궈 대는 것까지······."


"흐익! 아니··· 제가 언제 형님을 갈궜다고 그러십니까? 오히려 방금처럼 형님이 깜빡이도 켜지 않고 부처님 손바닥으로 느닷없이 끼어들면서 저를 갈구셨지 않습니까? 삼장법사 손바닥 무안하게끔 말입니다."


"끄응, 너를 처음 봤을 때··· 확 잡았어야 하는데, 그때 확 휘어잡지 못한 것이 이렇게 두고두고 천추의 한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아니 형님, 뭘 미처 몰랐다는 말씀입니까?"


"네가 이렇게 참기름 한 바가지 뒤집어 쓴 미꾸라지 같은 놈이 될 줄은 내 미처······."


"커억! 형, 형님. 거 말 같지도 않은 말은 또 누구한테 배우셨습니까? 한규천 상사 그놈? 하, 정말이지 제가 곁에 없는 동안 참 많이 망가지셨습니다. 어쩌다 우리 형님께서 이렇게 고문관이 되어 한 상사 그런 놈에게 물이 들었는지 애석하기 그지없습니다."


"··· 고, 고문관? 쩝, 졌다··· 내가 졌으니 그만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네 생각이나 한번 얘기해 봐라."


이젠 마무리해도 되겠다 싶었는지 이 원사가 중간에 정색을 하더니 정 상사에게 진중한 어조로 의견을 물었다.


"형님께서 지금 하고 계신 생각과 똑같습니다. 창바이의 지부장 장철환인가 뭔가 하는 그놈을 목숨만 붙어 있으면 될 정도의 선에서 사로잡아야 한다는 거 말입니다."


이 원사가 정색을 하자 정 상사 또한 곧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말투마저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렇지··· 그건 그렇고, 저놈 처리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


"아직 한참 애송이지 않습니까. 아마 겁이 많아서 자신이 위험해지는 행동은 엄두도 못 낼 겁니다. 형님께서도 그런 판단하에 데려가려는 거 아니셨습니까?"


"맞다. 그런 것도 없지 않지. 하지만 저놈들 아지트 건물 구조하고 남아 있는 놈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놈이고, 무엇보다 장철환인가 지부장인가 하는 놈 잡을 때도 요모조모 많은 정보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데려가려는 것이다. 그러니 너도 신경 좀 써서 지켜보거라."


"알겠습니다, 형님."


이 원사는 정 상사와 대화를 나누며 구분되어 있는 전리품 중 권총 두 정과 실탄 8발씩 꽉 채워진 탄창 두 개, 그리고 수갑 두 개만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계곡 아래로 던져 버렸다. 네 정의 권총은 1930년대 구소련에서 생산된 토카레프 권총과 1950년대 생산된 역시 구소련제 마카로프 권총으로 두 종류였다. 그중에 마카로프 권총 두 정을 남기고 완전 구닥다리 토카레프 권총 두 정도 탄창과 함께 계곡 밑으로 던져 버렸다. 필요 없는 무기는 짐만 될 뿐이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현장 정리가 그럭저럭 끝나자 정 상사가 이 원사의 배낭을 빼앗아 메더니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곳과 꽤 떨어진 곳에서 이제나 저제나 하고 있을 박영지를 데리러 가기 위해서였다. 그래서인지 앞장서서 움직이는 정 상사의 발걸음은 가벼운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다급해 보였다.


그렇게 잰 발걸음으로 내달리다시피 하는 정 상사의 뒤를 따라 이 원사가 느릿한 동작으로 한 걸음을 떼었다. 그러자 리영택이 곧바로 새 주인은 만난 강아지마냥 이 원사 뒤에 바짝 달라붙었다.


그로부터 잠시 후 이 원사가 리영택을 데리고 도로로 나가 잠시 기다리자 박영지가 운전하는 SUV 차량이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이 원사 앞에 다급히 멈춰 섰다.


끼이이이익!


차체가 앞으로 확 쏠릴 만큼 급하게 멈춰 선 차량에서 박영지가 황급히 내리더니 이 원사에게 너무나도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이 선생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반가워하는 박영지의 표정에 어찌나 환한 웃음이 담겨 있는지 그 모습을 보는 이 원사의 기분까지 덩달아 환해졌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박영지의 심성과 성품으로 보아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으리라 이 원사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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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에필로그> 19.10.09 297 7 4쪽
72 <산수 병풍의 삼수갑산> 19.10.08 241 6 23쪽
71 <사격의 진수> 19.10.07 215 6 32쪽
70 <도주가 아닌 도주2> 19.10.04 226 7 18쪽
69 <도주가 아닌 도주1> 19.10.03 214 7 19쪽
68 <구출 작전> 19.10.02 208 7 28쪽
67 <보천 국경수비대3> 19.10.01 206 6 19쪽
66 <보천 국경수비대2> 19.09.30 198 5 17쪽
65 <보천 국경수비대1> 19.09.27 270 6 16쪽
64 <못된 짓의 대가3> 19.09.27 206 7 18쪽
63 <못된 짓의 대가2> +1 19.05.17 275 8 18쪽
62 <못된 짓의 대가1> 19.05.16 266 8 16쪽
61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3> 19.05.15 241 7 13쪽
60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2> 19.05.14 275 7 23쪽
59 <한반도의 지붕 개마고원1> 19.05.13 229 7 18쪽
58 <북한 잠입3> 19.05.10 245 7 15쪽
57 <북한 잠입2> 19.05.09 258 7 10쪽
56 <북한 잠입1> 19.05.08 241 7 20쪽
55 <변경되는 작전 계획4> 19.05.07 253 6 11쪽
54 <변경되는 작전 계획3> 19.05.06 236 7 15쪽
53 <변경되는 작전 계획2> 19.05.03 235 6 19쪽
52 <변경되는 작전 계획1> 19.05.02 258 8 13쪽
51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5> 19.05.02 256 7 4쪽
50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4> 19.05.01 252 8 15쪽
49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3> 19.04.30 257 8 16쪽
48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2> 19.04.29 270 7 8쪽
47 <북한 공작원들의 파견 지부1> 19.04.25 277 7 15쪽
46 <응징7> 19.04.24 295 7 8쪽
» <응징6> 19.04.23 265 8 17쪽
44 <응징5> 19.04.22 272 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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