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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작부터 뽑은 S급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시간학살자
작품등록일 :
2018.08.13 06:20
최근연재일 :
2018.08.26 10:20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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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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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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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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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어금니를 악문 표정으로 건은 소이의 손을 한 손으로 꼭 잡고 다시 외쳤다.

‘예정대로 흘러가게 해야 돼!’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이다. 여기서 틀어지면 한참을 돌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강한성은 소이를 죽게 했습니다! 그런데 태형이라니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건의 말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감히 재판관의 말에 반박하다니?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이익! 아뉩네다!”

마비가 풀리는지 강한성이 꽤 또렷하게 울부짖었다.


“저눈 억울합눼다!”

강한성의 외침에 이만수가 와락 인상을 구겼다.


“이놈들이! 감히 어디라고!”

후려칠 기세로 성큼 다가서는 이만수가 건을 무섭게 노려보다가 강한성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이 억울하더냐?”

“저, 저는..”

강한성의 눈에서 눈물이 펑펑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끄윽, 끅..”

꺼이 꺼이 우는 강한성을 지그시 바라보는 이만수.


“왜 우는 것이냐?”

강한성은 침과 눈물을 목구멍으로 넘기곤 말했다.


“저는 소이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 네가 죽이지 않았다.”

강한성의 눈에 희망이 일렁거렸다.


“너는 그저 저 아이가 가지고 싶었던 게로구나. 죽일 생각은 없었지. 그렇지 않느냐?”

“맞습니다! 저는 그저..”

강한성이 소이를 바라보았다. 전이었다면 치를 떨었을 소이였지만 지금은 그저 담담하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잡은 건은 느끼고 있었다. 소이가 지금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이 재판은 소이를 두 번 죽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부끄럽지도 않나?’

건은 이만수를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꼈는지 이만수도 건에게 눈을 돌렸다.


‘망할! 귀족 놈들..!’

아무리 힘없는 약자라지만 강한성이 고작 태형 30대로 풀려나는 건 불합리했다.


“아무리 귀족이라지만 잘잘못을 분명히 가리지 않는다면 많은 이들이 실망할 것입니다.”

이만수가 코웃음 쳤다.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

“재고해주십시오.”

“재고? 흥! 웃기는구나!”

지금의 건은 마치 거인에게 달려드는 난쟁이 같았다. 귀족의 강력한 권위에 맞서는 가련한 약자. 누구도 건의 편에 서지 않았다.

분위기를 읽었는지 강한성이 발악했다.


“저, 저는.. 뉘우치고 있습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죄를 지었지만, 소이의 죽음은.. 사고였습니다.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강한성의 외침에 이만수는 피식 웃었다.


“그렇다고 하지 않느냐?”

건에게 보란 듯이 이만수가 힘주어 말했다.


“선고(宣告) 한다.”

그의 말에 모두가 흥미진진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 판결이 내려지는 것이다.


“피고인은 신에게 선택 받은 남다른 재능을 가졌다. 이는 우리 마을을 이루는 데 있어 큰 자원임이 틀림없다.”

지켜보던 건의 이마에 빠직 혈관이 튀어 올랐다. 귀족이라서? 각성자라서?

‘개새끼들!’

건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는지 몇몇이 술렁였다.


“피고인은 아직 어리고,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선 더 어렸다. 강제로 피해자를 겁간하려 한 점은 분명한 죄다. 이는 사리분별을 하지 못할 시기에 벌어진 실수라 할 수 있고 깊이 뉘우치고 있음을 참작하여···.”


-오..

-역시..!


“태형 30대를 내린다.”

“..?”

“..!”

모두의 눈이 커졌다.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사고였다고 해도 시신을 유기했습니다!”

건이 외쳤지만, 이만수는 거침없다. 팔을 휘두르며 외쳤다.


“형틀을 대령하라!”

“넵!”

치안대 사내 여섯이 커다란 틀을 옮겨왔다. 팔과 다리, 머리를 결속하는 나무판인데 강한성을 그 위로 올려 단단히 묶기 시작했다.


“너무 하십니다! 어떻게 한 사람의 목숨을 이렇게 취급하신단 말입니까!”

건이 발악하듯 외쳤다. 이리 될 줄 알고 있었지만, 화가 나는 건 진심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


“잠깐.”

“..?”

“..”

형 집행을 준비하던 치안대가 의아한 얼굴로 동작을 멈췄다.

김진환이었다.


“뭐 하는 짓이지?”

이만수가 김진환을 보며 얼굴을 구겼다. 하지만 김진환은 이만수를 깨끗하게 무시하며 저 높은 곳을 향해 말했다.


“존경하는 대장로님,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하라.”

묵직한 대답이 들려오자 김진환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자원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지하나 제가 지켜본 바론 강한성은 인성이 좋지 못합니다. 이대로 넘어간다면 우리 마을에 득보단 독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

건은 대장로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멀고 높아서 얼굴을 확인할 순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아주 또렷하게 들려왔다.


“이미 선고는 내려졌다.”

김진환은 끄덕이며 말했다.


“예, 이제껏 단 한 번도 판결이 번복된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재판관의 권한을 침범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김진환은 치안대중 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오.”

치안대 사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형장을 건네주었다. 그건 야구방망이 크기의 주걱처럼 생겼다. 이걸로 죄인의 엉덩이를 때리는 거다.


“받거라.”

“..!”

“..!”

김진환의 돌발 행동에 모두의 눈이 크게 뜨였다. 형장을 소이에게 던진 것이다.


“제가 하라고요?”

소이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김진환은 몸을 돌려 대장로를 향해 말했다.


“태형 30대를 고수하되 집행자를 변경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하나를 보호하고자 다른 하나를 잃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건을 말하는 것이었다.


“으음..”

묵직한 침묵이 자욱하게 깔렸다. 그러다가 대장로의 목소리가 건을 향했다.


“그래, 어떠냐? 이러면 인정할 수 있겠느냐?”

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네. 부탁 드립니다!”

힘차게 외쳤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강한성의 입꼬리에 비웃음이 달렸다. 살았다! 라는 생각이 벌써 표정으로 드러나는 거다. 고작 계집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곤장을 맞는 게 자존심 상하긴 해도 죽진 않을 거다.


‘두고 보자. 씨발 놈들!’

강한성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30대라곤 하지만 그거 맞는다고 죽진 않을 것이고, 치료사가 다 회복시켜줄 것 아닌가.


‘언젠가 네놈들 다 죽여버릴 거야!’

모두가 자신의 꼴을 보며 비웃는 것 같아 미칠 것 같지만, 뒤를 생각한다.


그때, 김진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죄인을 구속하라.”

치안대가 다시 강한성의 몸을 잡고 눕혔다. 그 사이 이만수가 김진환에게 바짝 다가섰다.


“이게 무슨 짓거리지?”

잡아먹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널 물 먹이려는 건 아니야. 단지 저놈보다 저놈을 더 높이 보았을 뿐이다.”

이만수가 건을 돌아보았다. 확실히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긴 했다. 죽은 사람을 살려냈으니까. 앞으로 귀족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문제는 대장로께서 허락했다는 거다.


“악감정으로 싹부터 썩어선 되겠냐?”

김진환의 말에 이만수가 이를 갈았다.


“언제부터 성인군자 흉내야?”

“글쎄..”

김진환은 어깨를 으쓱하며 저쪽을 보았다. 소이가 떨리는 두 손으로 형장을 잡고 틀 옆에 선 것이 보였다.

그 옆에 그녀에게 다가가는 건.


“소이야. 할 수 있지?”

“응! 해볼게.”

소이는 다시 한 번 떨리는 손을 움켜쥔다.


“집행하라!”

큰 소리와 함께 기다렸다는 듯이 떨어지는 형장.


쐐애애애애액!


-한 대요!


치안대가 태형이 얼마나 진행되는지 수를 셌다.


“커허헉..!”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살이 터지지도 않았다. 그리 강한 힘이 실리지도 않았는데, 강한성은 엄살을 떨었다.

그 모습에 김진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그걸로 분이 풀리겠냐?”

소이는 이를 질끈 물었다.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마음이 약해진 탓일까?


“소이야..”

건의 부름에 많은 의미가 담겼다.

지금 확실하게 버릇을 고쳐두지 않으면 얼마 후 찾아와 또 아이들을 괴롭힐 것이고, 소이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

건의 마음이 전해졌을까? 이내 소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래, 이놈은 죽일 놈이다. 얼마나 모질게 당해왔던가?


“어? 어어어어?”

눈으로 형장의 궤적을 쫓던 강한성이 기절할 듯 놀랐다.


쌔애애애애애액!

떨어지는 형장의 기세가 아까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흐어어억! 꺼어어어어어-!”

엉덩이가 터질 것 같았다.


-두 대요!


고통 속에 몸을 뒤트는 와중에,


“끄아아아아악!”

두 번째보다 더 강해진 세 번째 형장이 떨어졌다.


빠악!


-세 대요!


소이는 인정사정없이 형장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열네 대요!


치안대가 숫자를 세는 소리.


퍼억! 퍼억!

어느 순간부터 강한성의 비명조차 멎었다.


“끄으.. 끄으으.. 그만.. 으으... 쌍년아..”

도톰한 엉덩이는 방패 기능을 상실했고, 골반까지 망가진 것 같았다.


-스물한 대요!


이렇게 맞으면 아무리 건장한 남자도 버틸 수 없다. 치안대가 집행했다면 서정을 봐주며 때렸겠지만, 소이는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후려치고 있었다.


퍽! 퍽!


-스물여섯대요!


들썩, 들썩.

이제 강한성은 형장이 떨어지면 몸이 절로 반응할 뿐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움찔거릴 뿐이었다.


-끔찍하군.

-이제 그만 말려야 하지 않겠나?

-저건 치료해도 상처가 남겠어.


사람들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


“헉, 헉, 헉..”

숨을 몰아쉰 소이가 스물여덟 번째 형장을 휘두르려고 두 손을 높이 들었다. 그런 그녀의 어깨를 누군가 잡았다.

이만수였다.


“이제 됐다.”

“..?”

“죽는다.”

노려보는 이만수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허억.. 허억..”

형장을 쥔 소이의 두 손도 피가 흥건했다.


“..”

건은 김진환을 보았다.

이만하면 됐지 않았냐는 듯. 김진환 역시 끄덕였다. ‘린’의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골반이 두부처럼 으깨진 상태라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푸들, 푸들.

뙤약볕 아래에서 말라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몸을 떨어대고 있는 강한성.

그런데..


“..?”

소이는 옆을 돌아본다. 어느새 다가온 건이 소이가 쥐고 있던 형장을 움켜쥔 거다.


“3대 남았어.”

단호한 눈으로 소이를 바라보는 건. 이만수가 건을 보며 얼굴을 무섭게 구겼다.


“여긴 너희들 놀이터가 아니다.”

잡아먹을 것처럼 소름 끼치게 말하는 이만수의 앞을 김진환이 가로막았다.

“..”

“..”

그러면서 저 위를 올려본다. 대장로의 뜻을 구하는 거다.

이만수 역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초조한 시간이 흘러가고, 5초쯤 지났을까?


“마저 집행하라.”

대장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이가 입술을 깨물며 형장을 놓자, 건은 형장을 건네받았다.


‘고마워..건아...’

소이와 눈이 마주치자 건은 끄덕여주며 머릿속으론 마켓으로 신속히 접속했다.


「 괴력의 곰 발바닥

필요포인트: 10

힘을 잠시 높여준다. 」


사용자 전용 아이템을 구매한 것이다.

찰나의 순간, 아무도 알 리 없는 이 순간 건은 두 손에 힘이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힘 넘치는 두 손으로 형장을 꼭 움켜쥐고는 강한성에게로 걸어가 머리 위로 힘껏 들었다가 내리쳤다.


쌔애애애애액-!

소리부터 달랐다.

“..?”

“..!”

곁에서 지켜보던 이만수와 김진환의 눈빛이 살짝 흔들릴 정도로.


“커헉..”

반사적으로 비명을 토해내는 강한성. 영혼이 송두리째 빠져나갈 것 같은 강력한 일격이었다.


-스물여덟 대요!


치안대가 다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퍼억!

이 순간 건은 느꼈다. 마켓의 위대함을! 포인트만 넉넉하다면 무적이 될 수 있다.


-스물아홉대요!


퍼억!

이윽고 서른 번째 형장이 떨어지고, 건의 손에서 부러져 바닥으로 떨어진 형장이 덜그럭 소음을 냈다. 마법처리를 해둬서 웬만하면 절대 부러지지 않는 형장이었지만 건의 힘을 이기지 못한 거다.

주변이 적막해졌다. 바늘 하나만 떨어져도 모두에게 들릴 것 같을 정도였다.

“..”

“다 끝났어.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건은 소이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며 보듬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렸다.


“거, 건아..”

소이가 울며 중얼댔다.


“그래, 울고 싶으면 울어.”

건의 말에 소이의 몸이 더 심하게 떨렸다. 그러더니,


“으아아아아아아앙!”

이제껏 그녀를 막고 있던 어떤 가면이 와장창 깨지기라도 한 듯 큰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또래 소녀처럼,

죽기 전 소이처럼 말이다.


“..”

김진환은 그 모습을 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래, 울자. 울고 다 잊자!”

“건아, 어어어엉! 고마워! 엉엉!”

건의 가슴에서 펑펑 울던 소이.

그때였다.


“..?”

이상한 느낌에 김진환이 휙! 돌아보았다.


-어? 어어어어?

-뭐, 뭐지?

-저기 좀 봐!


사람들이 놀랄 때,


“정말 고마워. 건아. 나 후련해졌어.”

소이가 얼굴을 들고 건에게 말했다. 그녀의 몸은 지금 눈부시도록 환한 금빛으로 발광하고 있었다.


“짧았지만..”

소이는 뭔가를 예감한 것 같다. 울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을 내뱉고 싶다.


“널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어.”

그녀의 뒤꿈치가 들렸다. 까치발로 입술을 원하는 곳으로 보낸다.


“..!”

소이의 눈물 범벅된 입술이 건의 입술에 닿았다.


“좋아했고.. 앞으로도 좋아할 거야. 영원히.”

그리고 그 순간!


-어억?

-흡..!

-뭐지?


사람들 모두가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강렬한 금빛이 소이의 몸에서 터지더니 거짓말처럼 1초도 안 되어 사라졌다.


“..”

건은 허전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래야만 했다.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의 품에 있던 소이의 몸이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다.


‘그때까지 편히 쉬어.’

이제 소이는 없다. 그녀는 가루가 되어 수북이 쌓였다.

진짜 금이다.

46kg의 그녀의 몸무게와 같은 무게의 금가루가 그녀의 육체를 대신해 이승에 남았다.

손바닥에 잔류한 금가루를 아련하게 보고 있던 건에게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1등급 영혼 윤소이가 성불했습니다.」


‘됐어.’

등줄기가 오싹할 정도로 전율이 닥쳤다.


‘성불!’


「대단한 성과에 보상이 지급됩니다.」


건의 앞으로 창이 하나 바짝 다가왔다. 그곳엔 카드가 한 장 뒤집힌 상태로 있었는데 이전과는 달리 찬란한 금빛이었다.


「보상으로 1등급 이상의 영혼이 무작위로 선택됩니다.」


메시지를 들은 건의 손가락이 가늘게 경련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윤소이가 시스템을 벗어났기 때문에 윤소이에게 사용된 포인트가 환원됩니다.」

「25p를 얻었습니다.」

「귀한 경험으로 인해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43p를 얻었습니다.」


순식간에 50포인트가 넘게 쌓였다. 원래 있던 것까지 합치면 무려 73포인트다. 과연 마켓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하지만 이런 것들을 더 음미할 여유가 없었다.


스윽.


“..?”

건의 앞으로 얼굴 하나가 바짝 다가와 빤히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뭘 보고 있는 거지? 그 애는 어떻게 된 것이냐?”

서늘한 눈으로 노려보는 이만수에게 건은 침착하게 말했다. 이 새낀 조심해야 했다. 대장로의 개나 다름없는 놈이니까.


“소이가..”

사람들도 숨죽이며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원한을 풀고 승천했다고 합니다.”

“..”

이만수가 건의 두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흡사 뱀을 앞에 둔 쥐처럼 건은 소름이 돋았다.


“진실이냐?”

“그렇습니다.”

그것이 사실이었으니 건도 당당했다. 그 목소리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까?

이만수의 손이 건의 팔목을 놓았다.


“너는 조만간 날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예.”

건이 머리를 숙이자 이만수는 사람들에게 팔을 흔들며 외쳤다.


“재판을 마칩니다!”

그의 말에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장로님께서 웬일이시지?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야?

-모르지, 다 뜻이 있으시니 그리하셨겠지. 가세나. 이미 끝난 일인데.


.

.


말이라는 건 아주 중요하다. 강한성이 혀를 잘못 놀려 꼬투리를 잡힌 것처럼 건이 한 말들은 모두 증거가 되어 박제될 것이다. 그래서 아주 조심해야 했고 사실에 근거해야 했다.

건은 딱 한 가지만 감췄다.

영혼을 고를 수 없다.

선택권 없이 무작위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건 아주 단순한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심각하리만큼 중요한 문제였다. 영혼을 고를 수 없다는 건 죽은 사람을 특정해서 부활시킬 수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쳇.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진환이 혀를 찬 것도 아마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내일 아침 대장로님께 갈 것이다. 너는 여기에서 대기해라.


재판이 끝났지만, 건은 오늘도 아이들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마을의 중요한 인재가 될 수도 있는 아이를 가까운 곳에 두는 거니까.

하지만 건의 입장에선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소문이 쫙 퍼져버렸는지 마주치는 치안대원들은 노골적으로 쳐다봤고 어떤 귀족은 몰래 다가와 이렇게 부탁하기도 했다.


-내 아내를 단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어. 어떻게 안 되겠느냐?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마.


혹시 모른다. 그의 아내가 22억의 영혼에 포함되어 있을지도. 하지만 그걸 다 뒤질 시간도, 자신도 없었고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중요한 포인트를 소모해 그의 아내를 소환할 이유도 없다.


“후..”

창가에 선 건은 홀로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방에 갇혀있는 거나 다름없지만 상관없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했고, 마켓도 접속해야 했다.

소환사용 아이템의 효과도 확실히 느꼈다. 이제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숨길 필욘 없어.’

고전 영화를 보면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배트맨이 자신의 능력과 정체를 숨기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강한성도 전류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김진환 장로도 엄청나게 빠르다. 이만수 재판관은 생물을 마비시킬 수 있고 대장로는 마을 전체를 지킬 수 있는 보호막을 쳤다. 그런 걸 모두가 알고 있다.

‘나는 소환사야.’

당당해도 된다. 죄진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선..”


「마켓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이 갈증을 풀어줄 달콤한 과실로 목부터 축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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