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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19,542
추천수 :
627
글자수 :
465,472

작성
20.09.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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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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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용의 영혼(3)

DUMMY

숲을 가득 메운 붉은 로브 차림의 전사들. 하나같이 무기는 조잡했지만. 그들이 내뿜고 있는 살기는 결코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매복이군!"


켈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사제를 주시했다. 저 사제는 혼돈의 신 중 하나인 피의 신의 사제.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싸우는 것이라면 가장 골치아픈 버퍼 중 하나다.


"허허허... 드래고니안을 무찌른 기사들과 맞상대를 하려면 이 정도는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제는 클클클 웃으면서 다시 한 번 손을 뻗었다. 그의 눈은 거의 멀어 있었지만 용의 영혼을 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습니다 남작. 용의 영혼을 넘기세요. 그렇지 않으면 큰 화를 입게 될 것입니다."


"큰 화를 입는다라?"


"혼돈의 신들께서 그대에게 낙인을 찍으실 것이니. 그대는 신의 분노가 두렵지 않으시오? 혼돈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으니.. 그대가 모시는 신의 질서또한 혼돈의 한 면에 지나지 않소이다!"


사제는 목소리를 높이며 용의 영혼을. 야건 코지의 영혼을 넘기라고 다급하게 말했다. 인간의 영혼도 없어서 못 쓰는 사교도들의 무리가 용의 영혼을 손에 넣는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은 당연한 일.


켈러는 침을 뱉으며 사제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꺼져라! 나는 이 영혼을 동족에게로 인도하기로 맹약하였으니. 감히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너희들은 편히 잠들지 못할 것이다!"


"주군의 말이 들리지 않으냐! 사악한 도당들은 우리의 검격을 받아내지 못할 것이다!"


"혼돈의 어떤 자식들도 신의 뜻을 따르는 어린 양들을 해할 수 없나니! 덤벼라 혼돈의 종자들아! 지옥으로 보내주겠다!"


옌과 가번이 맞장구를 치며 전의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피어오르는 아우라의 기운. 사제와 마찬가지로 해진 붉은 로브를 두른 수백명의 전사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젠장.. 지금은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이 붙을 수밖에 없나...-


아직 영혼 제련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켈러. 아우라의 양은 보통 때의 10분지 1에 불과했고. 몸의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당장 호통을 치고 있는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으니 말을 다한 수준.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저들은 야건 코지의 영혼을 또 다시 더럽힐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야건 코지는 구원받지 못한채 영원히 구천을 떠돌 것이다.


후웅!


그렇기에. 여기서 싸워야만 한다. 전멸을 각오하더라도 용의 영혼을 지켜내야만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전원! 전투 준비하라!"


"""예!"""


*


움찔!


움찔!


"으..으아아아아!"


"어림도 없다 이놈!"


서걱!


수백명의 전사들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근처의 농민들이나 노동자들을 회유해서 몇 달 동안 훈련 시킨 것에 불과하다. 물론 혼돈의 신들이 저들을 굽어살피니 징집병들보다야 낫겠지만. 켈러에게는 12명에 달하는 기사들이 있었다.


"대형을 유지해라! 남작 각하께 적들의 피를 묻히게 하지 마라!"


가장 연장자인 폴이 달려드는 전사 3명을 반으로 갈라 죽여버린 후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아우라를 쓰지 못하는 이상 병력의 질은 이쪽이 압도적. 이렇게 전투가 지속된다면 승리는 켈러의 일행이 가져갈 것이 뻔했다.


하지만...


"혼돈의 신이시여 우리의 피를 바치나니 우리의 전사에게 피의 축복을 내려주소서!"


파아앗!


"뭐..뭐야!?"


"피..피가 살아 움직인다!"


사제가 기도문을 외자. 바닥에 흡수되었던 피가 갑자기 솟아오르더니 아직 살아남은 전사들의 입과 코. 귀를 통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들어오는 타인의 피에 전사들은 기겁했으나. 이내 관절을 뒤틀더니 시뻘건 안광을 뿜으며 마구잡이로 돌격해오기 시작했다.


"광전사!"


그 모습을 본 켈러는 기함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피의 신이 내리는 축복 중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부류에 속하는 광전사화의 술법. 신이 내린 신성으로 강화된 전사들은 아우라를 두른 검으로 두세번을 베어야 죽을 정도로 명줄이 질겨진다.


"크으윽..!"


그리고 그 말은 곧 포위되어 있는 켈러 일행을 압살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술법이란 뜻. 다 죽어가는 전사들도 덜렁거리는 팔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공격에 공격을 반복하게 만든 광전사화 술법에 의해. 켈러의 기사들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후후후후! 이제 그만 포기하시죠? 승리의 남작 각하? 당신의 기사들을 개죽음으로 몰 셈입니까?"


"간악한 그 혀를 놀리지 마라 혼돈의 끄나풀이여! 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니. 우리의 힘은 끝이 없다!"


"오... 그러시다면야.."


사제는 비웃음을 날리며 즐거운 표정으로 피가 스며드는 대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피의 신을 모시는 사제. 이 땅에 더 많은 피와 살점이 스며들수록 힘을 얻는 것은 그들이었다.


결국.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켈러 또한 전면으로 나설수밖에 없었다. 영력을 이용해서 술법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켈러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샤아아아!


켈러의 몸에서 보라색과 검은색의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보라색이 영력이라면. 검은색의 연기는 영혼들이 현실세계로 나올때 생겨나는. 이른바 매연이었다.


"광전사들을 나에게로 보내라! 내가 저들을 지옥으로 인도하겠으니!"


"안 됩니다 주군! 위험합니다!"


"잔 말 말고 보내라지 않았느냐! 너희들의 힘으로는 저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모르겠나?!"


몸이 좋지 않으니 자연스레 정신력도 감퇴하는 것 같았다. 평소였으면 다그쳤을 것을 지금은 기사들의 힘을 깎아내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후후후.. 우리 남작께서 죽고 싶으신 모양이군. 쳐라!"


"크아아아아아!"


기사들이 별 수 없이 길을 트자. 광전사 10명이 득달같이 켈러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친듯한 표정에 홰까닥 돌아버린 눈. 그리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턱까지. 인간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워보이는 자들이었다.


"죽어라!"


켈러는 검을 휘둘러 가장 앞서 나오던 광전사 한 명의 목을 자르고는. 그대로 힘을 슬어 우측으로 돌아오는 광전사 두명을 벤 다음. 원심력을 이용해 한 바퀴를 그대로 돌아 베며 자신을 포위하려 한 10명의 광전사들에게 깊은 부상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 정도로 죽는다면 광전사라는 이름이 붙지도 않았게지만 말이다.


"끼야아아아악!!!"


못 죽인 것을 분노하는 건지 상처입은 것에 분노하는 건지 모를 소름끼치는 괴성과 함께. 살아남은 7명이 다시 달려들었다.


"꺼져라!"


우렁찬 사자후와 함께 보라색의 기운들이 검신에 둘러지고. 보랏빛으로 번뜩이는 눈을 빛내며 그대로 검기를 날린 켈러. 그리고 살아남은 광전사들은 없었다.


"사악한 술법은 나로 인해 정화될 것이다!"


"무..무슨! 영혼을 다룰 수 있다니!"


영혼을 두른 검을 대지에 꽃아넣자 대지에 뿌려진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니 그대로 증발했다. 영력을 이용해 술법의 매개가 되는 피를 말살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사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강한 기사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영혼의 힘을 다룰 수 있는 기사라는 말은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영혼을 쥐어짜 힘을 부리는 그들에게 있어서. 영혼을 다루는 자들은 언제나 위험한 부류에 속했다.


"감히 신의 대리자 앞에서 영혼을 다루다니! 모든 영혼은 피의 신의 것이다!"


"미친 소리!"


켈러는 헛소리를 내뱉는 사제의 말을 무시하고는 계속해서 대지에 영혼을 불어넣었다.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지각이 있는 영혼들이 임하는 땅은 자각없는 광신자들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다.


"크아아아!"


땅에서 반투명한 손이 솟아나와 광전사를 휘감고. 그대로 반으로 갈라 찢어버렸다. 그리고 광전사의 영혼은 붉게 물든 채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순식간에 투명화되었으니 오직 영혼이 빠져나갈때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하나 둘씩 광전사가 반갈죽되어버리고. 흩뿌려진 피도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니. 졸지에 사제는 그 많던 부하들을 전부 잃어버리고 어느덧 혼자 남게 되었다.


차라리 광전사화의 술법을 쓰지 않았다면 몇 명이라도 건졌을 것을. 켈러가 영혼을 다루는 자임을 알지 못한 그의 크나큰 실책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만 항복해라 이 이단아. 신께서 네놈을 심판하실 것이니.."


어느새 잔당들을 처리한 12명의 기사들이 원형으로 진을 짜 사제를 포위했다. 부하들을 잃어버린 이상 자체 전투력이 전무한 사제가 12명에 달하는 기사의 진을 빠져나갈 가능성은 없었다.


"크흐흐흐... 항복이라고? 피의 신께선 항복을 원치 않으신다. 죽여라!"


"그럴수야 없지. 너는 많은 걸 말해줘야 하거든."


"많은 걸 말해줘야 한다라! 나의 형제들을 팔아치우라는 건가!"


"어차피 지옥에 갈 거. 조금이라도 죄를 더는 게 낫지 않겠나?"


"으하하! 지옥?! 지옥이라고?! 그럴 수는 없지! 나는 피의 신께서 안배하신 천국으로 갈 것이다!"


"?! 무..무슨?!"


사제는 품에서 단도를 꺼내 자신의 심장에 박아넣었다. 피의 신을 섬기는 광신도들이 종종 이렇게 자신을 희생해 영혼을 자신의 주인에게 바치는 의식이었지만. 언제 봐도 괴상한 광경이었다.


"꾸륵...꾸르륵.."


"흥... 결국 이렇게 끝나나.."


켈러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시체들은 널려 있는데 피는 흩뿌려지지 않은 기괴하면서도 기묘한 광경은 그의 뇌리에서 쉬이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털썩!


결국 사제는 무릎을 꿇고 죽었다. 이제서야 피가 뿌려졌지만. 정작 사제가 죽어버렸으니 피는 그저 피일 뿐이었다.


"돌아간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군. 숲지기의 초소에 들러 휴식을 마친 뒤 돌아가도록 하겠다."


"""예!""


기사들은 각자 검을 집어넣으며 노곤한 함성을 터트렸다. 사흘간 먹고 자고 싸우기만 했던 그들이다. 기사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심리적인 피로감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켈러의 상태도 영 좋지 않다. 푹 쉬어야 할 상태에서 무리하게 영혼의 대지와 검격을 날리느라 지금은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만큼 상태가 악화되어 있던 것이다.


보글...보글보글..


"으음?"


그때였다. 갑자기 사제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가 끓기 시작하더니. 공중에 뜬 다음 서서히 검의 형태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사제의 시체또한 다시 한 번 일어서 새빨간 눈으로 켈러를 주시하기 시작하니. 기사들은 무엇인가 심상찮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제길! 주군을 보호.."


쾅!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이 검을 뽑는 것보다 사제가 혈검을 들고 돌진하는 것이 더 빨랐다. 사제는 그대로 무방비 상태인 켈러의 상체를 깊숙히 베었고. 큰 내상을 입은 켈러는 피를 토하면서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안 돼! 이 빌어먹을 자식이..!"


희미져가는 켈러의 의식. 마지막 순간 라이투스 켈러가 본 것은. 가지고 오지도 않았던 화살과 데려오지도 않았던 사제의 신성 마법이 아직까지도 서 있는 피의 사제에게 쏟아지는 모습이었다.


-말도 안 돼.. 소설 기반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소설에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이벤트가 일어난 것은 게임의 이야기. 즉. 이 세상은 소설과 게임을 반반씩 섞어놓은 세상이라는 뜻이었다.


-제기랄...-


자신의 무지를 탓하는 켈러는 그대로 기절했다. 흘러내리는 피가 대지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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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피의 신의 신도들(2) +3 20.10.19 204 6 12쪽
27 피의 신의 신도들(1) 20.10.02 193 8 12쪽
26 아이를 숨기는 방법(2) 20.10.01 205 7 12쪽
25 아이를 숨기는 방법(1) 20.09.26 209 9 12쪽
24 정보가 필요하다(2) +1 20.09.24 214 7 12쪽
23 정보가 필요하다(1) 20.09.23 219 8 12쪽
» 용의 영혼(3) 20.09.10 236 10 12쪽
21 용의 영혼(2) 20.09.08 239 10 12쪽
20 용의 영혼(1) 20.08.29 293 13 12쪽
19 아르틸 산의 던전(2) 20.08.27 294 10 12쪽
18 아르틸 산의 던전(1) 20.08.25 316 11 12쪽
17 돈을 벌어야 한다(2) +1 20.08.21 363 13 12쪽
16 돈을 벌어야 한다(1) +1 20.08.20 387 11 12쪽
15 이 기사들은 이제 내 겁니다.(3) +3 20.08.18 430 15 12쪽
14 이 기사들은 이제 내 겁니다(2) +9 20.08.14 561 19 12쪽
13 이 기사들은 이제 내 겁니다.(1) +5 20.08.14 589 20 12쪽
12 이단 심문(3) 20.08.12 566 22 12쪽
11 이단 심문(2) +7 20.08.09 558 19 12쪽
10 이단 심문(1) +1 20.08.08 628 22 12쪽
9 결투(2) +6 20.08.06 632 24 12쪽
8 결투(1) +2 20.08.04 680 26 12쪽
7 도적 남작(2) +3 20.08.02 710 28 12쪽
6 도적 남작(1) +1 20.08.02 751 27 12쪽
5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1) +3 20.08.01 826 28 12쪽
4 라이프 포스 베슬(2) 20.07.31 880 31 12쪽
3 라이프 포스 베슬(1) +3 20.07.31 925 26 12쪽
2 왜 하필이면..(2) +4 20.07.30 1,088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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