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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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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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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글자수 :
46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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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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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결투(1)

DUMMY

결투.


결투란 무엇인가?


흔히 가검을 가지고 어디를 찌르면 1점. 어디를 찌르면 2점... 이런 식으로 다치는 일 없이 일을 해결하는 것을 결투라 칭하지만. 그건 지구의 형식이었고.


이 세상의 결투란 그저 진검을 가지고 네가 죽냐 내가 죽냐하는 생사의 혈투를 벌이는 것만을 진정한 결투라 칭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은 너무 빡세단 말이야.. 기사나 되는 고급 인력을 사적제재로 죽여버려도 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잭슨은 검을 불렀다. 일순간. 자그마한 섬광과 함께 잭슨의 손에는 거대한 검이 들려 있었다.


"잭슨. 무리하지 마라. 결투라 해도 이건 제자들끼리의 결투다. 팔다리 중에 하나쯤 잘릴 지도 모르겠다만. 뭐 어차피 다시 자라지 않으냐. 여기서 지더라도 난 널 탓할 생각이 없다."


"괜찮습니다. 이길 수 있어요."


"으하하! 엄청난 자신감인데 그래? 뭐 그래.. 그 제라드가 재능이 있다고 칭할 정도면 정말로 실력은 있는 모양이다만... 세상의 어느 기사가 재능없는 것을 제자로 삼겠어? 그렇지 않나 세이렐?"


"예. 스승님."


잭슨의 앞에서 잔뜩 긴장한 눈으로 반쯤 검을 검집에서 꺼내들은 완숙해 보이는 여자의 이름은 세이렐. 아마도 17세에서 19세 즈음. 여자라기엔 아직 소녀의 티를 벗지 못한 여자였다.


소년과 소녀가 대치하자. 바람의 기류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아직 아우라를 각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느정도 실력이 되는 검사들이 기세를 내뿜자 대기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방출.


아우라가 깃들기 전의 검사들이 마지막으로 배우는 기술이었다.


"호오. 이거 대단하군. 설마하니 벌써 방출을 배웠나."


능글맞던 펠렌의 얼굴이 변한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몰랐다. 평생 방출의 단계까지도 가지 못한 검사들이 수두룩한데. 저 소년은 벌써 방출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물론 잭슨은 라이프 포스 베슬을 흡수해 망령들의 조언을 받아 이렇게까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여기 있는 누구도 그 사실을 몰랐기에 제라드는 잭슨이 재능이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여기서 결투를 하는 것은 폼새도 그렇고 하니... 영주의 대련장을 빌려서 하는 건 어떻겠나? 저 아이에에게도. 내 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걸세."


"... 잭슨?"


"저는 상관없습니다."


영주성에 있는 대련장은 대부분 영주 산하의 기사들이나 영주의 아들들. 혹은 검을 다루는 귀빈을 모실 때에 사용하는 나름 고급진 장소였다. 가장 작은 남작의 영주성조차도 무려 천명이나 되는 관객들을 수용할 수 있게 만드는 곳이 대련장이었으니 말이다.


피와 살이 튀기는 엔터테인먼트의 역할도 겸하는 결투는. 하류 계급들과는 다른 오락을 즐기고 싶은 귀족들에게 좋은 여흥거리가 되어주었으니까.


*


"네가 자신이 있으니 결투를 수락한 거지만. 솔직히 나는 네가 승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예."


"그럴 때는 화내야 하는 거다. 진정한 기사는 자신을 무시하는 자를 허투루 보내지 않으니까."


"저는 아직 기사가 아니잖습니까?"


"기사의 종자이지. 기사와 같은 권리는 없지만 책임은 있다. 그게 이 바닥의 규칙이다. 의무를 견뎌낸 다음에만 권리를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제라드와의 사투 끝에 몸 속에서 미쳐 날뛰고 있는 영력을 적어도 바깥으로 분출되지는 않게 억제할 수 있게 된 잭슨은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중이었다.


당장 지금 자신이 다스리고 있는 영혼만 7400명이 넘는 갯수. 과연 그 중에 검을 휘두르지 않았던 자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들의 조언과 몸짓을 따라하기만 해도. 세리엘같은 어설픈 종자는 가소롭게 이겨버릴 수 있는 게 라이프 포스 베슬의 힘이었다.


그러나 그의 앞에 있는 제라드는 영력은 고사하고 라이프 포스 베슬이 뭐하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있었기에. 진심으로 무모한 싸움을 건 잭슨을 걱정하고 있었다.


-역시 젊다 못해 어리니 판단력이 흐려진 건가... 요즘 내가 조금 느슨하게 대하긴 했지. 이번에 지고 나면 특훈이고. 이겨도 특훈을 시켜야겠어.-


지면 지는대로 약해서 문제인 거니 특훈. 이기면 이기는대로 기고만장해진 버릇을 꺾기 위해 특훈.


잭슨이 이기든 지든 죽어나가는 사실을 모르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을 때. 제라드는 그 위에서 잭슨을 지켜보고 있는 셈이었다.


*


짝!


"읏..!"


"대체... 대체 얼마나 얕보였으면 이제 10살 짜리인 애새끼한테 얕보일 수가 있는거냐!"


"죄송합니다.. 스승님."


잭슨이 제라드와 결투를 대비한 맹훈련을 하고 있을 때. 펠렌은 주저없이 세리엘의 뺨을 후려갈기고 있었다.


이유인즉. 자신보다 한참 어린 소년에게조차 얕잡아보였다는 것. 아무리 여기사가 남기사에 비해 한 급 낮게 취급되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지만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같은 나잇대의 남자애도 아니고. 소중이에 털도 나지 않은 꼬맹이에게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얕보였다는 것은. 성별이나 나이를 떠나 수련이 부족했다는 것밖에는 말이 되지 않았다.


"앞으로 결투가 시작될 때까지는 수련장에서 나올 생각일랑 하지 말아라! 사람을 시켜 옷가지나 먹을 것은 갖다 줄 터이니."


"예. 스승님."


세리엘이 이를 악물고 대답하였다. 그녀도 성별을 떠나 기사로서 살기로 각오한 몸. 노골적으로 당한 무시에 패배로 못을 박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두 제자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두 스승에게 고통을 받기 시작하였다.


*


마그레이브 변경백령의 영주성.


변경백이 정무를 보고 있는 집무실에는 변경백과 펠렌이 보낸 대리인이 있었다.


"결투의 참관인이 되어달라고?"


변경백이 화려하게 꾸민 결투장을 보면서 물었다. 온갖 미사여구를 제외하고 보자면 '저 새끼 좇같으니까 칼빵좀 놓을랜다. 너도 함 와서 봐라.' 라는 뜻의 결투 초청장을 내려놓으며 변경백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각하. 명예로우신 기사이시자 현명하신 영주인 마그레이브 변경백께서 결투의 참관인이 되어주신다면. 더할나위없는 영광일 겁니다."


"흠... 결투 날짜가 언제인가?"


"오는 9월 3일입니다."


"그 날은 스케줄이 비어있기는 하지. 그래. 누구와 누구의 대련인가?"


"라이비스 펠렌 남작의 제자인 세리엘과 레이스터 제라드의 제자인 잭슨의 대결입니다."


"음? 그 치들이 아니라 그들의 제자들이?"


"예."


라이비스 펠렌이야 안 좋은 의미로 유명한 작자였고. 레이스터 제라드는 왕실 친위기사 때 저지른 짓이 너무나 유명해 말 그대로 변경의 영주인 변경백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기사들이었다. 아니. 이미 한쪽은 기사가 아니었지만.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아닌 그들의 제자가 결투를 벌이는 상황. 보통 제자가 결투를 신청하는 경우는 스승의 원수를 갚는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면 거의 없었다. 애초에 제자들은 안으로 나도는 게 아니라 실적을 쌓기 위해 밖으로 나돌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맺을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보통 제자들이 처음 사교계에 발을 들이는 경우는 정식으로 기사 서임을 받은 뒤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로 국가에서 열어주는 국왕배 기사무도회였다.


그런데 아직 정식으로 기사 서임도 받지 않은 제자들이 서로 죽자고 달려드는 경우라니. 변경백은 참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머금었다.


"둘 다 들어본 적 없는 자들인데.. 두 명에 대해서 알려주게."


"세리엘은 하프 엘프로. 지금 19세의 나이로 9년째 검을 휘두르고 있으며. 잭슨은 10세의 순수 인간으로 이제 검을 잡은 지 4개월이 되어간다 합니다."


"뭐라? 그렇다면 너무 격차가 나지 않는가?"


"결투의 당사자들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게다가. 잭슨이라는 소년이 오히려 먼저 결투로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청했다는군요."


"거 참. 무모한 소년이로고. 헌데. 두 제자들. 어느 한쪽이 아우라를 각성하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당연히 아닙니다 각하. 만약 그랬다면 결투가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요."


계속해서 언급했듯. 아우라를 다루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무력 차이는 압도적이다. 만약 전자와 후자가 결투를 한다면 설령 천번만번을 결투한다 해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다. 기사란 타이틀이 허언증 증명증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쓸데없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기사와 일반인 사이의 결투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딱히 특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인이 덤비면 말 그대로 뼈와 살을 분리해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이 기사였으니.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이번 결투는 아무리 봐도 승패가 명확하게 갈렸다.


"잭슨이라 했던가?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모양이야. 아무리 여자라 해도 9살 터울인데.. 그 정도면 사실상 어른이나 다를 바가 없지, 키도 체중도 완력도 모두 우위일텐데 뭘 믿고 결투를 신청한 건지 원..."


"뭐. 언제나 소년들은 혈기왕성한 법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잘 알겠네. 라이비스 펠렌 남작에게는 내가 직접 참관하겠다고 전해주게나."


"잘 알겠습니다 변경백 각하."


*


가을은 어느 세계에서나 수확의 계절이었다. 물론 종자의 열등함과 농업 기술의 미진함으로 인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지구의 그것보다야 훨씬 떨어졌지만. 그래도 누렇게 익은 밀과 쌀은 농부들에게 자부심과 함께 올해도 가족들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에 알맞은 색이었다.


농부들이 슬금슬금 추수를 준비하고. 아내들은 아직 다 여물지 않은 이삭들을 노심초사하게 바라보며. 아이들은 기운 작물들의 가지를 하나 둘씩 꺾어 흔들면서 밭을 뒤흔들며 놀았다.


그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화로운 일상. 그러나 이 세계에서 이런 평화가 지속되는 것은 영지 바깥에서 병사와 기사들이 시체의 군세와 전쟁의 마수들에 맞서 목숨으로 그들을 지키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이제는 11살이 된 잭슨은 한층 더 완숙해진 모습으로 대련용 갑옷을 착용한 채 마그레이브 변경백의 영주성 안에 있는 대련장에서 차례를 기다기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검으로 받은 모욕을 씻어내기로 신 앞에 맹세한 두 전사들이 용맹히 싸울 것을 결의하나니! 전사들은 부름에 응하라! 라이비스 펠렌 남작의 제자. 세리엘! 레이스터 제라드의 제자. 잭슨!"


"""와아아아아아!!!"""


"라이비스 펠렌 남작의 제자이자. 엘프와 인류의 연결자이며. 베르톨트와 아바렌의 딸. 7자매의 장녀인 세리엘이 일검의 명예를 걸고 결투의 장소에 왔나이다!"


"레이스터 제라드의 제자이자. 인류애의 결정. 만민의 아들이자 교단의 총애를 받는 자. 40남매 중의 4남인 잭슨이 일검의 명예를 걸고 결투의 장소에 왔나이다!"


정형화된 등장대사를 외친 후. 소년과 소녀는 대련장의 위로 올라갔다. 대련장을 빼곡하게 채운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맞으며. 그와 그녀는 동시에 안면 보호대를 슬며시 내렸다.


"각하.. 이제 슬슬..."


"알고 있다."


결투 준비가 끝난 것을 본 변경백이 몸을 자리에서 일으키자. 시끌벅적했던 관중석의 관중들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변경백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자.


"마침내. 신께 명예를 건 두 전사들이 모였으니. 누가 옳고 그른지. 신께서 판단하시리라. 전사들이여! 준비하라!"


변경백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변했다. 모두가 기다리는 말. 두 사람이 기다리는 말이 드디어 그의 목에서 나오고 있었다.


"결투를!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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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피의 신의 신도들(1) 20.10.02 193 8 12쪽
26 아이를 숨기는 방법(2) 20.10.01 205 7 12쪽
25 아이를 숨기는 방법(1) 20.09.26 209 9 12쪽
24 정보가 필요하다(2) +1 20.09.24 214 7 12쪽
23 정보가 필요하다(1) 20.09.23 219 8 12쪽
22 용의 영혼(3) 20.09.10 235 10 12쪽
21 용의 영혼(2) 20.09.08 239 10 12쪽
20 용의 영혼(1) 20.08.29 293 13 12쪽
19 아르틸 산의 던전(2) 20.08.27 294 10 12쪽
18 아르틸 산의 던전(1) 20.08.25 316 11 12쪽
17 돈을 벌어야 한다(2) +1 20.08.21 363 13 12쪽
16 돈을 벌어야 한다(1) +1 20.08.20 387 11 12쪽
15 이 기사들은 이제 내 겁니다.(3) +3 20.08.18 430 15 12쪽
14 이 기사들은 이제 내 겁니다(2) +9 20.08.14 561 19 12쪽
13 이 기사들은 이제 내 겁니다.(1) +5 20.08.14 589 20 12쪽
12 이단 심문(3) 20.08.12 566 22 12쪽
11 이단 심문(2) +7 20.08.09 558 19 12쪽
10 이단 심문(1) +1 20.08.08 628 22 12쪽
9 결투(2) +6 20.08.06 632 24 12쪽
» 결투(1) +2 20.08.04 680 26 12쪽
7 도적 남작(2) +3 20.08.02 710 28 12쪽
6 도적 남작(1) +1 20.08.02 751 27 12쪽
5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1) +3 20.08.01 826 28 12쪽
4 라이프 포스 베슬(2) 20.07.31 880 31 12쪽
3 라이프 포스 베슬(1) +3 20.07.31 925 26 12쪽
2 왜 하필이면..(2) +4 20.07.30 1,088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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