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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님의 서재입니다.

로키 : 밤의 황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N.J.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3
최근연재일 :
2021.06.22 19:00
연재수 :
1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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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글자수 :
953,438

작성
19.04.08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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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 극악단 럴러바이(8)

DUMMY

로키는 다시 붉은 머리 남자와 대화를 나누던 그곳에 서 있었다. 이미 날은 어둑해지고 검은 하늘에는 달이 모습을 절반만 드러낸 채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럴러바이에게 신호를 보낼 단검을 사기 위해 잡화점으로 향했다.


‘저번에도 가죽 양이 적다고 투덜거렸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화를 내시겠네.’


잡화점 주인이 골치 아프다며 머리에 손을 얹는 광경을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는 여유롭게 걸었다. 밤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주인은 가죽을 팔러 온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러 온 로키에게 실망했다. 다음번에는 가죽을 가득 채워 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그는 로키에게 단검을 팔았다.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까지 주인의 뜨거운 눈빛을 받은 로키는 복잡한 골목길에 들어가 3층짜리 건물의 위로 단검을 던졌다. 허공을 나는 사과를 맞춰본 적이 있는 그에게 건물의 지붕 위로 던지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지붕이 벽돌로 되어 있었기에 단검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지붕에 안착했다.


제 자리에서 기다린지 얼마 되지 않아 지붕에 길쭉한 그림자가 하나 생겼다. 그 그림자는 그를 향해 점점 길어지더니 건물의 그림자에서 떨어져 나왔다.


“네가 로키구나?”


여성의 목소리.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가면은 왼쪽 볼에 별이 새겨져 있었다.


“예. 계속 지붕에서 대기하고 계셨던 겁니까?”


“막 교대해서 기다린지 얼마 안 됐어. 운이 좋았지.”


그녀는 단검의 날을 자신에게 향하게 단검을 잡고 그에게 건넸다. 그는 그것을 받아 가방에 넣었고, 그녀는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앞장섰다.


그녀가 가는 길은 로키에게도 익숙한 길이었다. 모르는 것을 도저히 알 수가 없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방법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용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곳.


“정보 길드에 묵고 계십니까?”


“응. 우리는 일정한 거처가 없고 이번에는 천막도 두고 와서 잘 데가 없어. 그래서 신세를 좀 지고 있지.”


그러더니 로키 쪽으로 몸을 돌리고 양손의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구부리며 덧붙였다.


“물론 공짜로 말이야.”


그녀가 문을 열려고 할 때 안쪽에서 문이 먼저 열렸다.


“여어, 라튼. 매너가 늘었어?”


“리더께서 열어 주라고 해서 나온 거야. 그렇지 않았으면 어림도 없었어.”


그의 말에 그녀는 “그러면 그렇지.”하고 혀를 차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로키는 라튼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블랑은?”


그녀의 질문에 문을 닫고 따라 들어오던 라튼이 답했다.


“원래 있던 곳에.”


정보 길드의 건물은 구조가 단순하다. 2층까지 되어 있는 이 건물은 한 층마다 복도가 하나밖에 없고 그 복도의 양쪽에 방들이 있다. 1층 복도의 맨 끝은 의뢰를 받는 방, 2층 복도의 맨 끝은 정보 길드 지부장의 개인 사무실이다.


그녀는 2층의 맨 끝에 위치한 방으로 로키를 안내했다.


“같이 들어가시는 게 아닙니까?”


“지겹도록 본 얼굴을 또 볼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


그녀의 말에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보 길드를 이용해 본 적은 많았지만 2층은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붉은 머리의 남자가 소파에 앉아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서 와.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왔네? 애들이 험하게 굴지는 않았지?”


“블랑 님보다는 점잖으시더군요. 덕분에 편하게 왔습니다.”


“예절이 없으면 이 짓도 못해 먹지. 귀족들이 생난리를 치거든.”


블랑은 로키의 앞에 놓여 있던 차를 권했다. 빛깔부터 맛까지, 플로라의 집에서 먹었던 차와 동일한 것이었다.


“네가 어떤 차를 좋아하는지 몰라서 가장 최근에 마셨던 차로 준비했어.”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로키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우리 럴러바이가 어떤 단체인지는 알아?”


블랑이 찻잔을 입가에 가져갔다가 탁자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대륙 최고의 극악단. 그 이면은 정보 길드의 시초. 그런데 사람들은 전자의 면만을 알고 있더군요.”


“맞아.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사실 상 은퇴에 가깝게 지내고 있었어. 럴러바이의 존재 의의는 밤의 황제가 원하는 정보를 주기 위함인데, 정보를 얻어도 줄 대상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


“그런데 제가 나타난 겁니까?”


“그래. 공식적인 밤의 황제의 후계자가 말이야. 우리는 기쁘게 밤으로 복귀했어. 영감에게 배웠던 것들을 써먹어 보고 싶었거든.”


“이곳을 점령한 것을 보면 이미 훌륭하게 써먹으신 것 같습니다만.”


그의 말에 블랑은 손을 저었다.


“대여한 거야, 대여. 물론 이곳 사람들의 자발적인 동의하에 말이야. 활동을 멈춘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럴러바이의 권위는 절대 훼손되지 않아.”


“그럼 원래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정보 수집하러 갔지.”


그의 말에 로키는 대꾸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대여의 뜻이 주인을 정보 수집하러 보내놓고 빌린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말인가.


기가 차다는 로키의 표정에도 그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서 말을 계속했다.


“영감의 말 한 마디면 우리는 하기 싫어도 너를 억지로 도와줘야 해. 영감이 우리에게서 손을 뗐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럴러바이의 단장이니까. 하지만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너도 싫잖아?”


블랑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제적으로 묶인 인연은 절대 오래 가지 못한다. 설령 오래 간다고 해도 그런 관계는 로키 쪽에서 거절이다. 웃음을 가장하고 등 뒤에 칼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무섭다는 것을 로키는 어릴 적 뼈아프게 배웠다. 아무리 자신에게 메리트가 큰 사람이어도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적으로 만나는 것이 더 속 편하다.


“네가 내 부탁만 들어주면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네 편이 되어 줄게.”


“어떤 부탁입니까?”


“우리를 친구로 대하겠다고 약속해. 영감이 어떤 방식으로 럴러바이를 운영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적어도 단원들과 친구처럼 지내왔어. 네가 그 분위기를 깨겠다면 나는 아무런 협조도 하지 않겠어.”


“친구······ 말입니까?”


“그래.”


그의 인생에 친구를 사귀었던 기억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멈춰 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이후 친척들마저 그를 버렸는데, 친구가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현실에서 암흑가 사람들과 사채업자를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았던 그에게 친구를 맺자고 말하는 이가 NPC라니.


“친구를 사귀어 본지 오래 되어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의외로 숙맥인 모양이지?”


그의 말에 로키는 그저 미소만 지었다. 과거를 설명할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블랑의 말에 그는 놀라지 않았다. 친구로 지내자는 부탁은 럴러바이의 협조를 얻는 대가로 너무 싼 편이었으니.


“너를 데려갔었던 금발의 남자. 그 자와 만나게 해줘.”


블랑의 말에 로키는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 정체를 알아본 건가?’


럴러바이의 단원이라면 그의 얼굴을 알고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로키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아니? 모르니까 너한테 부탁을 하지. 알면 직접 찾아가지, 왜 귀찮게 부탁을 하겠어.”


그의 말에 로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타스가 그 사람의 외모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사람을 만나서 뭘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뭘 하냐고?”


로키의 질문에 블랑은 씩 웃으며 답했다.


“한판 붙으려고.”


작가의말

이번 편은 2장을 마무리하는 단계라서 분량이 조금 적습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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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극악단 럴러바이(8) 19.04.08 70 0 8쪽
18 2. 극악단 럴러바이(7) 19.04.08 76 1 18쪽
17 2. 극악단 럴러바이(6) 19.04.07 87 1 17쪽
16 2. 극악단 럴러바이(5) 19.04.07 87 1 13쪽
15 2. 극악단 럴러바이(4) 19.04.06 108 1 16쪽
14 2. 극악단 럴러바이(3) 19.04.06 93 0 13쪽
13 2. 극악단 럴러바이(2) 19.04.05 97 0 13쪽
12 2. 극악단 럴러바이(1) 19.04.05 108 1 17쪽
11 1. 커튼 콜 명단(8) 19.04.04 130 1 20쪽
10 1. 커튼 콜 명단(7) 19.04.04 143 0 14쪽
9 1. 커튼 콜 명단(6) 19.04.03 129 2 14쪽
8 1. 커튼 콜 명단(5) 19.04.03 129 1 12쪽
7 1. 커튼 콜 명단(4) 19.04.02 131 0 11쪽
6 1. 커튼 콜 명단(3) 19.04.02 167 1 11쪽
5 1. 커튼 콜 명단(2) 19.04.01 179 1 14쪽
4 1. 커튼 콜 명단(1) 19.04.01 205 2 12쪽
3 0. 프롤로그(3) 19.04.01 218 1 12쪽
2 0. 프롤로그(2) 19.04.01 281 3 14쪽
1 0. 프롤로그 +4 19.04.01 51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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