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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단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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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스
작품등록일 :
2017.12.29 00:26
최근연재일 :
2017.12.29 00:32
연재수 :
5 회
조회수 :
2,000
추천수 :
17
글자수 :
20,000

작성
17.12.29 00:29
조회
681
추천
4
글자
7쪽

청부살인

DUMMY

기괴한 죽음이었다.




그것을 죽음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제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죽음이 아니었다. 감금이었지. 하지만 그 결과 제인은 재판장 앞에 서있었다.




“원고?”




제먼트 판사는 침착하지만 내심 당황한 목소리로 원고를 불렀다. 이 일은 그가 판사로 있으면서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미 죽은 사람에 대한 살인죄였다. 판사의 부름에 제인과 동승한 변호사 코먼필드가 말했다.




“예 판사님.”


“그러니까, 죽은 사람이 사실은 살아있었다는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증거자료를 첨부합니다.”




제먼트는 코먼필드가 건넨 자료를 받았다. 최신 기술인 사진 인화 기술로, 색은 흑백이었고 화질도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어떤 모습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피로 긁혀진 흔적.




사건 개요는 그랬다. 제인은 그녀의 연인 제임스 벡스터와 약혼을 맺었다. 제임스 벡스터는 그 가문의 아들로 마을 전체에서 유명한 부자인 벡스터 가문의 차남이었다. 물론 이 약혼은 벡스터 가의 사람들을 분노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왜냐면 제인 오스틴은 별 볼일 없는 무두장이의 딸이었던 것이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제임스는 정말로 제인을 사랑했기 때문에 가문과도 결별할 마음을 먹고 있었던 로맨틱한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제임스가 잠든 것처럼 죽었다. 사인은 심장마비 어떤 외상도 보이지 않았지만 심장이 뛰지 않는다. 한동안 숨을 쉬지 않았기에 의사는 사망판정을 내렸고 제인은 울부짖으면서 제임스의 장례식에 갔지만 그 가족들에게 쫓겨났다. 장의사 홉스가 제임스를 묻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제인은 정말로 그 죽음에 대해서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날은 함께 저녁을 먹고 그와 헤어졌다. 모두 멀쩡했다. 그때만 해도 웃으면서 내일 보자고 말했을 텐데, 집으로 되돌아간 제임스가 바로 죽었던 것이다. 제인은 그때 제정신이 아니었다. 정말로 살아있었는지 죽어있었는지 그 모습조차 확인하지 못했던 제인은 진한 의구심을 품는다. 그녀는 약혼자의 무덤을 파기 시작했다.




당연히 낮에 할 수는 없었으므로 밤에 파야했다. 한 번, 또 한 번. 쉼 없이 땀흘려가며 끝가지 파내려간 제인은 제임스의 관을 찾았다. 그리고 뚜껑을 열었다. 제임스는 죽어있었다. 표정은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제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입가에 입맞춤했다. 차가운 죽음이 입술위에 놓여있었다.




제인은 이제 그와 결별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뚜껑을 닫으려는 찰나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엄청난 위화감에 제임스의 손톱을 보았다. 피로 물들어있고 손톱이 완전히 다 조각나있었다. 제인은 고개를 돌려서 관 뚜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손톱으로 긁어댄 자국이 있었다.




순간 돋는 소름에 제인의 상상력이 발휘되었다. 어쩌면 제임스는, 죽지 않았고 이 아래에 산채로 묻힌 것이 아닐까? 그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고통스럽게 살아 있는 채로 아래에서 죽게 된 것이었다. 그 날 이후로 제인은 미쳐버린 것처럼 증거를 모았다.




왜 제임스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게 된 것인지, 어떤 연유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장의사 홉스를 고소했다. 이유는 청부살인. 벡스터가의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서 살아있는 사람을 파묻은 것이라고 증거까지 모았다. 제인은 전 재산을 털어 변호사 코먼필드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일전 군인이었지만 전역해서 변호사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홉스는 재판장에 피고로 서자 맨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일이 진행되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장의사일을 해온 사람이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아닙니다! 재판장님! 저는 절대 살아있는 사람을 묻지 않습니다! 그 시체는 방부처리까지 끝난 시체라고요!”


“정숙하세요! 피고. 아직 피고의 발언 시간이 아닙니다.”




홉스는 그 투실투실한 턱을 떨었다. 난생 처음으로 고소를 받았는데 그 고소가 청부살인이라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실에 홉스는 두려움에 잠겼다. 그가 고용한 변호사가 오늘 중에 있었던 1심에서 패배했기에 공포는 떠나지 않았다. 제인이 홉스를 노려보는 모습이 참으로 오한이 돋는다. 얼마나 한이 쌓였는지 눈에서 살기가 나올 지경이었다.




제인은 재판이 끝난 뒤에 홉스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둘 다 변호사 없었다.




“합의해줄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어요.”


“예!? 그게 뭡니까 뭐든지 해드리겠습니다. 대신 제가 모은 돈이 얼마 안 됩니다. 제발 자비를 베푸시죠 레이디.”


“아뇨, 돈을 달라는 말이 아니니까 걱정하지마요. 다만 누군가를 묻어줬으면 해요. 그들도 죽었거든요.”


“그들이라니? 여러 사람입니까? 어차피 전 장의사라 사람 묻는 일을 합니다. 시켜만 주신다면 시체를 묻어드리겠습니다. 물론 공짜로요.”


“그래. 고마워요. 그럼 더 이상 이일을 끌고 가지 않을 게요. 고소를 취하하죠.”




제인은 홉스와 이야기 나눴다. 곧 벡스터가의 사람들이 모두 죽을 거라고 했다. 제임스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 여동생, 막내 동생까지 전부다. 어떻게 죽을 거를 알고 있냐고 홉스가 물었다. 그러자 제인이 말했다.




“잠든 것처럼 죽을 거에요. 제임스처럼요. 그럼 그들을 묻어주면 됩니다. 대신 절대 빠져나오지 못하게 깊게 묻어주세요. 제임스보다 깊게.”


“빠져나온다니요 레이디? 그들이 살아있······. 아! 설마 제임스가 죽은 이유가······.”


“네. 그래요. 그들 일가족이 마시는 물에 독을 탔더군요. 정말로 죽지는 않지만 한동안 가사상태에 빠지게 하는 독이었어요. 그들도 생매장해주세요 홉스.”


“······예 그러죠. 하지만 보통일이 아니니 저도 돈을 좀 받아야겠습니다.”




홉스는 안색을 굳힌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그렇게 하세요.”



제인이 홉스에게 건넨 돈에는 같은 독이 듬뿍 발라져 있었다. 홉스가 돈을 만져서 그것을 깨달았을 때쯤 자신도 관을 긁고 있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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