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왔다!
나와 현주혁을 물어 뜯고 조롱하고 비웃는 노래로
무대를 가득 채우고선
최재호네 팀이 내려왔다.
다음은 우리 차례.
"좋아, 싹 밟아버리자."
나와 현주혁은 주먹을 툭 부닥치고 무대에 오르려는데-
"잠깐만."
DJ 프라임 형이 붙잡았다.
"너희도 올라가서 쟤들 씹을 거 아냐?"
"네, 받은 만큼 돌려줘야죠."
"그래, 그럼 이렇게 하자."
엥?
뭘요?
"계속 똑같은 디스전을 이어갈 게 아니라 아예 쇼부 보고 끝내는게 어때?
거기다 너희들 뒤로 내 공연인데 분위기가 거칠어 지는 것도 별로고."
나와 현주혁은 잠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 언제라도 상대해 줄 수 있어요."
DJ 프라임 형도 하이파이브를 하고 최재호네 패거리가 있는 쪽으로 갔다.
역시 다들 알아보느라 같이 셀카찍고 인사하고 난리.
그리고 저쪽 애들도 승낙했는지 악수를 하고 돌아왔다.
"좋아, 양쪽 다 오케이 했으니 내가 진행할게."
DJ 프라임 형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A yo,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시죠?"
객석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오늘 초대된 DJ 프라임입니다.
제니스 그루브 제주점은 매년 오는 곳인데요,
올해는 특히나 열기가 뜨겁네요.
다만 좀 삐딱하게 나가는 것 같아서
깔끔하게 승부를 내려고 하는데,
어떠세요?"
마다할 리가 있나.
관객들은 대결을 좋아하는데.
박수와 휘파람, 환호성이 뒤섞였다.
프라임 형의 한마디로 클럽은 순식간에 로마 콜로세움으로 변했고
나와 최재호는 검투사가 되어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케이.
다들 좋아하는 것 같으니
내가 주는 비트 위에 프리스타일로 두 번씩,
각각 선공 한 번, 후공 한 번의 배틀로 가고요.
마지막에 박수소리가 더 큰 쪽이 이기는 걸로 하죠.
동의하시면 박수 주세요!"
역시나 박수가 쏟아졌다.
민지누나도 흥미롭다는 듯 무대가 보이는 쪽으로 나왔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남자들...
벙거지 모자를 눌러 쓰고 있는 남자들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얼굴이 정확히 보이지 않아서 확실하진 않지만
뮤지션들 같아.
"그럼 디스전을 이어왔던 두 팀을 무대로 초대해 볼까요?"
나와 현주혁, 그리고 최재호 패거리들이 무대에 올랐다.
"공평하게 디제잉은 내가 하기로 했으니,
래퍼들만 마이크를 주겠습니다.
그런데 이쪽은 래퍼가 한 명이고,
저쪽은 래퍼가 여럿으로 보이는데.
괜찮겠어요?"
DJ 프라임 형이 내게 물었다.
풋.
별 걱정을 다하셔.
이럴 수록 쎄게 나가야지.
"한꺼번에 다 덤벼도 괜찮습니다."
우오오오~ 함성소리가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나는 더 거만하게,
검지 손가락을 세워 천천히 흔들었다.
최재호 패거리는 이미 열받아하는 표정들.
이런 풋내기들.
화 내면 진거야.
그런데 최재호가 돌아보며 무어라 정리하곤 마이크를 들었다.
"물론 우리도 저 혼자 나갈꺼에요.
살살 다뤄줘야죠.
불쌍한데."
그래, 너밖에 없어.
적어도 나랑 비슷하게나마 상대해 줄 정도는.
나머지는 너무 급이 떨어지거든.
DJ 프라임 형은 활짝 웃으며 진행을 이어갔다.
"워 워 워~ 벌써부터 뜨겁군요!
이런 신경전을 계속 이어오고 있었다니!
오늘 깔끔하게 승부를 보고
당분간은 무대에서 디스곡을 부르지 않는겁니다.
오케이?
나는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서 동의하는 사인을 보냈고
최재호도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보였다.
"네, 그럼 코인 토스로 선공을 정하고,
비트는 공평하게 똑같이 두 번 나갑니다."
팽그르르, 500원 짜리가 돌았다.
학이 나오면 내가 선공,
숫자가 나오면 최재호가 선공이다.
하지만 번갈아 가면서 선공 - 후공을 나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다만, 랩을 듣고 거기에 받아 칠 것인가
아니면 내가 하고싶은 말을 차근차근 조리있게 뱉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만 남았다.
휘리릭 돌던 동전을 프라임 형이 잡아서 손등에 놓고 펼쳤다.
학.
좋아, 동전 속에 있는 학까지 까악 까악 소리를 내며 날아갈 것 같아.
내가 먼저다.
"그럼 바로 비트 갑니다!"
쿵, 쿵, 쿵, 쿵 익숙한 드럼 소리가 나왔는데
오호.
이거 새로운데?
대략 108? 110bpm 정도 되는 빠른 비트다.
경쾌하고 흥겨운 리듬을 주다니.
디스전에 과격한 말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가벼움.
아아.
어쩐지 DJ 프라임 형의 의도를 알 것 같다.
여긴 클럽이고
다들 신나게 놀러 온 사람들이니
물어 뜯고 싸우기보다
객석과 같이 놀라는 뜻?
그렇다면 그렇게 가 드려야죠.
그 안에 내 색깔을 넣어서
유광태의 조언들을 잊지 않으며.
가자.
"hey 여기 everybody in tha club clubber
이제 모두 손을 들어 높게 솔리 질러
hey 여기 everybody in tha club clubber
이제 모두 손을 들어 내목소릴 들어
옆에 있는 거대한 뚱뚱보 보여? 안 보여?
너무 커서 인간 같지가 않아 안보여?
몰랐어 거대해서 사람인줄 몰랐어
중요한건 안들려 얘가 하는 랩 하나도 안들려 ha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얘기
저기 다섯명이 여기 두명한테 쥐어 터진 얘기
우린 달렸지 뒷 골목
에서 달려 맞 붙었지 그래서 같이 갔어 어디
지구대 경찰서 경찰 아저씨들 앞으로
울며불며 사과했네 미안하다고
우린 쿨하게 받아줬어 괜찮다고
인간이라면 염치가 있다면
생각하는 짐승이라면
쪽팔려서라도 까불지 않겠지 라고 생각했지 그런내 생각이 바로 실수 왜냐면
인간이 아니었거든 그럼?
짐승이었거든 오우
미안하다 짐승들아 그래 이놈들은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었지 왜냐면
부끄러움도 모르고
쪽팔림도 모르고
당당하게 무대에서 욕을하네 디스를 하네 시비를 거네?
헤이 친구들 마지못해 받아주긴 하겠는데 잘 들어
그냥 욕만 한다고 그게 디스가 되는게 아냐
랩과 힙합이라는 장르를 욕보이게 하지마
최소한의 리듬
듣는 사람과 함께 타고넘는 플로우
손을들어 몸을 흔들게 하는 흥겨움
창피한줄 알았으면 벽보고 연습을 좀 더해
아무나 무대에 서는 곳이 아냐 여긴
제주 제일의 클럽, 제니스 그루브 니까
다른 뮤지션들까지 욕보이게 하지마
쪽팔리니까."
나는 최재호의 코 앞까지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고 마지막 가사를 뱉은 후
한동안 최재호를 노려보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객석으로 돌려 꾸벅, 인사했다.
아.
조금 약했어.
스피드 조절이 약했고
빠르게 가다가 훅을 한번 넣을걸.
그리고 설명과 훈계조로 가는 것 보다
살살 약올리며 열받게 하는 게 반응이 더 좋은데.
나도 모르게 잔소리 톤이 되어버렸군.
좋아, 그럼 다음에는 그 작전으로 가자.
다행히 객석에서 반응은 좋다.
"워 워~ 시작부터 뜨거운 무대!
그럼 다음무대가 바로 이어집니다!"
이번에도 같은 비트가 플레이되었다.
최재호는 무표정하게 까닥 까닥 비트를 타다가
서서히 앞으로 걸어 나오며
마이크를 들었다.
"마이크 테스트 원 투원 투
클럽 제니스에서 노래한지 어느덧 5개월
1개월 남짓 지난 애송이가 가르치네 나를 한 세월
더 지나야 내 발끝
까지 따라올 것 같은 호빗 난쟁이
내 키와 너의 키만큼 차이나는 실력은 이미
다들 알고 있을걸 누가?
바로 여기 지금 내 랩을 듣고 있는 사람들 과
너의 랩을 들었던 사람들 이
바로 비교할 수 있거든 그건
너의 입으로 잘났다고 말해봤자 무용지물
노래를 듣고
손을 들고
몸으로 느끼고 뛰어오르는 것이야 말로 진짜 실력
무대 위에서 얼마든지 까불어도 좋아
밖에서는 얼마든지 기어도 좋아
눈도 못마주치는 토끼새끼같은새끼
무대위에서라도 강한척해야지이새끼
지금까지 내게 까불던 많은 래퍼들 다 어디갔을까
제니스 그루브 클럽 페이스북에 있던 래퍼들 다 어디갔을까
그놈들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않아
내 마이크를 타고 찌르는 랩이 그놈들의 심장에 가서 꽂혀
푹
푹푹
하나씩 나가 떨어지네
더이상은 마이크를 못잡겠다네
후달려서 노래하지 못하겠다네
오우 오우 이봐 이봐 벌써 그렇게 쫄면 곤란해
아직 두번째 무대가 남았거든
어떤 말을 들려줄지 벌써 기대되지?
무릎 꿇고 손을 들고 경배하는 자세로 잘 들어
이건 오직 너를 위한 일대일 맞춤교육
싸가지 탑재를 위한 개념 교육."
최재호는 빈정빈정 거리며
나와 멀리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가소롭다는 듯 손가락질을 하며 랩을 했다.
음.
나쁘지 않았어.
작년 제주 결승에서 날 떨어뜨린 마지막 주자....
그리고 저쪽 패거리 중에선 유일하게 들어줄만한 놈이고.
객석에선 환호성과 휘파람이 쏟아졌다.
다시 한 번,
유광태의 말을 떠올려 보자.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어디에 베팅할 것인가?
내가 했던 랩, 그리고
저놈이 했던 랩.
더 유니크하게, 더 상품성있게.
생각하자 성찬아.
잘 생각해....
"와 하하하하 이거 이거 모처럼 후끈 달아오르는 랩 배틀이네요!
바로 이어서 갑니다.
두 번째 비트!"
DJ 프라임 형이 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비트를 플레이 했다.
부드럽게 퍼지는 피아노 선율.
그리고 엄청 느리게, 거의 한 33rpm 되려나?
앞의 곡들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비트.
저 DJ 형님 스타일 참 짓궂네.
편하게 랩 할 수 있는 흔한 비트를 안 주는 구만.
이건 뭐 거의 R&B 느낌인데.
이번 비트의 선공인 최재호도
피아노 멜로디는 의외였다는 듯 씩 웃더니
이내 어깨를 움직이며 리듬을 탔다.
무대 끝으로 걸어가 객석을 향해 한 손을 뻗고
랩을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얘기일지 몰라 왜냐면
이건 너와 나의 둘의 이야기지만 어쩌면
아주 흔한 사랑 얘기일지도 모르거든 그거는
말 한번 꺼내보지 못한 소심한 남자의 얘기거든
대부분 힙합 뮤지션의 사랑 노래는 거칠어
여자들을 대하는 단어들도 거칠어
뒷골목을 서성이는 남자들의 노래
어둠 속에 숨어있던 수컷들의 노래
그런 노래를 부르던 남자들도 가진 애틋함
처음 보는 여자에게 한순간 빼앗겨버린 속 마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 속마음
여리고 약하고 흔들리는 이런 내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낯선 그 마음
그녀는 무대 앞에서 웃고 있었지
내가 아닌 다른 뮤지션의 노래에 손을 들었지
그녀의 눈가에 흐르는 미소를 보며
나도 모르게 같이 미소지으며
그제서야 겨우 깨달았어 내 맘을
그녀에게 빼앗겼다는 걸 내 맘이
난 많이 당황했어 내 맘이
이렇게 빨리 훅 달아날지 몰랐거든 내 맘이
떨리는 가슴을 억지로 붙잡고 무대에 올라 나는
자신있던 랩도 절어
매일 부르던 가사도 잊어
기대에 찬 너의 눈빛은 점점 내 노래에 실망을하네
나는 보여주고 싶었는데 신나는 무대
하지만 너는 비웃고 돌아서네 내 무대
나는 붙잡을 수 없었네 너의 그 표정
그날 밤 부터 매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노래를해
단 한 번만 그녀가 다시 이 클럽에 찾아와달라고
이젠 그녀가 신나게 음악을 즐길수 있도록
나와 함께 소리치고 웃을 수 있도록
MIC를 잡은 내가 부끄럽지 않도록
뜨거운 함성속에 노래하고 말할텐데
너를 기다려 왔다고
너를 기다려 왔다고
결국 하지 못한 그 말을 할텐데
너를 기다려 왔다고."
노래가 끝나고 최재호가 꾸벅 인사하고 돌아설 때까지
객석은 조용히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피아노 클로징 멜로디로 믹싱하며 비트가 멈추자
클럽 안은 떠나갈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잘한다.
망할 놈 같으니.
나와 상대하고 있는 놈이지만
잘하긴 잘한다.
처음 듣는 비트에 대고 랩을 하면서
순식간에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저 색히 저거 자주 써먹는 레파토리 아냐?
외워놨던 걸 뱉은 건가?
흠.
이 클럽에서 우리보다 먼저 공연을 시작했다더니
그냥 날로 먹은 게 아니었군.
분명
내공이 있긴 있어.
190cm가 넘는 거구의 재수없는 놈이 수줍은 척 소심한 남자 코스프레라니.
그 반전에 다들 설득당하는 듯하다.
DJ 프라임 형이 마이크를 잡고 앞으로 나왔다.
"이거 이거 어쩐지 이 배틀을 녹화해서 방송하고 싶을 정도네요.
야 니네 방금 그거 정식 디지털 싱글로 발매해라.
어땠어요 여러분? 괜찮았죠?
네네 하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에요.
마지막 무대 갑니다."
기대에 찬 객석의 눈빛들과 박수와 휘파람.
무대 앞에 선 사람들의 눈동자 하나 하나를 마주치며 앞으로 나선다.
박수치는 사람들,
손가락을 입에 넣고 휘파람을 부는 사람들,
무언가 속삭이는 커플들,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까지
그 모습이 죄다 슬로우모션으로 보인다.
기분 좋은 긴장감.
적당히 업 되는 설렘.
최재호와 마찬가지로 피아노 멜로디를 시작으로 비트가 플레이 되었다.
나는 담담하게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무대 가운데 섰다.
"매일밤을 기도했어 노래할수 있길
매일밤을 기록했어 내가할 랩들을
매일매일 쌓여가는 내 가사와 라임
오늘 여기 너를 위해 준비했어 매일
고등학교 2학년 서울촌놈이 제주도로 이사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톨이 나는
잘하는 것 하나 없는 소심쟁이
오직
한 줄기 희망 한가지 소망
내가 적어내린 가사들
작은 수첩과 볼펜 한 자루 그 안에
담아낸 내 작은 꿈 바로
무대위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 just like today like this stage
헛된 꿈인 것만 같았는데
내 손을 잡아준 친구들
내 눈물을 닦아준 친구들
어느덧 졸업해서 이젠 뿔뿔이 흩어진
산방 고등학교 제주도 내 친구들 ha
거기서 만났지 내 인생의 파트너
내 랩에 영혼을 실어줄 프로듀서 나에게
더 많은 음악 더 깊은 감성을 가르쳐 그는 마치 아인슈타인
평범한 멜로디도 뮤직이 되는 마법사 바로
저기 있는 아일랜드 제이 DJ 진성찬 yeah
우리는 같이 공연을 시작했지
주차장에서 ah
길거리에서 ha
시장통에서 ah
축제장에서 ha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달려갔지 ah
마이크와 앰프를 싸들고 가
무대 따위는 없어 그저 의자 위에 올라가 노래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아무도 관심 없었지 우리 노래
그래도 좋았어 우리는
그래도 신났어 우리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았어 우리는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
뜨거운 햇살 속에 함덕 SUMMER EDM FEST
진짜 뮤지션과 함께 무대에 섰네 오 마이 갇
힙합 밖에 모르던 내가 EDM의 매력에 ROCK의 마력에
흠뻑
빠져들어 넓구나 음악의 바다는
그래서 더 뛰는구나 내 가슴이 음악의 큰 무대에
또다시 기적은 이어져
여기 있는 한사람
내 손을 잡아 날 인도해 빛으로 날 인도해
어린 양을 끌어주는 목자시여
클럽 제니스 그루브 대표 송민지 누나
ho
누나 대체 몇살인지 묻지 않을께요
정말 누나같아요 절대 이모같지 않아요
꼭 한번 말하고 싶었어요 진심으로 고맙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들
지금껏 고맙다고 말해본 적 없는 사람들
바로 지금 내 랩을 듣고있는 사람들
바로 지금 이 클럽 안의 클러버들
무대에 오르기 전 나는 봤지 여기
제주의 핫 플레이스 아무나 올 수 없는 수질
어떻게 이렇게 물이 좋나요
제주도가 물이 좋아서 클럽 물이 좋나요
선남 선녀 멋진 클러버 들이 알아주는 랩 을하는 나는
매일 꿈꿔왔던 날들이 바로 오늘 이 무대
고마워요 손 흔들어 주는 여러분
고마워요 내 노래 들어주는 여러분
매일밤을 기도했어 노래할수 있길
매일밤을 기록했어 내가할 랩들을
매일매일 쌓여가는 내 가사와 라임
오늘 여기 너를 위해 준비했어 매일."
DJ 프라임 형은 이번에도 클로징 피아노 멜로디로
비트를 끝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나왔는데
한번에 듣기에도
내가 진 것만 같았다.
흠....
"와우, 오늘 이거 뭐 아주 훈훈한데요?
민지씨 나이가 몇살이에요?
이모처럼 안보인다는데 이거 은근히 멕이는 것 같은데?
하하 농담이에요~.
자 그럼 오늘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두 팀의 디스전.
승자는, 관객 여러분의 함성 소리로 결정 됩니다.
먼저 이쪽, 큰 덩치의 래퍼가 잘했다는 쪽 소리 질러어어~."
조금 전 내가 노래를 끝냈을 때보다 더 큰 함성소리.
푸...
또 진 건가?
저번 랩 대회 결승전에서 졌던 것 처럼, 이번에도?
아니, 속단하긴 이르지.
물론 가사는 저색히도 괜찮았어.
난 스킬에 더 신경썼던 건데 과연 관객들이 알아줄지.
숨쉬는 자리
가사를 내뱉는 속도 조절
적절히 휘감는 훅...
이제 평가는 관객의 몫.
질 수도 있지만 만약 진다고 해도
그걸 따질 수 없는 관객들의 평가.
과연....
"네에~ 지금 이 함성의 크기를 기억해 두시고!
그럼 이쪽 래퍼가 더 잘했다는 분들 소리 질러어어어~."
담담히 고개 숙인 나를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우와.
제법 많이 무대에 섰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짜릿한 박수와 함성은
처음이다.
DJ 프라임 형이 앞으로 나섰다.
"워 워 워워~ 여러분. 이정도면 거의 막상막하 무승부 수준인데요?
어디 다시 한 번 측정해 볼까요~
이쪽 팀 소리 질러어어~!
이번엔 저쪽 팀 소리 질러어~~!"
비슷했다.
누가 들어도
선뜻 어디 한 쪽이 크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와 이건 안되겠네.
이정도면 동점이에요, 동점.
그렇죠?"
객석에서도 동의하는 함성들이 쏟아졌다.
DJ 프라임 형은 나와 최재호 두 명의 손을 모두 들어올렸다.
"자 이제 디스하는 곡들은 클럽에서 그만 하고
오늘로 끝내는 겁니다.
오케이?
좋아요 그럼 지금부터 다시 한 번 뜨겁게 달려 볼까요?"
그렇게 무승부로 결정되고
프라임 형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나와 최재호는 잠시 눈이 마주쳐 노려본 후
서로가 이겼다는 듯 서로 무시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고 내려갔다.
그리고 이어진 프라임 형의 노래들.
순식간에
클럽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헤드뱅잉과 점핑의 물결이
저사람들 떼로 약을 했나 싶을 정도로
객석은 출렁였다.
DJ 프라임 형은 곡 중간 중간에 같이 점프를 하거나 노래를 하며 분위기를 더욱 살렸는데
현주혁을 보고 손짓했다.
둘이 속닥속닥 귓속말을 하더니.
허허허.
현주혁이 프라임 형과 같이 디제잉을 했다.
한 곡은 DJ 프라임, 한 곡은 현주혁.
우리 노래가 나올 땐 자연스럽게 내가 올라가 노래를 했다.
몇 곡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우린 내려왔다.
아하,
우리가 공연할 순서인데
배틀 뜨느라 못했으니 그걸 넣어준 거라는 DJ 프라임 형의 배려라고.
와 저형 멋지네, 그런걸 다 챙겨주고.
나와 현주혁은 다시 열혈 관객모드로 변신해
무대 앞아서 열정적으로 음악에 몸을 실었다.
민지 누나에게 병맥주를 받아오는데
찌릿한 눈매.
읔.
"야, 이모가 뭐냐 이모가."
"아아, 누나, 그거 농담이에요. 에이 알면서~."
되지도 않는 애교를 부리며
민지누나에게 귀여움을 떠는데,
누나가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 보여주었다.
"이거 기다리고 있었지? 오늘 떴어."
나는 휴대폰 안으로 들어갈 것처럼 고개를 바짝 들이대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자리에 얼어붙었다.
'<쇼미 your 머니> 예선전 접수'
드디어 왔다.
내 꿈의 무대.
- 작가의말
넉살의 노래를 즐겨듣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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