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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검 님의 서재입니다.

나태한 대(對) 마법학과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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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혼문
작품등록일 :
2021.05.12 10:59
최근연재일 :
2021.05.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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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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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설의 용병(2)

DUMMY

교수들 앞에, 아니. 하이브 칼리지 곳곳에 홀로그램이 투영되었다. 급하게 부유섬의 모두에게 급박한 사실을 전달할 때 쓰이는 기능이었기에, 모르는 교수들도 많았다.

즉, 이 영상을 부유섬의 모두가 보고 있었다.


“부, 부유섬이잖아?”


지하 벙커 앞에 막 도착한 올리비아를 포함한 대 마법학과 학생 9명은 문을 열기 직전에 나타난 홀로그램에 집중했다.


발터가 중얼거렸다.


“부유섬을 둘러싼 원형 방어막의 촬영 기능 같은데?”

“그걸 일개 교수가 조작할 수 있는 거야?”

“아니···, 그래서 긴가민가해.”


카메라가 천천히 반전하기 시작했다. 180도를 빙글 돌아서 하늘을 비춘다. 저 멀리, 시커먼 점이 보였다.


“······어?”


루비아가 멍한 소리를 내었다. 어떻게 모르랴. 모를 수가 없으리. 어른들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교육받는 장면이었으니까.


“게이트?”


홀로그램이 분할되었다. 게이트가 더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20개!?”


그 순간 게이트에서 일제히 무언가 뻗어나왔다. 손이었다. 그것은 천천히 게이트를 잡아서 좌우로 늘리며, 발을 내뻗었다. 마치 바지를 입듯. 그리고 이어서 하반신, 상반신 전체가 튀어나왔다. 그 덩치가 5m에 육박하는 거대한 악마.


“아, 악마 전사장이다!!!”


그 순간 올리비아가 빙글 돌아서 벙커 반대편으로 걸었다.


“오, 올리비아 님?”

“너희는 들어가.”


발터의 부름에 올리비아는 냉정하게 답하며.


“나는 주오 교수님께로 갈 거야.”


앞으로 달려나갔다. 지하 벙커로 향하는 복도를 달리던 중, 황급히 달려내려오는 한 사람을 보았다.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에 왔을 때는 수십 명씩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상에 내려왔을 때는, 포식자를 피해 달려오는 사슴처럼 달려오고 있었다.


“드, 들어가! 어서!”

“지하 벙커로 대피해!”


이들 중 주오 교수는 없었다. 당연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행정동의 방송실이었다. 하지만 홀로그램을 조종하기에는 권한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전시 사령부.”


부유섬은 교육 기관이지만, 만들어진 건 대전쟁 당시의 이동형 전략 요새를 개조해서 만들어졌었다고 들었다. 누군가의 침공이 발생한 순간 부유섬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장소. 유일했다.

달의 하르카스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를 안고 올리비아는 달려나갔다.


그 순간.


쾅!!!!!! 하고 하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검은 화염이 솟구치며 방어막을 강타한 것이다.

저 너머에 신장이 5m나 되는 악마 전사장이 양손에 타오르는 검은 화염구를 들고 서 있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열 개 방향에 열 전사장이 서 있었다.


【오, 오오···, 부유섬, 하이브!】

【낙토여! 낙토여!】

【10년 전의 과오를 갚아주겠다!】


전쟁이다.


10년의 평화를 깨고. 인류가 가장 방심한 순간. 영웅들은 멀리 유인한 뒤. 교육의 보고를 습격해왔다.


악마들의 외침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마기가 담겨 듣는 이로 공포와 절망을 유발하는 악마어에 귀가 째질 것 같았다.


【모두 돌격···】

《전략 마법 승인. 부유섬 하이브의 전쟁 기능을 활성화.》


그 순간. 부유섬 전체를 울리도록 안내음이 들리더니.


《강적 개체 요격 마법 〖휩쓸어버리는 고열 분해 광선〗 승인.》


땅이 진동하더니 짙푸른 마법의 빛이 일직선상으로 쏘아지며 전사장 일곱을 휩쓸었다. 빛이 사그라들었을 때, 전사장은 스물에서 열셋으로 줄어 있었다.


【돌격하라!!!】

【여유부리지 마라!】


뒤늦은 악마 전사장들의 외침. 20개의 게이트에서 일제히 크고 작은 악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부유섬 하이브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 수가 삽시간에 불어나더니 순식간에 수백이 되고 수천이 되었다.


검은 화염구가 방어막을 강타하고 악마들이 달라붙어서 아가리로 방어막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다중 개체 요격 마법 〖휘몰아치는 전격 폭풍〗 승인.》


하이브 칼리지 주위로 전류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악마들을 지진다. 가히 극상의 마법이라 할만한 광경이었다.

곳곳에서 함성이 울려퍼졌다.


“우오오오오!!!”

“잘 한다!!! 모두 죽여버려!!!”


저것이, 바로.


【비켜라!!!】


사냥감을 향해 낙하하는 맹금처럼 하강하는 악마 전사장. 그것이 보호막 위로 화염구를 연발하더니, 그 위로 착지했다. 그러고는 온몸이 부풀어 올랐다. 반인륜적이며 전형적인 패턴. 그러나 아주 효과적인.


【10년 전의 굴욕을 돌려주겠다!】


자폭이었다.


보호막이 뒤흔들렸다. 아직은 멀쩡했지만 딱 봐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두 번째 전사장이 달려들었다. 쾅하고 보호막이 다시 한번 요동쳤다. 세 번째 자폭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 어어어?”

“마, 막아! 막아야지!”


환호하던 사람들이 주춤하며 격려했다. 그러나.


“뭐야!?”


누가 외쳤다. 보호막이 사라졌다. 파괴된 게 아니다. 고의적으로 보호막을 수거한 게 여실히 보였다.


“뭐, 뭐하는 짓이야!?!? 보호막을 왜 거둬!?”

“도, 도망쳐!!!”


환호하던 사람들이 당혹해 하며 급하게 다시 지하 벙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반면 악마들은 이게 무슨 횡재인가 싶었다. 아이고, 좋아라. 그렇게 달려든 순간.


“〖휘몰아치는 천 겹의 화염 폭풍〗”


아까와는 조금 다른 마법. 그러나 하이브 상공을 가득 채운 악마 군세가 갑자기 닥쳐든 화염 폭풍에 휘말리며 마치 불 안의 마른 지푸라기처럼 순식간에 탄화되기 시작했다. 자폭조차 아랑곳않던 악마 전사장들도 급하게 제동을 걸며 뒤로 물러날 정도로 압도적인 마법이었다.


화염 폭풍은 얼마간 하늘을 휘감아 부유섬을 지키다가 사그라들었다. 그럼에도 아지랑이가 남아 얼마나 뜨거운 게 지나갔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한 남자가 고고하게 뜬 채로 서 있었다.


인류연합군 전투복을 입고, 왼손에는 황금 새장을 들고, 오른손에는 마법을 펼치는 한 남자가.


“주오 교수님!”

올리비아가 외쳐보아도, 닿을 리 없는 목소리였다.


“주오 교수다!”

“저, 저 사람 말이 맞았어!”


그러나 부유섬 곳곳에서 그를 향해 웅성이는 목소리는 들렸으리라. 주오 교수는 무심하게 아래를 슬쩍 내려다보고는 다시 스무 방향에서 포진한 악마들을 주시했다.


모두가 한 가지를 직감했다. 10년 전. 대전쟁 이야기에서나 듣던 전설의 대전이 재차 펼쳐지리라는 직감을.



********



황금 새장 안에는 까마귀 코버스가 새빨간 보석을 날개로 품고 있었다. 부유섬 하이브의 주동력을 감당하는 3개의 마나석 중 하나였다.


보호막이 버틸 수 없겠다 싶어서, 결국에는 이렇게 해버리고 만 것이다.


부유섬 전시 사령부로 달려가서 모든 시스템을 해킹하고 빠르게 요격 시스템을 가동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세상에. 너무 구식이었다. 10년 전 시스템 그대로라니.

결국 부유섬의 중심이 되는 3개의 마나석 중 하나를 빼가지고 직접 전선으로 나선 것이다.


3서클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마나석의 힘을 빌리면 극복할 수 있으니까.


“각성하라, 디나이얼(Denial).”


오른손의 팔찌가 변형되며 내 키보다 커다란 지팡이로 변형되었다. 끝에는 큼지막한 푸른 마나석이 유영하는 최상급의 마법봉. 최후의 전쟁 때 마왕 죽이기 작전의 핵심이었던 나를 위해 인류연합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나만의 장비.


황금새장에 까마귀를 태워다니고 긴 지팡이를 들고 모든 마법을 분쇄하는 안티 마법사.


그 모습을 본 인간들 대신, 악마들이 더더욱 경악했다.


【한, 이다.】

【용병 한!】

【안티 매지션!】

【캔슬러!】


악마들의 입에서 나온 공포 서린 명칭들은 많았으나 백미는 이것이니.


【마왕 살해자!!!】


악마장이 양손을 높게 치켜들어 검은 화염구를 만들어 집어던졌다. 보호막을 칠 때 아껴둔 힘을 여기에 다 쏟아부은 것이었으나.


“가소롭다.“


디나이얼이 검은 화염구를 가리킨 순간, 마기가 분쇄되며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폭격을 가해라!】


한 악마장의 지시에 수천이 넘는 악마들이 저마다 악마법을 쏘아 날리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수천 개의 마법은 사람이 아니라 도시 하나를 전소시키기 위해 쏘아진 것처럼 보였으나.

한주오가 디나이얼을 한 바퀴 휘두르자 순식간에 마법들이 소멸되었다.


“너희는.”


디나이얼이 알리는 공포 앞에서 악마들이 벌벌 떨었다.


“10년 전의 전쟁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구나.”


【캬악!】


소악마 하나가 뒤돌아 다시 게이트로 달려들었다. 그것을 악마 전사장의 솥뚜껑만 한 손아귀가 낚아챘다.


【달려들어라! 저놈에게는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자폭해라! 저놈이야말로 마왕님의 원수다!】


수천의 악마 군세가 달려들었다.


“시작한다, 코버스.”

[까악!]


황금새장을 통해서 코버스와 마나석의 마나가 쭈우우욱 빨려들어와서 한주오의 몸을 통과했다. 그리고 디나이얼의 끝에 맺힌 마나는 순식간에 수천 개의 선을 그려내었다.


“〖유린하는 극냉의 가시 왕관〗.”


디나이얼을 중심으로 거대한 얼음 왕관이 생겨났다. 왕관에서, 폭발하듯 가시가 사방으로 쏘아졌다.


【끄아아악!】

【컥!】


악마들은 가시 왕관이 뿜어내는 폭격을 거슬러 오르려고 하다가 목숨을 잃기 부지기수였다.


【죽어라!】


그러나 악마장은 달랐다. 온몸에 수십 개의 가시를 꽂으면서도 한주오의 앞에까지 도착한 것이다.


“그래.”


황금새장이 그에게 겨눠졌다.


“이제 죽어라.”


큐브가 되었다. 말 그대로 악마장의 거대한 육신이 정육각형이 되어버렸다.

상하좌우전후. 여섯 방향에서 내리쳐진 압력에 내리눌린 것이다.

무영창. 말없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해지는 마법의 경지.


“생각 잘 해야 할 거다.”


한주오는 디나이얼과 황금새장을 든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반면 악마군은 절반이나 희생된 참이다.


“너희는 하인리히 영감님이 계셨어도 쳐들어왔을 거냐?”


스스로를 솔 등위 바로 아래의 인커네이트 등위의 마법사와 비견하다 선언하는 말에 악마들이 치를 떨었다.


“물론, 그냥 돌아가게 두지도 않겠다.”


한주오가 디나이얼을 내리찍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땅이 있는 것처럼. 파문이 사방으로 퍼지더니, 스무 개의 게이트가 동시에 찢겨지듯 사라졌다.


【게, 게, 게이트가···!】


악마장의 당황은, 내게 기쁨이요.


“왜··· 인류가 10년 동안 놀고먹은 듯했느냐? 내가 10년 동안 복수의 칼날을 조금도 갈지 않았다고 생각한 거냐?”


악마들의 공포는, 나의 환희요.


“〖인류의 여명〗.”


죽음은 나의 생명이라.


디나이얼의 끝에서 피어오른 번쩍이는 황금 여명의 빛이 사방으로 비추었다. 닿은 악마들은 살이 타들어가며 아래로 추락했고, 곳곳에서 칼리지 교수들이 마법을 부려서 잔당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죽어라. 너희에게는 그게 어울린다.”


최후의 발악으로 내게 마법을 쓰려던 악마들도, 달려드는 악마들도. 모두 여명의 빛에 휩쓸려 온몸이 타들어 가며 추락한다.


그리고 마침내. 부유섬 상공에서 악마의 흔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게 된 그때. 오로지 한주오만이 홀로 부유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과연 마법의 극치. 그 정점에 이르렀다 표현할 만했다. 기물의 힘을 빌렸다 하나, 그 압도적인 마법전은 아무라도 능히 흉내낼 수 없는 경지.


“이, 인커네이트.”


어느 교수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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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태양과 달의 소녀(2) 21.05.13 250 4 13쪽
5 태양과 달의 소녀(1) 21.05.12 266 6 14쪽
4 신설 대 마법학과 교수(2) +1 21.05.12 29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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