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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검 님의 서재입니다.

자서전까지 썼는데 회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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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혼문
작품등록일 :
2020.11.14 21:02
최근연재일 :
2020.12.29 21:21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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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7,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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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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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진 마에아시(2)

DUMMY

김용명이 앉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실례하지."


문지방 너머로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총을 들고 시립해 있고, 그 사이에 정장을 빼입은 중년 남자가 서 있다.


군인들이 먼저 들어와서 조립용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한 뒤에 들어왔던 것처럼 우르르 빠져나갔다.


남은 건 정장의 중년과, 별2개를 단 군인뿐.


김용명은 자연스럽게 군인들이 차려놓은 간이 의자에 앉았다.


"무슨 일이신지."


"우리는..."


"국가안보실장과 수도방위사령관이신 줄은 압니다. 자리에 앉으시죠."


두 사람이 눈에 띄게 당혹스러워했다.


김용명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채 투덜거렸다.


"내드릴 다과나 차는 없습니다. 하다못해 생수라도 있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자네는... 누군가?"


국가안보실장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 질문은 어떤 의도이신지?"


"자네 일행인 앞선 세 사람과도 심문을 진행했네. 진술은 공통됐네. 오로지 자네만을 따라왔다고."


"맞습니다."


수도방위사령관이 간이 의자에 앉으며 끼어들었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야. 국가를 위해서 빠짐없이 털어놓게. 우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았지? 또 안에서 있었던 일들은 뭐고."


간이 테이블을 소리 나게 짚었다.


"불협조시, 큰 불이익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네."


강압적이다.


이쯤되면 정말로 범죄자 심문하는 급이다.


"아무래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준비?"


"나와 대화할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하는 겁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식으로 행동합니까?"


수도방위사령관이 양손이 힘을 꽉 주었다.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지금은 국가 재난 상황일세! 당장...!"


김용명이 테이블을 내리쳐, 부숴뜨렸다.


안보실장과 수도방위사령관의 몸이 얼음처럼 굳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용명이 완전히 압도당한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세계가 격변하는 초유의 사태지! 그런데 인간이 만든 권위에 의존해서 생존자에게 총을 겨누고 독방에 가두고 압박적으로 심문을 한다고!?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들어!"


김용명은 국가안보실장이 차고 있던 금시계를 슬쩍 봤다.


"공교롭게도 12시가 됐군."


1일, 대격변이 시작되어 모든 인류를 시험한다.


2일, 살아남은 인류에게 진화와 승천의 권리를 허락하고 시스템을 허용한다.


때마침 3일째가 되었다.


자서전에는 이렇게 표현했었다.


기나긴 전장의 서막을 알리는 전초전이라고.


- 몬스터존이 확장을 개시합니다. 첨병을 막아내세요.


밖에서 사이렌이 울렸다.


"이 소리는!"


"공격이다!"


국가안보실장이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수도방위사령관은 나가다가 김용명을 노려보았다.


"다녀올 때까지 여기 그대로 있도록...! 전시 상황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야, 넌 남아! 이 사람들 제대로 감시해!"


"상병 김두현! 알겠습니다!"


'시작할까.'


천천히 걸어나가자 지키고 있는 소대원들이 다 빠져나가고 단 한 명만이 남아있었다.


"나오시면 안 됩니다. 들어가십시오."


"그럴 수 없습니다."


김용명은 말과 함께 몸을 쏘아내듯 앞으로 달려나갔다.


"부, 불복종시 사격 명령 받았습니다! 멈추세...!"


소대원이 총을 바로잡으려는 그 찰나에 인간을 초월한 속도로 접근해서 총을 밀치고 턱 아래를 손바닥으로 올려쳤다.


"커허...!"


뇌가 뒤흔들린 군인이 옆으로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지기 전에 받아주었다.


안 그랬으면 한 곳에 모여 있던 압수당한 무기들에 머리를 박았을터.


"여러분, 모두 나오세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고 일행들이 걸어나왔다.


"무기 챙기세요."


이 와중에도 밖에서는 포성과 총성, 비명과 괴성이 난무하고 있었다.


일행들을 돌아보니 심각한 표정으로 김용명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분 모두 기억하시죠? 제 지시에만 따르면 됩니다."


그렇게 말한뒤 문을 박차고 나가보니 역시나 전쟁터가 펼쳐져 있었다.


군부대가 자리를 잡고 총과 박격포를 쏴대고 있었다.


상대는 몬스터존에서 나온 무리.


"저게... 뭐에요?"


도재현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보았다.


검보라색으로 범벅된 호랑이만한 크기의 괴수 무리가 고작 20마리.


20마리도 안 되는 괴수를, 군대가 못 막고 있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총탄에는 거의 피해가 전무하다시피했고, 탱크의 포탄에 적중한 괴수도 주먹으로 세게 한 방 맞은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전부였다.


"젠장! 이번에는 강한 놈이야!"


"소대장님!!! 총이 안 먹힙니다!!!"


"이거 어떻게 합니까!?"


"안 됩니다!"


"저지 불가합니다! 대대장님!!!"


"옵니다!!!"


20마리의 검보라빛 괴수 무리가 군대에 파고들었다.


정교하게 짜여진 프로그램을 비틀고 파괴하는 바이러스처럼.


"으아악!"


"살려줘!"


"히이! 히이익!"


비명을 지르는 병사, 먹히는 병사, 소변을 지린 병사,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병사.


전역만을 기다리며 하루를 버텨오던 꽃 한 번 못 피워본 청춘이 맞이한 결말.


지옥도였다.


"지금부터."


김용명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괴수들을 처치하고 군대를 구출할 겁니다."


고작 4명의, 총도 못 든, 남녀노소가 모인 조합이 총과 대포로 무장한 군대도 이기지 못한 괴수를 처치하고 구출한다?


만약 서로 간에 두터운 신뢰가 쌓여 있지 않았다면.


미쳤느냐. 그게 가능한 일이냐.


"알겠어요, 용명 씨. 최선을 다해볼게요."


난 여기서 도망치겠다.


"이 늙은이 손도 괜찮다면야 얼마든지 빌려주겠네."


내가 왜 당신 명령에 따르나.


"아저씨, 빨리 허락해주세요. 지금도 군인 아저씨들이 싸우고 있어요."


그러나 시간은 짧아도 여러 사건으로 우리의 신뢰는 점차 두터워졌다.


김용명이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가현 씨와 재현이가 간부들이 밀집된 곳으로 가서 괴수들을 저지해주세요."


임가현과 도재현이 뛰쳐나갔다.


"나는?"


"옹께서는, 그냥 마구 날뛰어주십시오."


"복잡하지 않고 좋구먼."


검집에 손을 올린 옹이 한두 걸음 앞으로 가다가 활시위에서 쏘아진 화살처럼 돌진했다.


군과 뒤섞인 괴수 무리에게로 달려간 옹이 섬전처럼 검을 뽑아 괴수의 목을 절단했다.


혈액으로 추정되는 검보라빛 부정형 액체가 목에서 분수처럼 쏟아졌다.


"끌끌, 몸풀기에 딱이구먼."


그 광경을 지켜보던 군인들 전원이 놀라움에 굳어버렸다.


총탄 세례를 퍼붓고 대포알을 먹여도 상처 하나 없던 괴수가 칼날 한 번에 목이 달아났으니까.


옹은 금방 다른 괴수를 찾아나섰다.


한편.


수도방위사령관과 국가안보실장이 있는 간부진을 용케 찾아낸 괴수가 시커먼 이빨을 드러냈다.


장기로 따지면 장군.


"마, 막아! 막으라고!"


그리고 김용명이 보낸 안배도 때마침 도착했다.


"하압!"


"흡!"


도재현의 검격이 옹만큼은 아니지만 현란하고 빠르게 괴수의 전신을 도륙했다.


임가현도 단검을 들고 괴수의 몸에 깊은 상흔을 입히기 시작했다.


"대단하다...!"


"아니, 어떻게...? 어떻게 한 거지!?"


"잘 한다! 다 죽여버려!!!"


어느새 총성과 포성이 멎었다.


괴수가 내지르는 고통어린 비명만이 전장을 채울뿐.


20마리던 괴수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간부를 노리면 젊은 검 두 자루가.


병사들 사이에서 날뛰면 늙고 노련한 검이.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괴수 무리는 위기를 직감하고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칼날에 베이기 좋을뿐.


[캬아아아!!!]


괴수 한 마리가 군과 동떨어진 김용명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쩌억 벌어진 입 안으로 보이는 빽빽하게 들어찬 검은 송곳니가 인상적이다.


치악력이 강하기로 소문난 악어가 명함도 못 꺼낼 강적.


한 번이라도 물린 군인들은 팔다리는 물론 허리까지 그대로 절단됐었다.


'물리면 말이지.'


김용명이 달려드는 괴수가 코앞까지 닿기를 기다렸다가, 폭발적인 순발력으로 괴물의 등 뒤로 올라타서 그대로 목을 그어버렸다.


[캭...!]


힘없는 단말마를 내뱉고 쓰러지는 괴수.


레벨조차 올라가지 않았다.


'그야 이제 첫 웨이브니까. 허무하리만치 약하겠지.'


이마저도 군대는 이기지 못한다.


이길 수 있는 건, 오로지 플레이어뿐.


'그래도 돌격대장이라면 다를지도?'


김용명의 손에 마지막 괴수가 쓰러지자 긴장의 끈이 탁 풀리면서 군인들이 털썩 주저앉었다.


군대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몬스터존 안에서부터 거대한 형체가 걸어나왔다.


사족보행의 괴수인 건 똑같았지만, 그 덩치가 3m에 육박했다.


"저, 저게 뭐야...!"


"발포! 발포해라!!!"


탱크 수십과 총 수백이 단 하나의 개체를 향하여 집중 포화를 쏟아냈다.


연기가 날리고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지만.


3m의 거대 괴수는 멀쩡했다.


거대 괴수가 몸을 웅크렸다.


"피, 피..."


앞으로 치솟았다.


"피해!!!"


누군가의 비명같은 외침과 함께 전방에 있던 탱크 하나가 괴수의 앞발에 짓눌려 터져나갔다.


"피해!!!"


"피하지마!"


"저런 걸 어떻게 죽이라고!!!"


군인들은 마침네 패닉에 빠졌다.


탱크를 한 방에 침몰시키고 폭격 세례속에서도 끄떡 없는 거구의 괴수.


마치 신에게 대적했던 신화속 괴수같지 않은가.


"어, 어쩌지!?"


"저도 모르겠어요...!"


임가현과 도재현도 이번만큼은 자신이 없는지 망설였다.


거리낌없이 검을 빼들던 옹도 출수를 망설이는 마음이 꿈틀거리는 손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망설이는 사이 괴수는 다음 행동을 개시한다.


입을 쩌어억 벌리더니.


지상을 스치듯 부채꼴로 훑었다.


군인 셋이 휘말려서 괴물의 이빨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린채 발버둥치고 있었다.


"살려줘!!!"


"으아아아아악!!!!"


"도와줘! 아무나 도와달라고, 제발!!!"


괴물이 턱에 힘을 주어 다물자 피가 분수처럼 터졌다.


물컹한 토마토를 씹듯 간단하게 세 명이 죽어버렸다.


그 장면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군대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도, 도망가지 마라!"


"싸워! 저것을 풀어놓으면 안 된단 말이다!"


"명령에 따라라! 도망가지 말라고!"


간부들이 반협박하며 말려도 이미 공포에 눈이 먼 사람에게 통할 리가 만무했다.


"악!"


한 명이 도망가다가 잔해에 발이 걸려서 넘어졌다.


드리우는 그림자.


무엇인지는 안 봐도 뻔했지만.


넘어진 그는 덜덜 떨면서도 기어코 고개를 뒤로 돌렸다.


[크르르르르....]


고개를 내린 검보라빛 괴수와 눈이 마주쳤다.


"사, 살려... 살려...!"


그 순간, 섬광이 괴수를 그었다.


포탄조차 무시했던 껍질이 쩌억하고 갈라졌다.


괴수가 고통에 겨워 발작하듯 몸을 일으키고.


병사는 고개를 돌려 섬광의 근원지를 확인했다.


그것은 마치 헬기의 프로펠러같았다.


검은 토끼 모양의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이 양손으로 끝에 검이 달린 사슬을 풍차돌리듯 돌려대며 가속도를 더하고 있었다.


거대 괴수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리라 판단한 검은 토끼를 바라본 순간, 다시 섬전이 쏘아졌다.


사슬이 차르륵 소리를 내면서 쏘아져 가속에 가속을 더하고 끝에 달린 검이 괴수의 껍질을 다시 한 번 베었다.


검보라빛 부정형 혈액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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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신수도 대구(2) 20.12.18 91 1 13쪽
19 신수도 대구(1) 20.12.17 90 1 11쪽
18 용명 길드(5) 20.12.16 8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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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용명 길드(2) 20.12.13 99 1 11쪽
14 용명 길드(1) 20.12.13 10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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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 마에아시(2) 20.12.05 10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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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형마트(1) 20.11.21 159 3 11쪽
4 QP전자(3) 20.11.21 170 3 11쪽
3 QP전자(2) 20.11.19 201 4 12쪽
2 QP전자(1) 20.11.16 252 6 13쪽
1 [프롤로그]한 많은 인생이었다. +3 20.11.15 31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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