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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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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최근연재일 :
2024.04.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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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9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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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163. 또 한 번의 개혁 (2)

DUMMY

시간은 빠르게 흘러 소집 당일이 되었다.


라커룸에 모인 선수단과 코치진.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감독이 전부를 한데 모아놓고서 훈련 프로그램과 프리시즌 일정을 설명하는 중이었다.


“작년에 우리를 감명 깊게 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았던 모양이야. 이번 일정은 자네들에게도 꽤 흥미로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종이를 보았다.


“우선 이번에 승격을 아쉽게 실패한 글래스고 레인저스와 가볍게 몸풀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프리시즌 홈경기는 이게 유일하지. 나머지는 전부 잉글랜드로 날아가서 치르게 될 거야.”


“잉글랜드 말입니까?”


“그래, 리차드. 프리미어 리그가 자네들과 붙길 원하고 있네. 사실 각 나라의 다양한 구단들이 제안해왔지만, 여기 스코틀랜드와 어느 정도 연관성이 닿아 있는 지역에서 투어를 추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


감독이 계속 말했다.


“다시 강조하는데 챔피언십이 아니라 프리미어 리그다. 친선 경기라도 각오를 적당히 다져둬야 할 거야. 상대할 팀은······ 뉴캐슬 유나이티드, 크리스탈 팰리스, 레스터 시티, 에버튼.”


잠깐 뜸 들이다 천천히 입을 여는 델 레오네.


“마지막으로 아스날과 경기가 잡혀 있지.”


선수단이 술렁였다.


프리시즌이지만, 상대하는 팀의 난이도는 유로파 리그에 버금가는 수준.


아스날이 끼어 있으니 그 이상이라 볼 수도 있다.


“와······. 일정 장난 아닌데요.”


“그래서 두렵나, 스콧?”


“아뇨. 오히려 흥분되죠.”


스콧 보이드의 대답에 감독은 싱긋 웃었다.


“리버풀과 첼시에서도 요청이 왔지만, 아스날로 최종 결정되었어. 다들 유로파 리그를 뒤집어놨던 로스 카운티와 겨뤄보고 싶어 하는 눈치더군.”


“뭐, 세 팀과 모두 붙어도 상관없었는데요.”


알렉산더 캐리의 말이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프리시즌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는 거야. 시작부터 에너지를 과도하게 쓸 필요는 없지.”


감독이 대꾸했다.


“그리고 앞선 프리미어 리그 네 팀도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세비야 한 번 이겨봤다고 설마 그들을 얕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물론 그럴 일은 없었다. 안토니오 델 레오네 밑에서 뛰어본 선수라면 그게 절대로 해선 안 될 행동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


그는 매번 경기를 앞둘 때마다 상대하는 팀이 어떤 전력이든 최선을 다하라고 늘 강조해오곤 했다.


평소엔 어지간한 실수에도 관대한 저 이탈리안이 용납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위축’과 ‘방심’이다.


안 그래도 낮게 깔리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공포를 겪지 않으려면 반드시 저질러선 안 되는 수칙이었다.


“일정 얘기는 이쯤 해두고.”


감독은 선수들을 크게 둘러보며 말했다.


“자네들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 쪽부터 듣고 싶나?”


“나쁜 소식부터요.”


번쩍 손을 들며 대답한 건 에이든 딩월이었다.


“왜지, 에이든?”


“기분 좋았다가 나빠지는 것보단, 나빠졌다가 좋아지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도 그렇겠군.”


감독은 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좋은 소식은.”


“에에잉······.”


그리고 딩월의 원성을 뒤로한 채 말을 이어 나갔다.


“이곳 빅토리아 파크를 증축한다는 거다. 우리의 훌륭한 구단주, 로이 베넷 씨께서 큰 결단을 내렸지.”


자타공인 스코티시 리그 대표 구단으로 떠오르면서 로스 카운티는 어마어마한 흑자를 기록했다.


두 개 대회 우승과 각종 스폰서십의 지원금, 그 외에 여러 보조 수익까지 포함하여 지난 시즌 벌어들인 것만 무려 23m 파운드(약 405억 원).


그것도 모자라 새로운 메인 스폰서십을 체결하면서 6m 파운드(약 105억 원)의 선 계약금을 받았고, 지난달에만 총 13m 파운드(약 228억 원)가 추가로 들어왔다.


쌓여 있던 부채까지 대부분 탕감하면서 구단 운영이 한층 여유로워진 상태.


흑자는 고사하고 한 시즌에 50억 원조차 벌기도 힘들었던 예전 로스 카운티를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변화다.


베넷에게 있어서 델 레오네는 난데없이 나타난 복덩이나 다름없었다. 이러니 그를 위해 무엇이든 못 하겠는가?


“듣기로는 한쪽 스탠드만 늘리는 단순한 공사가 아니더군. 경기장 전면을 손보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베넷은 현재 빅토리아 파크 최대 수용 인원인 6,541석에서 4,237석을 추가해 총 10,798석으로 완공하는 걸 목표로 삼았으며, 이를 위해 20m 파운드(약 35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사가 끝나면 파틱 시슬의 퍼힐 파크(10,102석)나 세인트 존스톤의 맥다이어미드 파크(10,696석)보다 더 큰 규모의 경기장이 된다.


이전에도 로스 카운티는 빅토리아 파크를 확장한 적이 있었다.


삼 년이 지나고 나서 재차 진행하게 된 증축.


2012년에 프리미어십으로 승격하고 나서 리그 참여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좌석을 늘리기 전까지 겨우 2,700명만을 수용할 수 있던 경기장이었다.


3,841석을 추가했던 당시엔 반년이 걸렸던 작업. 이번 증축은 전체 시설 개선과 클럽하우스의 리모델링까지 포함해 일 년 가까이 걸릴 예정이었다.


“문제는 상당히 대규모로 이루어질 모양이라······ 당분간 빅토리아 파크를 쓸 수 없다는 것이지.”


“예에? 그럼 우리는······.”


선수들은 크게 당황했고, 감독은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나쁜 소식일지는 자네들이 받아들이기에 따라서겠지만, 스코틀랜드 축구 협회에서 협조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가 계속 말했다.


“증축이 끝날 때까지 햄던 파크를 빌려준다면서 말이지.”


선수들은 다시 한번 놀란 얼굴이었다.


햄던 파크(Hampden Park). 52,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경기장.


국내 컵 대회 결승전이 열리는 무대이자 스코틀랜드 국가대표팀의 홈구장이며, UEFA에서 분류한 등급 중 최고인 5성 경기장 중 하나.


웸블리가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라면 햄던 파크는 스코틀랜드 축구의 성지라고 불릴 만한 곳이었다.


그런 신성한 장소를 임시 홈구장으로 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증축하기 전부터 나오던 말이었다.


올 시즌 유로파 리그보다 높은 단계인 챔피언스 리그에 출정하게 될 로스 카운티.


빅토리아 파크는 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없는 경기장이니 세계 최정상 팀들이 모여드는 이 무대에 나갈 때만큼이라도 햄던 파크를 쓰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로부터 시작된 얘기였다.


수년 만에 유럽 대항전에서 길이 남을 성공을 거둔 스코티시 구단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최대한 관중들이 모여들어야 흥행하고 그로 인한 수익도 클 테니 약간의 흑심을 섞어 넣은 지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로스 카운티에 그리 나쁠 것도 없는 제안.


단지 선수들이 기뻐하기만 할 수 없는 건 햄던 파크가 글래스고에 위치한 경기장이기 때문이었다.


“말만 홈구장이지, 홈경기를 치를 때도 원정을 가야 한다는 소리네요.”


대런 케틀웰의 말대로였다.


여기서 글래스고까지 가려면 족히 세 시간은 걸린다.


수만 명이 들어설 수 있는 경기장에서 더 웅장한 팬들의 성원을 받는 것이야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홈구장이라 부르기엔 너무나도 먼 거리.


축구 협회의 호의를 거절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었다.


빅토리아 파크를 증축하기로 결정 내린 이상 임시로 빌려 쓸 곳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


공교롭게도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경기장들은 전부 글래스고 같은 중심지에 몰려 있다.


지역 라이벌인 인버네스 캘리도니언 시슬이 7,750명으로 이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경기장을 보유한 팀. 그만큼 하일랜드는 척박한 축구 환경으로 심하게 낙후된 곳이었다.


내년에 완공이 되면 로스 카운티는 하일랜드에서 유일하게 만 명이 넘는 구장을 가진 팀으로 거듭난다.


협조할 의향이 있는 구단 중에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경기장을 보유한 건 그나마 세인트 존스톤이 제일 가까웠는데, 그마저도 두 시간가량이 소모되는 거리.


고작 한 시간 차이라면 그럴 바에야 만 명을 간신히 넘기는 맥다이어미드 파크보단 햄던 파크를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딱히 명쾌한 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협회 측이 추가 조건을 달았네.”


감독이 말했다.


“햄던 파크뿐만 아니라 국가대표팀이 사용하는 합숙 시설과 훈련 캠프까지 전부 제공하겠다는군. 자네들이 글래스고에 머물 의사만 있다면.”


“그럼 올 시즌 내내 집을 떠나있어야 하는군요.”


리 월리스의 말에 선수들은 고민했다.


“합숙 시설에 가면 일 년 동안 이 녀석들과 부대끼면서 지낸다는 건데.”


“그건 좀 그러네. 주장을 좋아하긴 하지만, 온종일 보는 건 좀······.”


“나라고 달가운 건 아니야, 스콧.”


“그것보다 사생활이 없어질 것 같은데······.”


다들 한마디씩 꺼내는 동안 딩월이 또 한 번 조용히 손을 들었고, 모두 그쪽으로 시선이 집중됐다.


“저는 반대예요.”


“왜지, 에이든? 역시 사생활이 신경 쓰이나?”


감독의 물음에 딩월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 문제도 아예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우리는 하일랜드 지역에 속한 팀이잖아요?”


“그렇지.”


“아무리 임시라 해도 이건 연고지를 옮기는 거나 다름없어요. 우리가 훈련마저 글래스고에서 한다면 하일랜드의 로스 카운티라 불릴 수 있을까요?”


“호오.”


그 말에 감독은 짧은 감탄사를 뱉었고, 팀원들도 입을 벌리며 수긍했다.


“가만 보니 그러네. 완전히 글래스고로 이동해버리면 연고지 팬들이 서운할 수도 있겠는걸.”


“훈련할 때 찾아와서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들도 요즘 부쩍 늘어났잖아. 그들을 두고 떠나는 것도 예의는 아니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중요한 걸 잊고 있었어.”


케틀웰은 딩월의 등을 세게 두드리며 놀림 섞인 칭찬을 던졌다.


“역시 미스터 딩월! 로컬 보이답게 이 도시 사람들부터 생각해주는 거야?”


“과연. 우리 에이든이 옳은 말을 할 때도 다 있군.”


“네? 감독님. 전 언제나 옳은 말만 했었······.”


“미스터 딩월의 의견은 이렇다는데, 자네들은 어떤가?”


“저희도 뭐······.”


선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이내 브리튼이 나서며 대답했다.


“에이든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햄던 파크를 쓰더라도 여기에 남아야 팬들에게 명분이 설 수 있을 테고요.”


“그거야 나도 동의하네만, 홈경기마다 매번 글래스고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각오가 되었는지 묻는 거다.”


“그 정도쯤은 괜찮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다른 수단도 없어 보이고.”


월리스가 대꾸했다.


“유럽 원정을 오가면서도 컨디션을 잘 유지했었는데, 스코틀랜드 안에서 움직이는 거야 별일도 아니죠.”


“스콧이 늘어놓는 잡소리들을 듣고 있다 보면 버스 안에서 세 시간은 금방 가긴 해요.”


“잡소리라니, 대런. 나는 항상 영양가 있는 말만 하는데?”


졸지에 홈구장이 300km 가까이 떨어진 곳에 놓여버린 이례적인 상황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던 선수들이었으나, 금세 적응한 모습이었다.


이로써 결론이 난 셈이다.


“좋아, 그럼 얘기는 끝났군.”


감독은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슬슬 훈련 준비에 들어가지. 삼 일 뒤에 치를 홈경기를 마지막으로 관중들이 들어선 빅토리아 파크는 당분간 볼 수 없을 거야. 그러니 다들 눈에 충분히 새겨두도록.”


“예!”


“감독님.”


선수들이 워밍업을 위해 훈련장으로 이동하고, 수석코치 닐 스튜어트가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파일 하나를 건넸다.


“이번에 새로 임명한 케빈 호프 유소년 총괄이 제출한 명단입니다.”


“벌써 나왔나? 역시 일 처리가 빠르군.”


델 레오네는 명단을 받아 짧게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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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켈리(Chris Kelly)

레프트백 / 스코틀랜드 / 18세 / 174cm 71kg


데미안 생클랜드(Damian Shankland)

중앙 미드필더 / 스코틀랜드 / 19세 / 173cm 75kg


엘리엇 비스턴(Elliot Beeston)

레프트윙 / 스코틀랜드 / 18세 / 181cm 7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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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원정에 동행시킬지는 레인저스전에서 확인해보고 결정하는 게 좋겠어. 우선은 1군에 올려두게.”


“이 명단에 적힌 선수들이 과연 시즌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어린 친구들에게 부담을 주진 말자고, 닐. 황금 세대라는 건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지금 로스 카운티에 자리 잡은 저 녀석들이 워낙 특이 케이스인 것이지.”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파일을 되돌려주었다.


“이 중에 로테이션 멤버 한 명이라도 건지면 성공한 거야.”


스튜어트는 파일을 다시 받아 들며 짧게 동의를 표했다.


“네.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언론은 일제히 빅토리아 파크 증축 리모델링 소식을 퍼뜨리며 스코틀랜드 전역을 뜨겁게 달구었다.


*******


한편 같은 시각, 반대편에서도 대격변이 일어나는 중이었다.



[ Scottish Sports ] 마틴 오닐은 셀틱에 부임한 뒤로 팀이 추진하던 이적 리스트를 갈아엎었다.



SOS 요청을 받아들인 대신 전권을 부여받은 오닐이 업무를 보기 시작하자마자 최우선으로 건드린 것은 전임자 로니 데일라와 보드진들이 조금씩 작업하고 있던 영입 대상들이었다.


우선 던디 유나이티드의 윙어 나디르 시프시(Nadir Cifci)와 인버네스 캘리도니언 시슬의 윙어 라이언 크리스티(Ryan Christie)를 단칼에 잘라버렸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리저브 팀에서 건져냈던 어린 풀백 재능 사이디 얀코(Saidy Janko) 또한 이적 성사를 코앞에 두고 취소시켜버렸다.


맨체스터 시티 센터백 데드리크 보야타(Dedryck Boyata)만이 진척되고 있던 영입에 제동을 걸리지 않을 수 있었는데, 이 또한 핵심 수비수였던 버질 반다이크의 공백을 서둘러 메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승낙한 건이었다.


반면 같은 포지션의 디나모 자그레브 센터백 조조 시무노비치(Jozo Simunovic)는 가차 없이 퇴짜를 놓았다.


그 외에도 진행되던 자잘한 영입 대상들 모두 오닐에 의해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기존 명단 중 새로 온 감독의 까다로운 조건을 무사히 통과한 건 앞서 말한 보야타와 제임스 블랜차드 둘뿐.


선회한 이적 방향은 모두 오닐의 픽으로 구성되었다.


시무노비치를 취소한 자리는 잉글랜드 챔피언십의 블랙번 로버스 센터백 셰인 더피(Shane Duffy)로 대체되었으며.


마찬가지로 챔피언십이었지만 강등되어 리그 원으로 추락한 위건 애슬래틱의 윙어이자 예전에 오닐과 인연이 있었던 제임스 매클린(James McClean)에 대한 링크가 급격하게 떠올랐다.


또 다른 챔피언십 팀 더비 카운티에서는 다재다능한 중앙 미드필더 제프 헨드릭(Jeff Hendrick)과 라이트백 사이러스 크리스티(Cyrus Christie)가 영입에 가까워졌다고 보도되는 기사가 곳곳에서 뜨기 시작했다.


제프 헨드릭의 경우는 올해 프리미어 리그로 승격한 본머스 미드필더 해리 아터(Harry Arter)의 영입 시도가 무산된 후 떠오른 대안이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놀랍게도 모두 오닐이 셀틱이 오기 전에 맡았던 아일랜드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전력이 있다는 것.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갈렸다.


셀틱이 아일랜드와 친화적인 클럽이라곤 해도 너무 자신이 맡았던 선수들만 편애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오닐이 아니었으면 잉글랜드 챔피언십 레벨의 선수들이 흔쾌히 여기로 오지 않았을 거란 긍정.


이 정도의 조합으로 델 레오네의 로스 카운티를 격파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과 오닐이라면 결국 해줄 수 있을 거란 기대감.


그리고 뒤이어 언론이 터뜨린 소식은 분열되었던 셀틱 팬들의 반응을 어느 정도 봉합하는 데 성공했다.



[ Scottish Sports ] 선덜랜드의 옛 스승과 제자가 다시 결합하나?


[ BBC ] 셀틱으로 이적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스티븐 플레처



제공권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파워풀한 공격수, 스티븐 플레처(Steven Fletcher)가 셀틱으로 곧 합류한다는 소식.


프리미어 리그에서 꿋꿋이 버티며 나름대로 경력을 쌓아 잔뼈가 굵어 온 선수이기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영입이었다.


잉글랜드 최상위 무대에서 굳이 이곳으로 오려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추측해볼 수 있는 건 역시 오닐의 부름에 응답한 것이라는 정도.


선덜랜드 감독직에 있었을 때 그가 강등으로 침몰하던 울버햄튼 원더러스에서 플레처를 구출해준 적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둘의 만남으로 이룬 성과는 미미하긴 했지만, 이번에 재회하게 된다면 결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잉글랜드로 떠나기 전 이미 하이버니언 소속으로서 프리미어십 무대를 경험한 적 있고, 그때보다 더 성장한 프리미어 리그 공격수가 되었는데 어찌 실패할 수 있겠는가?


버질 반다이크는 사우샘프턴으로 이적, 윌프리드 자하는 임대 만료되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복귀, 탄탄한 활약을 펼쳤던 셀소 보르헤스마저 스페인의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로 떠나는 게 확실시되는 시점.


작년 셀틱의 핵심 트리오가 전부 이탈해버린 암울한 상황에서 플레처의 합류는 확실히 기쁠 만한 일이었다.


만일 여기서 계속 시도 중인 제임스 블랜차드의 영입까지 성사된다면?


‘이거 진짜 해볼 만하겠는데?’


팬들은 점점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셀틱의 화려한 부활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


< Pre-Season Match >

로스 카운티 : 글래스고 레인저스

2015년 7월 7일 (화) 15:00

빅토리아 파크 (관중 수 : 6,208명)



올 시즌 빅토리아 파크의 마지막이 될 경기, 그 때문인지 프리시즌임에도 많은 관중이 모여들었다.


아니면 상대가 레인저스였기에 더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셀틱의 최대 라이벌, 올드 펌의 양대 산맥으로 일컫는 그들을 상대론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유로파 리그에서의 그 엄청난 퍼포먼스를 이어 나갈 수 있을까?


모두가 고대하며 경기를 기다렸지만, 두근거리던 감정은 머지않아 허무하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로스 카운티 / 4-4-2]

FW : 케빈 루카센 / 리암 보이스

MF : 필립 로스 / 데미안 생클랜드 / 리차드 브리튼 / 앤드류 톰슨

DF : 리 월리스 / 대니 패터슨 / 폰투스 얀손 / 스티브 샌더스

GK : 데이비드 밀스



생소한 이름들.


유럽의 강적을 상대로 심장을 뜨겁게 달궜던 우승 주역들은 고작 네 명, 나폴리전에서 활약했던 패터슨까지 합한다고 해도 다섯 명뿐.


부상으로 빠진 블랜차드는 그렇다 쳐도, 새로 영입하여 궁금증을 모았던 존 맥긴은 벤치로 시작, 프리미어십 전 경기 출장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딩월마저 보이지 않았다.


레인저스는 대부분 주전으로 나왔기에 더더욱 비교되는 라인업이었다.


오늘은 여러모로 기념할 만한 요소가 많았는데도 이탈리안에게는 그저 전술을 실험하는 프리시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당연히 경기는 전반적으로 지루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었는데, 재밌는 건 이런 구성으로 나왔어도 상대가 로스 카운티를 쉽게 압도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중앙 싸움에 밀려나도 폰투스 얀손이 철벽처럼 틀어막았으며, 측면에서는 리 월리스가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월리스는 경기 시작 전 과거에 함께 뛰었던 친정팀 동료들과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누던 모습이 사라지고, 킥오프하자마자 돌변하여 레인저스의 우측면을 거의 혼자 잡아먹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였다.


30분대에 들어서는 신들린 오버래핑까지 보이며 상대 수비를 곤경에 빠뜨렸고, 급기야 측면을 단신으로 돌파해서 올린 크로스가 리암 보이스의 헤더 골을 이끌어내고야 말았다.


후반전엔 감독의 괴짜다운 면모가 더 두드러졌다.



[로스 카운티 / 4-4-2]

FW : 잭 마틴 / 필립 로스

MF : 엘리엇 비스턴 / 대런 케틀웰 / 존 맥긴 / 에이든 딩월

DF : 크리스 켈리 / 대니 패터슨 / 폰투스 얀손 / 스티븐 샌더스

GK : 데이비드 밀스



잘하던 월리스를 빼고, 크리스 켈리와 엘리엇 비스턴이라는 어린 소년들에게 좌측면을 맡겨버리더니 루카센을 빼고, 본래 좌측 윙으로 나온 로스를 전방에 올렸다.


톰슨을 불러들이고, 그 오른쪽 날개 자리에 딩월을 투입하는 이상한 교체를 보이기도 했다.


더블 크라운의 주역들이 후반에 추가로 얼굴을 비췄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좌우를 흔들었던 월리스와 톰슨이 빠지니 공격은 한층 더 답답해질 수밖에 없었고, 어린 선수들로만 채워진 좌측은 불안정한 영역으로 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감독은 패터슨과 얀손까지 빼면서 스콧 보이드와 아메드 델샤드를 센터백에 내세웠다.


어떻게 해야 레인저스에 실점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후반 80분.


결국 로스 카운티는 내내 흔들리던 좌측이 뚫리며 크로스를 허용했고, 델샤드가 공격수와의 경합을 이겨냈으나 후속으로 들어오던 상대의 외곽 슛을 막아내지 못하고 실점하고 말았다.


이를 평온하게 지켜보던 감독은 수석코치를 부르며 조용히 말했다.


“세 명 모두 잉글랜드 원정 명단에 등록해놓게. 좀 더 확인해도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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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 카운티 1 : 1 글래스고 레인저스 >

리암 보이스(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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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테버니어(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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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은 빅토리아 파크를 떠나기 전 관중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봐, 폰투스!”


그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얀손은 위를 올려다보았고, 사람들이 그에게 팔을 크게 흔들어주고 있었다.


“로스 카운티를 떠날 수도 있다며!”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떠나더라도, 어딜 가더라도 넌 성공할 거야!”


“너의 활약을 영원히 잊지 않을게!”


팀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선수를 환송해주려는 무수한 인파. 그 사이에서 나부끼는 몇 개의 깃발에는 대각선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자신의 얼굴이 흑백으로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광경.


얀손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두 팔을 들어 그들의 인사에 화답해주었다.


여전히 고민 중이었지만, 슬슬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작가의말

조금씩 속도를 붙이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좀 늦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

다시 집중해서 빨리 뵙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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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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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178. 승부욕의 화신 +3 23.04.22 1,297 50 29쪽
177 177. 동기부여 (3) +8 23.04.09 1,246 52 22쪽
176 176. 동기부여 (2) +5 23.03.26 1,270 41 22쪽
175 175. 동기부여 +4 23.03.13 1,294 45 27쪽
174 174. 꿈의 무대 (3) +4 23.02.26 1,334 46 23쪽
173 173. 꿈의 무대 (2) +7 23.02.13 1,326 48 22쪽
172 172. 꿈의 무대 +6 23.01.29 1,477 49 23쪽
171 171. 이적 시장 종료 +7 23.01.14 1,427 46 27쪽
170 170. 더 높은 곳의 하늘 +7 22.12.30 1,472 47 27쪽
169 169. 스코티시 레벨이 아니다 (2) +7 22.12.10 1,528 50 26쪽
168 168. 스코티시 레벨이 아니다 +4 22.11.24 1,487 52 27쪽
167 167. 개막전 첫 경기 그리고 +10 22.11.07 1,611 48 24쪽
166 166. 잉글랜드 원정 (3) +8 22.10.19 1,579 58 24쪽
165 165. 잉글랜드 원정 (2) +8 22.09.28 1,576 48 23쪽
164 164. 잉글랜드 원정 +5 22.09.15 1,646 55 26쪽
» 163. 또 한 번의 개혁 (2) +4 22.08.29 1,702 62 23쪽
162 162. 또 한 번의 개혁 +9 22.08.11 1,710 60 21쪽
161 161. 로스 카운티의 이적 시장은 (3) +12 22.07.27 1,755 77 23쪽
160 160. 로스 카운티의 이적 시장은 (2) +6 22.07.14 1,731 62 21쪽
159 159. 로스 카운티의 이적 시장은 +7 22.07.01 1,884 66 21쪽
158 158.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8 22.06.18 1,917 80 26쪽
157 157. 시즌 결산 +8 22.06.05 1,917 75 24쪽
156 156. 14/15 시즌 종료 +12 22.05.18 2,054 73 24쪽
155 155. 이탈리안의 말은 틀렸다 +15 22.04.24 2,105 78 36쪽
154 154. 두 번째 시즌의 마무리 (6) +10 22.03.23 1,969 59 35쪽
153 153. 두 번째 시즌의 마무리 (5) +12 22.02.23 1,856 76 24쪽
152 152. 두 번째 시즌의 마무리 (4) +8 22.02.08 1,814 76 25쪽
151 151. 두 번째 시즌의 마무리 (3) +12 22.01.24 1,879 72 29쪽
150 150. 두 번째 시즌의 마무리 (2) +14 21.12.31 1,902 75 24쪽
149 149. 두 번째 시즌의 마무리 +14 21.12.04 2,027 75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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