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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川 님의 서재입니다.

농구의 신-에어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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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松川
작품등록일 :
2017.07.03 09:23
최근연재일 :
2018.10.16 17:34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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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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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2.2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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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4쪽

26-2. Last Christmas

DUMMY

MOM인터뷰 마지막에 약 2초간의 텀은 엘사와의 관계를 내가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치게 했고, 엘사도 이에 대해 반박 따위 하지 않으면서 파파라치 샷이 나가고 이틀만에 공식 커플로 인정되었다.

누누이 말했듯이 케이시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이건 스캔들이 아니라 그냥 선남선녀 커플의 탄생이기에 많은 팬과 지인들의(가족 제외다. 가족은 오히려 온갖 구박을 했다. 특히 여동생 놈은 아주 양아치부터 짐승까지 온갖 욕을 다하더만. 그래서 나중에 집에 갈 때 가방 두개 사주고 추후 본인이 원하는 모델을 세개 더 사준다는 협약으로 이 번일은 피치못할 사정에 의한 것으로 간주해 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축하와 부러움을 받았다.

특히 한국 친구들놈들은 새끼 좀 치라고 아주 생난리를 치더만.

그래서 약 80%는

“너 영어 잘해?”

로 제압했고, 나머지 20%중 10%는

“너 15센치 넘겨?”

로 진압, 나머지 10%는

“너 진짜 얘들 감당할 수 있겠냐? 자신 있음 미국와라. 그럼 소개해준다.”

로 자신감을 소멸시키며 끝내줬다.

여튼 그런 작은 소동 후 올해의 마지막 긴 여정에 들어갔다. 어웨이로 7연전이 준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아주 힘들만한 강팀은 거의 없다.

새크라멘토 킹스, 브루클린 네츠, 필라델피아 76ers,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샬럿 호넷츠, 마이애미 히트가 상대인데 이 중 캐벌리어스와 올랜드 이외에 어지간하면 이길만한 팀들이다.

킹스를 빼고는 다 동부 컨퍼런스 소속으로 이동 거리가 좀 길다보니 체력적인 부분에서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4승 이상은 무난히 챙겨오지 않을까 싶다.

원정이 시작되고 예상대로 첫 3게임은 어렵지 않게 승리를 챙겼다.

10득점 이상 한 선수도 연속으로 4명이나 되었고, 그 중 루 윌리엄스는 지난 시즌에 못했던걸 만회라도 하는지 평균 20점 이상을 해내는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나야 뭐, 30+득점을 포함한 트리플 더블을 연속으로 만들어냈고. 아, 난 12월에 몇경기를 조금만 뛰는 바람에 평균 트리플 더블에서 조금 모자란다. 물론 이것만 해도 엄청난거지만 OKC의 닌자거북이가 평균 트리플더블을 유지하는 중이라서 내 기록이 뭍히고 있다. 무서운 놈.

그렇게 네번째 팀, 그러니까 이번 원정 시리즈 중 최강의 팀과 조우했다.

지난 시즌 파이널에서 시즌 최다승에 빛나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로 3대1의 불리한 상황에서 연속 3승을 따내며 우승컵을 들어올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다.

올시즌도 빅3가 건재하기 때문에 파이널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혹자들은 동부에 있기 때문에 더 강력해 보인다고 하지만 르브론과 어빙의 파괴력은 서부에 있다해도 최강팀으로 군림하게 충분하다.

물론 클리블랜드에도 약점은 있다.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높다보니 체력적 부담을 꽤 느낀다는 점과 케빈 러브의 기복에서 오는 포지션 밸런스 문제다. 이 문제를 파고들면 이길 것 같지만 사실 이건 떡밥일 뿐이다.

이 문제는 우리만 아는게 아니고 다른 팀들도 다 안다. 그럼에도 다른 팀들도 다 잘 못이긴다. 이유? 이유는 리그의 대표적인 금강불괴인 르브론과 공격기술만큼은 최고라는 어빙의 파괴력이 이 문제점 커버를 확실히 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중간중간 러브가 됐든 JR스미스가 됐든 누구 하나라도 같이 터지면 그냥 작살나는거다.

이쯤되면 진짜 승리를 위한 답은 나온다.

르브론과 어빙, 최소한 둘 중 하나는 확실히 막아야 한다. 그래야 드러난 약점을 파고들어 어느정도 재미를 볼 수 있다. 단, 둘과 비슷한 공격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도 있지만 말이다.

자, 그럼 우리 팀이 승리할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

둘 중 하나는 확실히 막을 수도 있고, 둘과 비슷한 수준의 공격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둘 다 내가 하면 된다. 기본 조건은 충분하다. 그럼 약점을 파고들면 승리를 가져올 수 있겠다? 아니다. 객관적으로는 기본 조건만 맞고 나머진 다 좋지 않다.

하나씩 짚어보면 탐슨과 모즈고브, 르브론과 나, JR스미스와 클락슨(혹은 루 윌리엄스)는 그냥 비슷하다. 하지만 나머지 둘인 카이리 어빙과 케빈 러브는 매치업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카이리 어빙은 1대1로는 막을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니 말할 필요조차 없고, 케빈 러브는 미네소타 시절에 비하면 많이 약화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골밑 경쟁력이 있고 3점이란 신무기는 터지면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막기가 까다롭다. 때문에 러브 놔두기 어려우므로 따라다녀야 되는데 이러면 골밑에 공간이 나오고 이 공간은 어빙의 놀이터가 될 소지가 아주 높다.

일명 줄건 주고 간다 작전도 생각해볼만 하지만 중요한건 챙길건 챙겨야되는데 나 이외에 제대로 챙겨먹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주기만 하고 챙길걸 못챙기면 멘탈에 금간다. 그럼 끝은 그냥 자멸이고.

요즘 리그의 강팀들은 에이스급들이 둘, 셋 뭉치는 경향이 있고, 그 팀들의 경기내용을 보면 이길 때 엄청난 격차가 나는게 많은데 이게 다 앞서 말한 루트로 자멸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약속의 3쿼터다. 여기에서 자멸로 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 날의 승부가 박빙이냐 아님 박살이냐로 구분된다.

클리블랜드를 상대할 우리도 마찬가지다. 박살이냐 박빙이냐는 얼마나 좋은 수비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퉁!

어빙의 댄스에 루 윌리엄스가 놀아나며 뚫렸다. 랜들은 러브를 따라 사이드로 빠져 있고, 모즈고브는 엘보쪽으로 어중간하게 나가 있는데다 JR스미스가 진로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힐끔 보니 르브론은 3점라인쪽에 있어서 그냥 버리고 달려가 체이서 블락을 노렸다. 좀 느리기는 해도 충분히 바를 수 있다. 스텝을 밟고 뛰어오른 어빙이 몸을 비틀어 몸통으로 날 저지하려 했지만 높은 점프와 파워, 그리고 리치로 충분히 막을 수 있어 보였다.

좋아, 잡을 수 있어엇?

볼을 들어올리던 어빙이 급히 손을 바꾸더니 림이 아닌 뒤쪽으로 예상보다 빠른 타이밍에 띄워 올리는게 아닌가!

빌어먹을!

급히 손을 뻗었지만 궤적이 맞지 않아 그냥 바라봐야만 했고, 그 때 뒤쪽에서 뭔가가 느껴져 슬쩍보니 큼직한 시커먼 그림자가 덮쳐오고 있었다.

쾅!!!

코트에 착지하는 순간 높이 띄워진 볼을 잡은 르브론의 어마어마한 앨리웁이 터졌다.

덩크 후 내려선 르브론은 떡 버티고 서서 날 슬쩍 보고는 이내 시선을 관중석으로 돌린 후 왼쪽 가슴을 주먹으로 쿵치고 어빙과 손을 부딪친 후 백코트했다. 엄청난 관중들의 함성은 덤이다.

“와아!!!”

“제임스! 제임스!”

“어빙! 어빙!”

잠시 허리에 손을 올리고 그들의 뒷모습을 봤다. 하아, 이거 어렵네. 솔직히 워리어스보다 수비하는게 더 어렵다. 그쪽은 그린을 좀 긁어주고 커리를 찍어주면(리더이고 볼 배분 핵심이기 때문에 제대로만 막아주면 틈이 나온다. 뭐, 듀란트가 와서 좀 더 어려워지긴 했지만 어쨌든) 확실히 틈이 나오는데, 클리블랜드는 긁어줄 놈도 없고 둘 다 리딩과 돌파가 좋다보니 찍어 눌러도 소용이 없어서다.

예상은 했지만 이건 예상 이상이다. 타팀들은 여전히 워리어스가 어렵다고 하는데 적어도 우리팀에게는 워리어스보다 클리블랜드가 더 어렵다. 이건 확실히 상성에 문제다.

삐익!

“LA 레이커스, 풀 타임 아웃!”

분위기가 급격히 넘어가자 3쿼터 7분만에 두번째 풀 타임 아웃이 불려진다. 지나치게 성급해보일 수 있지만 여기서 더 벌어지면 타임아웃이 있어도 쓸 이유가 없어져버릴 수 있을만큼 중대 고비다.

고개를 들어 보니 83:72. 진짜 어렵네.

벤치에 앉자 윌튼 감독이 심각한 얼굴로 우리를 보다 입을 열었다.

“어떻게, 오늘 게임은 접고 다음을 기약할까?”

“···”

“많은 경기 중 하나일뿐이야. 여기서 진다고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니란거지. 어때?”

다들 역시 대답을 하지 못한다. 팀원들도 수비 해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고, 속이 부글거릴 것이다. 솔직히 한편으론 포기하고 싶기도 할거다. 하지만 프로로서 4쿼터도 아니고 이제 겨우 11점 차이이기 때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다.

“킴, 킴은 어때?”

더 열심히 뛰라고 말하고 싶으시면 그냥 말하시지 굳이 또 내 힘까지 끌어들이십니까.

“포기하죠.”

“!”

당연히 그럴 수 없습니다, 더 열심히 죽자고 해봐야죠라고 할 줄 알고 시켰는데 바로 수긍하는 답이 나오니 윌튼 감독은 물론 다른 팀원들까지 경악한다. 재미있는데? 몰카하는 사람들이 이런 기분으로 하는건가? 큭큭큭···

“포기하고 연습이나 하는셈 치죠. 이런저런 패턴이나 스킬 연습 상대로 이만한 팀이 없잖아요. 그것도 돈을 주는게 아니고 받고 하는건데.”

뒤이어 말을 하자 다들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표정이 된다. 생각지 못한 몰카 놀이가 되서 재미는 있었지만 좀 서운하네. 내가 그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으로 보였나?

“크흐흐··· 이거 순간 한방 먹었군. 우리 에이스의 말 잘 들었나? 이제부터 게임을 이기겠단 생각은 버려. 그냥 수비 한번, 공격 한번씩 번갈아 하는 연습으로 생각해. 물론 상대가 엄청 강하다는게 좀 차이가 나지만 그만큼 실전에 가깝다고 생각하는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해?”

이해하나? 정확하게 이해 못하는 표정들이네. 그렇겠지. 실전을 실전이라고 생각하는데 바로 이해하면 얘네 천재다.

“그냥 연습게임한다고 생각하면 돼.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또 해보면 되는 거고. 좋지 않아? 아, 실패하면 욕먹고 될때까지 해야되는데 마음대로 못쉬니까 그건 좀 불편하려나?”

진짜 연습경기면 중간에 멈출 수 있다. 멈추고 욕을 하던지 다시한번 설명하던지 하는데 지금은 그게 안된다. 우리가 연습이라고 생각해도 진짜 연습은 아니니까.

“크크크···”

고개를 갸웃하던 팀원들이 어느정도 이해했는지 표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오늘 승패는 머리에서 지우겠다. 가장 실전 같은 연습을 돈 한푼 안들이고 하는거야. 그러니까 다들 연습 열심히 해. 대충 하는 놈은 내가 책임지고 괴롭혀주겠어.”

윌튼 감독의 위트섞인 협박에 다들 크게 대답한다.

“대신 오늘 연습 제대로 하면 시원한 맥주 한잔 쏘도록 하지.”

누누이 말하지만 시즌 중에 술은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원정중에는 말이다.

“오오~ 맥주!”

“패턴은 팀 리더이자 코트의 리더인 킴이 맞는걸로 한다. 됐나?”

“옙!”

“좋아. 이상!”

윌튼 감독이 빠지고 내 시간이 돌아왔다. 평소엔 딱히 열심히 해라, 날 믿어라라는 식의 오글거리는 말을 해야했지만 지금은 대충 해도 되는 분위기다.

“내가 오늘 맥주 못마시면 한명씩 내가 종합격투기 기술 강제로 알려준다. 알지? 원래 그런 스킬은 당해봐야 아는거.”

“워··· 열심히들 하자고. 내가 당해봐서 아닌데 장난 아냐.”

예전에 한번 알려달라고 해서 길로틴 초크에 당해 반쯤 혼절했던 클락슨이 부르르 떨며 첨언해주자 모두가 피식거린다.

“좋아. 다시 말하는데 승패에 대한건 머리에서 지워버려. 순간순간 자신들의 롤을 기억하고 움직여. 그럼 되는거야. 오케이?”

“오케이!”

“가자. 우리는!”

“강하다!”

일단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했기 때문에 단순한 롤이 아닌 패턴을 지시했다. 포지셔닝이 이뤄지는걸 확인하고는 왼쪽 코트 3점라인 안쪽으로 진입하고는 곧바로 포스트업 자세를 취했다.

가드 포지션에서 파워로는 당할자가 없지만 지금 상대는 르브론이다. 물론 밀고 들어갈 생각을 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어차피 지금 중요한건 이게 아니다. 반대편 사이드에서 베이스라인을 타고 잉그램이 빠르게 넘어왔다 다시 내 뒤쪽으로 빠르게 돌아나왔다.

포스트업 자세를 풀지 않은 채로 버티며 스치듯 지나가 잉그램에게 패스···를 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스핀무브. 르브론은 물론 잉그램을 쫓던 JR스미스까지 내 움직임에 반응하며 움직였다.

그렇지!

볼을 한손으로 움켜쥐고는 르브론의 다리 사이로 패스를 뿌려 잉그램에게 정확하게 전달했고, 그는 망설이지 않고 비어 있는 림에 그대로 러닝 투핸드 슬램을 터뜨렸다.

쾅!

처음에는 영 어설프더니 자신이 왜 대학시절 다재다능한 포워드로 이름을 날리며 전체 2순위로 우리에게 뽑혔는지 증명하듯 최근에는 잘 적응하면서 플레이에도 꽤나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는 잉그램이다.

“나이스 캐치!”

“좋은 패스였어요.”

패스도 좋았지만 이번건 타이밍을 이중으로 주는 이중 컷인이기 때문에 의외로 볼을 받는게 쉽지 않음에도 잉그램이 잘 처리했으니까 그가 잘한거다.

“패스보단 역시 받은게 좋았어.”

잉그램에게 엄지를 보여주고는 나머지와도 잘했다는 사인을 보내줬다. 단순히 잉그램과 둘의 2대2 플레이였지만, 그 전 핸즈 오프과정과 포스트업에서 팀원들이 각자의 롤을 소화했기에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기 때문이었다. 팀 5명 전원이 움직여야 한 의외로 복잡한 필승의 패턴이었거든.

“자, 수비하자. 스위치 신경쓰고, 콜 크게 하라고!”

“오케이!”

일단 공격이 성공하며 분위기는 어느정도 추스려졌다. 하지만 스크린을 통해 수비를 바꾼 어빙의 날카로운 드리블에 이은 점퍼로 손쉽게 2점을 내줬다.

“괜찮아. 뭘 또 인상쓰고 그래. 그냥 어빙 같은 선수 막는 연습 원없이 한다고 생각하라니까. 돈주고도 하기 힘든 훈련이다 이거.”

인바운드를 받고 클리블랜드 코트로 넘어가며 어깨를 토닥여주자 랜들이 피식 웃는다.

“가끔 느끼는건데 킴은 꼭 어릴 때 우리 감독님 같단 말야. 뭔가 되게 노인네스럽다고 해야되나?”

의외로 날카로운데?

“멘탈이 강한 리더라서 그런거야. 그러니까 이 대장님만 믿고 따라와. 가까운 시일내에 우승컵 만져보게 해줄께.”

“뭐라는거야? 이제 겨우 2년차 주제에.”

“그 2년차한테 충고받는 녀석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됐고, 가서 공격 연습이나 하셔.”

임의의 작전 지시 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속적인 스크린과 몸싸움을 통해 수비를 떨구며 엘보로 나온 랜들이 좌우로 흔들고는 림으로 돌격. 빡빡한 공간에서 마무리하려는 제스처를 취하다 킥 아웃으로 사이드에 있는 잉그램에게 연결, 터치패스하듯이 곧바로 45도 위치의 윌리엄스에게 줬고 그대로 슛.

텅!

좋은 패스워크였지만 결과는 노골. 리바운드 경합이 있었지만 클리블랜드가 잡아냈고, 어빙이 치고들어가 원맨 속공을 달렸고 잉그램이 따라붙었다. 높이는 압도적이고 스피드도 밀리지 않기 때문에 트레일러를 통한 세컨 브레이크나 아니면 지공으로 가는게 정석인 상황이다.

하지만 어빙은 그대로 질주했고, 림 근처에서 속도를 줄이나 싶더니 스텝을 밟았다. 잉그램이 몸을 돌리며 수비를 하려 하는 순간 어빙은 방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빠르게 꺾는 유로스텝을 펼쳤다. 급히 손을 뻗지만 관성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고 어빙은 여유있게 볼을 올려놨다.

또 다시 한골 먹었지만 분위기가 아주 침울해지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은건 아니고. 편히 마음먹었다해도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건 아니니까.

이럴 때 또 에이스이자 리더가 나서줘야지.

“방금처럼 이미 따라붙은 상황에선 상대가 뭔가 하지 못하게 계속 몸을 붙이는게 제일 좋아. 달리던 속도 때문에 수비입장에선 보고 방향을 꺾는다거나 멈추는게 훨씬 힘들거든. 이해하지?”

한골 먹어서 점수가 벌어졌다는 내용은 빼고, 계속해서 뭐가 잘못됐는지 어떤식으로 수정해야되는지만을 강조한다. 사실 우리팀에서 승리를 가장 갈구하는건 나다. 그런 내가 한골 넣은것이나 빼앗긴 결과적인 것은 말하지 않고 그 과정에 대해서만 얘길해준다.

이건 진짜 연습할때나 하는 행동이다. 내가 나서서 이렇게 계속 해줘야지 팀원들이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고, 그래야 승리를 포기한 대신 경험이란걸 챙길 수 있잖아. 맥없이 무너지는 경험은 한두번이 족하다. 그 이상 해봤자 좋을게 없다.


경기는 결국 115:101로 종료됐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았다.

연습이란 명목하에 4쿼터 한때 20점이 넘게 차이가 났음에도 우리 페이스를 유지하며 이만큼 줄이고 끝났으니 분위기가 나쁠리가 없다.

아마 내가 르브론을 끝까지 막았다면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고 캐벌리어스와 붙기 위해선 나도 어빙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지만 다른 선수, 특히 동 포지션에서 경쟁해야될 잉그램 등도 르브론을 경험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수비를 바꿨는데, 뭐 다 예상하듯이 역시나 어빙이 잠잠해지는 대신 르브론이 터지며 분위기를 띄워올렸고 러브도 3점을 연속으로 꽂으며 아예 활화산마냥 불타올랐던 것이다.

그래도 이걸 묵묵히 견디고 클리블랜드쪽에서도 막판에 설설하자 점수차가 줄어든 것이다.

오늘 경기는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는 계기였다. 스킬이나 팀워크보다는 경험적인 면에서 분명 좋은 시간이었다. 우리의 부족함을 메우는 법이나 페이스를 최대한 유지시킬 때 나오는 효과 등 말이다.

뭐, 덕분에 패배가 하나 올라갔고 생각보다 팀원들의 체력 소모가 컸다는 점이다.

매 플레이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는건 좋았는데 그러다보니 체력 소모에 대한걸 제어하지 못한 것이다. 이건 오늘 경기를 연습처럼 하자고 제안한 나나 받아들인 윌튼 감독, 그리고 뛰어낸 팀원들 모두 아무도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안그래도 힘든 원정인데 힘을 이렇게 빼버려서 괜찮을지 모르겠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오늘은 LA 레이커스 대 LA 클리퍼스, LA 클리퍼스 대 LA 레이커스의 크리스마스 매치를 중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캐스터는 저 김명전, 해설은 조형일 위원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드디어 기다리던 리벤지 매치가 바로 코앞이네요. 농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드네요. 조 위원님은 어떠신가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김대협 선수의 경기를 빠지지 않고 중계하고 있습니다만, 오늘은 유독 새로운 느낌이 드네요. 아마, 작년과 극명하게 대비가 되서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죠. 1년전 요맘때 사실 우리나라에서야 김대협 선수의 인기는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었지만 현지에선 그저 동북아시아에서 온 잘하는 루키 중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딱 작년 오늘 이 시간 이후 평가가 확 달라졌었죠.”

“레이커스는 분명 코비의 팀이었고, 코비만 보이던 팀이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매치가 중계된 것도 사실 그 코비를 보여주기 위해서였구요. 하지만 코비를 위한 전국 방송이 끝날땐 김대협 선수를 위한 방송으로 변해 있었죠. 오늘 중계도 NBC에서 전국으로 송출되는 방송인데 이번은 김대협 선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농구 괴수들이 득실거리는 NBA에서 2년차 선수를 보여주기 위해 이런 방송이 편성됐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희열입니다.”

“하하하··· 그럼 오늘의 관전 포인트를 확인해볼까요? 다시돌아온 크리스마스의 악몽. 헬로우 시드니 이후 가장 두려운 일이 벌어진다. 하하하··· 재미있네요. 어떤가요?”

“하하··· 처음 보시는 분들은 의아하실수도 있겠지만 농구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다 아실겁니다. 김대협 선수가 클리퍼스에게 악몽 같은 패배를 안겨주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김대협 선수의 별명이 나이트와 연관시켜 나이트메어라고 한거죠. 일종의 미국식 아재개그라고 해야할까요. 여하튼 리그 사무국에서 이런걸 감안해서 만든 일정인데, 아마 리벤지 매치 겸 실질적 리벤지를 기대했을 겁니다. 이러쿵저러쿵해도 크리스 폴, 블레이크 그리핀의 올스타 원투펀치와 디 안드레 조던의 강력한 골밑 지배력을 놓고보면 클리퍼스의 압승이 예상되거든요.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생성할 수 있을테니 흥행에 민감한 NBA사무국이 놓칠리 없는 매치죠. 하지만, 안타깝게 그리핀과 크리스 폴 둘 모두 부상으로 결장해 정상 전력이 아니다보니 작년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해서 만든 이름 같네요.”

“그래도 폴 피어스가 가세해서 괜찮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리핀이 결장한지가 꽤 되지만 여전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만, 폴 피어스의 노쇠화가 상당하고 무엇보다 지금 클리퍼스에선 김대협 선수를 제어할 선수가 아무도 없습니다. 비록 긴 동부 원정으로 피로감이 있을 수 있지만 김대협 선수의 에너지를 생각하면 역시 나이트메어2가 만들어질 공산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 조 위원님 조금 전에 통화하지 않으셨나요?”

“짧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흔쾌히 받아줘서 잠시나마 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다고 하던가요?”

“김대협 선수 자신의 컨디션은 언제나와 같이 최고라고 합니다. 올 시즌에 들어오면서 익힌 슛스킬들도 계속해서 몸에 익어가고 있고 동부원정을 다녀왔지만 피로감은 전혀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주변 지인들이 자기를 힘쎄고 오래가는 건전지라고 한다면서 웃었습니다.”

“하하하···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지난 시즌부터 단 한번도 김대협 선수가 힘들어한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그래서 클리퍼스의 전력이 작년만 못하니 다시한번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선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김대협 선수 자신만 하는 게임이면 당연히 자신있는데 팀원들은 약간 체력적 부담이 있어보인다고 일단 해봐야 알겠다고 약간은 조심스러운 대답을 했습니다.”

“역시 이번 동부 원정이 부담이 있나보군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기본적으로 이틀 간격으로 경기를 치루는데다 이동 거리도 어마어마하니까요. 아, 그리고 이 말은 꼭 해달라고 하더군요. 국내 팬들을 위해서 경기 중···”


클리퍼스와의 크리스마스 리벤지 매치가 돌아왔다.

클리퍼스와 우린 한지붕 두가족이다. 관계는 드라마로 치면 우리가 큰 이층집이고 클리퍼스는 우리 집 한쪽 귀퉁이 반지하에 세들어사는 정도였다. 그런데 대충 2010년정도부터 우리 가세가 기울더니 급기야 망해버리면서 차압을 당했는데 이 반지하 귀퉁이 살던 녀석들이 크게 성공하며 우리 집을 사버린 것이다.

결국 서로 살던 공간을 바꾸면서 우리가 반지하 귀퉁이고 클리퍼스가 이층집을 통짜로 쓰게 된 셈이다. 이래서 인생 실전이라고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여튼 그런 상황이기는 한데 다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우리는 나를 중심을 다시 옛영광을 되찾아가고 있고, 클리퍼스는 한계 상황에 처하고 있다. 계속 플레이오프에 출전은 하고 있지만 컨퍼런스 파이널조차 나가지 못하고 있다. 주력 3인방은 모두 절정기에 접어들어 있다. 그럼에도 이 정도 성적이면 팀이나 개인적으로 모두 다른 생각을 품게 된다.

당장 CP3와 그리핀, 그리고 JJ레딕마저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로 풀린다. 둘 다 전성기이고 충분한 시장가치로 몸값이 비싸다. 그런데 파이널 가능성이 적다면, 이들이 과연 팀에 남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래서 클리퍼스가 한계상황인거다.

처지가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 나온 재대결이고 슈퍼루키에서 명실상부한 리그 탑플레이어로 성장하면서 작년의 그 화끈한 경기를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경기였다. 하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유리몸 그리핀은 물론 CP3마저 부상으로 빠져 살짝 맥이 빠져버린 상태다.

때문에 이슈는 클리블랜드와 골든스테이트의 경기에 집중되어 버렸다. 파이널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만큼 미리 보는 파이널이자 최근 몇 년간 라이벌로서 이슈화되기 딱 좋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쉽지 않은건 아니다. 나도 은근히 관종기가 있는지 생각했던 것보다 관심이 덜하다고 하니 기운이 살짝 빠지더라고.

그래서 결심했다. 기왕 이렇게 된거 화풀이를 하자고. 이런 생각을 알면 또 우리 일부 선비님들께서 왜 엄한데 화풀이냐, 성격 파탄자냐라는 둥의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왜 화풀이 하면 안되지? 약해졌으니까 봐줘야 한다는건 웃긴거 아냐? 이건 무승부가 없이 승패를 무조건 가르는 경기다. 누가 죽는건 아니지만 전쟁이라고. 전쟁에 대충은 없다. 시작하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적을 작살내야한다.

또한 이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게 봐야할 권리가 있고 우린 보여줄 의무가 있다. 더 신나고 재미난 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원투펀치가 빠지면서 밍밍할 수밖에 없게됐으니 이건 명백히 클리퍼스 잘못(고의는 아니지만)이잖아. 그러니까 혼내줘야지.

그리고 말이야, 서로 연습이 아닌 이상 뭐든 최선을 다하는게 서로의 명예를 지켜주는거다. 가끔 게임중에 약도 올리지만 이건 순간의 부분 전술이고 자주 하지도 않는다. 자존심을 뭉개버릴 수준까지 가는건 같은 선수로서 해선 안될 짓이다. 그건 정말 평생 원수로 지내며 싸우자는거다.

다소 맥이 빠진 대신 홀로 응징하겠다는 생각 속에 코트로 들어섰다. 양팀 선수들끼리 간단한 인사를 했다. 오늘 주전 중 한명이자 과거 2000년대 보스턴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폴 피어스와도 인사를 나눴다.

가끔 과거 티비로 보며 플레이를 따라했던(따라는 했는데 잘은 못했다. 그때 선수로서 난 평범 그 이하였거든) 선수들과 이렇게 한 코트에서 뛸 때면 가슴이 콩닥거린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NBA로 올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란 생각도 든다. 그 시절 그토록 멋있다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이제는 거의 다 은퇴하고 몇 안남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잠시 어릴적 정말 오랜된 추억(나한테는 몇십년전 일이다는 거 잊지 않았지?)에 묘한 감정을 느끼고는 곧바로 게임 준비에 들어갔다.

센터서클에 선 모즈고브와 디조던. 키는 비슷하지만 탄력 자체는 디조던의 압승이다. 그래서 볼이 공중으로 뜨는 순간, 디조던만 뛰었고 우린 그대로 우리쪽 코트로 넘어와 버렸다.

오늘 우리는 나, 모즈고브, 랜들은 그대로 가고 닉 영과 루 윌리엄스가 각각 루올 뎅과 클락슨 대신 스타팅으로 나왔다. 클락슨은 클리블랜드 이후부터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서, 루 윌리엄스가 주전으로 나오고 있는 상태고 닉 영은 노쇠화로 예전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순간순간 높은 기동능력을 보여주는 폴 피어스를 막기 위해 투입되었다.

이에 맞서 클리퍼스는 CP3와 그리핀이 부상으로 빠지고 레이몬드 펠튼, 룩 음바아무테, JJ레딕, 폴 피어스, 그리고 디 안드레 조던이 나온 상태다. 그리핀은 11월 초부터 부상으로 빠진 상태고CP3도 얼마전 가벼운 부상으로 전열에서 잠시 제외되어 있다.

원투펀치가 빠졌지만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 펠튼이 의외로 CP3의 빈자리를 잘 메꾸며 경기 조율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고 그리핀은 뭐··· 분명 잘하는데 없어도 그 빈자리가 잘 안보이거든.

수비에서 내 위치는 3번 이하 에이스급 선수가 있는 포지션이다.

팬들 사이에선 나이트의 실드(방패)가 이지스(신의 방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젠 수비력도 정평이 나 있는 상태다. 아, 참고로 내 검은 엑스칼리버라고 하더만.

여튼 오늘은 이 강력한 수비의 희생양이 될 에이스가 없다. 원래라면 크리스 폴이 되겠지만 없으니까 뭐. 그래서 오늘은 그냥 원 포지션대로 간다.

펠튼은 리그 10년차가 넘는 베테랑이다. 1라운드 상위픽으로 뽑힐만큼 기량은 좋은 편이지만 문제는 탑플레이어가 되기엔 강력한 자신만의 무기가 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막기 겁나 쉽다는거다.

자세를 낮추며 일단 자신만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낸 낮은 드리블을 선보인다. 뭐, 그래봤자 크리스 폴 정도의 날카로운 드리블이 아니면 딱히 어려운건 없다. 드리블이 낮으면 그만큼 볼을 뺏길 가능성이 낮을뿐 다른 이익도 없고 내가 드리블을 뺏는 수비를 하는것도 아니라서 말이야.

드리블을 하며 기회를 보던 펠튼이 좌우로 페이크를 넣어지만 동작이 밋밋한데다 각도도 내 수비범위 안이라서 그냥 바라만봤다. 결국 안쪽에서 돌아나오는 피어스에게 연결하고는 안쪽을 통해 반대편 사이드로 빠져나가며 다시한번 포지셔닝을 해나갔다.

음바아무테(이름 너무 어렵다.)가 올라와 스크린을 해주자 피어스가 이를 이용해 안쪽으로 파는 척 하다 그대로 점퍼를 시도했다. 예전엔 정말 날카로웠는데 이젠 전혀 그런게 없구나. 안타까워.

뭔가 좀 무거운 느낌의 슛이라서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리바, 박스 아웃!”

텅!

림을 맞고 튄 볼을 랜들이 뛰어올라 잡으려는 찰나 거대한(정말 거대해 보인다) 팔뚝과 손이 그 위에서 잡더니 그대로 림에 내리꽂았다.

쾅!

“윽!”

내리치는 파워에 밀린 랜들이 튕겨지듯 림 아래와 부딪쳤다. 랜들이 황당한 얼굴로 돌아보자 디조던은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고는 돌아갔다.

예전부터 느낀거지만 진짜 저 모습만 보면 옛날 전성기 시절 샤킬 오닐을 떠올리게 한다.

“괜찮냐?”

“뒤통수에서 그렇게 걸려들었는데 괜찮을 것 같아?”

“그래도 안죽었네. 난 뒤에서 보고 랜들 머리를 박살내버리는줄 알았어. 하긴 랜들 너 머리 단단하지? 괜한 걱정이었구만.”

“이씨, 뭐야?”

신경질적으로 내게 볼을 휙 던진 랜들이 투덜거리며 천천히 달려갔다.

“저 무식하게 힘만 쎈 자식. 죽었어.”

이번 시즌엔 무리한 플레이가 많이 없어졌지만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종종 무리한 공격을 했던 랜들이다. 특히 지금처럼 빡돌면 말이지. 당한 입장이니 그 마음 모르는건 아니지만 초반부터 괜히 흥분해서 날뛰면 좋을게 하나도 없다.

“랜들.”

내가 부르자 뒤를 본다.

“복수는 일단 넣어 둬.”

조금전 장난칠때와 다르게 감정을 배제하고 말하자, 랜들은 잠시 날 보다 짧은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럴 생각이었어.”

그의 말에 씨익 웃는걸로 대신하고 포지셔닝을 지시했다. 각자의 포지션이 완선되자 모즈고브가 탑으로 올라와 스크린을 걸어줬고 난 당연히 이걸 이용했다.

“노 스위치!”

베테랑이라서 그런지 모즈고브의 스크린은 빠르게 피한 펠튼이 뒤따라왔고 모즈고브는 로우포스트로 달려갔다. 자세를 조금 더 낮추며 속도를 확 높이자 펠튼도 이에 맞춰 움직였다.

끼익!

수비가 다 따라붙는데 림으로 달리면 바보지. 바로 스탑을 하고 그대로 풀업, 펠튼은 반응도 못하고 멍하니 슛만 바라봤다.

촤악!

디조던의 파워플레이로 끓어오르던 클리퍼스 팬들을 이 한방으로 조용히 시켰다. 원래 갑자기 확 달아오를땐 맞불보단 역시 기운 쫙 빠지는 이런 허무한 플레이가 좋다. 기껏 바람 한방에 훅 불어넣었는데 옆구리 간질하면 푸시시 바람 빠지면 완전 기분 안좋잔아.

물론 같은편도 좀 가라앉을 수 있지만 내가 이런게 한두번도 아니니까.

“티, 랜들, 둘 다 박스아웃에 더 신경써. 안그러면 디 조던한테 리바운드 다 뺐길 수 있어.”

랜들은 물론 모즈고브도 알았다는 사인을 보이고 수비에 집중했다.

원투펀치가 빠진 클리퍼스는 쉬운 상대다. 아니 쉬운 상대라고 생각했다.

그리핀의 부재보다 크리스 폴의 부재 때문이다. 강팀이라고 하는만큼 원투펀치 이외에도 평균 이상의 선수들이 있다.

디 조던은 큰 덩치에 맞는 파워는 기본이고 의외로 굉장한 순발력과 운동능력을 지니고 있다. 레딕은 리그 최상위 퓨어슈터로 캐치 앤 슛이 일품이고, 성공률은 물론 중요한 순간에 한방씩 해주면서 슛 자체로도 순도가 높고 팀에게도 공격의 다양성을 부여해 수비분산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다.

하지만 이 두 선수는 좋은 포인트가드가 없으면 그 능력치가 반이하로 떨어진다. 스스로 득점을 만드는 스킬은 부족해서 누군가 공간을 만들어줘야만 해서다.

때문에 에이스가 없어서 원래 포지션을 마크한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두선수의 공격을 원천봉쇄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런데···

펠튼이 막히자 리딩을 레딕이 하더니 아예 크리스 폴이 자주하던 디 조던과의 2대2 플레이를 하는게 아닌가. 디 조던의 스크린을 받으며 살짝 옆으로 빠지자 모즈고브가 어쩔 수 없이 나가며 체크한다. 3점이 위협적이니까 잠시라도 놔두면 곤란해서다.

당연히 디 조던은 모즈고브가 떨어지자 림으로 달렸고, 레딕 담당이던 윌리엄스가 따라 붙었지만 진짜 근육맨한테 초등학생이 붙은 느낌일정도로 차이가 컸다. 레딕이 슈터지만 포지션은 가드란걸 증명하듯 원바운드 패스가 적절하게 들어갔다.

“랜들! 커버! 커버!”

한쪽으로 빠져 있던 랜들이 급히 커버를 왔지만 디 조던은 이미 스텝을 밟고 몸을 띄우고 있었다.

그다지 빠르지 않은 점프고 거리가 있었는데 손을 쭉 뻗자 림이다. 진짜 저건 사기 아냐?

쾅!

연속 세번째 똑 같은 패턴에 당했다. 이걸로 디 조던과 레딕의 이 플레이가 임기응변이 아닌 준비된 전략으로 봐도 무방하다. 평소에 나오지 않는 패턴임에도 그외 다른 선수들과 당사자들 모두 움직임이 매끄럽게 이루지고 있잖아. 확실히 훈련이 이루어진 모습들이다.

대단하네, 이건 팰튼이 무조건 묶일거라고 보고 준비한거다.

윌리엄스에게 볼을 주고 안쪽으로 들어가 혼잡한 상황을 연출하고 빠져나와 다시 볼을 받은 후 재차 안쪽으로 파고들다 좁은 공간에서 모즈고브에게 패스, 펌프 페이크 후 골밑 슛을 노렸지만 수비 압박에 미스가 났다.

텅!

경합을 하지만 볼 위치가 좋지 않았다.

“백코트!”

뒤로 물러서며 외치는 사이, 볼을 따낸 디 조던이 그대로 우리 코트로 롱패스를 했고 어느새 가 있는 레딕에게 정확하게 연결 되었다. 레딕이 그대로 3점슛을 시도했고, 발이 불이나게 달려가 뛰어올랐지만 볼은 아슬아슬하게 내 블락을 지나 날아갔다.

촤악!

“그렇지!”

“레딕 최고!!”

오늘 첫 3점슛이었지만 쏠 때의 동작을 생각하면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 디 조던도 그렇고 레딕도 그렇고 둘 다 컨디션이 최고다. 거기다 폴 피어스도 한번씩 좋은 무빙을 선보이며 수비를 흔들어 놓고 있었다.

원투펀치가 빠져서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어째 잘못생각한 것 같구만.

그래, 이래야 재미 있지. 후후···




누가봐도 알만한 선수들 이름을 각색해서 사용했으나 실제 인물은 절대 아니며, 따라서 선수들의 프로 데뷔연도는 다르다는걸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말

일단 내일부터 전 또 연휴입니다.

평소에도 대충 쓰지만 쉬는 날은 아예 안쓰는거 아시죠?

그래서 양으로 승부합니다.

음란마귀에 홀린 후부터 영 내용이 마음에 안드네요

이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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