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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욕의 서재입니다.

어느 날 내 소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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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겸욕
작품등록일 :
2024.05.11 22:27
최근연재일 :
2024.05.14 23:59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8
추천수 :
0
글자수 :
21,648

작성
24.05.14 23:59
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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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만남 (2)

DUMMY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늑대와 함께하는 숲속의 질주는 부자연스럽게 나무를 베어놓은 길이 보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여기서부터는 알아서 갈 수 있겠지.”


“고마워.”


“정당한 거래였을 뿐이다. 내게 필요한 물건을 너는 제공했고, 대가로 길을 알려줬을 뿐. 그래도 언젠가 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게 된다면 한 번쯤은 보러 오는 것을 허락하겠다.”


“그래. 숲을 지날 일이 있으면 한 번쯤은 오도록 할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자 늑대는 등을 돌리며 작별인사를 했다.


“인간들의 말로 이곳은 모린의 숲. 옛 요정들의 후예가 터를 꾸리고 있는 곳이다.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한다. 작은 인간.”


“고 녀석 갈 때 폼 잡는 건 좀 멋있네.”


길게 트인 숲길은 흙과 풀로 뒤덮여있었지만, 걸어가는 것에는 특별한 지장은 없었다.


“어느 곳을 갈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척척박사 맛있다. 맛있으면 또 먹어. 딩 동 댕 동!”


방향을 정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쪽으로 가면 주인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깊은 밤이지만, 하늘에 떠 있는 두 달이 밝게 빛나고 있어서 걷기에는 편했다. 눈을 감아도 감각으로 느끼며 다닐 수는 있지만, 이런 산길에서 그것도 밤에 눈을 감고 걸어 다니는 사람을 보면 미친놈으로 보이기 딱 좋을 것 같아 이는 포기했다.


“처음 봤을 때, 무슨 말을 해야 임팩트가 클까? 쿨하고 멋있는 모습이 정석이긴 한데, 요즘은 또 경박하지만 사실 엄청난 고수 같은 것도 인기가 많단 말이지.”


작은 주머니를 하나 차고 다니는 의문의 젊은 검사 컨셉으로 다니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과묵한 편이 좋을 것 같기는 했다.


“크흠. 이곳은 어린아이가 다닐만한 곳이 아니다. 검을 휘두를 일이 있으면 눈을 감아라. 같은 대사가 좋겠지?”


주인공을 잘 키워서 꿈을 펼치게 하기 위해서는 믿고 따를만한 롤모델이 필요할 것이다. 양아치 같은 성격의 주인공도 좋지만, 아무래도 정의로운 정석적인 영웅으로 기르고 싶은 것이 내 취향이었다.


챙! 챙!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던 중 귓가에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소음.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였다.


“이쪽인가.”


인적이 드물 수밖에 없는 이 어두운 밤. 숲속에서 들리는 저 전투 소리가 내가 맞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주인공이 될 만한 아이를 잡으러 갈 생각을 해볼까?


마나를 집중해 발돋움하자, 순식간에 높이 뛰어오른 나는 현장으로 나무를 타며 날아가듯 뛰어갔다.


“크아아악!!!!”


“제임스!”


“젠장. 이대로면 우린 다 죽는다고!”


“살려줘!”


“끄아아아아악!”


“피해를 보고해라!”


“곧 죽을 놈들이 반! 나중에 죽을 놈들이 반이다! 싱크론이 저렇게 떠 있는데, 어째서 마물들이 날뛰는 거지!”


“젠장. 오른쪽에서부터 온다!”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모닥불을 끼고 달려드는 몬스터들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그런 설정도 있었지.’


싱크론과 루나리.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달은 신의 상징이다. 싱크론은 마물을 얌전하게 만들고, 루나리는 마물의 본성을 자극한다.


싱크론만 뜨는 날은 마물들이 얌전해지고, 루나리만 뜨는 날은 흉악해진다. 둘 다 뜨거나 둘 다 안 보일 때는 큰 문제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 저들도 안심하고 숲에서 야영했을 터.


“막스!”


“끄으으윽. 저 자식들. 독도 쓰는 것 같은데.”


“일단 뒤로 빠져라!”


케룩케룩케룩


그들을 습격하고 있는 것은 고블린. 작은 덩치로 평범한 성인 남성이라면 맨손으로도 죽일 수 있는 연약한 마물이지만, 크게 무리를 짓고 원시적인 도구를 사용해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만든 마물이기도 했다.


손질이 안 된 검을 휘두르는 고블린들은 사람들을 크게 둘러싸며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꽤 많은 시체가 바닥을 뒹굴고 있지만, 고블린들은 겁도 없이 달려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나무 위에서 수를 세보았다. 사람은 스무 명. 고블린은 50마리가 넘었다.


뒤쪽으로 대장 고블린이 보였다. 다른 녀석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큰 걸 보니 돌연변이인 것 같다.


케룩케룩케루룩!!


울음소리를 들은 고블린들이 주머니에서 작은 보랏빛 열매를 꺼내 씹어먹었다.


케루루루루루!!!


케루루루루루!!!


‘쟤네들이 하는 말은 이해가 안 되네.’


늑대랑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기에 고블린과도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열매를 먹자 녹색 피부에 검붉은 핏줄이 올라온 고블린들이 다시금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창끝에 녹슨 단검을 묶어 달려드는 고블린들의 공격에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이 어렸다.


서걱!


주인공을 찾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그냥 지켜보는 것은 양심에 찔렸다.


나무에서 뛰어내리며 검을 휘둘렀다. 부드럽게 호선이 대장 고블린의 몸을 지나가자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웃고 있던 고블린의 목숨을 앗아갔다.


푸슈우욱!!!


뒤늦게 터진 피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케룩?


대장을 보고 있던 고블린과 눈이 마주쳤다.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은 듯 멍청한 표정을 하고 있는 고블린을 대장 곁으로 보내주며, 뒤에서부터 차근차근 고블린을 썰어버리기 시작했다.


한 번의 칼질에 하나의 목숨이 사라졌다. 육체적으로도 기술로도 압도적이었기에 그의 검을 막아내는 고블린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상한 열매를 먹고 미친 것처럼 앞을 향해 달려들고 있던 놈들의 뒤를 치는 것은 그저 지루한 작업일 뿐이었다.


‘아, 마법 쓰고 싶다.’


또 하나의 고블린을 고(故)블린으로 만들었지만, 아쉬움만 남았다. 마법 한 번이면 쓸어버릴 수 있는 녀석들을 하나씩 베는 것이 귀찮을 뿐이었다.


그래도 이제 곧 사람들과 마주치니, 화려한 기술을 써도 될 시간이다. 저 무리 중 주인공이 있다면 잊지 못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달빛을 받은 검이 은빛으로 빛나며 허공을 덮는다. 날카로운 초승달이 미친 듯 사람들에게 달려들고 있는 고블린들을 향해 떨어졌다.


툭. 투둑. 투두둑.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목과 몸이 분리된 고블린의 시체가 순식간에 늘어났다.


천천히 걸어 사람들을 향해 나아갔다.


기이할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고블린의 습격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에 기뻐해도 부족할 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들고 있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았다. 신음을 토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서 있는 모든 이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 누구냐! 아니, 누구시죠?”


대표로 나선 것은 아까부터 열심히 사람들을 지휘하고 있던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였다.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보니, 내가 상당히 무서워 보이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고블린보다 내가 더 무서울 법도 했다.


정체불명의 남자가 휘두른 검. 한 번에 수십 마리의 고블린을 베어버리는 자신들로서는 상대할 수 없는 압도적인 강자의 등장.


음. 내가 생각해도 위험하겠군. 하지만, 쿨하고 멋진 스승을 연기하기 위해서 이 정도 상황도 타파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펼쳐질 이 험난한 이야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겠는가.


다행히 내 머릿속에는 아스델이 가르쳐준 교양과 예절이 있었다.


철컥.

검집에 검을 넣고 그들을 해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드러내며 나는 천천히 내게 말을 건 사내에게 다가갔다.


내 얼굴을 본 남자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마치 이해할 수 없는 과제를 받아든 학생 같은 표정이었다. 남자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 실례지만 어떤 분이신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나 말인가.”


크······. 살면서 내 입으로 뱉지 않을 말을 하게 될 줄이야.


아스델과 함께 한 시간도 꿈만 같았지만, 아무래도 판타지 세계라면 이런 낭만이 또 있어야지.


“예. 혹시나 귀족이신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닐 텐데.”


“예?”


“다친 사람들을 수습하고, 자리를 정리해라. 나에 관해서는 정리가 끝나면 말해주겠다.”


“아, 예! 알겠습니다. 야. 빨리빨리 움직여!”


정체를 알 수 없는 강자가 자신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자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의 지휘 아래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상황을 수습했다.


“여기 붕대 가져와! 야 눈 떠. 눈 감으면 내 손에 뒤지는 거야!”


“독이다. 해독 포션 가지고 있는 사람?”


“일단,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다 움직여서 환자들을 옮겨!”


“근처에 개울이 있다. 깨끗한 물 좀 가져와!”


“고블린 시체는 어차피 쓸 곳도 없다. 숲에다 던져버려!”


내 도움이 그렇게 늦지는 않았는지,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꽤 많았다. 다친 상처에 포션을 들이붓고, 붕대를 감는다. 다치는 것이 일상이라는 것처럼 순식간에 처치가 끝이 났다.


깨끗한 물로 상처를 닦아내고, 독에 당한 것처럼 열이 펄펄 끓는 사람의 입에 강제로 포션을 들이붓는다. 거칠지만, 확실한 치료가 끝나고 고블린의 시체를 전부 숲속으로 던져버리자, 모닥불 주변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피와 비명이 가득했던 자리는 사람들의 한숨과 다친 사람의 신음으로 다시 채워졌다.


정리가 끝나자 한 손에 술병을 쥔 남자가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데릭 용병단의 데릭이라고 합니다.”


“난······.”


생각해보니 이름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원래 이름을 쓰기엔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곰곰이 생각하고, 한 가지 이름을 떠올렸다.


앞으로 영웅이 될 아이를 기르게 될 것이라면, 어울리는 이름이 필요했다.


먼 타국의 신화 속. 수많은 영웅의 스승으로 존경받아 최후에는 별자리가 되어 제자를 이끌었던 참된 스승.


“케이론. 케이론이라고 한다.”


영웅을 가르치기엔 이보다 더 걸맞은 이름이 없을 것이다.


“케이론······님이시군요.”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건넨 투박한 나무잔을 받자, 조심스럽게 술을 따라주었다. 한 모금 마셨는데, 나쁘지 않은 포도향이 알싸한 알코올과 함께 목을 타고 넘어갔다.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케이론 님. 호의에는 호의를 돌려주는 것이 용병의 미덕입니다. 나중에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데릭 용병단을 찾아주십시오. 제 권한으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음.”


부하들에게 소리칠 때와는 정반대로 정중한 말투로 말하는 데릭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정체를 숨기고 있는 귀족이나 그 무언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까 보니 실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들을 다루는 솜씨가 나쁘지 않았다.


“찾는 사람이 있다. 의뢰를 받아주겠나?”


“물론입니다. 다만, 지금 맡은 의뢰를 완수하고 난 후에 해도 되겠습니까? 누굴 찾고 계십니까?”


어······.


생각해보니 영웅이 될 아이라고만 들었고,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라는 소리만 들었다. 나이도 성별도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게 없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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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소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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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 (2) 24.05.14 2 0 12쪽
3 만남 (1) 24.05.14 3 0 11쪽
2 아스델 (2) 24.05.12 4 0 12쪽
1 아스델 (1) 24.05.11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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