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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욕의 서재입니다.

어느 날 내 소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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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겸욕
작품등록일 :
2024.05.11 22:27
최근연재일 :
2024.05.14 23:59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7
추천수 :
0
글자수 :
21,648

작성
24.05.14 00:05
조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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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만남 (1)

DUMMY

“오늘 무슨 날이야? 왜 이렇게 진수성찬을 차려놨대.”

평소에도 다양한 음식을 차려주는 아스델이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한 느낌이었다. 보기에도 화려한 음식들이 넓은 식탁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앞으로 이렇게 차려드릴 수 있는 날이 없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힘을 사용하면 똑같이 차려드릴 수 있긴 하지만 이곳과 다르게 인간계에서는 제약이 꽤 많으니까요.”


“아아. 그래서 그렇구나. 뭐, 나야 좋긴 하지. 와, 여기서 LA갈비를 다 먹네.”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히 조화된 갈비를 나이프로 썰어 한입에 넣었다. 익숙한 간장과 달콤한 양념이 적절히 조화된 고기가 몇 번 씹지 않았는데 입 안에서 살살 녹아버렸다.


“입맛에 맞으시나요?”



“음. 맛있어! 내가 먹었던 갈비 중에 제일 맛있는 거 같은데?”


“다행이군요. 마지막 만찬이니 전부 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전부?”


마지막 만찬이라는 소리는 일단 접어두고 이 많은 음식을 어떻게 먹으라는 걸까 싶은데.


“좀 많지 않아?”

“신이니까요.”

“신이구나.”

“네.”

“그렇구나.”

웬만한 뷔페를 한 상에 다 차린 것 같은 요리들을 천천히 입으로 옮겼다.


한 시간 정도 걸렸나? 해물, 튀김, 샐러드, 다양한 종류의 고기요리, 붉은색 수프와 화려한 장식이 가미된 예술품 같은 음식들을 전부 해치웠다. 반 정도는 아스델이 먹기는 했지만.


깨끗하게 비워진 접시가 아스델의 손짓에 맞춰 차곡차곡 허공에 정리가 됐다.


꺼억.


“와, 진짜 배부르네.”

“소화를 도와주는 차입니다.”

“고마워.”


“네. 맛있게 드셨다면 다행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내일부터 시작인가?”


“최대한 자연스러운 만남을 연출하기 위해서 조금 기다리기는 해야겠지만, 내일이 주인공이 될 인물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 될 겁니다.”


“흐음. 뭐, 어떻게 할 건데?”


“몬스터에게 습격당하는 걸 지나가다 구출해주는 정체불명의 검사 컨셉은 어떻습니까?”


“마법 쓰는 게 좋지 않을까? 검보다 그쪽이 더 자신 있는데.”

“주인님의 마법은 외람되지만, 한동안은 봉인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몬스터가 강해?”


“아뇨. 너무 약합니다.”


“응?”


“이야기의 초반부터 그렇게 강한 몬스터가 등장하면 망하지 않겠습니까. 평범한 사람이 감당하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주인님의 마법은 너무 강해서 오히려 적절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약하게 쓰면 안 될까?”


“주인공은 검사가 될 운명입니다.”


“쳇.”


아무래도 마법을 쓰는 정체불명의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마법사에게 검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테니까.


배가 부르니 점점 졸음이 몰려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침대가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 아스델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럼. 오늘은 편안히 주무십시오.”

“그래······. 내일부터는 나 혼자 다니는 거야?”


“중간중간 찾아뵈러 가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옆에 있으면 조금 이야기가 이상해질 수도 있어서.”


“알겠어······. 너도 나 가르치고 챙겨주느라 고생 많았어······. 잘 자.”


“그럼. 안녕히.”


몰려오는 수마에 나는 몸을 맡기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뚝뚝. 물방울이 얼굴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아스델. 혹시 여기 천장에 물이 새거나 그런 게 있어?”

툭. 투둑.


“이거, 냄새도 나는 것 같은데. 뭐야?”


단순한 빗물이라고 하기에는 냄새가 나는 액체였다. 얼굴을 문지르니 끈적하고 썩은내가 코를 찔렀다.


아, 진짜.


“아스델!!!”


크르르르르.


“응?”


아스델을 불렀는데, 익숙해진 담담한 목소리가 아닌 짐승의 울음소리가 돌아왔다.


슬그머니 눈을 떠보니 내 몸통만한 크기의 얼굴을 가진 거대한 늑대가 나를 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워매······.”


눈동자가 내 얼굴만 했다. 입에서 침을 뚝뚝 흘리고 있는데, 저거에 물리면 많이 아프겠지?


“멍멍아. 잠깐만, 나 맛없다? 먹을 거면 맛있는 거 많은데, 굳이 날 건드릴 필요가 있니?”


해치지 않는다는 감정을 듬뿍 담아 말하자 답변이 돌아왔다.


“멍멍이가 아니다. 이상한 인간.”


“응?”


“내 말을 알아듣는 걸 보니 드루이드인가?”


“어, 아닌데?”


“신기한 인간이군. 갑자기 내 집에 떨어졌길래 죽이려다가 참은 보람이 있어.”

“참았구나. 다행이다.”


아무리 그래도 물었으면 잠에서 깼을 거고, 나도 모르게 반격했다면 조금 위험했을지도 모르는데.


자세히 보니 눈도 똘망똘망하고 생각보다 귀엽게 생긴 것 같다. 은빛 갈기는 먼지 하나 없이 깔끔했고, 커다란 개 같은 느낌도 느껴졌다. 대충 눈짐작으로 보니 6m 정도는 되는 거대한 크기긴 했지만.


“어떻게 온 거지? 냄새도 이어지지 않았는데,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한 건가?”


“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은데······.”


자다가 일어나면 다른 곳에 떨어지는 게 벌써 두 번째다. 이런 거에 익숙해지고 싶지는 않은데 사는 게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깨어났으면 가라. 이곳은 인간이 들어올 곳이 아니다.”


크릉.


낮은 울음소리로 늑대가 축객령을 내렸다.


“길을 몰라서 그런데, 사람이 사는 곳에 데려다주면 안 될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쿵.


바닥을 발로 내리치자 커다란 소리가 굴속에 울려 퍼졌다. 발자국 모양이 선명하게 새겨진 바닥을 힐끔 바라보고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치. 날 데려다 줄 의무는 없지. 하지만 이유는 만들어줄 수 있어.”

“이유가 뭐지?”


“내가 널 살려줄 테니까. 목숨값이라고 생각하면 싸지 않아?”


“건방지군. 이미 나는 한 번 너를 살려줬다. 만약 네가 나보다 강한 자라고 하여 목숨값이라고 생각해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


“너 똑똑하구나.”


건방진 인간 같으니! 크와앙 하면서 달려드는 걸 멋지게 제압하고 밖으로 나가는 길 안내를 맡기려는 나의 원대한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잠깐, 기다려봐. 내가 뭘 가졌는지 좀 보게.”


아스델이 나를 맨몸으로 떨궜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주머니에서 마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아마도 아공간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크릉.”


콧김을 내뱉은 늑대가 자리에 앉았다. 대뜸 공격할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천천히 주머니를 뒤져볼 시간이다.


주머니 속에 손을 넣자 안에 있는 물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꽤 많은 양의 보석, 금화와 은화. 다양한 식료품과 검 몇 자루. 옷과 작은 편지가 하나 들어있었다.


“아, 잠깐만. 이것만 좀 읽어볼게.”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자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 종이에 인장이 찍혀 있었다. 아스델이 쓴 편지였다.


끝부분을 찢어 안에 있는 편지를 읽어보았다.


[주인공과 가장 인연이 깊어질 수 있는 장소에 주인님을 떨어트렸습니다. 특이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주인공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입니다. 생활 마법은 쓸 수 있도록 세공된 마석 하나를 넣어두었습니다. 직접 마법을 쓰셔도 변명할 거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럼 무운을.]


“음. 도움이 되지는 않네.”


“줄 게 없다면 어서 내 집에서 나가라.”

‘음. 주인공 앞에서만 마법을 쓰지 않으면 될 테니까, 지금은 써도 되려나? 아무리 그래도 컨셉은 좀 지키고 싶은데.’


탐지 마법을 사용하면 근처에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기는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주인공과 만나게 되면 변명할 거리가 마땅치 않을 것이다.


감각을 세우면 이 숲 정도는 충분히 감지할 수 있을 터지만, 아스델이 나를 이곳으로 보내며 무슨 짓을 한 건지 몸의 감각이 조금 무뎌진 느낌이라 그것도 쉽지 않았다.


“혹시 돈이나 보석은 필요하지 않니?”


“인간들이나 좋아하지, 나한테는 먹지 못하는 쓰레기일 뿐이다.”


“그럼, 이건 어때?”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스스로 붉은 빛을 발하는 마석이었다. 뜨끈한 열이 올라오는 불 속성의 마석이었다.


“그것도 돌이 아닌가.”


“음. 그렇긴 한데, 너한테는 유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어떻게?”


“아무래도 임신 중이니까, 새끼를 낳게 되면 이 돌 근처에 두는 것만으로도 새끼들의 몸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추우면 감기들거든.”


내 말에 진심으로 놀란 듯 앉아있던 늑대가 벌떡 일어났다.


“내가 임신 중인 건 어떻게 알았지?”


“보이니까. 음. 세 마리나 되네. 공주님 두 명, 아니 두 마리? 왕자님 한 마리야.”


“숙련된 드루이드는 보는 것만으로 임신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하던데······.”


“이건 그냥 내 능력이야.”


“나랑 대화하고, 임신한 걸 알아보는 게 말인가?”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이상하잖아. 나름 신인데 말이지.


“꾸준히 열기를 내뿜을 수 있도록 해줄 테니까, 이거 받고 날 인간들이 사는 곳으로 데려다줘.”


“크릉. 알겠다. 인간.”


“날 공격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임신한 동물을 칼로 베는 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조금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날 따라와라. 인간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데려다주지.”


“그래. 잠깐만 기다려봐. 이것 좀 만지고.”


“크릉.”


새끼를 위하는 마음은 동물이라도 똑같은 것 같았다.


손가락에서 바늘처럼 가는 마나를 뿜어냈다. 너무 세면 마석이 부서질 수 있으니 조심하면서 섬세하게 마법진을 새겼다.


갓 태어난 새끼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바람을 담아보았다. 항온항습을 위한 마법진과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가 치유력을 높여주는 마법진을 새겼다. 병에 걸려도 잘 먹고 잘 쉬면 충분히 나을 수 있을 것이다.


“자, 다 됐다. 여기다가 두고 갈 테니까 새끼들 태어나면 먹지 못하게 어디다가 올려놓으면 돼.”


“고맙다. 인간.”


“그럼, 밖으로 나갈까?”


굴 밖으로 나가자 보름달이 아름답게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새하얀 달과 조금 붉은 달. 두 개나 말이다.


‘이렇게 보니까 예쁘긴 하네.’


달이 많으면 멋있을 것 같다는 느낌으로 설정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확실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것이 가슴에 확실히 꽂히기도 했다.


주인공을 이끌어 훌륭한 검사로 만든다. 그리고, 홀연히 사라지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주인공을 돕는 정체불명의 조력자가 되는 것이 내 계획이다. 운명이 짜놓은 주인공의 앞날에는 고난과 역경이 많겠지만, 그 모든 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분명 중요할 것이다.


“그럼, 한 번 만나러 가 볼까?”


천천히 걷던 늑대는 내가 뒤떨어지지 않고 잘 따라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점점 발을 빨리 움직였다.


조용한 숲속. 한 마리와 한 사람이 흙길을 달려간다. 하늘에 떠 있는 두 달이 조용히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연참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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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만남 (2) 24.05.14 1 0 12쪽
» 만남 (1) 24.05.14 3 0 11쪽
2 아스델 (2) 24.05.12 4 0 12쪽
1 아스델 (1) 24.05.11 1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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