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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벤 님의 서재입니다.

검은용은 사랑을 모르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헤르벤
작품등록일 :
2019.05.26 18:45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9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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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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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156,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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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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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페렐레(2)

DUMMY

“물론이지, 에일. 나도 호우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 참이었어.”


페렐레는 너를 소녀들이 잔뜩 모인 다과상으로 끌고 갔다.


태세가 바뀐 그녀가 의자에 앉으며 명령했다.


“앉아, 호우.”


“의자가 없는데?”


네가 둔탱이처럼 의자를 하나씩 차지한 주변의 소녀들을 빙 둘러보자 그녀는 네 허벅지를 끝이 뾰족한 구두로 뻥 찼다.


“나랑 겸상하려고 했니? 바닥에 앉으라고, 멍청아!”


너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 것만으로 수치에 얼굴을 붉혔다.


무슨 이유로 네가 에일과 쌍으로 혼날 때와 비슷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몰랐고 널 구경하고 품평하는 소녀들의 시선은 널 더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에일은 노예한테 교육도 안 하나 봐? 말꼬리는 어디 다가 잘라 먹는 거야.”


루시안어가 익숙하지 못했던 너는 에일 또래의 소녀에게 습관적인 반말을 했다.


그녀는 성질을 부리며 다리를 꼬았고 네 턱을 집어 올렸다.


“너 몇 살이야?”


네 얼굴을 보면 화가 약간 풀리는지 그녀가 이번엔 부드럽게 물었다.


“11살에서 12살 정도, 요.”


“넌 네 나이도 모르니?”


그녀는 혀를 찼고 주위의 소녀들이 덩달아 널 비웃자 너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들의 시선과 널 가리키는 손가락 하나하나가 맨살을 뚫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하긴 어머니가 검은자들은 짐승이랬어. 자기 이름도 모르던 열등한 것들을 가르치고 살게 해줬더니, 오히려 루시안을 죽이려 드는, 은혜도 모르는 짐승이라고!”


너는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붉혔다.


화난 얼굴을 페렐레에게 들켰다가는 더 혼이 날 것이었다.


너는 입술을 깨문 채 반박하지 못했다.


에일이 들려줬던 얘기를 되짚어보며 그녀의 말이 옳았다.


당시의 너는 동족이 미개하고 야만적이라고 생각했다.


“넌 에일이랑 뭘 하면서 노니?”


그녀는 네 턱을 끌어다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보기보다 까칠한 드레스의 프릴이 턱에 닿았다.


“그냥 같이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너는 경직된 몸으로 힘겹게 대답하다가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소녀가 저도 모르게 네 쪽으로 손을 뻗었다.


네가 움찔하며 겁을 먹자 소녀는 널 쓰다듬으려던 손을 멈췄다. 소녀도 자기가 한 돌발행동에 약간 놀란 것 같았다.


그녀는 다시 대화에 집중하며 말을 이었고 손을 내려 손가락 끝으로 너의 턱을 쓸었다.


“얼간이들처럼 노는구나? 아쉽다. 네가 내 노예였다면 내가 널 훨씬 재밌게 해줬을 텐데. 그런데 넌 정식 노예는 아니라며, 차라리 내 밑으로 들어오는 건 어때? 에일은 피의 반이 검은자라 좀 바보 같은 구석이 있잖아.”


“전 에일님이 좋아요!”하고 답했다가 페렐레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는 것을 보곤 덧붙였다.


“그분은 제게 과분한 분이십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내 사람이 될 건데?”


그녀가 내 턱을 확 치켜들어 뒷목이 뻐근했다.


“···글을 가르쳐주신다면.”


너는 고민하다가 기어코 말했다.


중얼거리는 네 목소리가 너무 작아 페렐레가 다시 말하라고 요구했다.


“글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건 네 소원이었다.


너는 글을 배우는 일만으로 그들의 사회에 편입되고 어둠에서 구원받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


글을 배운다면 에일과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믿었다.


몸은 노예가 돼도 글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사랑할 수만 있다면 네 영혼만큼은 자유로우리라 여겼다.


아, 이 얼마나. 우매했던가.


“너 보기보다 건방지구나? 재미있네, 아주 재미있어.”


그녀는 배를 감싸고 웃다가 집착이 담긴 눈으로 말했다.


“자 이건 쿠키야, 네가 이걸 먹으면 이걸 어떻게 쓰는지 알려줄게.”


그녀는 그것을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에이, 손을 쓰면 시시하지.”


쿠키를 향해 뻗은 손을 그녀가 구두 코로 툭 치자 너는 손을 뒤로 모은 채 혀로 바닥을 쓸며 쿠키를 겨우 집어물었다. 허리를 숙인 채로 쿠키를 씹어먹었다.


고개를 다시 들 용기가 없었다.


너무 쉽게 수긍하는 네 반응이 그녀의 재미를 반감시켰는지 페렐레가 다음 쿠키를 굽으로 부숴버렸다.


너는 바닥을 개처럼 기며 그녀의 발밑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남김없이 핥아먹었다.


너는 그들과 눈이 마주치는 게 두려워 바닥을 응시한 채였는데, 그런 네 모습을 보며 페렐레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새것인데 더러워졌잖아. 호우야, 이것도 알려줄 테니까 좀 닦아줄래?”


페렐레가 발을 들어 신발 밑창을 네 코앞에 들이밀었다.


‘핥으라는 건가?’


너는 당황해 고개를 들다가 페렐레 곁에 앉은 한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소녀는 네 시선이 제 쪽을 향하자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는데, 이 사실이 수치스러운지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푸른 빛이 도는 소녀의 은발과 소녀다운 어리숙함이 에일과 닮아 보였다.


에일은 네게 창피를 주는 일에 관심이 없었지만, 너는 홀의 소녀들과 그녀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천성이 착했지만, 붉은 자로서 교육받은 귀족이었고, 널 사랑한다 해도 검은 자를 경시하고 지배하려는 사고가 무의식에 깊이 내재해 있었다.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널 깔보고 검은자로서 갖는 네 특질을 기이하게 여길 때마다 너의 천장은 무너졌다.


너는 그녀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네 결핍과 본심을 숨기고 너 자신까지 속여야 했다.


네 시선이 계속 소녀 쪽에 머물자, 페렐레가 구두 코로 네 어깨를 툭 쳤다. 너는 그녀의 구두 밑창을 온 정성을 다해 핥았다.


밑창이 거칠어 그것을 핥을 때마다 네 혀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고 너는 그녀의 구두에 묻은 피를 다시 핥았다.


그녀가 음식을 리필해오던 하녀를 시켜 펜을 가져오게 시켰다.


“아가씨, 곧 공주님께서···.”


하녀를 대신해 페렐레의 만년필과 종이를 가져다준 저택의 시동이 어린 주인에게 귀띔을 줬다.


“알았어.”


실망한 페렐레는 약속대로 테이블에 종이를 두고 글자를 적으려 했다.


너는 그것을 저지하며 그녀에게 애원했다.


“저기, 쿠키랑 신발 말고. 그, 그러니까, 내 이름을 적어주면 안 될까?“


너는 이번이, 네 이름을 알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런, 그건 좀 비싸. 너에게 쿠키와 신발보다 너 자신이 훨씬 소중한 것처럼.”


그녀는 매정하게 말하고는 곧장 손가락 끝으로 제 입술을 가리켰다.


‘핥으라고?’


1년 전에 에일을 만난 시점 이후로의 기억이 전혀 없던 너는 그녀의 신호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당황한 네가 고개를 갸웃하자 페렐레가 한숨을 푹 쉬더니 제 입술로 너의 입술을 덮쳤다.


그것의 의미를 알지 못했던 너는 입맞춤이 끝난 후에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약간 찌푸릴 뿐이었다.


이번에는 네 손을 낚아챈 그녀가 네 손에 이름을 적어줬다.


글자로 쓰인 네 이름을 처음 접한 너는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들뜬 마음에 어깨까지 들썩였다.


‘이게 호우? 어떻게, 어떻게 읽는 걸까?’


“오늘 일은 네 멍청한 주인한텐 비밀인 거야.”


페렐레가 네 귀에 대고 속삭이고는 글자 하나에 잔뜩 신이 난 널 보며 혀를 찼다.


이후 그녀와 했던 게 첫 키스이고 네가 애지중지하던 이름이 사실 페렐레의 이름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 너는 큰 충격에 빠졌다.


어쨌든 이는 나중의 일이고 아슬아슬한 시차를 두고 에일이 돌아왔을 때 네 속의 흥분과 네 손바닥에 쓰인 글자를 숨기기 위해 너는 나름 애를 먹었다.


손바닥의 글씨를 철저하게 숨기려 하면서도 엄마 말을 어긴 아이처럼 그녀에게 진실을 고하지 않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호우야, 우리 이만 돌아가자.”


하지만 소녀는 네 사소한 표정 변화를 눈치챌 여력이 없어 보였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직 예정보다 이른 시간이었다.


너는 의문이었지만, 이미 힘들어 보이는 그녀를 더 귀찮게 만들지 않고 그녀를 얌전히 따라가는 쪽을 택했다.


홀을 나와 야외 회랑을 지날 때 너는 멀리서 연회장을 나오는 여왕과 그런 그녀를 성가시게 따라붙은 귀부인을 보았다.


루시안으로 보이는 은발의 귀부인은 레시의 소매를 잡고 늘어지더니 곧 그곳에는 격렬한 말다툼이 오가기 시작했다.


“레시! 어린 에일 곁에 검은자를 붙여둔 이유가 대체 뭐야? 그것도 하필 호족이라니, 차라리 광대에게 딸을 맡기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에일까지 잡종을 낳게 할 작정인 거야? 제발 좀 수치를 알아, 고귀한 루시안의 왕조에 검은 피가 섞이는 건 천년 전 전설로 족해. 차라리 에일에게 후계 교육을 하라고! 광신도마냥 엉터리 예언에 현혹되지 말고.”


“‘검은자의 피가 섞인 루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 그 말을 가주의 유일한 자식인 에일과 후에 태어날 내 아들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


“레시, 네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당시의 천치 같던 너도, 그 귀부인이 널 당장 추방하라 충고한다는 것쯤은 알았다.


너처럼 병적으로 뛰어난 청력이 없는 에일은 그 얘기를 듣지 못했다.


그런데도 에일은 그들을 멀뚱히 구경하는 네 표정을 보고 뭔가를 알아차렸는지 네 귀를 뒤에서 막았다.


“듣지 마, 호우야. 내가 너를 꼭 지켜줄 거니까. 네가 내 곁을 떠나는 일은 없을 거야.”


에일은 슬픈 눈으로 웃으며 함께 마차로 돌아가자며 네게 손을 내밀었다.


너는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을 펴 그녀의 손을 잡으며 궁금해졌다.


‘너는 과연 언제까지 내게 그렇게 웃어줄까?’


그녀는 널 보며 항상 웃어 줬는데, 그 미소가 언제나 네 숨통을 조여왔다는 건 참 우스운 일이었다.


4.


밤 같은 검은 눈동자 위에 비친 흰 조명 하나.


그 빛줄기 아래로 눈꺼풀이 약간 내려앉으면, 달 없는 밤하늘처럼 공허한 눈은 초점을 잃는다.


의식을 잃는다.


너와 그녀의 첫 입맞춤은 12살 별이 많은 밤이었고, 너는 다른 기억들처럼 그것을 잊었다.


그 여파로 소녀는 며칠간 너와 말도 섞지 않았다.


그날은 분풀이로 네가 그린 그림 위에 물감을 엎은 날이었다.


유모는 물감 범벅이 된 얼굴과 팔을 닦아낼 겸 널 욕조에서 씻기고 있었다.


“그 그림 공주님 같지는 않던데, 뭘 그리던 거니?”


이제껏 에일의 얼굴만 그리던 네 전적을 아는 유모가 물었다.


“에일이 들려주던 이야기 속 인물들이요.”


5대륙의 영웅들을 그렸기에 언제나 악으로 묘사되는 검은자는 없었다.


“호우는,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구나.”


에일이 그림을 망친 일에 딱히 화가 나진 않았다.


어차피 네가 그린 그림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고 화지를 가득 채운 붉은 자들은 네 불안감의 실체였다.


에일의 이야깃거리가 고갈 나면, 그녀가 너 같은 검은자를 더는 돌아 봐주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와 너의 접점이 사라지는 건 네 존재 의미를 흔들었다.


유모는 비누를 묻힌 손으로 네 짧은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너는 고개를 저었고 그녀의 품에 반쯤 안 긴 채 속삭였다.


“그 속에는 제가 없잖아요.”


유모는 처음엔 네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에일이랑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어요.”


네가 덧붙이자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에일에게는 할 수 없는 얘기를 너는 유모에겐 곧잘 털어놓았다.


암 속성의 영향으로 눈과 머리카락이 검게 변한 너와 달리 그녀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귀족이었지만, 그녀는 다른 시종들처럼 널 경멸하지 않았다.


네가 믿을 수 있는, 네가 안길 수 있는 따뜻한 품이었다.


“호우는, 호우 자체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랍니다. 호우는 다른 야만인들과는 달라요.”


유모는 네게 습관적으로 저런 말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런 말은 그녀의 품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너는 그녀에게 안긴 채 고개를 저었다.


너는 네가 검은 자인 걸 알았다.


검은자가 마땅히 단죄당하고 손가락질받아야 하는 대상이라면 그것이 너의 운명임을 알았다.


네가 목욕을 마치고 나왔을 때 에일은 침대에 앉아 읽다 말았던 책을 읽고 있었다.


네가 젖은 수건을 뒤집어쓴 채 침대맡에 다가오자 에일은 등을 돌리고 앉았다.


또다시 정적이었다.


숨이 턱 막혔고 입술이 바짝바짝 탔다.


너에겐 그녀의 마음을 풀 재간이 없었다.


그저 기다려야 했다.


그녀가 마음을 풀고 다시 너를 봐줄 때까지.


혹 이번엔 완전히 네게 질려 널 버릴 때까지.


너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 작은 어깨와 등에 네 뺨을 비볐다.


“아! 축축해. 하지 마, 호우.”


뜻밖에 그녀의 목소리가 느슨해졌다.


네가 멈추지 않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그 바람에 그녀의 이마와 네 얼굴이 살짝 부딪쳤고, 그녀는 양 볼을 붉혔다.


에일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피했다.


너는 붉어지는 눈시울을 숨기려 고개를 푹 숙인 채였기에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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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노예(1) 22.10.22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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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잿빛 왕도(3) 22.10.10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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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잿빛 왕도(1) 22.10.03 22 0 12쪽
20 숙부(2) 22.09.30 20 0 12쪽
19 숙부(1) 22.09.26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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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소년은 절망했다(2) 22.09.19 25 0 11쪽
16 소년은 절망했다(1) 22.09.16 20 0 11쪽
15 소녀는 사랑에 빠졌고(2) 22.09.12 26 0 11쪽
14 소녀는 사랑에 빠졌고(1) 22.09.09 18 0 11쪽
13 인어의 눈물(2) 22.09.05 22 0 11쪽
12 인어의 눈물(1) 22.09.02 42 0 12쪽
11 대련 22.08.29 18 0 11쪽
10 대부(3) 22.08.26 22 0 11쪽
9 대부(2) 22.08.22 18 0 11쪽
8 대부(1) 22.08.19 22 0 12쪽
7 하리오의 후예는 사랑을 모르고(3) 22.08.15 22 0 13쪽
6 하리오의 후예는 사랑을 모르고(2) 22.08.12 18 0 12쪽
5 하리오의 후예는 사랑을 모르고(1) 22.08.08 33 0 12쪽
» 페렐레(2) 22.08.06 2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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