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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WA샷
작품등록일 :
2017.01.22 00:26
최근연재일 :
2017.03.07 10:15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7,175
추천수 :
271
글자수 :
211,447

작성
17.02.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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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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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전화위복(1)

DUMMY

“여러 감정들을 보고 느꼈어요. 그중에서도 역시 가장 익숙하고 재밌는 건 쾌락이던데요?”


“단것만 좋아하면 충치 생겨!”


본능에만 충실하고자 하는 민우가 가여웠는지, 일리아는 의자에 앉은 민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인간의 감정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어요. 처음에는 재밌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돼요.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라서 하나도 버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게 돼버렸어요.”


일리아의 손길을 느끼며, 자조 섞인 고민을 뱉어내던 민우는 그대로 일리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어머!”


민우의 돌발행동에 놀랐지만, 더 이상의 행동이 없기에 그냥 두었다.


“지금은... 익숙하고 알기 쉬운 것들만 집중하고 있어요. 그리고 유독 맘에 드는 감정들을 하나씩 추가하고 있죠...”


“인간에게 필요 없는 감정이란 건 없어. 아픔도 슬픔도 절망도... 모두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감정이야. 심지어 광기와 욕심조차도... 편식하면 안돼요.”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오려는 민우가 한없이 가련하게만 보이는지, 더욱 정성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보다... 엉덩이에서 손 좀 치워줄래? 아무리 귀여워도 버릇없는 건 싫어.”


“신이라지만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에요?”


“그건 또 무슨 소리니?”


“인간한테 이런 엉덩이는 없다고요!”


“하~앙!”


민우는 마지막으로 한번 꽉 움켜쥐었다가 놔주었다.


-따~악!


갓핸드로 날린 딱밤은 소리조차 경쾌하다.


“억울하면 너도 신이 되던가. 그래서 이젠 어쩔 거니? 드래곤을 찾는다던데.”


“붉은 별의 사도들은 뭐에요?”


벌겋게 부어오른 이마를 비벼대며 잔뜩 인상을 쓴 민우가 말했다.


“음... 말 그대로? 붉은 별을 추종하는 아이들이지.”


“붉은 별은 일리아님을 상징하는 거라던데요?”


“날 상징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붉은 별은 아니잖아?”


“좀 무책임한 것 아니에요? 걔네들이 지금 온갖 나쁜 짓하고 다니는데... 그거 결국 일리아님 욕먹는 일이잖아요?”


민우는 왠지 자신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리아는 절대 그런 걸 바랐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세상에 나가 나는 모르는 일이야 라고 한마디만 하면 되지 않는가? 그럼 마리도 마리아도 사람들에게 추앙받으며 행복하게 살게 아닌가?


“우린 신이야. 신은 세상을 만들고, 그 피조물인 수많은 생명들이 그 안에서 살아가지. 우린 그걸 그저 지켜볼 뿐이야. 철저한 방관자로써... 우리가 개입하는 순간, 너희는 자유를 잃게 돼.”


“전혀! 전혀 이해 안 되는 소리네요. 신이건 뭐건 자신의 피조물에게 무시당하는 게 말이나 돼요? 그리고 이미 신성력도 나눠주고 있잖아요? 그건 개입 아닌가요?”


“그건... 조금 다른 이유가 있어. 말해주기 곤란하네. 아무튼 우린 피조물들이 우리의 예측을 벗어난 모습을 보일 때가 제일 즐거워. 그러니까... 지금도 즐거워.”


민우는 화가 났다. 즐겁다고 말하는 일리아의 표정이 왜 저렇게 슬퍼 보이는지...


“그런 표정으로 말하면 누가 믿어요?”


“그만! 다른 얘기하자.”


일리아는 잠든 마리에게 입을 맞추고, 예의 그 슬픈 미소를 지었다. 민우는 더 따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러려고 부른 건 아니니까.


“난 용사나 돼볼까 해요.”


“용사?”


난데없이...


“남자의 로망이죠. 요즘 세상이 어수선 하다는데, 딱 적당하지 않아요? 뭐 남을 돕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닌데, 용사노릇하면 얻는 게 많으니까요. 예쁜 여자들도 줄을 설 테고...”


“예쁜 여자가 목적이니? 이 아이론 만족 못해?”


일리아는 잠든 샬럿을 바라봤다.


“그딴 선머슴... 혹시 신도 질투해요?”


“그럼~ 너희들과 조금 다르긴 하지만...”


“걱정 마요. 누가 뭐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혼날래?”


또 다시 딱밤을 날리러 오는 일리아를 피한 민우는 계속 말을 이었다.


“기다려요. 내가 싹 고쳐줄게요.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잘못된 건 고칠 거예요. 영웅이 돼서 몽땅 고쳐줄게요. 두 번 다시 그런 표정 짓지 않게 해줄게요.”


영웅이 되겠다는 소리를 저렇게나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니, 일리아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럴 능력은 있는 거야?”


“아직요... 뭐 무기 같은 건 없어요? 신검이라던가... 그리고 마왕 같은 것도 있으면 좋겠는데. 뭔가 좀 임팩트 있는 적이 있어야, 내 업적도 위대해지지 않겠어요? 붉은 별의 사도들은 좀 약한데...”


“신검이라... 옆에 차고 있는 거, 그거 레드팡 이라고 해. 마왕은... 마왕이라고 해도 되나? 있긴 있는데... 말해주긴 좀 그러네.”


“이게 신검이었어요? 너무 짧은데... 좀 크고 우람해야...”


“크다고 다 좋니?”


한순간 민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쵸? 크다고 좋은 건 절대 아니지 암! 역시 일리아님은 다를 줄 알았어. 작은 고추가 매운 법이지. 암! 암!”


두 주먹을 불끈 쥔 민우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일리아를 바라봤다. 그런 민우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준 일리아는 그대로 돌아섰다.


“너무 오래 있었네. 이만, 몸조심하고, 마리 잘 부탁해. 여긴 카펜터님의 성지니까.”


일리아는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미소 지으며 소리 없이 사라져 갔다.


‘좋았어! 오늘은 엉덩이까지 성공했으니... 다음은 가슴? 키스? 아니면 둘 다?’


민우는 오늘의 수확에 만족하며 다음의 만남을 기약했다.


***


“20만 골드만 주시죠.”


“아,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보름 뒤에 찾아간 보석상은 민우를 보자마자 쩔쩔맸다. 일리아의 눈물이 다 팔려나간 건 아니지만, 몇 개를 팔고 들어온 자금으로 더 큰 수익을 올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 나머지 대금은...”


“투자 하는 걸로 하죠. 그 자금으로 다른 상품을 사서 수익이 나면 일정부분 제몫으로 주시는 것 어떻습니까?”


“그 말씀은 제가 임의로 사용해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민우의 제안이 너무 매력적이었지만, 왜 그렇게까지... 민우 입장에선 전적으로 자신을 믿지 않는 한 있을 수없는 거래였다. 자신이 약간만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민우에겐 무조건 손해니까.


“네, 자유롭게 쓰셔도 됩니다. 제게 얼마나 떼어주던 그것도 전적으로 사장님께 맡기죠. 단! 지나치다 생각되면 언제든 투자금을 회수해 갈 생각이니 그 점은 염두에 두시길...”


상인은 혼란스러웠다. 차라리 정확하게 몇 프로 떼어 달라는 게 속편하다. 모든 걸 자신에게 맡긴다니... 이건 앞으로 민우에게 끝없이 절절매야 한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이리저리 일을 벌여놓은 상태에서 만약 민우의 비위를 거스르게 되면, 그 타격은 심각할게 분명했다. 그러나 민우가 맡기는 자금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무려 90만 골드다. 자신의 사업이 앞으로 몇 배나 성장하는데 충분한 금액이다. 어떤 멍청한 장사꾼이 그걸 마다하랴.


“좋습니다. 최대한 수익을 내어 미누님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숫자놀이다. 얼마의 수익이 났는지 알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 볼게 없었다.


“좋은 결과기대하죠. 아 참고로, 전 숫자로 장난치는 걸 상당히 싫어합니다. 이곳의 하루 매상정도는 쉽게 알 수 있지요. 어제는 2천 골드 정도 수익이 났다고 하던데...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아서 기대가 되네요.”


‘개새끼...’


상인은 방법을 알 수는 없었지만, 훤히 꿰고서 걸어온 투자였음을 눈치 챘다. 그러나 상인은 상인이다. 앞으로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은 민우겠지만, 그럼에도 계산해보면 분명히 수익은 늘어 날것이다. 그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요즘 유행하는 액세서리는 뭔가요? 일행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민우는 쥐고 있는 목줄을 살짝 흔들었다.


***


“이것도 사온 거예요?”


민우는 보석상에서 가져온 목걸이, 귀걸이, 반지를 건네주었다.


“아니, 투자해줘서 감사하다고 그냥 주던데? 나중에 좋은 걸로 사줄게.”


“됐어요. 하고 다닐 일도 없을 텐데...”


얼굴은 관심 없다는 표정이지만, 속은 보석의 영롱함에 정신을 못 차린다. 아무리 샬럿이라도 본능은 어쩔 수 없는가보다.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신전으로 향했다. 민우일행을 기억하고 있던 사제는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제 결정하셨나요? 어떤 지도를 원하시죠?”


“상인용 풀 옵션!”


“네? 어떤...”


비싸다고 투덜댔던 사람이 한 말이라고 생각지 못한 사제는 의미를 이해하느라 애를 먹었다.


“상인용에 추가할 수 있는 모든 옵션 다 달아달라고요.”


“아... 기부액이 상당하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허세인지... 진심인지...


“그 정도는 필요 없잖아요? 그냥 일반지도 정도면 되지 않아요?”


“내 맘이야!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렇게 비싼 건가 궁금하기도 하고... 최고에 익숙해져야 최고가 될 수 있는 법이니까.”


샬럿의 만류는 무시하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민우에게 돈이란 건 그저 수단에 불과했으니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정도의 가치다.


“조금 기다려 주셔야겠습니다. 미리 제작 되어있던 게 없어서...”


“네? 아니, 그럼 있지도 않은 물건을 팔고 있던 겁니까?”


“아닙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몇 가지 옵션은 저희 최고사제님의 능력이 필요한 일이라서... 기다리시는 동안 귀빈실로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절절매는 사제를 따르는 민우는 조금 불안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리와 샬럿은 그냥 여관에 두고 올걸 그랬다.

사제를 따라 들어온 곳은 신전과 어울리지 않는 호화로운 방이었다. 민우가 머무는 여관방은 비교도 안 된다. 넓은 테라스 너머에는 도시전체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있고, 방의 중심엔 멋들어진 분수까지 놓여있다. 방의 벽 쪽으로 갖가지 꽃나무들까지 심어져 있는 것이... 여기가 방인지, 정원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와... 돈 진짜 많이 버나보네.”


눈치 주는 샬럿의 시선을 무시한 민우는 솔직한 감상을 뱉어냈다.


“기다리시는 동안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종(鐘)을 쳐주시기 바랍니다.”


공손히 고개 숙인 사제가 나가자 민우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너랑 마리는 여관에서 기다리는 게 나을 뻔 했네.”


“그러게요. 이런 곳에서 마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면...”


“너무 걱정 마. 어린애한테 무슨 짓 하겠어? 지난번에 자밀라도 꼭 들리라 했었잖아. 그보다 난 네가 걱정인데...”


민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샬럿도, 내심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덜컥!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방문이 열리고 고위사제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신전에 기부하러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감사드립니다. 제 이름은 카흐리다 브라켈, 이곳 암브라스를 보살피고 있습니다.”


“예, 카이저 미누입니다.”


대표로 보이는 자는 날카로운 인상에 걸맞게 무척이나 딱딱하고 사무적인 태도였다. 그렇게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브라켈의 시선이 돌연 마리에게 고정되었다.


“흠... 이거 기부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군요. 이단의 아이를 데리고 이곳까지 들어오시다니...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이 맞는다면, 저 여기사분도 이단으로 낙인찍힌 샤를로트 마누엘라님 아니십니까?”


담담하게 말하는 브라켈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있었다. 샬럿은 마리를 감싸며 슬쩍 검에 손을 얹었다. 민우는 상대의 내력을 읽었으나 전혀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님을 알았다.


“당신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곳에서 내보낼 수는 없겠습니다. 이단에게 단죄를!”


둘러싸고 있던 사제들이 일제히 뭉툭한 철퇴를 꺼내들고 신성력을 쏟아 부었다.


작가의말

나름 체력은 자신있었는데...

두달 가까이 골방에 쳐박혀 있었더니 다 소용없네요.

띵띵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어찌어찌 한편 올립니다.

겨울 다가는데 몸살이라니...


글이 볼만 하셨다면 선작, 추천과 피드백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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