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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WA샷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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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WA샷
작품등록일 :
2017.01.22 00:26
최근연재일 :
2017.03.07 10:15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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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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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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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까만 것

DUMMY

민우는 상점 주인을 통해 최고급여관을 소개 받았다. 생각보다 훨씬 값어치 나가는 보석덕분에 부담은 없었다. 게다가 12개나 되는 보석이 모두 처분되면, 이후로 110만 골드라는 엄청난 거액이 들어온다. 돈도 써본 놈이 잘 쓴다고, 암브라스까지 오며 고생했던 회포를 풀 작정이다.


“제일 좋은 방으로 주십시오. 최고급 요리도 준비해 주시고요.”


여관 꼭대기 층 전부를 이어 만든 넓은 방에 욕실도 별도로 붙어 있었다. 원목을 정교하게 조각한 최고급 가구들이 배치돼있고, 커다란 침대며 부드러운 융단에 격조 높은 등과 벽난로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과거의 민우가 누리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하찮은 방이지만, 이곳에 와서는 구경조차 못해본 고급스런 방이었다.


“왜 꼭! 방을 하나만 얻어요? 이제 돈도 많잖아요.”


“거참... 싫으면 네 돈 주고 방 얻으라니까? 이참에 그놈의 갑옷 좀 벗어버려. 아주 그냥 보는 나까지 답답해!”


샬럿은 이번에도 방을 하나만 얻는 민우의 속셈이 아무리 생각해도 음흉하게만 보였다. 그럼에도 뻔뻔하기만 한 민우가 얄미워 죽을 지경이라, 더러워서라도 갑옷 팔고 방을 따로 얻을까 고민했다.


“말 나온 김에 진짜 팔아버려라. 대신 내가 좀 괜찮은 걸로 사줄게. 그거 답답하다고!”


“남의 갑옷에 뭔 참견이에요? 이건 내가 처음 기사가 됐을 때...”


“알아! 알아! 추억이 담긴 물건이겠지, 근데 그동안 관리도 못해서 녹슬고 낡았잖아? 게다가 은근 냄새도 나는 거 모르지 너?”


민우의 말에 왠지 창피했지만, 억지로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마리의 표정을 보니... 그동안 꾹 참고 있었던 듯하다. 순수하고 솔직한 마리까지 그동안 말을 안 하고 참았을 거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샬럿에게도 이젠 그냥 버티기만 할 문제가 아니다.


“돈 줘요... 제일 비싸고 좋은 걸로 사올 테니까!”


자존심은 상했지만, 더 이상 마리에게 피해를 줄 수 없기에 손을 내밀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이왕이면 좀 방어력 높은 걸로 사와라. 알지? 방! 어! 력! 높은 걸로! 전쟁터 나갈 것도 아니잖아? 그딴 답답한 것 말고 좀 가볍고 응? 경쾌하고! 응? 있잖아? 그런 상큼하고 발랄한 거 말야. 뭔 말인지 알겠어?”


“돈이나 내놔요. 내가 알아서 살 테니까.”


민우는 샬럿에게 거금 5만 골드를 내주었다. 생각보다 엄청난 거금을 내주기에 깜짝 놀랐지만, 민우의 느끼한 표정을 보니 고맙다는 생각이 싹 달아난다. 돈을 받은 샬럿은 그대로 마리와 함께 밖으로 나가버렸다.


“기집애, 고맙다는 소리 한마디 정도는 할 수도 있잖아?”


뻔히 속을 안다는 것도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우는 머리를 털어 잊고, 모처럼의 여유를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훌훌 옷을 벗어던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대리석으로 멋들어지게 조각된 넓은 공간에 큼지막한 욕탕, 갖가지 목욕용품과 신선한 과일에 음료까지 준비돼있다. 게다가 은은한 향까지 그득하다. 웬만한 방보다 몇 배나 넓은 공간에서 혼자 목욕이라니...

여기에 섹시한 아가씨 몇 명 함께 들어가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쉽게도 이 세계에는 매춘이 없다. 한참 뒤떨어진 문명이고, 성문화도 나름 개방적임에도 불구하고 매춘이 없다는 건 신선했지만, 어쨌든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민우는 나중에 돈이 필요하면 한번쯤 사업구상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탕 속에 몸을 담갔다.

그동안 이곳에 온 뒤로 매일 피부가 좋아지더니, 이젠 어린 마리보다 더 촉촉하고 보송보송해졌다. 스스로도 보면 만져보고 싶어질 정도니... 민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꽃잎이 떠다니는 탕 안에 누워 그동안의 여독을 풀었다.


***


“꺄~~~악!”


난데없는 비명소리에 놀란 민우가 벌떡 몸을 일으켜 돌아보니 샬럿이 서있었다.


“아... 깜빡 잠들었나?”


“뭐에요? 아무 소리도 없이! 당장 가려요!”


목욕을 하려고 들어왔다가 놀라 알몸에 중요부위만 가리고, 소리치는 샬럿을 보니 민우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 참... 누가 있는지 확인도 안하고 들어온 게 누군데 그래?”


“아, 알았으니까 얼른 가려요!”


“내가 왜?”


민우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샬럿을 보니 묘한 쾌감과 장난기가 돌았다. 이참에...


“내가 왜 가려야 되는데? 완벽한 피부에 완벽한 몸매! 자랑해도 모자를 판에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잖아? 넌 뭐가 좀 많이 부끄러운 몸매인가 봐? 그러게 평소에 관리 좀 하지 그랬어?”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알았으니까 좀 돌아서요. 내가 나갈 테니까. 얼른!”


민우는 그런 샬럿이 귀여워 죽을 지경이다.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샬럿에게 터벅터벅 팔자걸음으로 다가가자, 아주 온몸이 빨개진다. 예상은 했지만 그런 샬럿의 몸매 또한 범상치가 않다. 오랜 시간 수련해온 결과이리라.


“샬럿! 노파심에 말하는데... 어쨌든 너도 시집은 가야할 것 아냐? 내가 살던 곳은 경험 없는 여자 인기 없다고. 여자의 최우선 사명은 생명을 잉태하는 건데, 고작 남자 몸 보는 걸로 그렇게 정신 못 차리면 어떤 남자가 좋아하겠어? 그래서 나살던 곳은 많은 남자와 경험해본 여자를 최고의 신붓감으로 친다고.”


예전에 어떤 소수민족에게 그런 문화가 있다는 걸 떠올린 민우가 되는대로 갖다 붙였다. 어차피 확인할 방법은 없으니까...


“그러지 말고, 보기라도 해봐. 내가 보여 달라는 소린 안할게. 다 니가 걱정 되서 특별히 봉사하는 거야. 너니까 살짝 만져보는 것까지는 봐줄게.”


“헛소리 하지 말고. 저리 치워요!”


샬럿은 무릎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다가온 민우를 감히 볼 생각은커녕 그저 조금이라도 자신의 몸을 가리느라 정신없었다. 그런 샬럿을 보는 민우는 속에서 뜨거운 게 훅 올라오는 기분을 느꼈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일단 내꺼 만들고 보자!’


“샬럿! 내가 평생 아껴줄게!”


콧구멍으로 뜨거운 김을 쏟아내던 민우가 확 덮치려는데...


-덜컥!


문이 열리며 마리가 들어왔다. 보석처럼 순수하고 투명한 마리의 눈이 민우의 사타구니에 고정되자. 잔뜩 성나있던 리틀미누가 확 쪼그라들었다.


“까만 굼벵이!”


손가락으로 정확히 가리키는 마리의 일격이 민우의 가슴에 치명타를 안겼다.


“흑... 마리 너!”


순수함이 무슨 죄가 있을까? 민우는 후다닥 앞을 가리고 뛰쳐나갔다.


***


“마리랑 당신 것도 사왔어요...”


“어? 으응... 고마워.”


눈도 못 마주치는 샬럿이 건네준 갑옷을 받은 민우역시, 왠지 민망한 기분이다. 난생처음 남자의 몸을 본 샬럿의 충격이야 그렇다 쳐도, 자신이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지... 꼬맹이에게 헤드샷을 맞은 뒤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넓디넓은 방이 오히려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방을 따로 잡는 게 나을 뻔 했다는 생각도 든다.


“엄청 가볍네?”


“미스릴이에요. 마리껀 실프가 짠 천으로 만들었어요.”


“응. 내꺼는 안사도 되는데... 니껀 어떤 거야? 보여줄래?”


민망한건 민망한 거고 볼 건 봐야겠다.


“나중에 봐요.”


“그래 그럼... 근데 간 김에 옷도 좀 사지. 마리도 예쁜 옷 좀 사 입히고...”


“마리 옷은 내일 살게요...”


평범한 대화임에도 상당히 조심스럽다.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식사 중에도 어색한 분위기는 여전하고, 최고급 요리를 먹는데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 괜히 와인만 연거푸 들이켜고... 차라리 평소처럼 샬럿이 짜증내고 날카롭게 쏘기라도 했으면 속이 편하겠다. 그런데 샬럿의 머릿속엔 온통 민우의 몸과 까만 굼벵이만...


‘빌어먹을...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다음날 민우와 샬럿, 마리는 함께 쇼핑을 나섰다. 옷 사고, 여행 장비도 사고... 돈은 넘치고 아공간도 있기에 맘에 드는 건 몽땅 사들였다. 샬럿은 한사코 거절했지만 민우가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샬럿의 옷이다.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야! 솔직히 속옷 한 벌로 몇 달을 버틴 건 너무한 거 아니냐?”


“그러니까 내가 알아서 한다고!”


“시끄러! 쫓아 들어오기나 해. 마리야 들어가자~”


자존심이 휴지처럼 구겨진 샬럿은 무시하고 마리와 속옷가게로 들어가 버렸다. 안절부절 못하며 가게 밖에서 들어오지도 못하는 샬럿은 내버려두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골랐다. 물론 전적으로 민우의 취향대로만... 혹시 몰라 마리와 샬럿의 드레스도 몇 벌 주문했다. 나중에 귀족의 파티도 구경할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최고급으로 맞췄다. 치수를 잴 때는 조금 애를 먹었지만, 마리의 도움으로 간신히 샬럿의 치수도 잴 수 있었다. 그렇게 종일 쇼핑을 하다 보니 10만 골드도 순식간이다. 여관비도 매일 만만치 않게 나가기에 보석이 팔릴 때까지 당분간 지도는 살수 없게 됐다.


“지도 살돈은 남겨 뒀어야죠!”


“천천히 사지 뭐. 왜 그리 급해?”


“아니... 그냥 좀 계획적으로 써야... 아무튼 쓸데없는 것들 산다고, 그 돈을 다써버리는 게 말이 되요?”


샬럿은 하루 종일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평생 자신과 상관없을 물건들을 사면서 자존심을 긁어대는 통에 단단히 심통이 났다. 향수에 코르셋, 가터벨트가 웬 말인가? 입에 담기도 민망한 물건들을 살 땐 뭐라고 항의하기도 부끄러웠다.


“샬럿! 내가 꾸미고 다니라는 소린 안할게. 최소한 여자로서 갖출 건 갖추고 살란 소리야.”


싫으면 안 입으면 되지! 라는 말까지는 안했다. 했으면 정말 그럴 것이다. 그나마 싫다는 생각을 안 하고 있다는 게 기특했다. 사두면 언젠가는 어디서든 입고 쓸 것이다. 민우는 그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여관에 도착한 샬럿은 제일먼저 속옷부터 몽땅 챙겨가더니, 자신의 가방에 꾸역꾸역 쑤셔 넣었다. 넣으면서도 난생 처음 보는 형태의 속옷을 보며 당황하며 얼굴이 새빨개졌다.


'무슨 속옷이 구멍이 잔뜩 났어? 이 끈은 또 뭐고? 이걸로 뭘 가리란 거야 대체!"


민우는 새삼 정령 숲의 경험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샬럿의 당황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조금은 여성스러워 진듯해 너무 즐거웠다.


“이건 목욕할 때 쓰고, 이건 자기 전에 바르고...”


여러 가지 목욕용품과 화장용품도 꺼내 주었으나, 관심 없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민우는 모두 가져다 쓸 것을 안다. 이제껏 몰랐다 뿐이지, 알고 나면 어쩔 수 없으니까. 그게 여자이고, 그래서 사랑스러운 거니까.

식사 후에 마리의 패션쇼도 구경하고, 약간의 실랑이도 있었지만 향수와 오일도 결국 가져다 썼다. 몰래 집어간 마리가 화장분이며, 붉은 염료로 떡칠을 하는 해프닝 덕분에, 그것이 샬럿의 마음을 조금 느슨하게 해준 거다. 민우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샬럿이 그것들로 자신을 가꾼 모습을 보여줄 날을 기대했다.


***


“오랜만이에요.”


“뭘... 얼마나 됐다고.”


“제겐 하루가 일 년 같았다고요.”


“거짓말이 많이 늘었다?”


여전히 눈부신 일리아를 보며 민우는 예전처럼 떨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감정이 식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자신의 감정들에 조금 더 익숙해지고 솔직해진 기분이다.


“오늘은 무슨 일?”


“보고 싶어서요.”


담담한 표정으로 말하는 민우를 보며 일리아는 눈을 빛냈다.


“그새 또 컸네?”


“그래야 자주 볼 수 있잖아요.”


제법이긴 한데...


“5분정도? 딱 고만큼 컸네.”


“5분이라... 그동안은 내 맘대로 해도 되요?”


일리아는 기대 가득한 표정의 민우가 재밌는지 입을 가리고 웃는다.


“아저씨 같아... 마리아한테 얘기 들었어. 너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 아니니?”


“혹시 질투하는 건 아니죠?”


“설마...”


민우는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일리아는 그게 너무 흥미로웠다.


작가의말

비축분을 다썼습니다.

하루 한편도 다 못쓰면서 주말에 연참이라니...

제가 좀 조급해졌나 봅니다.

당분간 애초 연재주기대로 주말에는 올리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이 볼만 하셨다면 선작, 추천과 피드백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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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갓 핸드(2) 17.02.24 17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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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전화위복(1) 17.02.21 252 4 12쪽
» 까만 것 17.02.20 20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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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암브라스로 17.02.19 193 2 12쪽
24 마리의 숲(3) 17.02.17 237 4 12쪽
23 마리의 숲(2) 17.02.17 259 3 13쪽
22 마리의 숲(1) 17.02.16 271 2 13쪽
21 드디어 퀘스트?(5) 17.02.15 274 2 12쪽
20 드디어 퀘스트?(4) 17.02.14 308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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