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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爐彬)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에서 무쌍 찍는 김병장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로빈(爐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3.07 16:59
최근연재일 :
2024.04.03 07:15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29,148
추천수 :
811
글자수 :
132,506

작성
24.04.0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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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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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2쪽

22화. 슬기로운 고려생활 (1)

DUMMY

“등자에 발을 제대로 놓고, 허리는 쭉 펴고!!”


대 거란군 최고의 돌격형 초 슈퍼 맹장.

소손녕(蕭遜寧)


호왈 80만 대군의 만인지상이자, 만두귀를 가진 이 시대 최고의 무인인 그가, 나의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쉴틈없이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시선을 어디로 둬! 멀리 전방을 봐야지!”

“형편없군! 왜 거기서 왼쪽으로 고삐를 잡나!”

“어휴. 말 잡겠네. 말 잡겠어.”


뭐랄까···?


어··· 음.


그래···.


누가 그랬던가?

운전면허 딸 때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거 아니라고···.


“하··· 저기서 왜 저렇게 고삐를 잡지? 저런 건 우리 초원에서는 5살짜리도 눈감고서 하는 쉬운 동작인데···”


‘이보시오. 장군 양반. 나는 오늘 처음이라고! 말고삐를 잡기는커녕 말등에 올라선 것도 오늘 처음이고!’


그러나···.

나는 함부로 말을 내뱉지 못했다.


어느새 군중같이 모여든 병사들.

그들은 어느새 모두 모여 내가 말을 타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하고 있었다.


“미륵께서 천리마를 타신다!”

“불타는 적토는 봉황의 현신이시다!!”

“신장 앞에 천하는 불바다가 될 것이다!!!”


찌릿-


차마 ‘미륵이 타고 있어요.’ 같은 종이는 붙이지도 않았건만, 굳이 ‘보초운전’을 하는 나의 곁을 같이 달리면서, 말 위에서 트리플 악셀을 추는 온갖 진기명기한 쇼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니깐···.

다들 심심했던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게 인터넷 방송도 아니고, 수천 명이 넘는 군사들이 내가 말 타는 것을 라이브로 직관한다는 건.


미운 시누이 한 명이 아니라, 백종X이나, 고든 렘X 같은 초일류 쉐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대놓고 내 요리를 처음부터 지적질을 하고 있었다.


“어.. 음 장군님···.”


“?”


“···바쁘시면 다른데 가셔도 됩니다.”


“에잉! 쯧쯧쯧. 내가 그 나이대에는 말 위에서 등리장신(鐙裡藏身)으로 뒤돌아 화살로 수십 명의 송나라 놈들을 때려잡았는데···”


게다가 문제는 또 있었다.


불타는 적토마(赤兎馬).

나는 이 새끼의 본성을 먼저 알아차렸어야 했다.


처음에 말고삐를 쥘 때부터 소손녕은 말했다.


“말은 똑똑한 동물이네. 말은 못해도 사람의 감정을 다 알아듣거든···”


그리고, 이 말새끼는···.


타고난 관종이었다.

병사들이 나와 자기를 구경하러 모인 것을 인식하자, 크게 몇 번이고 급발진 제로백을 구사하더니, 현란한 드리프트와 함께 유능함을 과시하려고 앞발을 치켜 올렸다.


히히히 히힝!!


몇 번이고 페X리 포즈를 취한 녀석은 신이 난 듯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웃음거리로 전락되었을 때.

드디어 나도 스트리머 종료.

아니. 말을 어느 정도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때였다.


모두가 모인 벌판으로, 멀리서부터 한 떼의 군사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바방-!


그것은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황제의 메시지를 가지고 온 전령이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 소손녕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동경유수(東京留守) 소손녕은 황제의 명을 받아라!”


‘두근두근’


가끔은 역사가 스포일 때가 있었다.


결과는 알고 있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드라마틱하게 4강에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다시 한 번 과거 속으로 돌아가서, 광화문 그 현장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TV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면 침착하게 있을 수 있을까?


주변에 모인 군사들은 모두 떨리는 모습으로, 소손녕이 읽고 있는 장궤만을 바라보았다.


어느덧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주변 모두가 소손녕이 선언할 내용에 대해서, 크게 긴장하는 듯 했다.


이윽고···.


장궤를 든 소손녕이 천천히 그러면서도 매우 웅장하게 소리쳤다.


“우리는 고려의 화친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 고향에 돌아간다!”


통과였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군바리에게 전쟁이란, 유리하든 불리하든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위험한 일이었고, 오랜 외지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기쁜 일이었다.


소손녕이 내게로 걸어왔다.


“그대의 뜻을 받겠네. 거란은 고려가 입조하는 것을 허락하겠네.”


말끝이 좀 그랬다. 그러나, 전쟁은 막은 것이다. 교과서에서도 알려준 역사는 이후에도, 고려와 거란은 친하게 지내지 못했고, 2번 더 침공을 당하는 역사를 겪어야만 했다.


따라서···

‘가라. 다음에 만날 때는 적이다.’

그러나 이 대사를 소손녕의 면전에서 바로 날릴 수는 없었다.


“훌륭한 선택을 하신 것입니다. 고려는 기꺼이 거란의 큰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나는 유도리있게 사회생활을 하는 멘트를 날려, 그의 기분을 기쁘게 해주었다.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네.”


“무엇을 말입니까?”


“진짜 나와 같이 거란으로 가지 않겠는가? 같이 간다면, 내가-”


“못 갑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기도 전에 잘랐다.

사찰을 지어준다는 제안을 듣는 것은 1번이면 족했다.


그러나···.

그는 말을 자르건 말건, 자기는 하고 싶은 말은 다하는 성격인 듯 뒷말을 덧붙였다.


“-우리 소씨 가문의 사위로 주선해 보겠네.”


???


“네?”


아니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거란집 막내사위’도 아니고···.

나는 그를 황당하게 바라봤다.


“알다시피 우리 집안은 황제의 외척집안일세. 나의 형님이신 소배압은 황실의 사위이자, 현 황제 폐하의 장인이시고, 나 또한 황실 월국공주의 남편이네.”


이른바 가족경영. 로얄 패밀리로의 편입 제안이었다.


그러나···.


“저를 크게 봐주신 호의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왜지?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다 누릴텐데?”


“···저는 조금 세상을 더 알아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세상을 배우는 중이거든요.”


“아쉽군. 그러나 나의 제안을 잊지 말게. 언제든 또 부를 수 있으니.”


나는 슬며시 웃었다.


“장군님의 무운을 빌겠습니다.”

“자네의 무운도 빌겠네. 노파심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진은 만만찮은 놈들이야. 조심하시게.”


“네. 감사합니다.”


그가 소리쳤다.


“전군!!! 회군한다!”


* * *


거란이 물러났다.

헤어질 때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을 뿐.

나는 단기필마로 적 주둔지에 와서 회담을 성공시켰다.


이제 고려는 나를 어떻게 대할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적토마의 말머리를 서경(평양)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한 무리의 사신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바로 서희였다.

나는 말에서 내려 그에게로 다가갔다.


두근두근-


‘내가 한 행동을 원작자(?)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설마 나를 욕할까? 아니면 이게 아니라면서 질책을 할까?’


살면서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무슨 일이든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든다면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는 사람들.

게다가, 서희는 컴퓨터 같은 완벽한 워커홀릭의 표본이었다.


서희가 나에게 다가왔다.


덥석-


그는 큰 손으로, 내 손을 굳게 붙잡았다.


“큰일을 하셨네!

자네는 정녕 하늘이 고려를 위해 보내준 신장일세!!!”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엄밀히 따지면, 나는 서희의 공을 모두 가로채기 한 것이었다.


길이길이 후세에 남은 모범 답안을 커닝해서, 대본을 그대로 말한 것이었으니깐···.

나에게는 일말의 죄책감이 있었다.


“괜찮겠습니까?”


“뭐를?!!”


“그냥요. 왠지 제가 서 공께서 활약하실 기회를 방해한 것 같기도 하고···”


“전쟁이 뭐라고 생각하나?”


?


“1명을 물리치면 장정이요. 100명을 물리치면 편장이요. 10,000명을 물리치면 천하 대장군이네. 그러나. 자네는 세치 혀로서만 수십만 대군을 물리쳤네.

이 정도면, 손자(孫子)가 살아돌아온다고 해도, 해내지 못할 최고의 병법가일세.”


‘그니깐··· 그게 서 공의 원래 공적이라고요.’


그러나 서희의 표정은 자신이 뺏긴 공적도 모르고 더할 나위없이 밝아 있었다.

나라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위인만이 가질 수 있는 담대한 행적이었다.


“혹시 포상으로 받고 싶은 게 있나?”


?


“생각을 해두게. 자네의 노고를 치하하러, 성상 폐하와 온 고려의 백성들이 모두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자네는 이미 만고불변의 고려 영웅일세.”


* * *


서희와 나란히 말머리를 한 채.

서경 근처까지 도달하였다.

그리고···.


대동강 강나루에는 많이 익숙한 그림이 펼쳐지고 있었다.

백성들이 도열하고 있었고···.

꽃과 풍악이 울렸으며···.


“미륵 장군님이 오신다!”

“말년 병장님 만세!!”

“참 미륵이 오신다! 마구니는 불타리라!”


첫 댓글의 중요성이랄까?


잘못 꿰어진 프로파간다의 선전매체가, 확대 재생산되어 끊임없이 유언비어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고려의 왕이 서 있었다.

그는 나를 사지로 보낸 것을 잊기라도 한듯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정치 9단의 꿍꿍이는 몰라도, 일단은 기쁜 것이었다.


마치 한국이 월드컵 4강을 갔을 적에 흥분한 시민들이 거리 한복판에서 버스를 잡아 세우고, 그 위에서 태극기를 흔들었던 것처럼.


“장군!!!”


왕이 소리쳤다.


히이힝히힝!

그 소리에 맞춰서 우리 적토마가 또 앞발을 번쩍 들었다.

이 놈의 관종마.

지가 나폴레옹 양주의 말처럼 세상의 온갖 관심을 다 받고 싶어 하는 중이었다.


나는 다시 말에서 내렸다.

왕은 달려오듯이 나에게로 다가와 덥석 나를 껴안았다.


“나는 장군을 믿고 있었네!!”


믿고 있기는 개뿔이.

그러나···.


“진심으로 고맙네! 자네가 이 고려를 구한 것이야! 정말이지! 이 땅의 모든 피붙이를 대표해서 감사하네.”


그가 꽉 껴안은 채. 나를 놓지않고 다독였다.


‘고맙다.’


때론 말보다, 체온이 더 진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그러했다.


뭐···. 나쁘지는 않네.


안융진을 비롯해서 강동 6주회담까지.


이 결과까지 오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때론 누군가의 작은 공적도, 자신들이 만든 결과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적어도 고려의 왕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진심에 불만이 눈 녹듯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모든 것은 다 폐하의 은공 덕분입니다.”


뭐···적어도 이 날 만큼은 즐겨도 될 듯 했다.


“자네를 모두 오래 기다렸네. 여기 모인 백성들에게 한 마디 해주게.”


나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꺄르르르~


“제가···”


꺄르르르르~


마치 평양의 슈퍼 아이돌 김씨 일가가 된 듯했다.


문득, 그 말이 생각났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선언하듯이 크게 외쳤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 *


발없는 말은 늘 천리를 간다.

그리고···.


거란조차 두려워하는 여진의 진영에는 새로운 소식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불타는 봉황을 타고 온 미륵이 여진을 불바다로 만드리라···.”


처음에는 잘못된 정보인줄 알았다.


그러나···.


소문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었다.


“고려의 미륵이 여진을 악의 축으로 선언하였다.”

“여진의 모든 지역은 불바다가 될 것이다.”

“고려는 여진을 말살할 것이다!”


새로운 소문들은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고려가 곧 여진에게 대대적인 선전포고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흑수여진(黑水女眞), 동여진(東女眞), 생여직(生女直), 서여진(西女眞), 숙여직(熟女直) 기타 모든

여진의 추장들을 남김없이 불러라!”


소환령을 내리는 그는 결심했다.


고려가 여진에게 선전포고를 내리면, 여진이야말로 고려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전운은 다시 새롭게 떠오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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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슬기로운 고려생활 (1) +6 24.04.03 606 25 12쪽
22 21화. 김 말년의 외교 담판 (3) +5 24.04.02 582 33 12쪽
21 20화. 김 말년의 외교 담판 (2) +5 24.04.01 695 33 12쪽
20 19화. 김 말년의 외교 담판 (1) +3 24.03.31 872 33 11쪽
19 18화. 얽히고설킨 생각들. +4 24.03.30 963 30 12쪽
18 17화. 3자 회담 (2) +4 24.03.29 1,096 32 13쪽
17 16화. 3자 회담 (1) +3 24.03.26 1,057 27 13쪽
16 15화. 남쪽에서 온 귀인. +2 24.03.26 1,045 27 12쪽
15 14화. 어느 한 페이지의 역사. +2 24.03.25 1,085 33 16쪽
14 13화. 안융진의 불을 올려라! (2) +3 24.03.22 1,065 30 13쪽
13 12화. 안융진의 불을 올려라! (1) +3 24.03.21 1,080 32 13쪽
12 11화. 결사대의 화살 +6 24.03.20 1,162 35 13쪽
11 10화. 그 너머의 시선. +3 24.03.18 1,169 36 13쪽
10 9화. 새벽을 기다리며. +6 24.03.17 1,211 38 14쪽
9 8화.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3 24.03.14 1,245 38 15쪽
8 7화. 들끓는 전장. +2 24.03.13 1,273 33 13쪽
7 6화. 불청객. (+전장 지형 추가) +2 24.03.12 1,357 33 15쪽
6 5화. 그저 빚. +3 24.03.11 1,426 35 12쪽
5 4화. 기억의 바다. +6 24.03.10 1,568 37 12쪽
4 3화. 낭만의 시대. +3 24.03.09 1,784 41 12쪽
3 2화. 밀항선. +4 24.03.08 2,028 51 15쪽
2 1화. 인생은 B와 D사이의 C. +3 24.03.07 2,253 50 13쪽
1 프롤로그. +6 24.03.07 2,511 49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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