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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달 님의 서재입니다.

환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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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뫼달
작품등록일 :
2014.01.23 12:35
최근연재일 :
2014.11.22 20:27
연재수 :
1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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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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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3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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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글자
10쪽

7장 콰콘(16)

DUMMY

“축하 드립니다. 스승님.”

머론에게 다가온 세렌이 존경과 축하의 의미로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그래,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구나.”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는지 머론은 냉정하게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대꾸했다.


머론은 품속에서 새까만 색의 돌멩이를 꺼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리베리온의 심장 속으로 돌멩이를 밀어 넣었다. 피가 흘러내리고 의미를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읊조리자 리베리온의 붉고 커다란 심장이 점점 검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크기가 수축하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심장은 완전히 사라지고 머론의 손에 남아 있는 것은 품속에서 꺼낸 흑요석뿐이었다. 흑요석에서는 김인지 아지랑이인지 알 수 없는 기운이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발산되고 있었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얼마나 고대했던 순간인가!”

흥분이 되살아났는지 머론은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환수사의 심장이 된 흑요석을 다시 품속에 갈무리하려 했다.


“그렇게는 안 돼!!”

모두가 고개와 눈물을 떨굴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한 사람이 무리에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인보님!!”

놀란 엘리야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 인보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그는 점점 멀어졌다. 따라가려는 엘리야를 운단이 잡았다.

“무모한 짓이에요…….”

사실 운단도 인보가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어딘가 끌리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오랜 세월을 같이 해온 일족과 달리 그는 오늘 리베리온을 처음 본 사람이었다. 자신이 메레에 온 이유가 리베리온을 치유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던 인보의 마음을 아무리 똑똑한 그녀라도 짐작할 수는 없었다.

“....운단님, 무모해도 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저는 환수사가 아니니까 저 나름대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엘리야, 단순한 마법의 힘으로는 머론의 신경조차 끌 수 없을 거예요. 오히려 당신이 위험에 처하면 인보님이 더 힘들어할지도 몰라요. 모르겠어요? 인보군도 환수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려고……어?”


십여 개의 물의 창이 인보의 머리 위에 나타나더니 인보를 앞질러 머론을 향해 화살처럼 떨어져 내렸다. 운단을 비롯한 윤의 일족은 그저 멍하니 인보의 움직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머론에게 달려가는 인보의 목덜미에 한 번 모습을 드러냈던 빛나는 문자가 새겨졌다.

‘카이만 부탁해요!’


“학습력이 떨어지는군.”

머론의 주위 바위틈에 듬성듬성 솟아 있는 풀들이 바싹 마르며 힘을 잃었다. 쟈베르의 염무가 다시 한 번 공작의 주위를 둘러쌌음을 알 수 있었다. 미처 거리를 벌리지 못한 세렌은 염무에 닿지 않기 위해 머론 공작의 옆에 바싹 달라붙었다.


쿠쿠궁 쾅쾅

뜬금없는 천둥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는 곧바로 장대처럼 굵어졌다. 염무와 부딪힌 물방울은 곧바로 수증기로 증발했지만 뜨거운 공기를 식혀 염무의 힘을 약화하기에는 충분했다. 뿌옇게 가득 찬 수증기를 뚫고 물의 창이 머론을 공격했다.

“크흠…. 이놈이….”

염무가 뚫릴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머론이 재빨리 긴 로브에 가려져 있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머론의 키만 한 작은 회오리바람 여러 개가 생겨나 물의 창을 가로막았다. 돌풍은 물의 창과 부딪히자 싸우지 않고 바람의 흐름을 이용해 목표지점과 다른 엄한 곳으로 날려 버렸다.

‘이놈이 어떻게 환수의 힘을 사용하는 거지? 게다가 하급 환수의 엘레멘트가 어떻게 5대 환수의 물현을 뚫을 수 있단 말인가?‘

공격은 피했지만 적잖은 충격을 받은 머론의 머리가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빠르게 돌아갔다.

“으음...!”

작지만, 분명히 들린 신음에 그는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머론이 고개를 천천히 돌리자 복부에 물의 창이 박힌 세렌이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머론을 쳐다보고 있었다.

“....스....스승님.....”

회오리바람이 날려버린 물의 창의 궤적을 미처 예상 못 한 데다가 머론과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었다.

“......세렌....”

물의 창이 사라지자 구멍이 난 배에서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스승님...대업을....부디...대업을 이루십시오…….”

“.........”

삭풍의 마녀의 최후라고 하기에는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머론은 한동안 멍하니 숨이 끊긴 세렌을 바라봤다. 세렌의 눈을 감겨 줄 것처럼 움직인 팔이 그녀의 귀에 걸려있는 작은 보석과 낫에 박혀 있는 역시나 검은 돌멩이로 향했다.

“이걸 잊으면 안 되겠지.”


“머론!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식아!!”

달려오면서 그 모습을 지켜본 인보가 팔을 뻗었다. 머론의 손이 세렌의 몸에 닿으려는 찰나 그녀의 몸과 낫이 깊숙한 땅으로 빨려 들어갔다. 인보는 동시에 머론의 발밑에 튜비의 엘레멘트를 보냈지만 보이지 않는 힘으로 중간에서 가로막혔다.

“....너무 놔두었군. 이제 죽어라.”

머론의 목소리는 냉정했지만 숨길 수 없는 짜증이 엿보였다. 자신의 예상을 계속 어그러뜨리는 인보의 존재를 더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콰드 볼케이노!”


달려가던 인보는 땅의 심한 흔들림에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땅의 요동에 이어 지반의 곳곳이 트림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틈의 사이에서 돌풍과 화염이 동시에 솟구쳐 올라왔다. 바칸 전쟁에서 왕국의 병사들을 벌벌 떨게 하였던 머론의 네 가지 엘레멘트가 담긴 강력한 마법이었다. 마법의 범위가 워낙 넓어서 인보는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마법 안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여기서 죽는 한이 있어도 천무님의 물현이 담긴 리베리온님의 심장은 부숴야 해!’

리베리온과의 대화를 떠올린 인보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머론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고 죽을 각오였다. 마음을 정하자 고요하게 가라앉은 정신으로 인보는 마음의 그림에 집중했다. 에테르가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것은 ‘그’밖에 없었다.


화염과 돌풍이 인보를 집어삼킬 모양으로 위협해 왔다. 뜨거운 열기에 피부가 지글거렸고 거친 바람은 온몸을 두들겨 댔다. 신기하게도 화염은 막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인보와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가지 못했다. 밖에서는 열기가 뜨거웠지만, 인보의 마음속에서는 넓고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멈바!!!”

인보가 손에 쥐고 있던 무크스의 엘레멘트 스톤이 마침내 견디지 못하고 바스러졌다. 화염이 때마침 다시 한 번 인보를 덮쳤다.


[인보!]

인보 주변의 화염이 청소기에 먼지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요동을 치며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마치 지옥을 연상시키던 불과 바람의 축제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요동치던 땅은 잠잠해지고 갈라진 땅은 다시 메워졌다. 자연스레 화염과 돌풍도 사라졌다.


“..이럴 수가!!”

마법을 펴낸 당사자인 머론 만큼이나 운단을 비롯한 윤의 일족은 거의 넋을 놓고 인보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렌이 쓰러졌을 때 나온 작은 탄성은 이미 모든 사람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인보를 믿고 있던 엘리야만이 뿌듯한 눈으로, 걱정이 가득하지만, 인보를 응시했다.


“방금 그 힘은......헤게룬님?!”

환수의 물현에 대해서 해박한 운단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엘레멘트 흡수는 조율자인 헤게룬의 물현이었다.

“아니요. 헤게룬님이 아니라 멈바님이에요. 헤게룬님의....반쪽 후생이죠.”

엘리야의 간단한 설명에 운단은 눈만 깜박거렸다.


“....그런 거였나?.....이제야 알겠군……. 헤게룬 이 망할 자식.....도대체 언제.....”

머론은 충격을 받은 듯 중얼거렸다. 엘레멘트 흡수 능력을 본 순간 머론은 사건의 발단을 유추할 수 있었다. 헤게룬의 농간에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하니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다.


“멈바, 왔구나!”

[헤게룬의 힘을 이용하는 녀석이 바로 저놈이구나.]

“멈바, 미안한데 내가 지금 좀 급하거든.”

[뭐야…. 그러고 보니 이번에도 에테르가 아슬아슬하네. 인보, 정말 이러기야. 잠깐 나왔다가 또 돌아가야 하잖아.]

“누가 그렇게 커지라고 했어? 이전처럼 작으면 얼마나 좋아? 아……. 미안. 그런 뜻이 아니고…. 다른 환수들처럼 오래 부르고 싶은데, 에테르 소모가 너무 크다 보니까…….”

[아니야. 빨리해치우자. 나와 있을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지.]

“고마워. 멈바, 그럼 내가 저놈이 들고 있는 흑요석을 뺏어야 하니까 머론이 마법이나 물현으로 방해를 하면 엘레멘트를 흡수해줘.]

[알았어. 말만 해.]

인보가 멈바를 향해 눈을 찡긋 감고는 머론을 향해 멈춰 있던 발을 다시 움직였다.


“머론!”

멈바를 등에 업고 기세등등한 인보에 비해 머론은 이상할 정도로 움직임이 없었다. 엘레멘트가 흡수되는 물현을 확인한 이상 마법도 환수의 물현도 소용이 없을 터였다. 처음으로 위협을 느껴서일까? 그는 오히려 더욱 조용하고 침착하게 움직였다. 인보가 손만 뻗으면 머론에게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갔을 때 머론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지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멈바?”

[외부로 내보내는 엘레멘트는 흡수할 수 있지만, 직접 손으로 잡지 않고는 몸에 작용하는 엘레멘트는 흡수할 수 없어.]

“그렇단 말이지?”

인보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인보가 다시 한 번 머론을 잡으려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머론은 딱히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단지 유령같이 인보와의 거리만 유지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인보 너의 약점을 알고 움직이는 것 같아. 이제 에테르도 거의 한계잖아.]

“...어쩌지?”

다급해진 인보가 무리하게 에테르를 끌어 올렸다.

“늪의 탄생!”

튜비의 힘으로 발을 묶으려 했지만 머론은 이미 장소에서 벗어나 있었다.

‘피하는 것도 환수의 물현인가? 그러고보니....조금 전부터 피할 때 직선으로만 움직이는 것 같은데......’




읽어 주시는 분들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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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7장 콰콘(13) +8 14.09.21 2,713 97 10쪽
86 7장 콰콘(12) +5 14.09.18 2,613 96 8쪽
85 7장 콰콘(11) +8 14.09.16 2,553 99 10쪽
84 7장 콰콘(10) +4 14.09.14 2,559 109 10쪽
83 7장 콰콘(9) +7 14.09.10 2,685 9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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