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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달 님의 서재입니다.

환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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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뫼달
작품등록일 :
2014.01.2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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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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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2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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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장 콰콘(15)

DUMMY

리베리온과 눈이 마주친 인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리베리온의 얼굴에 가는 미소가 걸렸다. 자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리베리온은 인보를 믿고 싶었다.


만난 지 하루도 되지 않은 사이였지만, 리베리온은 왠지 모르게 인간 환수사인 인보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 같은 5대 환수의 계약자여서일까? 프라의 힘으로 오랜 시간 고통받아 온 상처가 치유돼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동정심 많아 보이는 그 선량한 눈빛이 밟혀서일까? 리베리온도 자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머론과 싸우기 직전에 인보가 해 준 이야기는 쉽게 믿을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헤게룬님의 권능이 통하지 않는다니? 5대 환수를 제외하고 헤게룬님이 권능을 거부할 수 있는 환수는 없었다. 그것은 환상계를 조율하기 위해 조율자에게 부여된 막강한 권한이었다. 믿지 못하는 자신에게 인보는 순간적으로 작은 물 덩이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그것이 마법이 아니라는 것은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굳어진 관념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도 눈앞에 있는 평생의 적과 싸울 일 외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끝을 알 수 없는 머론의 능력 앞에서 리베리온은 자기도 모르게 인보를 쳐다본 것이었다.


“리베리온, 그 긴 시간 동안 설마 다른 환수와 계약을 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 흐음…….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실망일세. 난 자네를 상대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는데 자네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한 게 없어 보이는군.”

리베리온의 놀란 표정에 기분이 좋아진 건지 머론의 말이 길어졌다. 사실 머론은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뱉은 말보다 더 많은 말을 지금 하고 있었다. 측근이자 제자인 세렌마저도 머론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리베리온은 머론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리며 다음 움직임을 고민했다. 쟈베르의 존재는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크후…. 머론에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승산이 있는데……. 원거리에서의 물현은 그의 감각을 피할 수 없을 거야…….’

[리베리온, 쟈베르의 염무를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네. 단, 그의 물현은 완전하지 않으니 틈은 분명히 있을 걸세.]

리베리온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천무의 목소리는 세상사를 통달한 현인처럼 느껴졌다. 느긋한 목소리였지만 어딘지 알 수 없는 불안한 느낌이 전해졌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천무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염무의 범위가 그다지 넓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염무를 통과할 동안만 몸을 보호할 수 있다면.....엇!”


리베리온이 천무와 말하고 있을 때 갑자기 그의 팔을 푸른 엘레멘트가 덮쳐 왔다. 이미 엘레멘트의 요동을 느낀 리베리온이 천무의 물현으로 엘레멘트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들었다.

“이 엘레멘트는…….”

머론의 공격인 줄 알고 대응했던 리베리온이 천무의 물현을 풀었다. 그러자 푸른색의 투명한 막이 그의 팔 전체를 감쌌다. 물의 엘레멘트는 겉으로는 시원한 푸른색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인보군인가.”

리베리온은 머론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흘낏 인보를 쳐다봤다. 인보는 리베리온을 향해 팔을 뻗고 있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가? 크후…. 그럴리는 없지만 신기하군. 인보군의 물현이 염무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믿을 수밖에.”


리베리온이 팔을 올리자 머론의 발밑이 심하게 요동쳤다. 허벅지 굵기의 튼실한 나무뿌리가 땅바닥을 뚫고 머론을 공격했다.

“흐음…….”

머론이 나무뿌리를 피하며 뛰어오르자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는데도 나무뿌리가 열십자 형태로 토막토막 잘려나갔다. 그 사이 리베리온은 머론과의 거리를 좁혔다. 리베리온의 움직임을 알아챈 머론이 팔을 들었지만 그대로 잠시 가만히 있더니 원래 위치로 팔을 내려놓았다.

‘염무를 뚫고 올 수 있겠는냐, 리베리온.’

머론과의 거리가 더욱 좁혀지자 투명한 푸른 막이 리베리온의 전신을 감쌌다.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지나자 리베리온의 온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맹렬히 생성되는 수증기에 리베리온의 모습이 가려졌다.


“수증기로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인보는 당황하고 있었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에테르를 리베리온에게 보냈음에도 5대 환수의 물현은 과연 강력했다.

[인보, 인을 막지마.]

카이만은 오기가 생겼는지 인보와의 사이에 다시 인을 만들려 했지만, 인보는 중요한 시점에 도박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힘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리베리온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도 있을 터였다. 최대한 빠르게 에테르를 보내 수증기로 화한 부분을 메꿨지만 염무의 열기는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맨몸으로 염무에 닿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조차 두려웠다.

[이대로는 힘들어!!]


“헛!”

머론은 팔에서 느껴지는 어색한 감각에 흠칫 몸을 떨었다. 수증기가 걷히고 머론의 팔을 잡고 있는 리베리온의 팔이 드러났다. 빨갛게 익은 손은 쭈글쭈글해져 있었고 다른 부위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얼굴은 손보다 상태가 더 심각했지만 리베리온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끝이다. 머론.”

담담하게 리베리온은 천무의 물현을 머론의 몸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의 목표는 머론의 심장이었다. 심장 박동을 느리게 만들어 생명을 빼앗는 것이 리베리온의 계획이었다.


“.....끝나는 건, 너다. 리베리온.”

미동도 없이 굳어 있던 머론의 잡혀있지 않은 반대쪽 팔이 리베리온의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을 파고들었다.

“크윽!!”

“크크크……. 크하하하!!!”

듣고만 있어도 괴로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머론의 날카로운 웃음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어떻게…….”

믿을 수 없는 표정의 리베리온의 입에서 가느다란 혈선이 흘러내렸다.


사람의 손이 심장을 뚫고 반대편으로 나와 있는 장면에 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두 손을 꼭 쥐고 기도하며 대결을 지켜보던 운단은 잔인한 결말에 그대로 다리가 풀려버렸다.

“운단님!”

엘리야가 재빨리 쓰러지는 운단을 잡았다. 그녀의 눈에는 언제 흘러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인보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자리에서 망부석처럼 움직일 생각을 못 했다. 움직이려 해도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리베리온 만큼이나 인보도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리베리온에게는 메레에 와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가슴이 넓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잃는 것은 더 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리베리온, 오 리베리온. 드디어 이런 날이 왔군. 크흐흐. 왜 천무의 물현이 나에게 통하지 않았는지 궁금한가? 죽는 마당에 별로 궁금하지는 않겠지. 그것보다는 저기서 애처롭게 자네의 죽음을 바라보는 일족이 걱정되겠지. 크크. 걱정하지 말게나. 그들도 곧바로 자네를 따라갈걸세. 그래도 죽는 마당에 이유는 설명해 줘야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네도 알아야 하지 않겠나? 흐흐…. 너는 천무의 물현을 막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크크 에페마라라는 환수가 있다네. 시간을 빠르게 만드는 물현을 가졌지. 크크. 일 년에 단 한 번 쓸 수 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단 한 번이면 충분한데! 크흐흐…….”

흥분을 참지 못한 광기에 찬 웃음소리가 다시 어두운 하늘에 울려 퍼졌다.


리베리온의 고개가 힘없이 꺾였다. 머론이 거침없이 팔을 빼자 리베리온의 몸이 땅 위에 뒹굴었다. 머론의 손에는 붉고 둥그런 물체가 들려 있었다. 손에서 떨어지는 피가 정체를 알려주고 있었다. 일족 사이에서 분노와 슬픔이 담긴 탄식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저....저 죽일놈!!!”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리베리온님…….”

분노로 이성을 잃은 일족의 무리는 당장에라도 머론에게 달려가려 했다. 힘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도저히 가만히 서 있을 수 없는 마음이었다.

“여...여러분.....”

“운단님!!!”

가까스로 일어난 운단이 헬쓱한 얼굴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도망가야 해요……. 복수도 살아 있어야 할 수 있어요…….”

“괜찮으세요? 운단님.”

엘리야의 어깨에 의지한 운단이 힘을 내 일어났다.

“큰일…이에요……. 머론이 천무님의 물현을 사용하게 되면……얼마나 더 오래 살지…….”

그녀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리베리온이 없는 이상 자신이 일족을 이끌어야 했다.




읽어 주시는 분들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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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7장 콰콘(19) +7 14.10.09 2,382 84 10쪽
92 7장 콰콘(18) +8 14.10.05 2,544 97 7쪽
91 7장 콰콘(17) +5 14.10.02 2,500 91 9쪽
90 7장 콰콘(16) +2 14.09.30 2,634 9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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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7장 콰콘(14) +3 14.09.25 2,418 88 11쪽
87 7장 콰콘(13) +8 14.09.21 2,713 97 10쪽
86 7장 콰콘(12) +5 14.09.18 2,613 96 8쪽
85 7장 콰콘(11) +8 14.09.16 2,553 99 10쪽
84 7장 콰콘(10) +4 14.09.14 2,559 109 10쪽
83 7장 콰콘(9) +7 14.09.10 2,685 97 11쪽
82 7장 콰콘(8) +6 14.09.04 2,686 10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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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장 콰콘(4) +6 14.08.24 2,708 1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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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6장 다트(9) +4 14.08.09 3,145 10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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