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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달 님의 서재입니다.

환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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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뫼달
작품등록일 :
2014.01.23 12:35
최근연재일 :
2014.11.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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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1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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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글자
10쪽

7장 콰콘(1)

DUMMY

-황성 에레멘-


검은색 로브로 온몸을 뒤덮은 머론 공작은 한참 동안 방의 중심에 있는 원형의 책상 앞을 떠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봤다면 동상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미세한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이 향해 있는 책상 위에는 각양각색의 돌멩이가 받침대 위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었다. 돌멩이가 놓여 있는 열 개의 받침대 중 한 개는 깨끗하게 비어 있었고 나머지 돌멩이 중에서도 한 개가 유독 다른 것들과 구분이 되었다. 본래 가지고 있던 빛을 잃은 무광의 검은색 돌멩이는 반으로 쪼개져 마치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베이런…….’

오백 년을 차근차근히 준비해 온 계획이 곧 있으면 완성이었다. 계획을 이루기 위해 가장 큰 방해물이라고 생각했던 환수와 환수사는 그와 그의 제자들이 갖춘 능력 앞에서 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껏 실패한 적이 없는 계획이 베르도어 숲의 사건에서부터 조금씩 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머론 공작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보낸 베이런이었다. 렌은 열 명의 제자 중에서도 가장 능력이 떨어지고 마음도 약한 녀석이어서 실패를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았지만, 베이런은 달랐다.


메레의 곳곳에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다른 제자들과는 달리 베이런은 머론 공작의 손발이 되어 자잘한 일부터 궂은일까지 도맡아 처리해 왔다. 제자 중에서도 상위권의 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심기도 깊어 쉽게 당할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믿음을 두 조각으로 쪼개져 빛을 잃고 평범한 흑요석으로 돌아간 환수사의 심장이 비웃고 있었다.


‘헤게룬의 눈으로도 볼 수가 없다니 평범한 녀석이 아니군.’

몇백 년간 위협이 될 만한 존재를 미리 제거하거나 포섭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헤게룬의 눈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 눈을 살짝 감았던 머론 공작은 잠시 고민하더니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종을 흔들었다.


잠시 후 역시나 검은색의 로브를 입은 백발의 중년인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공작 전하, 부르셨습니까?”

들어오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중년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항상 대기는 하고 있었지만, 공작이 제자들 외에 사람을 찾는 일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었다.


“잠시 흑탑을 비워야겠다.”

“네? 아, 아, 죄송합니다. 전하.”

실책을 깨달은 중년인의 무릎이 덜덜 떨렸다. 그의 구레나룻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무거운 쇳소리 같은 목소리에 이미 심신이 위축된 그는 공작이 내뱉은 말에 너무 놀란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반문을 해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머론 공작이 디네로 데이(일 년에 한 번 있는 에레멘의 축제)를 제외하고 탑 밖으로 나간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됐다. 황제가 찾아오면 잘 둘러대도록 해라.”

“네! 전하.”

흑탑에서는 신으로 여겨지는 머론 공작에게 반문하고도 살아남은 중년인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콰콘 산맥-


바위 사이사이에 피어 있는 꽃들은 생명력을 자랑하려는 듯 하늘을 향해 몸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본능적인 몸부림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밖으로 노출되어 있어 주의하지 않으면 밟히기에 십상이었다. 아니나다를까 급해 보이는 발걸음이 무자비하게 꽃을 밟고 지나갔다. 미안하지만,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는 꽃을 배려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콰콘 산은 손을 사용하지 않고는 오를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고 험했다. 올라가기 위해 바위의 튀어나온 부분을 손으로 잡을 때마다 차가운 냉기가 전해져 긴장이 풀리는 것을 막아 주었다. 일행 중 가장 후미를 맡은 인보는 중간에서 올라가는 엘리야를 틈틈이 쳐다보며 걱정했지만, 바지를 입은 엘리야는 뜻밖에 인보보다 빠른 속도로 룬파의 움직임과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룬파씨 덕분에 무사히 산맥 안으로 들어왔네요. 그렇죠, 인보님?”

“검문이 생각보다는 느슨해서 다행이에요.”

산세가 험할 뿐만 아니라 몬스터의 잦은 출몰로 광산업자나 인부들은 병사 또는 용병의 호위 없이는 산에서 이동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검문 경계를 서고 있던 제국의 병사들도 용병이 자주 충원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세 사람을 통과시켜 주었다.

물론, 자연스러운 룬파의 행동이 도움됐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인보님, 아까부터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것 같아요. 체력이 딸리시는 거 아니예요?”

장난스러운 표정의 엘리야가 뒤따르던 인보를 내려다봤다.


“하아…. 그게 아니라 코뷴님 때문에…….

콰콘 산맥으로 떠나기 전, 인보는 코뷴의 폭풍 질문에 산에 오르기도 전에 이미 진이 빠져 버렸다. 엘리야를 도와준 코뷴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성의를 다해 답해 주던 인보는 그의 무한한 호기심에 두 손을 다 들어 버렸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에서 중요한 단서도 얻을 수 있었다. 코뷴은 환수의 존재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여든 살이 넘은 그가 아주 어렸을 때, 동네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환수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는 이야기였다. 마탑에 들어간 후에도 환수에 대한 호기심을 늘 가지고 있던 그는 서고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려 했지만, 환수라는 단어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로베르트 상회에 자리를 잡고 나서도 틈만 나면 책을 읽었지만, 환수가 언급된 책을 발견하더라도 단순한 몬스터와 같은 존재로 치부되어 있을 뿐이었다.


“내가 내린 결론이네만, 환수에 관한 내용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없애버리지 않는 한 이렇게까지 기록이 없을 수가 없네. 그 누군가는 환수에 대해 사람들이 알기를 원하지 않았던 거지. 나도 자네의 능력을 보기 전까지는 왜 그랬을까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이해가 가는구먼. 왕족이나 귀족들의 입장에서 환수의 힘은 그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


인보 또한 코뷴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엘리야, 아까 말한 표식은 보이나요?”

생각을 접은 인보가 엘리야에게 물었다.

“아니요. 이상하게도 전혀 보이지가 않아요. 이 정도 걸어왔으면 하나쯤은 보일만도 한데…….”


“잘못 짚은 거 아니야? 이렇게 험한 산맥 안에서 사람들이 지낸다는 게 말이 돼?”

룬파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처음에는 산맥 안으로만 들여 보내주고 헤어질 생각이었던 룬파는 인보가 찾고 있는 것 중에 로베르트 상회의 흑요석 광산도 있다는 사실을 듣고는 끝까지 도와주기로 했다. 흑요석은 하급의 물건도 값을 꽤 쳐주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큰돈을 벌 수도 있었다.


“아무것도 없다면 병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지는 않겠죠,”

“아, 그런가? 상인들은 콰콘 산맥으로 들어가는 걸 막는다고 생각했는데 너희 이야기대로라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병사들이라는 거지?”

“아마도 막지는 못할 테지만 이동하는 것은 확인할 수 있겠죠.”

엘리야의 대답에 어깨를 으쓱한 룬파가 다시 가던 길을 올라갔다.


“죄송해요. 인보님. 콰콘 산맥에만 들어오면 일족을 바로 찾아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아마도 운단님이 제가 알아볼 수 없는 새로운 표식을 만들었나 봐요.”

“운단님?”

“아, 운단님은 일족의 군사예요. 리베리온님의 동반자이기도 하고요. 정말 아름다운 분이시죠. 머리도 굉장히 좋으셔서 중요한 결정은 리베리온님이 항상 운단님에게 물어보고 결정하죠.”

“표식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아니에요. 임무를 가지고 이동하는 일족이 있기 때문에 다시 돌아왔을 때 본거지를 찾을 수 있도록 표식이 꼭 있어야 해요.”

"그런데 엘리야는 왜 찾을 수가 없는거죠?"

"보통은 임무를 수행하더라도 일족의 연락책과 주기적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데 저 같은 경우는 인보님과 다니면서 한 동안 연락책을 못 만났어요. 그래서 새로운 표식에 대한 정보같은 것을 못들은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런데 그 운단님이라는 분도 리베리온님처럼 환수사인가요?”

“네, 맞아요. 일족의 수뇌부는 거의 다 환수사에요.”

다른 환수사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인보는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다.


“쉿! 조용히!”

앞서 가던 룬파가 급하게 고개를 숙이더니 손을 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다.


“무슨 일이에요?”

소리 나지 않게 다가간 인보가 룬파의 옆에서 소곤거렸다. 룬파는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앞에 있는 바위 너머를 가리켰다. 인보가 슬쩍 고개를 내밀자 주변 바위의 색과 구분하기 쉽지 않은 피부를 가진 동물 한 무리가 산에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길목에 진을 치고 있었다. 동물은 등을 둥그렇게 똬리 틀고 앉아 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바위로 착각할 만했다. 하지만 움직이고 있는 녀석들은 사자나 표범처럼 허리가 잘록한 게 날렵해 보였다.


“록파드야.”

“록파드?”

“날쌔면서 피부가 바위처럼 단단해서 상대하기가 골치 아픈 몬스터야. 원래 무리 지어 다니는 녀석들이 아닌데 이상하네. 저 정도 숫자라면 우리만으로는 뚫고 지나갈 방법이 없어.”


“그럼?”

“쟤들이 비켜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이지. 건드리지만 않으면 먼저 공격하는 녀석들은 아니니까 여기서 기다리면 괜찮을 거야.”

“저기...그런데....왜 이쪽으로 다가오는 거죠?”

“헉!”

인보의 말에 고개를 든 룬파의 눈에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록파드 무리가 보였다.




읽어 주시는 분들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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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8장 에레멘(7) +3 14.11.02 2,288 78 11쪽
101 8장 에레멘(6) +3 14.10.31 2,363 70 9쪽
100 8장 에레멘(5) +3 14.10.28 2,519 7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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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7장 콰콘(20) +2 14.10.13 2,799 105 10쪽
93 7장 콰콘(19) +7 14.10.09 2,382 84 10쪽
92 7장 콰콘(18) +8 14.10.05 2,544 97 7쪽
91 7장 콰콘(17) +5 14.10.02 2,500 91 9쪽
90 7장 콰콘(16) +2 14.09.30 2,634 97 10쪽
89 7장 콰콘(15) +2 14.09.28 3,493 193 9쪽
88 7장 콰콘(14) +3 14.09.25 2,418 88 11쪽
87 7장 콰콘(13) +8 14.09.21 2,713 9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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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7장 콰콘(11) +8 14.09.16 2,553 99 10쪽
84 7장 콰콘(10) +4 14.09.14 2,559 10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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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7장 콰콘(7) +5 14.09.02 2,685 10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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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장 콰콘(1) +3 14.08.17 2,843 11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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