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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공서 님의 서재입니다.

자립형 섬마을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마공서
작품등록일 :
2022.03.22 12:02
최근연재일 :
2022.05.09 20:54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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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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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5
글자수 :
263,059

작성
22.04.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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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글자
10쪽

청의동자 (1)

DUMMY

6년 5개월 전, 던전 내 초원지역.


“일어나. 그렇게 땅바닥에서 자다간 입 돌아가.”


간만에 먹은 육고기의 포만감에 취해 깜빡 잠이 들어나 보다.

그때 들려온 목소리.


“으음.... 조금만, 조금만 더 잘래. 깨우지 마.”


난 잠결에 무심코 대답했다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난데없이 사람의 목소리라니?


“헉! 누구세요?”


나밖에 없는 섬에, 그것도 던전 안에서 사람의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게 꿈속에서 들은 가짜인지, 현실에서 들려온 진짜인지조차 헷갈린다.

현실에서 들은 목소리라면 이곳에 나 말고 누군가가 있다.

인지부조화의 혼란 속에서 공중에 대고 외쳤다.


“어딨어, 어디 있냐고!”


사방팔방을 살펴보아도 목소리의 주인공이 보이지 않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환청을 들었게니 오해할 때였다.

예의 그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어린애가 날 놀리는 듯 앳된 음성이다.


“앞에 두고도 못 찾네. 바보!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형아가 그 짝이구나.”

‘으응, 앞에 있다고. 히익, 설마 작두?’


내 머릿속도 읽을 줄 아는지 그 목소리는 바로 응답했다.


“딩동댕! 맞아, 난 작두에 들린 동자신이야.”

“... 나 낮술 먹었나? 자꾸 환청이 들리네. 술 마실 나이도 아닌데.”


아닌 밤중도 아니고 대낮에 귀신이라니.

그 말을 누가 믿어.


“맞을래?”


믿어보기로 했다.


“장군신, 동자신 할 때 그 동자신이 너라고? 게다가 작두에 들어있고, 맞아?”

“응.”

“에엑! 정말 귀신 들린 칼이었어. 귀신아 물렀거라. 훠이!”


내 반응이 미덥지 않았는지 이내 토라진 음성이 들렸다.


“쳇! 나 살짝 삐지려고 하는데.”

‘아 맞다. 동자신이면 어린애잖아.’


동자신은 어린아이가 죽어 화한 존재다.

그렇기에 섣불리 밉보이는 건 좋지 않다.

삐지기도 잘 삐지고 철이 없어 심술도 많이 부린다.

동자신의 심술에 기둥뿌리가 흔들린 집안도 여럿 있다지 않던가.

또한 그런가하면 잘해주는 사람에겐 한없이 베풀기도 하는 게 동자신이다.

그렇다고 마냥 잘 대해줘도 문제다.

지나친 친절은 금물.

한 사람이 마음에 들면 평생 옆에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그렇다. 귀신계의 스토커, 그게 동자신이다.


“에이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삐지지 마. 내가 사람과 얘기해본 게 오랜만이라 그래.”

“나아 사람 아니거든. 바보야!”

“그래 사람이 아니지. 그래도 반가운 걸.”

“형아, 외로웠구나.”


감정에 호소하길 잘했다.

동자신의 목소리가 다소 누그러뜨려졌다.


“응, 것도 많이. 그런데 모습은 못 보이는 거야?”

“보고 싶어?”


꿀꺽!

침을 삼키는 바람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꼬마귀신이라 생각하니 불현듯 뇌리를 스치고 간 장면 때문이다.

일본공포영화 주온의 토시오가 입을 쩍 벌리고 뚫어져라 노려보는 무서운 장면.

나도 텔레비전에서 방영한 그 영화를 이불을 뒤집어쓰고 봤더랬다.

어린 맘에 어찌나 무섭던지.


“으윽, 왜국 잡귀를 상상하다니. 형아 나빠.”

“에에, 생각 좀 할 수도 있지. 미안, 미안! 근데 너 무서운 모습은 아니지?”

“나 나름 장군신들한테 귀여움 받았단 말이야. 누이도 나 예쁘다 했어.”

“그래 믿는다.”

“짠!”


내 앞에 나타난 동자신은 정말로 귀여운 꼬마아이였다.

앙증맞은 댕기머리에 올망졸망한 이목구비.

특히 암갈색 눈동자는 한번 보면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맑고 투명했다.

나이는 갓 7살쯤 되어 보였고 말끔한 청의를 입고 있었다.

조선시대에 죽은 건가?

복색이 조선시대이다.

저 어린 나이에 죽어 몇 백년간 이승을 헤맸을 걸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짠했다.


“이야! 너 정말 귀엽다. 꼭 인형같이 생겼네.”

“사내에게 인형 같다니 그거 흉이라고. 못됐다.”


청의동자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만큼 잘생겼다는 소리야. 근데 작두에 들어있으면서 왜 그동안 안 나타났어?”

“이제야 형아가 나와 얘기할 자격을 갖췄으니까.”

“무슨 자격?”

“히히. 곧 알게 될 거야.”


청의동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알쏭달쏭한 말로 얼버무렸다.

곧 알게 된다고 뭐가?

일단 궁금한 거부터 물어봐야겠다.


“뭐 가끔 신기 있는 칼이란 생각은 했어도 설마 진짜 동자 네가 깃들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 그럼 그동안 작두에게 벌어진 이상한 일들도 네가 도와 준거야?”

“그럼 형아가 무슨 항우장사라도 되는 줄 알았어. 동자가 도와주지 않았음 작두는 처음부터 들지 못했을 걸.”

“신기하다.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지?”

“형아는 무당이 작두 타는 거 못 봤어. 무당이 작두를 탄다는 건 떠있다는 건데 다 우리 신들이 떠받치고 있어서 그래.”


아, 봤다.

용왕제 때 무당 할매가 작두를 탔더랬다.

시퍼런 칼날에 맨발로 오르는 걸 보곤 식겁해서 오줌까지 지릴 뻔했다.

다 어렸을 때 지나간 추억이다.

어어, 그러고 보니 작두는 무당 할매가 보관하고 있던 물건인데.


“동자야! 너 황학도 무당할매랑 아는 사이니?”

“당연한 소릴 왜 물어. 누이의 동자신이 난데 내가 모르면 어떡해. 형아 진짜 멍청이네.”

“누이?”

“황학도 무녀 말이야. 내가 처음 만났을 때는 신내림을 받은 지 얼마 안됐을 때라 어여쁜 누이였었어. 그래서 누이가 늙어서도 쭉 누이라 불렀어.”


통 상상이 안 간다.

마귀할멈처럼 보였던 무당 할매의 젊었을 때 모습이라니.

게다가 어여뻤다고?

동자와 내가 동일인물을 떠올리며 대화하는 게 맞긴 하나?

내 속마음을 본 동자가 이내 말했다.


“역살을 맞아서 그래. 그전까진 참 예뻤어.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서 해선 안 될 짓을 했거든.”

“무슨 짓?”

“그건 말 못해.”


무당 할매도 사연이 많구나.

눈시울이 또 붉어지려한다.

과거에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역살을 맞았다면서 또 날 위해 천운을 거스르기까지 했다.

죽어서도 어떤 화를 당했을지 모른다.

짐작 가는 바이지만 꼭 물어야했다.


“혹시 동자 네가 그 작두에 들어간 것도 그 누이가 시킨 거야?”

“응, 누이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동자가 미쳤다고 형아를 도와줘.”


제길! 왜 그렇게까지 해준 걸까?

얼마나 마음의 빚을 떠안기려고 조력자까지 남기신거지.

대체 내가 뭐라고, 도대체 뭘 위해서 그러셨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누이가 그랬어. 부담 갖지 말라고. 그냥 형아가 하고 싶고 원하는 걸 하면 된댔어.”

“그 말이 더 부담인걸.”

“히히! 웃긴다. 맘대로 하라는데 뭐가 불만이야. 멍충아!”

“근데 너 자꾸 나보고 바보, 멍청아 할래.”

“멍청하니까 그렇지. 그럼 똘똘하던가. 메롱!”


참자, 참어. 내가 애하고 뭔 싸움을 하겠냐.


“글고 형아 죽을 때까지 동자가 붙어있을 것도 아니다. 뭐.”

“응, 그건 뭔 소리? 무당할매 부탁 받았다며.”

“형아가 어른이 될 때까지 만이야. 누이가 그때까지만 옆에서 도와주랬어. 그 후엔 동자도 갈 곳이 있어서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줘.”

‘헐, 기간제 계약직이었냐!’


아무튼 나에게 대화상대 겸 조력자가 생겼다.

무려 동자신.

요즘 그렇지 않아도 비뚤어지고 있는데 거기에 귀신까지 붙었다.

이로써 나는 귀신 보는 불량청소년이 되었다.


“암튼 반갑다. 난 이강현이야? 동자 넌 이름이 뭐야? 서로 알고 지내려면 이름정도는 알아야지.”

“살아있을 때나 이름이지 죽어서 무슨 소용이야. 그냥 동자라 불러.”

“너 죽은 지 오래 되서 이름 까먹었지?”

“아니거든. 살아생전엔 아지라고 불렸는데 자꾸 강아지가 떠올라서 싫어. 노비라 성도 없고. 그러니까 동자라 부르면 돼.”

동자가 노비였다고?

말끔한 청의에 곱게 딴 댕기머릴 하고 있어서 어디 양반가 자제쯤 되는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이거 괜히 아픈 데를 찔렀나.

갑자기 미안한 마음에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동자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만 나 작두 안으로 들어갈래. 저 안에 들어가면 한동안 말이 안통할거야.”

“계속 말할 수 있는 거 아니었어?”

“형아는 신하고 대화하는 게 어디 쉬운 줄 알아. 형아 신기 있어? 없지. 그럼 말을 마. 그나마 곧 생길 힘을 빌어서 이렇게 말이나 통하게 된 거야.”


곧 생길 힘이라고?

동자는 또 아리송한 말을 남기곤 나타날 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신출귀몰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귀신이 맞다.

세상에 진짜 귀신이 있다니.

하긴 별별 해괴한 일이 다 벌어지는 판국에 귀신쯤 있다고 놀랄 일도 아니다.

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래봐야 던전 속 하늘이라 우리세상의 하늘도 아니었지만 은덕에 감사인사는 해야 했다.


“무당할매! 고마워요. 나중에 내가 죽어서 만나면 울 할매처럼 챙겨드릴게요.”

“그나저나 생각지도 못한 조력자와 기이한 동거네. 애라지만 수백 년을 보낸 동자신이니 말조심 해야겠어.”


일단 청의동자에 대한 생각은 접고 미뤄두었던 일을 하기로 했다.

동자야 때가 되면 다시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히포피그를 해체하기위해 함정으로 다가갔다.

던전 안에도 공기가 있으니 부패가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서둘러 피를 뽑고 부위별로 조각을 내 훈제라도 해야 했다.

섬마을 잔치 때,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도살하는 장면을 봤기에 어느 정도 따라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꾸..... 아...”

“엑! 이 녀석 질기네.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었어. 이정도면 거의 몬스터급 생명력인데. 동물이 아니고 몬스터 아냐?”


맞다. 몬스터였다.

얼마 안 되어 서클의 첫 번째 칸이 다 채워졌다.

히포피그가 출혈로 사망판정을 받은 것이다.

유순한 몬스터라니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겁하고 놀랄 일은 잠시 후 벌어졌다.

내 일생 통틀어 가장 짜릿한 순간이기도 했다.



띠링!

축하합니다.

예비헌터에서 정식으로 헌터가 되셨습니다.

마나를 각성합니다.


작가의말

토시오는 저도 무서워 헸죠.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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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작별 (2) +8 22.04.19 3,273 10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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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일도양단 (1) +3 22.04.15 3,460 94 13쪽
27 던전 브레이크 (4) +6 22.04.13 3,552 91 13쪽
26 던전 브레이크 (3) +4 22.04.12 3,517 81 12쪽
25 던전 브레이크 (2) +5 22.04.11 3,655 8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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