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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에 울려퍼지는 소나타

제국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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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소나타
작품등록일 :
2013.07.08 23:56
최근연재일 :
2014.01.05 14:42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2,969
추천수 :
27
글자수 :
33,244

작성
13.07.28 22:08
조회
2,528
추천
5
글자
9쪽

Chapter 1 - 그가 가르친 것 #2

제국의 수호자(The Lights of Empire)




DUMMY

코르디움 자유왕국에서 제일 남서쪽에 위치한 변두리 도시 로자카. 이곳은 거대한 숲인 코일드 바그 숲을 경계로 위치하고 있어서 목재와 향료, 약초와 같은 재료들은 풍부하였지만 사실상 거의 변두리 도시여서 왕래하는 마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로자카는 특별한 날 빼고는 언제나 고요하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 도시였다. 사람들은 드넓은 밭에서 농작물을 가꾸며 한가롭게 일하거나 농작물들을 주변에 있는 도시들에 팔며 살아가곤 하였다.


이곳 로자카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활 신조 중 하나는 바로 '여유'였다. 항상 삶에 있어서 느긋함을 잃지 않고 생활하는 것, 그것이 그들에게 있어서 마치 가장 중요한 것 처럼 보일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때때로 그런 그들의 느긋함을 빼앗아가는 날이 가끔씩 찾아오기도 했다.


"저분이 바로 제국에서 직접 오신 대상인 님이시래!"


"정말? 나도 한번 구경좀 해보자!"


1년에 많아야 두번 정도 올까말까 하는 그들... 그것은 바로 제국에서 온 상인들이었다. 보통, 왕국을 거쳐 그곳에서 대신 물건을 팔러 오는 이들은 한달에 두세번정도 오지만 제국에서 직접 그들이 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 그들이 온다 하면 도시 전체가 왈칵 뒤집혀질 정도였다.


이미 소문이 전부 퍼졌는지 로자카 마을의 광장을 중심으로 성의 정문 앞까지 마을사람들로 이루어진 커다란 인파들이 큰 길을 따라 쭈욱 일자로 몰려있었다.


"호오... 이곳이 바로 로자카라는 도시인가?"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움이 묻어나오는 듯한 목소리가 그의 얼굴을 가린 천에서 새어나왔다. 덕분에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여성 주민들이나 여자 아이들은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멍하게 헤롱거리며 그에게서 눈을 떼지를 못했다.


"당신이 바로 이곳 로자카의 영주입니까?"


"그... 그렇다네, 제국에서 오신 대상이여..."


영주라 불린 인물은 바로 이곳 로자카를 다스리는 처치키스 자작이었다. 자작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그 지위는 왕국의 성 안에 사는 남작들만도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리한 인물이었다. 이곳 로자카 지역을 이용하여 교활하게 배를 불리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그에게 제대로 된 불만조차 나타내지 못했다. 그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경의 표시가 보인다면 곧바로 마을에서 쫓아버리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 달에도 한 남자가 세금을 줄여달라고 말했다가 시원하게 커다란 대몽둥이로 두들겨 맞고 쫓겨난 바가 있었다.


하지만 로자카 안에서 천하의 처츠키스 자작조차도 두려워 하는 것은 바로 이 제국의 대상인들이었다. 돈독이 차오를때까지 올라 있었던 그에게 있어서 이들은 다이아몬드보다도 훨씬 더 귀중한 손님들이었다. 재수 없어서 이들에게 밑보인다면 로자카로 들어오는 거래가 줄어들어 최악의 경우 영영 제국을 포함한 모든 동맹국들과 거래를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지금 처치키스 자작의 인상 좋게 생긴 단풍잎 모양같은 갈색 수염과 이마에 땀이 송글솔글 맺혀있었다. 그저 조심스럽게 저 대상인의 눈치를 살피며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에 사갈 농작물들과 목재의 양 말인데......"


"오! 이번에는 혹시 저번보다 더 많이 거래하는건가? 나야말로 환영일세. 그래, 그대신에 어떤 진귀한 물건들을 가져왔는가?"


"아뇨... 그러니까 이번에는 별로 사갈 필요가 없어서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제국 수문 공사가 끝났거든요."


김칫국을 들어마시듯이 엄청나게 싱글벙글 표정을 지었던 처치키스 자작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써 그런 기색을 숨긴 채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할 뿐이었다.


"하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오늘도 저번만큼의 물량만큼 사갈테니 최고급 품질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알겠네. 그럼 준비해두겠네. 이봐라, 아무도 없느냐. 빨리 작년 거래수량만큼 준비해라!"


갑자기 급 환한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서서 식은 땀을 닦는 처치키스 자작을 보고는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 멍청한 녀석... 그래도 명색이 자작이라는 지체높은 귀족께서 그런 농담 따위에 휘둘릴 줄은 몰랐는데...?'




***************************************




"자... 이게 작년만큼 거래했던 물품의 양일세. 블루베리 2톤에 참나무 1톤, 올리브 기름 20통에......"


갑자기 그가 고개를 젓더니 실망인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


"......?"


대상인의 말에 다시 처치키스 자작이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서... 설마 거래물품의 품질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는건가......!'


"무... 무슨일인가, 자네?"


다른 건 몰라도 한 해에 처치키스 자작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성사시켜야 할 일이 있다면 바로 지금의 대상인과의 거래! 그 거래가 실패로 끝난다면 도시의 재정이 부족하여 그가 엄청난 굶주림에 허덕일 수도 있었다...


라는 건 거짓말이고 도시 전체 사람들이 굶주린 채로 투정부리는 것을 들어주기 귀찮아서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처치키스 그는 적어도 마을사람들의 피같은 세금을 빨아가며 배터지게 잘 먹고 잘 살겠지만......


'감히 최고의(?) 상술가인 나 처치키스 자작님과의 거래를 거절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어버린 처치키스 자작에게 태연하게 대상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좋은 품질의 물건을 어떻게 대량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지 궁금하군요. 정말 대단한 것 같네요."


갑자기 다시 처치키스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것보다 더 구매할 수 있게 만드는 절호의 찬스일터, 적어도 처치키스 자작 그의 실력으로 품질에 대해 엄청나게 감탄하는 고객의 구매욕을 증진시키는 일쯤이야 누워서 식은죽 먹기였다.


"허허허...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한번 직접 농장을 구경해보지 않겠나?"


"아, 네! 저야 말로 감사하죠. 친히 자작님께서 직접 농장을 구경시켜 주신다니..."


'역시나 걸려들었군!'


대상인이 미끼를 물자 처치키스 자작에 걸린 입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자, 그럼 같이 구경가세."


"네, 처치키스 자작님."


'단순한 녀석.'


하지만 정작 온갖 거래를 추가시킬 생각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그 대상인이 뒤에서 지은 교활한 웃음을 전혀 보지 못했다.




**********************************************




"와, 마을이다!"


고요하고 한적하기 짝이 없었던 마을에 왠 이상한 소년 하나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그 소년에게로 몰려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싱긍벙글한 웃음을 지으며 마을 거리 한복판을 걸어가는 소년, 그는 바로 케인이었다.


수십일 동안을 무려 숲속에서... 정확히 말하자면 코볼드들과 고블린들이 들끓는 공포의 숲 속에서 혼자서 숨죽이며 이동했던 그에게 마을이란 존재는 그저 천국이 따로 없었던 것이다!


"히히, 우선 뭐를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케인.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기꾼을 잡아라!"


"감히 자작님을 상대로 물건을 훔치다니, 간이 배밖으로 나온 놈이군!"


터걱터걱


거센 말발굽 소리와 함께 한 떼의 말을 탄 병사들이 그 소년의 옆을 휙 지나갔다. 갑자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소년.


'가능하면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게 좋겠어.'


괜히 저 병사들과 관련된 몹쓸 일에 걸려서 휘말리게 되면 엄청나게 귀찮을 것만 같았다. 케인은 서둘러서 다시 배낭을 메고는 급히 다음 도시로 향하는 북문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뭐지... 이 위화감은?'


뭔가 케인 자신의 머리 뒤에서 느껴지는 살짝 찌릿한 감각. 왠지 마치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쳐다보고 있는 느낌을 받은 게일이 고개를 휙 돌렸다.


여느때처럼 고요한 마을 길가, 평화로워보이는 정겨운 낡은 벽돌 건물들. 그리고 길가의 양옆에 있는 나무의자들과 중간에 서있는 허수아비......


'잠깐... 허수아비라고...?'


아까 전만 해도 저 자리에 허수아비는 커녕 작은 짚 더미 하나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왠 허수아비가 반듯하게 서서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마치 자신은 태연하게 단순한 허수아비라고 말하는듯이 당당하세 서있는 허수아비.


"어, 그냥 허수아비구나..."


다시 고개를 돌리는 케인. 그러자 갑자기 이때를 기다렸다는듯이 놀랍게도 움직이기 시작하는 허수아비. 그때......


"...라고 할줄 알았냐!"


휘익


순식간에 검을 쥐고 달려드는 케인. 그리고 케인의 검날이 허수아비의 목으로 보이는 부분에 가까이 향했다. 그러나 허수아비는 꿈쩍도 하지 않은채 그저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그 소년의 날카로운 검이 뜨거운 태양빛을 받아 반짝 빛나고 있었다.


작가의말

아, 오랜만에 글을 쓰니 제대로 묘사가 안되는 것 같군요. 그래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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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hapter 2 - 지켜야 하는 것 #2 14.01.05 390 1 16쪽
7 Chapter 2 - 지켜야 하는 것 #1 13.08.13 1,006 2 9쪽
6 Chapter 1 - 그가 가르친 것 #5 13.07.31 366 2 10쪽
5 Chapter 1 - 그가 가르친 것 #4 13.07.31 685 2 9쪽
4 Chapter 1 - 그가 가르친 것 #3 13.07.29 2,452 3 10쪽
» Chapter 1 - 그가 가르친 것 #2 13.07.28 2,529 5 9쪽
2 Chapter 1 - 그가 가르친 것 #1 13.07.18 3,188 6 9쪽
1 prolog - 대참사 13.07.11 2,003 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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