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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애 없는 용사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venator
작품등록일 :
2022.07.06 19:24
최근연재일 :
2023.08.09 23: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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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4,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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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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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19화-단 한 사람을 위한(4)

DUMMY

'안좋아.'



전황이 불리하다.



유카가 구해주며 느꼈던 전투원이 없다는 감상은 사실이었다.



그나마 싸울 줄 아는 이들은 좁아지는 포위망을 막아서기 급급했고 그마저도 하나 둘 줄고 있었다.



아직 유카가 오지 않았다. 게다가 블라시오는 섣불리 나설 수가 없었다. 그나마 이 좁은 포위망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니까.



-촤악!!



흰색 손날이 덤벼드는 이의 몸을 가른다. 벌써 몇놈째인지, 세다가 포기했다.



조금 전 이성을 잃고 날뛰던 라피엘도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지 잠잠했다. 그녀의 수족들만 덤벼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신 나간 계획이긴 했지.'



이제야 계획의 하자를 인지한 블라시오가 자조를 뱉고 말았다. 시에라를 제외하고 순전히 두 명의 무력에 기댄 작전이었으니까.



게다가 지금 어깨를 맞대고 있는 이들이 전한 유카의 행방은, 지금 페르칼투스와 일대일로 질펀하게 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기긴 할까, 그리고 이기더라도 과연 그 친구의 지원을 기대할 수는 있을까.



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원래라면 페르칼투스가 나서기도 전에 잽싸게 일을 벌이고 달아날 생각이었는데.



유카가 늦은 게 아니다. 그 흑룡이 지나치게 빨랐던 게 문제였다. 벼르고 있었던 건가.



'내빼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그가 빠져나갈 구멍을 생각하고 있을 즈음.



"블라시오!!"



퍼뜩 누군가가 백룡의 이름을 불렀다. 섣부르게 움직이면 안되는 상황이었지만, 블라시오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비취색 용이 있었다. 시커먼 뭔가를 안고 있는.



그리고 그걸 확인하자마자 블라시오는 입꼬리를 올렸다.



'왔구나.'



이 미친 작전을 기어이 가능하게 만든 한 인물의 등장에 백룡은 가슴을 가득 채우는 기꺼움을 느낀다.



*



"어떡할까요, 블라시오."



우리 쪽 누군가가 물었다. 그도 그럴게 방금 합류했음에도 포위망이 느슨해질 기미를 안 보였으니까.



페르칼투스님이 진 거야? 같은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라피엘이 뒤에서 시퍼렇게 우리를 보고 있어서 티를 내진 않는 듯 했다.



물론, 우리의 도마뱀 녀석은 지금 이 상황에도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야~ 아주 그냥 걸레짝이 돼 갖구 왔네?"



내 등을 팡팡 두들드리는 녀석이 꺄하하하 웃는다. 힘조절은 좀 해주지, 진짜 쓰러지면 어쩌려고.



"야 유카야, 너 그거 계속 쥐고 있을 거야?"



웃음기 섞인 그의 말에 시선을 내리자, 부러진 검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나도 참 나다.



"···어떡할 거야 블라시오···. 이대로면 먹힌다고···."



대책 없이 나를 놀리는 녀석에게 쥐어짜듯 물었다. 지금 말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다.



"···계속 여기 남아 있을··· 생각은 아니잖아."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아니 어쩌면 지금 내 심정일 수도 있고.



일행들이 동요한다. 그러나 아까와 완전히 다른 기색을 드러내는 블라시오가 단호히 입을 열었다.



"물러날 거야."



"예?"



"뭣···!?"



자신들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반사적으로 되묻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이은 백룡의 설명은 차분했다.



"구할 사람 다 구했고, 모일 사람 다 모였지. 여기서 더 볼일 있는 사람?"



있으면 두고 간다는 식이네, 하여튼 진짜.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대치 상황만 어떻게 하면 되니까.



"날 수 있는 녀석들이 배려 좀 해줘. 마차 노릇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종족 특유의 자존심을 구슬리는 블라시오가 입꼬리를 올린다. 하지만 그의 말에 자극 받은 이들이 눈에 불을 켠다.



"그렇게 둘 것 같나?"



"지금 반 시체인 용사를 우리가 무서워할 것 같다면 오산이야."



"죽여버려."



으름장을 놓는 이들이 도약한다. 대치 상황을 이어가던 블라시오가 딱 내 옆에 붙는다.



"하던 대로 해."



짧게 귀를 스치는 말,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보고 있는 곳은 똑같을 테니.



막지 않는다면 목으로 들어올 검, 선수쳐 상대의 팔목을 쥐었다. 날 잃은 검을 목으로 뻗었다.



-푸욱!



손끝에서 느껴지는 무게, 그제야 오른손을 뗐다.



붙잡은 팔에서 검을 강탈하고 그대로 바깥으로 휘둘렀다.



-파악!!



흩뿌려지는 혈흔이 시야를 가린다. 부리나케 검을 제자리로 돌렸지만.



-푹!



넘어가는 시선에서 시퍼런 날붙이가 튀어나온다. 치명상은 아니더라도 피하긴 어렵다고 생각한 찰나.



-까앙!!



호쾌하게 검을 깨뜨리는 블라시오가 공격한 이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 꽂았다. 꽃이 피는 것처럼 피가 사방으로 솟구친다.



-콰작!!



"뭐야? 아직도 남아있으려고? 지금 안 가면 진짜 죽어도 몰라?"



여유로운 목소리로 그가 말하지만 납득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되려 어리둥절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내가 난입하면서부터 확실히 적들의 기세가 예리해지긴 했다. 이쪽의 아군들이 없어야 움직이기 편해지는데.



하지만 블라시오는 두말하는 녀석이 아니다. 날개를 펼치는 녀석이 어리둥절 남은 이들을 절벽 바깥으로 밀어버린다.



물론, 르웰린 빼고.



"시에라."



블라시오가 여인의 이름을 담자, 역할이 나뉜 걸 알아차린 그녀가 빠르게 소녀를 향해 다가갔다.



"언니, 이건···!"



"가야 해, 여긴 쟤네들한테 맡기고."



당황한 르웰린이 눈을 화등잔만하게 뜨며 묻지만, 시에라는 그런 소녀를 단호히 다그치며 안아들었다.



-파악!



절벽을 향해 날개를 펼치는 시에라, 당연히 그런 용을 제지하기 위해 마법과 대궁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귀 막아라 유카. 귀거머리되기 싫으면."



블라시오가 경고와 함께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일제히 쏘아지는 것들을 금안에 담으며 그가 입을 열었다.



-――!!!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쏘아진 것들을 되려 물렸다.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틈을 놓치지 않는 시에라는 절벽에서 벗어났고 브레스를 쏘아낸 블라시오는 설교를 시작했다.



"자, 유카 상대는 용족이야. 제대로 붙는다면 승산을 점치기 어렵겠지?"



당연한 소리를, 그런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봤다. 기운 빠지는 중에 녀석의 헛소리까지 들어줄 기운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녀석은 내 표정을 보더니 씨익 웃었다. 그도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린 것처럼 말이다.



"그래, '제대로' 붙으면 승산이 없지, 그런데 너나 나나 '제대로' 된 놈은 아니잖아."



"···너 언젠가 내가 비늘까지 벗겨먹을 거야."



제정신 아닌 놈에게 비슷한 취급을 받아서 기분이 나빠져 버렸다. 게다가 이 지경까지 부려먹을 생각을 한 녀석에게 열이 나기도 했고.



그러나 백룡은 뭐가 좋은지 깔깔거렸다. 진짜 수지타산 안 맞는 의뢰구만.



"한 명을 위해서 검 드는 용사가 뭐가 용사냐고."



"낭만 있네~ 내 딸은 그럼 공주님인가?"



"엿 먹어, 이 새끼야."



농담이 나오나. 나 죽어서 관짝 들어가도 처 웃을 새끼네 이거.



그런데 질 나쁜 농담임에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분이 나쁜 건 맞는데 싫지는 않았다.



"저 두 명 죽이고 와, 명령이야."



그러나 그런 농담 따먹기도 오래가진 않았다. 일전에 봤던 자색의 용이 읊조리듯 명령하는 걸 들었다.



지시를 들은 이들이 일제히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고 당연하지만 우리도 그들을 향해 쇄도했다.



-촤아악!



내 검과 블라시오의 주먹이 거의 동시에 상대의 급소를 친다. 양쪽으로 갈라져 눈앞의 적에 집중했다.



오른쪽 어깨로 올라온 검을 그대로 내리쳤다. 당연히 용의 비늘 정도는 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깡!!



지금 쥐고 있는 검이 내 애검이 아니라는 사실을 잠깐 잊었다. 허공에 떠오른 날이 팽이처럼 돌았다.



몸을 더욱 돌려 발을 들었다. 맴도는 칼날의 뒤쪽을 발 뒤꿈치로 상대의 목을 향해 밀었다.



-퍽···.



깊게 박히진 않았다. 그러나 검손잡이로 못질하듯 박은 칼날을 후려쳤다.



-카아앙!!



청량한 소리와 함께 더욱 깊게 들어간 칼날이 한 몸이 된다.



부러진 검을 역수로 쥐고 가슴으로 찔러들어오는 창의 궤도를 틀었다.



-퍼억!



엉뚱한 이가 꿰뚫린다. 부러진 검을 단검처럼 창을 든 이의 목에 꽂았다.



주인 잃은 창을 왼손으로 받치고 오른손으로 창대를 밀어 박힌 창날을 빼냈다.



-휘릭!



자유로워진 창을 허공에 돌려 중심을 잡아냈다. 시선을 맞춰 달려드는 이를 향해 잡아낸 중심을 흐트렸다.



-카앙!



비늘에 맞물리는 창날이 빈틈을 만든다. 밀었던 창대를 다시 당겨 빈틈에 창날을 끼워 맞추자 피가 솟구친다.



엇갈리는 왼팔이 창을 등에 태운다. 오른쪽으로 넘어오는 창날의 목을 잡고 그대로 내리쳤다.



-촥!



넘어가는 시신의 뒷편, 아까보단 느렸지만 기습을 준비하는 이가 시야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가 제풀에 꺾인 것처럼 넘어진다.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어떤 몸뚱아리가 중심을 잃고 넘어가며 부딪친 것이다.



시야 바깥에서 곧바로 들이닥치는 블라시오가 넘어진 둘의 몸을 그대로 짓밟는다. 짧게 입을 열어 뱉어낸 불덩이를 손톱에 걸린 바람으로 강하게 밀어낸다.



-푸화아아악!!!



마법 하나 담기지 않은 화염창이 그가 바라보고 있던 방향을 정리한다.



-파파팟!



쇄도하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 창대를 땅에 박아 고정시켰다.



-캉!



지지대로 만든 창에 날붙이가 부닥치는 소리가 났다. 한 박자 늦게 치고 들어오는 또 다른 인물을 향해 한 발 빠르게 발을 뻗었다.



-퍽!!



짧지만 강한 소리와 함께 적이 멀어진다. 양발이 지면에 닿자마자 박차듯이 땅에 꽂은 창을 뽑아 들었다.



추격하는 것처럼 멀어진 이의 목에 창날을 억지로 집어넣자 피가 솟구친다.



-촥!!



간결하게 치고 빠진 창날,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까아앙!



양손으로 붙잡은 창대가 단호하게 연격을 밀어낸다. 왼손을 오른손과 균형을 맞추자 녀석의 턱이 들린다. 



더 높아진 왼손이 창의 균형을 틀었다. 땅에 가까운 날에 속도가 붙는다.



-촤악!!



중심을 잃고 넘어진 이를 그대로 베어냈다. 튀기는 피가 손끝에 닿는다. 



휘두른 창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도 전에.



"공중이다! 공중에서 쳐라!!"



다급한 지시가 귓가를 스친다. 땅을 도약하는 소리가 들린다.



창을 쥐는 방식을 바꿨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를 향해 쥔 창을 놓자 허공에서 브레스를 준비하던 용이 곤두박질친다.



-철푸덕!



현실감이 떨어지는 소리, 나머지 이들을 시야에 담기 위해 시선을 뒤로 돌리자.



-쩌억!!



어느새 똑같이 날아오른 블라시오가 습격자의 안면에 무릎을 꽂아 넣고 있었다.



비늘이 가득한 우악스러운 손길엔 어울리지 않게 검이 들려있다.



-푹!



가까워지는 녀석에게 투박하게 검을 찔러 넣는 용, 그가 그걸 손잡이 삼아 나를 향해 던졌다. 쓰라는 거다.



시신에 박힌 검에 손을 대자 땅에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마지막 습격자의 머리를 요란스레 땅에 꽂아버린 블라시오가 내 옆에 선다.



-타탓!



한 마디도 없이 의견이 일치된다. 아직도 적지 않게 남은 이들을 향해 우리는 땅을 박찼다.



맹목적이었던 기세가 움츠러들긴 했지만, 투지까지 완전히 앗아간 것은 아니어서다. 여기서 무사히 나가려면 우리를 추격할 의지를 아예 없애버려야 했다.



-우우웅!!



마나를 운용하는 소리, 아직 완전하게 모이진 않았다.



엇박으로 땅을 두어 번 두드리는 다리가 몸을 지탱한다. 주변의 마나를 확실하게 휘어 잡고 소리 난 방향으로 휘둘렀다.



-파아악!!!



마법진의 형체가 일그러진다. 마법사들이 흩어지는 마나에 당황한다.



그리고 그런 틈을 블라시오는 놓치지 않았다. 날개를 펼친 그가 하늘로 솟는다.



-――!!!



씰룩이는 입꼬리에서 터져 나오는 숨결이 마법사들을 휩쓴다.



-파지직!!!



그러나 대안을 찾은 이들이 화살에 번개를 입힌다. 날아오른 블라시오를 향해 인첸트된 화살들이 솟구치듯 날아간다.



-카아앙!!



땅에 검을 박았다. 바위를 가르는 검의 날은 신경쓰지 않고 허공으로 흩뿌렸다. 쪼개진 자갈과 돌들이 화살의 경로를 흩뜨린다.



왼편 어깨로 넘어온 검을, 궁수들과 마법사들을 향해 휘둘렀다.



-촤아앙!!!



바위를 깎는 검기가 굉음을 낸다. 쿠구구,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바위들은 왜인지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쿵! 콰가가각!!!



착각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사각에서 마나를 운용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움직임이다.



"내려오지 마라, 또라이."



땅에 검을 박고 다시 주변의 마나를 끌어들였다. 접혀지듯 파도 치는 지면을 응시하며 들어올린 양손을 땅을 향해 후렸다.



-쿠우우웅!!!



얼기설기 기워진 마나가 오래지 않아 흩어진다. 허공을 부유하던 바위가 지면에 떨어지며 흙먼지가 뿌옇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쫄지마! 다 달려들면 죽일 수 있다고!!"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투지를 다독이는 소리가 들렸다. 차라리 잘못 들었으면 했지만.



어느새 손톱을 드러내고 덤벼드는 이를 향해 팔을 뻗고 있었다.



'···진짜 징글징글하네.'



상처는 벌어지고 틈 날 때마다 내쉬는 숨은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껄떡거리는데.



달아날 만한 타이밍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녀석이 있어서인가.



생각난 김에 시선을 옮겼다. 낌새라도 살필 생각이었지만.



'···없다.'



방금까지 그 자리에 있던 자색의 용은 보이지 않았다.



-퍽!



가슴을 가른 검을 다시 세웠다. 예리해진 감각이 이끄는 대로 검을 휘둘렀지만.



-깡!!



애검이 아닌 검은 오래 가지 못했다. 뒷걸음질 치려는 찰나.



-콰악!!



몰아 내쉬던 숨이 끊어진 것처럼 멎었다. 나오려던 기침이 말 그대로 뭔가에 걸려 나오지 못한다.



땅을 딛던 다리가 제멋대로 굽혀졌다. 새로운 통증에 눈 뜬 시야가 목을 붙잡은 이를 올려다 본다.



"있죠, 용사님. 난 당신이 그리 싫지 않았다?"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자색의 용이 첫 만남 때와는 다른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주무르듯이 붙잡은 목을 쥐락펴락했다.



"강하니까, 지금 그 지경이 됐는데도 물러설 기미를 안보이니까."



그녀가 덧붙였다.



"지금도 그렇잖아?"



-콱!



부러진 직검을 쥔 손목에 꼬리가 감긴다. 부러뜨릴 기세로 조여지는 꼬리에 손을 놓고 말았다.



-땡그랑!!



떨어지는 날붙이, 저항 수단이 모두 사라졌다. 목 잡혀서 살려달라고도 못 비는데 이거.



"근데 그런 당신이랑 저 도마뱀이랑 싸우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서는 이유가 뭐야, 대체?"



목을 쥐던 손아귀에 조금의 힘이 들어가자 그나마 내쉬던 숨도 내쉬어지지 않았다. 답을 듣겠다는 의지보단 이해하지 못하느 것에 대한 화풀이가 더 강해 보였다.



날 내려다보는 시선은 점점 험악해지고 있었고, 그런 용에게 나는 물리적으로도 어떤 말도 입에 담지 못했다.



날카로워지는 시선만큼이나 까매지는 시야 속에서 정신을 잃겠다 싶을 때.



-콰아아아아!!



굉음과 돌풍이 몰아친다. 붙잡힌 목에서 갑작스러운 해방감이 들었다.



짧은 순간 떨어지는 부유감이 들 때 누군가가 내 뒷덜미를 낚아챘다.



"걔한테 물어보면 뭐가 나올 거 같냐?"



조롱하는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말 안해도 알겠어서 까매진 시야를 안대 삼아 눈을 감았다.



"그래서 말했잖아, 넌 평생 이해 못할 거라고."



그 말과 함께 귓가를 스치는 모든 소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게 도망에 성공해서 인지, 아니면 그냥 내 정신이 점점 희미해져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클릭해주신 여러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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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1화-단 한 사람을 위한(完) 23.08.09 7 1 14쪽
121 120화-단 한 사람을 위한(5) 23.08.08 9 1 13쪽
» 119화-단 한 사람을 위한(4) 23.08.08 10 1 16쪽
119 118화-단 한 사람을 위한(3) 23.08.07 10 1 13쪽
118 117화-단 한 사람을 위한(2) 23.08.07 13 1 13쪽
117 116화-단 한 사람을 위한(1) 23.08.07 9 1 17쪽
116 115화-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처 맞기 전까진 23.08.06 13 1 13쪽
115 114화-만회할 기회 +2 23.08.06 10 1 11쪽
114 113화-그가 쏘아 올린 작은 공 23.08.05 10 1 13쪽
113 112화-함정 23.08.05 12 1 13쪽
112 111화-희생은 올인이 아니야. 23.08.04 13 1 15쪽
111 110화-달갑지 만은 않은(2) 23.08.04 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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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4화-성질 더러운 아군 23.08.02 1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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