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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F급 헌터의 블랙스미스 능력은 EX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0
최근연재일 :
2023.06.18 11:45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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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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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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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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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무기 점검과 분석하는 방법

DUMMY

"오호~."


도진의 눈이 반짝인다.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건 롱소드의 도신(刀身).

은은한 연두빛으로 발광하는 게 신기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무기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특정 조건에서 도신의 색이 변한다는 점이다.


"이걸 바른 채로 열을 가하면 됩니까?"


도진은 손에 든 병을 바라본다.

투명한 유리병 안에는 푸른색 가루가 들어있다.


"아니."


바로 기훈의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손에 들린 메이스에 고정된 채다.


"어떤 초금속이냐에 따라 반응하는 물질도 다르지."


그 뒤에 열을 가하면 색이 변하는 건 똑같지만.

기훈은 그렇게 말을 덧붙인다.


"그보다 이거 색이 이상한데요."


칼날 곳곳의 색이 짙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가 빠졌다.


"다른 부위에 비해 내구도가 떨어지면 둔탁한 색을 띠지."


"아하."


"칼 가는 법은 알지?"


"네."


도진은 선반에 있던 숫돌을 꺼낸다.

그리고는 능숙하게 칼날을 세우기 시작한다.

예전에 배틀 나이프의 날을 매일 갈아댔는데.

지금은 롱소드의 날을 세운다는 사실에 감격한다.

···뭐, 남의 것이긴 하지만.

열심히 날을 세우자, 둔탁했던 색이 점점 옅어진다.


"이 정도면 될까요?"


검사도 받을 겸, 기훈에게 롱소드를 보여준다.


"음, 아주 좋아."


만족스러운지 기훈은 고개를 끄덕인다.

해냈다!

제자가 된 이후 처음으로 선생님께 인정받았다.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다른 곳도 열심히 갈아댄다.


"너무 갈지 마라."


결국 기훈에게 한마디 듣고 만다.


"그나저나 이것들은 안 되겠군."


기훈은 점검하던 메이스를 작업대로 옮긴다.

그것까지 포함해 작업대 위에 놓인 무기는 전부 9개.


"수리가 필요합니까?"


"그래."


기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보다 점검을 빨리 마칠 수 있었군. 네 덕이다."


"아, 아뇨! 제가 한 일이라곤 날 세운 것뿐인걸요."


"그게 얼마나 시간 잡아먹는 일인데."


도진의 작업 속도가 빨라서 이틀 만에 끝내서 그렇지.

혼자서 했다면 최소 5~6일은 걸렸을 거라고 기훈은 말한다.

계속되는 칭찬에 도진은 어쩔 줄 몰라 한다.

고작 칼갈이,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래도 칭찬받아서 기쁘다.


"하지만 수리는 훨씬 오래 걸리지."


작업대 위에 놓인 무기들을 보면서 기훈이 한숨 쉰다.


"어느 정도 걸립니까?"


"정밀 검사와 내구도 수리만 한다고 해도 꼬박 하루가 걸리지."


즉, 최소 9일이 걸린다는 뜻이다.

그건 곤란하다.

이제 레이드까지 5일 남았는데.


"일단 정승규 그 친구에게 말해둬야겠군."


기훈이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집는다.

그리고 전화를 건다.


"어, 지금 통화 괜찮나?"


연결됐는지, 기훈이 말하기 시작한다.


"보내준 무기 중에 9개는 심각하던데."


한동안 통화가 이어진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걸 봐선 승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런가? 알겠네."


10분 정도 지나서야 겨우 통화가 종료된다.

그리고는 다시 작업대로 돌아온다.


"이거하고 이거, 아, 저것도 해야겠군."


바스타드 소드와 스틸레토, 그리고 메이스.

이 무기들을 따로 분류한다.


"수리하시려고요?"


"음, 가능하면 근접 무기는 수리해달라고 승규 녀석이 부탁하더군."


당연한 선택이다.

레이드 중, 무기의 내구도가 중요시되는 건 역시 딜러다.

열심히 공격하는 도중에 무기가 부서지기라도 하면 끝장이니까.


"일단 이것부터 정밀 분석하고 시간이 남으면 다른 것도 해야겠어. 따라와."


그렇게 말한 기훈은 바스타드 소드를 챙겨 들고 공방 안쪽으로 향한다.

도진도 그 뒤를 쫓는다.

안쪽 방 중앙에는 커다란 기계가 놓여 있다.

어디에 쓰는 거지?

한참 살펴도 용도를 알기가 어렵다.


"여기 좀 열어라."


기훈이 턱 끝으로 기계 한쪽을 가리킨다.

자세히 보니, 거기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다.

그걸 위로 잡아당기자, 기계의 위쪽이 열린다.


"읏차."


기훈은 그 안에 바스타드 소드를 집어넣고는 다시 닫는다.

그리고 기계와 연결된 걸로 보이는 컴퓨터로 향한다.


"여길 봐라."


기훈의 시선이 모니터를 향한다.

거기에는 기계 안에 들어간 바스타드 소드의 형체가 나타났다.

그리고 주변에는 여러 가지 글자와 숫자들이 떠 있다.


"이 기계가 무기의 전체적인 상태를 읽어낼 수 있다."


"그럼 이걸로 정밀 점검하는 거군요."


"그래."


그렇게 말한 기훈은 검지로 모니터를 가리킨다.

정확하게는 거기에 뜬 바스타드 소드의 도신이지만.


"도신의 주변에 숫자들이 보이지?"


"네."


"여기 있는 12/100이란 건 최대 내구도 100%에서 12%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아하."


설명을 들으니 바로 이해된다.

현재 바스타드 소드의 도신은 전체적으로 내구도가 낮다.

가장 높은 게 21%.

어떤 부위는 10% 미만인 것도 있다.

확실히 이건 심각하다.


"아무래도 도신을 새로 만들어야겠어."


기훈은 마우스를 쥐고는 조작하기 시작한다.

모니터 왼쪽에는 여러 가지 버튼이 있다.

그중 FORM이란 버튼을 클릭한다.

그러자 기계의 뒤쪽에서 큰 구동음이 들린다.


"이건 무기와 똑같은 틀을 제작하는 기능이지."


"틀이요?"


"간단히 말해서 저 안에 있는 바스타드 소드와 같은 걸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호기심이 생긴 도진은 기계음이 들리는 곳으로 향한다.

거기에는 큰 3D 프린터가 놓였는데, 안에서 틀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우와."


처음 보는 광경에 감탄한다.

뭐랄까.

블랙스미스, 대장장이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달궈진 쇠를 모루 위에 놓고, 망치로 두드리는 모습.

가끔 기훈도 그런 작업을 하곤 한다.

설마 이런 최신 기술까지 갖추고 있을 줄이야.


"아직 안 끝났다."


빨리 오라는 속내를 깨닫고 얼른 컴퓨터로 향한다.


"여기 보면 알파벳으로 뭐라 적혀 있지?"


모니터 속 바스터드 소드 주변에는 내구도 숫자만 있는 게 아니다.

Fe-GM(Fe032)처럼 코드 같은 것도 있다.


"혹시 무기에 쓰인 초금속을 뜻하는 게 아닌가요?"


"호오, 알아보겠군. 그럼 이 문자의 뜻도 아나?"


"철을 베이스로 한 32번째 초금속, 골렘의 파편이 들어간 거죠."


도진의 대답에 기훈이 무척 만족해한다.

전부 아는 건 아니지만, 초금속 코드를 읽는 방법은 안다.

베이스로 쓴 금속과 거기에 들어가는 몬스터 소재.

괄호 안에는 베이스 금속을 사용해서 개발한 것 중에 몇 번째인지 알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틀 제작은 물론, 거기에 들어가는 초금속 종류도 알 수 있지."


"굉장히 편리하네요."


"기계는 다룰 줄 아나?"


"스마트폰이나 개인 컴퓨터를 다루는 정도입니다만."


"그 정도면 충분해."


기훈은 근처 선반에 있던 책 한 권을 꺼낸다.


"사용설명서다. 이걸로 사용법을 익히도록."


"알겠습니다."


"어느 정도 사용법을 익히면 다른 무기를 정밀 분석해서 정리하게."


기훈은 바스타드 소드와 3D 프린터로 뽑은 틀을 챙겨 나간다.

잠시 후,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걸 봐선 주조 작업장으로 간 듯하다.

혼자 남은 도진은 바로 설명서를 읽기 시작한다.

좀 두껍긴 해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참고로 기계의 정식 명칭은 무기 분석장치다.

3D 프린터는 따로 설치한 거 같다.


"한 번 해볼까?"


이론은 대충 익혔으니, 이제 실전이다.

빈 작업실에 가서 무기가 잔뜩 담긴 상자를 뒤적거린다.

여기에 있는 건 샘플들.

판매하려는 게 아니라, 의뢰인과 상담용으로 준비해둔 것이다.

특히 전용 무기를 원하는 사람과의 상담에서 쓰인다.


"이게 좋겠다."


초승달처럼 휘어진 검, 시미터를 집어 든다.

그걸 분석장치 안에 넣고는 설명서에 따라 컴퓨터를 조작한다.

잠시 후, 시미터의 분석 결과가 모니터에 뜬다.


"오오! 나왔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기세를 몰아서 지시받은 작업을 해야지.

시미터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는 작업대로 향한다.


"뭐부터 할까나?"


작업대 위에 놓인 무기를 쓱 훑어본다.


"역시 이거겠지?"


도진이 고른 건 메이스.

아까 기훈이 수리를 결정했던 것 중 하나다.


"좋았어. 해보자!"


크게 기지개를 켜고는 작업에 들어간다.

무기를 분석장치에 넣고 정밀 분석을 시작한다.

컴퓨터에 프린터가 연결되어 있기에 결과 내용은 쉽게 출력할 수 있다.


"이건 진짜 심각한데."


메이스의 분석 결과에 도진은 미간을 찌푸린다.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다.

대체 어떻게 쓰고 다닌 걸까?


"틀은 선생님께 여쭤봐야겠는걸."


아예 틀 제작도 할까 했지만, 일단은 포기한다.

쓰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멋대로 했다가는 혼날 거 같으니까.

그렇게 점검 의뢰로 들어온 무기를 차례대로 정밀 분석한다.


"이건 됐고 남은 건···."


랜스의 분석을 마친 뒤, 다시 작업대로 돌아온다.

어느새 수리가 필요하다고 기훈이 판단한 것 중에 남은 건 하나뿐.

세검, 정확하게는 레이피어다.


"그 자식 거네."


수현의 무기란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확 나빠진다.

하지만 이것도 엄연한 의뢰품.

게다가 기훈이 수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기까지 했다.

그냥 넘어갔다가는 공방의 이미지만 나빠질 게 뻔하다.


"하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레이피어를 집는다.

그걸 분석장치에 넣고는 정밀 분석을 시작한다.


"이쪽은 더하네."


분석 결과에 도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까까지만 해도 가장 심각한 건 메이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바뀔 정도로 레이피어의 상태는 심각하다 못해 끔찍하다.

도신은 부러지기 일보 직전.

손잡이나 장식품도 떨어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나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온다.

이 정도면 먼저 점검을 부탁할 만하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다.

그때, 누군가가 공방 문을 두드린다.

손님?

하지만 오늘은 방문 예정자가 없는데?


"네!"


서둘러 문으로 향한다.


"누구십니까?"


"접니다."


열린 문 너머에서 익숙한, 하지만 절대로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나 방문자는 수현이다.


"어쩐 일이십니까, 연락도 없이?"


갑작스러운 수현의 등장에 기분이 확 나빠진다.

올 거면 최소한 연락 정도는 하라고.


“그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도진의 기분을 눈치라도 챘는지, 수현은 순순히 사과한다.

태도가 고분고분한 게 참 불편하다.

어제처럼 냉소적으로 나오는 게 차라리 나을 정도다.


"제 무기의 점검이 끝났나 싶어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만."


"김수현 씨의 무기라면 그 레이피어 말입니까?"


그 말에 놀랐는지, 수현의 몸이 크게 들썩인다.


"어, 어떻게 그걸···."


"제 선생님께서 아시더군요. 그 레이피어가 김수현 씨 거라는 걸."


"강기훈 선생님께서요?"


수현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기훈이 자신의 무기를 알아볼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치 못한 듯하다.

솔직히 그 점은 도진도 궁금했다.

기훈은 어떻게 레이피어가 수현의 것임을 알았을까?

전에 본 적이 있나?

하지만 수현은 공방에 발을 들이지도 못하고 쫓겨났다고 했는데.


"김수현 씨의 레이피어라면 지금 막 점검이 끝난 참입니다."


"그렇습니까? 결과는 어떻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심각합니다."


심각하단 말에 수현의 표정이 굳어버린다.


"성한 곳이 거의 없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군요."


"그 말씀은 수리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같은 결론을 내리셨고요."


그러자 수현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진다.


"그···. 수리는 어느 정도 걸립니까?"


필사적인 모습에 도진은 혼란스럽다.

대체 왜 이러지?

그 레이피어가 수현에게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

그런 의문이 도진의 머릿속만 헤집어 놓을 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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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헌터의 블랙스미스 능력은 EX급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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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理想) +1 23.05.18 395 4 12쪽
10 10. 레이피어에 담긴 의미 23.05.17 421 6 14쪽
» 9. 무기 점검과 분석하는 방법 23.05.16 433 6 12쪽
8 8. C급 헌터 수현과의 만남 +1 23.05.15 463 5 12쪽
7 7. 무기 선정 23.05.14 527 6 12쪽
6 6. 전설의 초금속 오리할콘 +1 23.05.13 568 9 13쪽
5 5. 시험 결과 +1 23.05.12 581 8 11쪽
4 4. 아직 포기하지 못한 꿈 +3 23.05.11 613 10 13쪽
3 3. 무기 장인 기훈과의 대면 23.05.11 662 11 12쪽
2 2. A급 헌터 승규와의 만남 +2 23.05.10 694 12 13쪽
1 1. F급 헌터 도진의 일상 +2 23.05.10 845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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