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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F급 헌터의 블랙스미스 능력은 EX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0
최근연재일 :
2023.06.18 11:45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1,674
추천수 :
139
글자수 :
232,631

작성
23.05.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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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 무기 선정

DUMMY

"으음···. 뭐가 좋으려나?"


무기 진열장 앞에서 도진이 계속 고민한다.

어떤 걸 선택해도 실패할 걱정은 없다.

그걸 알면서도 선뜻 고르진 못한다.


"아버지도 참 못 말린다니까요."


옆에 있던 지은이 한숨을 내쉰다.


"대뜸 제자한테 레이드에 참가하라는 게 말이 돼요?"


"그, 그런가요? 아하하···."


애써 웃지만, 지은의 말에 100% 동감한다.

승규가 몇 번 만류하긴 했지만 소용없었다.

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했지만.


"오리할콘이라고 했던가요? 그 재료를 구할 수 있다고."


"맞아요."


도진은 고개를 끄덕인다.

전설의 초금속이라고 불리는 오리할콘.

그걸 만들기 위해선 테스터딘의 배암석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헌터이기도 한 도진에게 레이드에 참가하라고 한 건 알겠다.

나름 배려해준 건지, 가게에서 무기도 가져가라는 제안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래도 적재적소란 게 있잖아요."


지은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승규 아저씨께서도 참가하신다면서요?"


"그러신다네요."


"그럼 엄청 위험하다는 거잖아요. F급 헌터인 도진 씨가 그런 곳에 가면 멀쩡하겠어요?"


그 말이 도진의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알고 있다.

지은은 걱정해서 그런 말을 했다는 걸.

하지만 도진에게는 이렇게 들린다.

네가 가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이런 해석이나 하는 자신이 조금은 한심해진다.


"무기는 골랐냐?"


문이 열리면서 승규가 들어온다.

기훈과 예약 건 얘기는 잘 끝난 듯하다.


"아뇨, 아직이요."


"왜? 그냥 평소에 쓰던 걸 고르면 되지."


"그게···."


이해가 안 되는지, 승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모습에 도진은 대답하기를 망설인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사실 전 무기를 잘 못 다루거든요."


"···뭐?"


승규가 눈을 깜빡거리면서 되묻는다.

자신이 잘못들은 게 아닌지 의심하는 듯하다.

지은의 반응도 비슷하다.

믿기지 않는지, 살짝 커진 눈으로 도진을 바라본다.

둘의 그런 반응에 더욱 창피해진다.


"뭐냐, 그···. 단검은 다룰 수 있지 않냐?"


승규가 어렵게 말을 꺼낸다.

전에 도진에게서 사들인 배틀 나이프를 떠올리고 한 말이다.


"말 그대로 다룰 줄 아는 수준이라서요."


헌터가 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로 기초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단검 다루는 방법도 거기서 배웠기에 그나마 사용할 줄은 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군."


전부 듣고 나서야 승규도 이해하는 눈치다.

사실은 헌터 기초 과정을 제안한 사람이 바로 승규다.

그러니 도진의 단검술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차린다.


"이참에 무기 다루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게 좋겠군."


도진도 그 말에 동감이다.

현재 기훈의 제자로서 무기 제작 과정을 배우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블랙스미스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헌터직과 겸업해야 한다.

아니, 오히려 헌터를 그만둘 수 없다.

원활하게 몬스터 소재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도.

무기를 더 잘 다루면 헌터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터다.


"혹시 네가 그럴 생각이 있다면···."


승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내가 무기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마."


"네?! 서, 선생님께서요?"


예상도 못 한 제안에 깜짝 놀란다.

설마 승규가 먼저 나설 줄이야.


"무, 물론 선생님께 배울 수 있다면 저야 좋지만···."


"무슨 문제라도 있나?"


"제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 해서요."


승규는 A급 헌터로 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게다가 제자 대부분이 C급 이상.

그런 사람에게 F급인 자신이 가르침을 받는다니.

좀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네가 날 잘 모르나 본데."


승규가 턱 끝을 잡으면서 말한다.


"배울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난 누구든 가르치지."


그러니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말은 하지 않아도, 승규의 마음이 잘 전해진다.

역시 좋은 사람이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나만 믿으려무나. 아하하!"


승규는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는 도진의 어깨를 툭툭 치는데, 이것도 꽤 아프다.

좋은 사람인 건 맞지만, 남의 기분을 살피는 건 둔한 타입 같다.


"일단 시험 좀 해볼까?"


"시험···이요?"


"아, 걱정할 거 없다."


도진이 긴장하는 걸 보고 승규가 손을 내젓는다.


"네게 어떤 무기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니까."


"아, 네."


"지은아, 연습용 무기는 있느냐?"


"연습장에 있어요."


"잠깐 빌리마."


승규가 가게 뒷문 밖으로 나가자, 도진이 그 뒤를 따른다.

마당 구석에 각종 무기가 거치대에 걸려있다.

···문 옆쪽이라 전에 엿볼 때는 안 보였구나.


"일단 하나씩 사용해보지."


"네."


걸린 무기 중에 한손검을 집는다.

단검보다는 무겁지만, 부담될 정도는 아니다.


"골랐으면 이 모형을 공격해 봐라."


승규의 턱 끝이 나무 모형에 향한다.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다.

새 걸로 바꾼 건 지은일까?

조금은 신경 쓰이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후우···."


나무 모형 앞에서 자세를 잡는다.

검을 두 손으로 잡고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린다.


"하압!"


기합과 동시에 검을 내리친다.

그러자 나무 모형이 두 동강 났다.

그게 끝이 아니라, 검이 바닥에 박히기까지 한다.


"엇?"


도진의 눈이 커진다.

고작 일격에 박살 났다고?

나무 모형이 이렇게 약한 거였나?


"네 힘이 장난 아니구나."


옆에서 지켜보던 승규도 감탄한다.

그러더니 대검을 건네준다.


"이번에는 이걸 써봐라."


"네, 하지만···."


순순히 대검을 받아들지만, 도진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한다.

설마 부서진 걸 베라고 하진 않겠지?


"아, 그렇지."


승규가 어디론가 향한다.

가게 문의 반대편에 또다른 문이 있다.

그걸 열고 안으로 들어간 승규는 뭔가를 들고 온다.

아까와 같은 나무 모형이다.

···예비가 있긴 있었네.


"이걸로 끝."


도진이 경악하는 사이, 승규는 익숙하게 모형을 교체한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

혹시 제자의 훈련을 여기서 하는 게 아니겠지?

그런 의심이 들 정도다.


"해봐라."


준비를 마친 승규가 뒤로 물러선다.

도진은 아까 한손검을 잡았을 때처럼 대검을 잡는다.

한손검보다 훨씬 무겁지만, 자세를 취하는데 전혀 문제없다.


"흐음."


그 모습을 승규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정작 도진은 집중하느라 그걸 눈치채지 못한다.


"흐읍!"


아까처럼 높이 든 대검을 내리친다.

결과 역시 마찬가지.

새로 교체한 나무 모형도 세로로 쪼개진다.


"우와."


도진은 대검을 쥔 자신의 손을 신기하게 바라본다.

한 번이면 그냥 우연이라 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이나 일어났다.

혹시 검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닐까?


"이번에는 이걸 써봐라."


승규가 또 다른 무기를 건넨다.

이번에는 배틀액스다.

···이건 어떻게 사용하지?


"다음에는 모닝스타가 좋겠군. 그리고···."


승규가 거치대를 보면서 중얼거린다.

그가 여겨보는 건 죄다 무거운 무기뿐.

···내일 몸살 나는 거 아냐?

걱정이 많아지는 도진이다.


***


"왔어요?"


가게로 돌아오자, 진열된 무기를 손질하던 지은이 반겨준다.


"어땠···. 아, 괜찮아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돼요."


도진의 얼굴을 본 지은이 배려해준다.

그렇게 피곤해 보이나?

···실제로 죽을 거 같긴 하지만.


"아저씨께서 보시기에는 어때요?"


뒤따라 들어온 승규에게 지은이 질문한다.


"도진 씨에게 어떤 무기가 어울린다고 보세요?"


"대검이나 배틀액스, 둔기 같은 게 좋겠구나."


"꽤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무기뿐이네요."


"의외로 힘이 세더구나."


두 사람은 진지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정작 당사자인 도진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가게 내에 비치된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을 뿐.


"도진 씨, 도진 씨."


그런 그를 지은이 부른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게 몇 개 있는데요."


"적당한 걸로 부탁드립니다."


너무 지친 탓일까?

지금은 사용할 무기를 고르는 것조차 귀찮다.


"아저씨, 도진 씨를 너무 혹사시킨 거 아니에요?"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나오는 도진이 불쌍한 걸까?

지은이 승규를 향해 맹렬하게 따지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잖냐."


승규가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모든 무기를 한 번씩 사용한다, 이게 주무기를 정하는 첫걸음이지."


"그래도 이건 아니죠."


승규의 반박에도 지은은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강하게 나가려는지, 허리춤에 양손을 대기까지 한다.


"만약 도진 씨가 몸살로 쓰러지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야···."


"도진 씨가 없으면 아저씨께서 의뢰하신 무기 점검도 오래 걸린다고요."


그 말에 도진이 고개를 떨군다.

걱정해준 이유가 그거였어?

물론 의뢰는 중요하지만, 그래도 신통치 않다.


"내 생각이 짧았구나."


승규가 멋쩍은 듯이 뒤통수를 긁적인다.

거기서 넘어가면 어쩌자는 거야?

못마땅한 시선을 승규에게 보내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제게 어떤 무기를 추천해주시려고요?"


지은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대로 있다가는 오늘 중에 사용할 무기를 정할 수 없을 거 같다.


"이거예요."


지은이 뭔가를 내민다.

긴 자루 끝에 추가 달린 전투용 망치, 워해머다.

해머 뒤에는 스파이크가 달려서 찌르기 공격도 가능해 보인다.


"이걸 추천하는 이유는요?"


"상대는 등에 암석을 단 거북이라면서요."


지은이 눈을 반짝이면서 설명한다.


"뒤에 스파이크가 달려 있으니까, 곡괭이 대신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어···."


지은의 기세에 눌린 탓에 말문이 막힌다.

장사 진짜 잘하네.

상대의 상황에 맞춰서 무기를 골라주다니.

까다로운 기훈이 무기점을 딸에게 맡긴 이유가 다 있었다.


"으음···. 알겠습니다. 그걸로 할게요."


잠시 고민해봤지만, 지은의 추천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사실 도진은 검을 원했다.

이유는 단 하나, 멋있어 보였으니까.

아까 승규가 힘이 좋다고 하기에 대검을 고를까 했다.

하지만 지은의 말을 들으니 생각이 바뀌었다.

주무기가 없는 지금은 상황에 맞추는 게 더 낫다고.


"음, 괜찮군."


뒤에서 지켜보던 승규도 만족해하는 눈치다.

아까 사용해보라고 건넨 무기 중에는 워해머도 있었다.

그걸 사용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본 걸까?

도진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떻게 할래요? 가져갈래요?"


"네? ···아, 괜찮으면 여기에 둬도 될까요?"


"상관없어요."


도진의 요청을 지은은 흔쾌히 수락한다.


"연습장도 비어 있을 때는 얼마든 사용하세요."


"감사합니다."


후한 배려에 고개를 들 수 없다.

이렇게까지 해준다는 건 그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게 아닐까?

열심히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선생님, 내일 시간 괜찮으세요?"


"오전에는 의뢰가 있지만, 오후에는 괜찮을 거 같은데."


"그럼 제 수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지."


승규도 흔쾌히 부탁을 받아준다.

지은도 그렇지만, 그에게도 너무 고맙다.

나중에 꼭 보답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대신 내 수업은 빡세다네."


갑자기 승규가 엄격한 표정을 짓는다.


"봐주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물론입니다."


도진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승규에게 허리를 숙인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같이 잘해보자고."


승규는 도진의 등을 툭툭 친다.

다시 엄청난 통증을 느끼지만, 꾹 참는다.

또 다른 스승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순 없으니까.

이것도 나름 보답하는···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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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헌터의 블랙스미스 능력은 EX급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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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키메라 토벌 23.05.19 369 4 15쪽
11 11.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理想) +1 23.05.18 402 4 12쪽
10 10. 레이피어에 담긴 의미 23.05.17 427 6 14쪽
9 9. 무기 점검과 분석하는 방법 23.05.16 438 6 12쪽
8 8. C급 헌터 수현과의 만남 +1 23.05.15 469 5 12쪽
» 7. 무기 선정 23.05.14 534 6 12쪽
6 6. 전설의 초금속 오리할콘 +1 23.05.13 574 9 13쪽
5 5. 시험 결과 +1 23.05.12 589 8 11쪽
4 4. 아직 포기하지 못한 꿈 +3 23.05.11 620 10 13쪽
3 3. 무기 장인 기훈과의 대면 23.05.11 667 11 12쪽
2 2. A급 헌터 승규와의 만남 +2 23.05.10 700 12 13쪽
1 1. F급 헌터 도진의 일상 +2 23.05.10 856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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