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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F급 헌터의 블랙스미스 능력은 EX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0
최근연재일 :
2023.06.18 11:45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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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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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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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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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 시험 결과

DUMMY

"안녕하세요."


"어서 오···. 아, 도진 씨 왔어요?"


무기점에 들어서니, 지은이 반갑게 맞아준다.


"그···. 바이킹 소드는 팔렸습니까?"


도진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 그게요."


갑자기 지은이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 모습만 봐도 답이 나온다.


"안 팔렸군요."


진열장을 돌아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바이킹 소드가 보인다.

그걸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판매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괘, 괜찮아요!"


기가 죽은 도진을 지은이 서둘러 위로해준다.


"원래 저희 가게는 손님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건 그거대로 문제 같은데.

···라는 말이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이런 걸 여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뭐죠?"


"손님이 거의 없다면 그···, 무기점 영업은 괜찮은 겁니까?"


"아, 그거요?"


어렵게 질문한 거에 비해 가벼운 대답이 돌아온다.

혹시 무리하는 건가?

이런 착각을 할 정도다.


"저희 가게에 손님이 적긴 해도, 한 분 한 분이 단골이시니까요."


즉, 고객의 충성도가 튼튼하다는 말인가?

확실히 일정 수의 충성 고객만 확보된다면 가게 운영에 지장이 없을 터.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방문할까?

조금은 궁금해진다.


"안녕, 지은 씨~."


그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온다.

키가 꽤 큰 남성이다.

나이는 도진보다 몇 살 많아 보인다.


"건욱 씨 오셨어요?"


지은이 남자를 반갑게 맞아준다.

이름을 아는 걸 봐선 손님, 그것도 단골인 듯하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응, 요즘 꽤 바빴거든."


건욱이라는 남자는 카운터에 몸을 기댄다.

그리고 지은을 느끼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자신은 시야에도 안 들어오나?


"오늘은 어쩐 일로 오셨나요? 무기 구입? 아니면 수리 예약하시겠어요?"


정작 지은은 건욱의 태도나 시선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눈치를 못 챈 건지.

아니면 무시하는 건가?


"음, 우리 사이에 그런 얘기만 해야겠어?"


"네?"


건욱의 말에 놀랐는지, 지은의 눈이 살짝 커진다.


"그 외에 뭐가 있나요? 건욱 씨는 외상도 하지 않으시던데."


그러자 건욱은 카운터 위로 쓰러진다.

그런 그를 도진이 불쌍하게 바라본다.

기운 내, 상대가 너무 막강했어.


"빈손으로 오신 걸 봐선 수리 건은 아닌가 보네요."


정작 당사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건욱의 상황을 살핀다.


"···전에 쓰던 검은 부서졌어."


건욱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애써 웃으려 하지만, 도진의 눈에는 쓴웃음으로만 보인다.

마음의 상처가 생겼나 보네.


"이참에 새로운 무기를 구할까 해서 왔지."


"매번 감사드립니다."


건욱을 향해 지은이 생글거린다.

완벽한 영업용 미소에 도진은 내심 감탄한다.


"응?"


건욱이 뒤돌아본다.

그리고 도진과 눈이 마주친다.


“이런···.”


자세를 바로잡은 건욱이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아까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 보였단 사실이 창피한 듯하다.

···수치심은 있구나.

단순한 나르시시스트는 아니라서 안심이다.


"못 본 얼굴인데, 새로운 단골입니까?"


건욱이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온다.

의외로 붙임성도 있나 보다.


"아뇨, 전 손님이 아닙니다."


"···네?"


건욱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다.

그대로 한참 있더니, 조금씩 표정이 험악해진다.

무슨 생각하는지 바로 눈치챈다.


"어디까지 업무 건으로 온 겁니다만."


"앗! 그런 겁니까?"


해명에 건욱의 표정이 바로 바뀐다.

알기 쉬운 사람.

그게 건욱에 대한 도진의 평가다.


"이곳에 업무차 오셨다면 블랙스미스이신가 보군요."


"어, 그게···."


이번에는 도진의 말문이 막힌다.

어떻게 설명하지?

기훈의 제자가 되기 위해 개조한 검을 판매 중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아니, 말하기가 싫다.


"도진 씨는 헌터세요."


대답하기를 머뭇거리던 중, 지은이 끼어든다.


"헌터였습니까?"


건욱의 표정이 바뀐다.

이번에는 의아해한다.

대체 정체가 뭐냐고 묻고 싶은 눈치다.


"F급 헌터이신데도, 무기를 개조하실 줄 아신다네요."


그래서 아버지인 기훈이 시험 삼아 무기를 개조시켰다.

지은은 그렇게 말을 덧붙인다.


"오오~. 강기훈 선생님께서 눈여겨보실 정도면 대단한가 보네요."


또 표정이 달라진다.

지금은 순수하게 존경의 시선을 보낸다.

···표정이 홱홱 바뀌는 모습이 좀 재밌다.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런데 무기를 개조한다니, 그 개조란 게 정확하게 뭡니까?"


"몬스터의 소재를 이용해서 무기에 효과를 부여합니다."


건욱은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그건 인챈트 아닙니까?"


"인챈트는 효과를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거지만, 개조는 영구적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오호라."


설명을 듣자, 건욱의 눈에 호기심이 어린다.

무기 개조에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도진 씨라고 했죠? 개조했다는 무기가 어느 겁니까?"


"이쪽입니다."


도진은 진열된 바이킹 소드로 건욱을 안내한다.


"흠, 공격력이 약간 상승하는 효과라."


가격표에 적힌 문구를 건욱이 읊는다.

한참이나 생각에 잠기나 싶더니, 이내 지은을 바라본다.


"지은 씨, 이거 시험해봐도 됩니까?"


"얼마든지요."


지은의 허락이 떨어지자, 건욱은 바이킹 소드를 집어 든다.

그리고는 가게 뒷문으로 나간다.

저기에 뭐 있나?

호기심이 생긴 도진은 열린 문틈을 살짝 들여다본다.

문 너머는 마당인데, 중앙에 나무 모형 하나만 세워져 있다.


"후우···."


바이킹 소드를 쥔 건욱이 심호흡한다.

가볍게만 보였던 아까와는 달리, 무척 진지하다.

잠시 정신 집중하더니 나무 모형을 노려본다.


"하압!"


기합과 동시에 높이 든 검을 힘껏 내리찍는다.

한 번의 강공격으로 나무 모형이 세로로 쪼개진다.


"이거 괜찮은데."


건욱이 바이킹 소드를 내려다보면서 만족스러워한다.

이쪽으로 오는 모습에 도진은 서둘러 문에서 떨어진다.


"지은 씨, 미안합니다."


가게로 돌아온 건욱이 사과부터 건넨다.


"나무 모형이 완전히 부서졌어요."


"괜찮아요. 예비는 많으니까."


지은은 신경 쓰지 말라 한다.

파격적인 조치에 도진은 내심 놀란다.

나무 모형 가격이 그렇게 싼가?

아니면 단골 관리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사용해본 소감은요? 어땠나요?"


지은은 상품의 성능에 더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그건 도진도 마찬가지지만.


"아주 좋은데요."


건욱은 시원스럽게 대답한다.


"지은 씨도 알죠? 내가 바이킹 소드 많이 쓴 거."


"물론이죠."


"그래서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어요."


바이킹 소드를 들어 올린 건욱의 표정은 무척 진지하다.

지금부터 할 얘기는 절대 장난이 아니라는 듯이.


"이 정도라면 85만 원이 아니라 100만 원을 내도 아깝지 않아요."


후한 평가에 도진의 입이 떡 벌어진다.

그 정도라고?

85만 원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제가 살게요."


"네, 네?!"


거기서 도진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한 번 사용해보고 바로 구매를 결정하다니.


"괘, 괜찮겠어요?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그럼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지만, 건욱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걸 놓치면 평생 후회할 거 같거든요."


그렇게 말하니 도진도 더는 말리지 못한다.

바이킹 소드를 사용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 저렇게까지 원하다니.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나중에 써보니 성능이 별로라고 말하는 거 아닐까?


"그럼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지은의 말에 건욱은 옷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 꺼낸다.


"네, 이걸로 구매 완료되었습니다. 칼집도 드릴까요?"


"괜찮아요. 매번 검만 부숴 먹어서 칼집은 엄청 많으니까."


카드와 영수증을 받은 건욱은 입구로 향한다.


"아, 맞다."


문을 열기 직전, 뭔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몸을 돌린다.


"우리, 통성명도 제대로 안 했죠?"


그리고 도진을 향해 오른손을 내민다.


"이건욱, D급 헌터입니다."


"아, 네. 전 서도진이고 F급 헌터입니다."


손을 내밀어 건욱과 악수한다.

맞잡은 손은 무척 단단하다.

외견은 번지르르해 보여도 엄청난 노력가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럼 도진 씨,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요."


도진에게는 한마디를, 지은에게는 미소를 짓은 건욱은 가게 밖으로 나선다.

문이 닫히고도 한동안, 도진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는다.

이게 현실인가 싶어서.


"도진 씨."


어느샌가 다가온 지은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다.


"이거 들고 공방으로 가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종이 한 장을 건넨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이킹 소드 판매 영수증이다.

이걸 왜 주지?

···아, 맞다.

개조된 바이킹 소드가 팔리면 기훈이 제자로 받아준다는 했지.


"감사합니다."


"아뇨, 감사는 오히려 제가 드려야죠."


그렇게 말한 지은은 도진의 등을 입구로 떠민다.


"그리고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지은의 말에 도진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가게 문을 나선다.

골목과 무기 거리를 지나면서 점점 걸음이 빨라진다.

나중에는 아예 달려간다.


"헉, 헉···."


전속력으로 달린 탓에 공방 앞에서 거친 숨을 몰아쉰다.

숨과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 공방 문을 두드린다.


"···들어와."


문 뒤로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공방 주인의 허락도 떨어졌겠다.

도진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왔군."


작업용 의자에 앉은 기훈이 돌아본다.

전과는 달리 작업용 앞치마와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작업 중이셨습니까? 방해했다면···."


"됐어."


사과는 됐다는 듯, 기훈은 고개을 젓는다.

그리고 도진에게 손을 내민다.


"여기 있습니다."


아까 지은에게서 받은 영수증을 건넨다.

그걸 받아든 기훈은 찬찬히 살핀다.


"역시 이건욱이 사 갔나?"


"그분을 아십니까?"


"당연하지. 우리 가게 단골인데."


그것도 그런가.

무기점에 얼마나 자주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기 이름을 달았다.

자주 찾는 단골 정도는 알겠지.


"다른 걸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지?"


"혹시 건욱 씨가 사갈 거라고 예상하셨습니까?"


"그래."


기훈의 대답은 담담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대답이라 사소한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예측대로 됐다는 것 자체가 놀랄 일인데.


"이건욱은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무기를 사러 오지."


그렇게 자주 온다고?

대체 뭘 잡는데?

아까 본인 입으로 검을 자주 부숴 먹는다고 듣기는 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이야.


"아무튼 시험에는 합격했군."


기훈의 말에 도진은 허리를 바로 세운다.

이제 본론인가.


"약속대로 자네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가, 감사합니다!"


기훈에게 허리까지 숙이면서 감사 표시를 한다.

해냈다!

드디어 무기 제작법을 배울 수 있다고!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걸 꾹 참는다.


"좋아하긴 아직 일러."


그에 비해, 기훈은 여전히 냉정하다.


"전에도 말했지만, 난 개인 작업을 선호하지. 그만큼 까다롭고."


기훈은 그렇게만 말하지만, 그 뒤에 이어질 말이 쉽게 상상된다.

절대 봐주지 않겠다고.

혹독하게 구를 각오를 하라고.


"내일부터 이곳으로 오게. 아침 6시까지."


"네! 잘 부탁드립니다!"


도진은 씩씩하게 대답한다.


"기운은 넘치는군."


기훈은 귀가 아프다는 시늉을 하고는 다시 작업에 집중한다.

하지만 도진은 보았다.

몸을 돌리기 직전, 기훈이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는 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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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헌터의 블랙스미스 능력은 EX급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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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키메라 토벌 23.05.19 369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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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레이피어에 담긴 의미 23.05.17 427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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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시험 결과 +1 23.05.12 589 8 11쪽
4 4. 아직 포기하지 못한 꿈 +3 23.05.11 620 10 13쪽
3 3. 무기 장인 기훈과의 대면 23.05.11 667 11 12쪽
2 2. A급 헌터 승규와의 만남 +2 23.05.10 700 12 13쪽
1 1. F급 헌터 도진의 일상 +2 23.05.10 856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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