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한제희 님의 서재입니다.

F급 헌터의 블랙스미스 능력은 EX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한제희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0
최근연재일 :
2023.06.18 11:45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1,627
추천수 :
139
글자수 :
232,631

작성
23.05.18 11:45
조회
398
추천
4
글자
12쪽

11.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理想)

DUMMY

"···지금 뭐라고 했지?"


인상 쓴 기훈이 되묻는다.

싸늘한 반응에 도진은 어깨를 움츠린다.

역시 무리였나?

하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말한다.


"레이피어의 수리를 제가 하고 싶습니다."


"네게 수리 방법을 가르친 기억은 없다만."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쉽게 인정하는 도진을 기훈이 더욱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러는 것도 당연하다.

능력이라곤 쥐뿔도 없는 주제에 무기 수리를 해보겠다니.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수현 씨 사정을 들었습니다."


"무슨 사정? 죽은 선배 얘기를 하던가?"


"역시 아시는군요."


"당연하지."


기훈은 의자에 기대면서 천장 쪽을 바라본다.


"원래 엑시고는 그 선배란 녀석한테 준 거니까."


그 얘기라면 수현도 말했다.

이참에 자세히 들어볼까?


"세준이란 분이시죠?"


“그래, 문세준. 젊은 나이에 그렇게 돼서 안타까웠지.”


그렇게 말하는 기훈의 표정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대단하신 분인가 보군요."


"그랬지. 이제껏 만난 헌터 중에서 잠재력이 가장 뛰어났으니까."


세준이라면 EX급을 노리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기훈의 그 말에 입이 떡 벌어진다.

스승이 이렇게까지 높이 평가할 줄이야.

그만큼 세준이 대단한 사람이었을 터.

확실히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


"그래서 엑시고를 주신 겁니까? 무상으로?"


"아예 공짜는 아니었지."


팔짱을 낀 기훈은 천장을 바라본다.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직접 구해오라고 했으니까."


"재료를요?"


"엑시고의 제작법이 좀 특별했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당시 기훈은 새로운 무기 개발법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때, 승규가 공방에 찾아왔다.

새로운 제자의 무기를 부탁하기 위해서.


"무기라면 무기점에서 사도 될 텐데요?"


"보통은 그렇게 하지만, 승규 그 녀석은 재능이 특출난 제자에게 전용 무기를 맞춰줬지."


그건 특별대우 아닌가?

승규가 그렇게 할 정도면 무척 아꼈던 제자일 게 틀림없다.


"물론 순순히 부탁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만."


갑자기 기훈이 콧방귀 뀐다.

불쾌해하는 건지, 어이없어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실력에 맞는 무기를 만들어줄 테니, 대신 능력에 맞는 몬스터를 잡아 오라고 했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글쎄, 막 E급이 된 녀석이 키메라의 머리를 들고 오는 게 아니겠나?"


키메라?!

그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다 돋는다.

뱀 꼬리에 사자의 몸통.

거기에 짐승의 머리가 세 개 달린 위험도 5급의 몬스터다.

참고로 머리는 개체에 따라서 종류가 다르다고 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근성이 대단하다고 느꼈지."


그래서 세준 전용 무기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그것도 당시 개발 중이던 기술을 이용해서.


"그 기술이 정확히 뭡니까?"


"엑시고를 가져와라."


지시에 따라 작업대 위에 있던 엑시고를 건네준다.

기훈이 검지로 엑시고의 도신을 가리킨다.


"이 도신에 쓰인 건 평범한 초금속이 아니다."


스승의 말에 도신을 살펴본다.

일반적인 초금속이랑 그리 달라 보이지도 않는데.


"겉으로는 알기 어렵지."


이곳저곳을 살피는 도진에게 기훈이 말한다.


"어떤 점이 특별한 겁니까?"


결국 포기하고 기훈에게 답을 구하기로 한다.


"이걸로 몬스터를 찌르면."


기훈이 엑시고를 쥐고는 찌르는 시늉을 한다.


"그 몬스터의 특성을 일부 흡수할 수 있지."


"특성을 흡수한다고요?"


"예를 들자면, 맨토디의 칼날은 매우 날카롭지?"


"그렇죠."


스승의 말에 맞장구 친다.

맨토디는 9급 몬스터인 만큼 약하다.

하지만 칼날은 사람의 손가락도 절단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이걸로 맨토디의 칼날 부분을 찌르면, 절삭력이 상승하지."


"아하!"


그런 뜻이었구나.


"어라? 그럼 제 개조나 인챈트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다르지."


기훈의 설명이 이어진다.

엑시고의 특성 흡수는 일회성인데다가 인챈트보다 지속 시간도 짧다.

대신 저장 기능이 있어서 최대 세 개의 특성을 모아둘 수 있다.


"그건 확실히 대단하네요."


"그렇지?"


도진이 감탄하는 모습에 기훈의 어깨가 높아진다.

그 모습이 의외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누구든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면 최고로 생각하니까.


"문제는 도신이 크게 망가져서 특성 흡수가 거의 안 된다는 거지."


기훈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엑시고를 바라본다.

자신의 작품 중 하나가 이런 상태가 된 게 속상한 듯하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겁니다만."


도진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엑시고의 도신에 그···. 키메라의 소재가 들어간 건 아니죠?"


"맞는데."


시원스러운 대답에 도진은 고개를 푹 숙인다.

미치겠네.

엑시고를 수리하기 위해선 키메라 소재가 꼭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


"만약 네가 키메라의 소재를 가져온다면."


기훈의 검지가 도진을 가리킨다.


"엑시고 수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마."


그렇게 말하는 기훈의 표정은 매우 담담하다.

속으로는 포기할 거라 생각하는 걸까?

사실 그게 정답이다.

F급 헌터인 도진이 키메라를 토벌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의욕이 솟구친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키메라의 소재를 가져오겠습니다."


"엉?"


그러자 기훈이 살짝 눈을 치켜뜬다.

역시 도진이 바로 포기할 줄 알았나 보다.

이러면 안 되지만, 한 방 먹인 거 같아서 조금 통쾌하다.


"그럼 전 토벌하러 나갔다 오겠습니다."


"자, 잠깐···!"


기훈의 만류도 무시하고 공방을 나선다.

후련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크다.


"나중에 혼나진 않겠지?"


걱정은 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도 아깝다.

최대한 빨리 엑시고를 수리해야 하니까.

그나저나 키메라를 어떻게 잡지?


"역시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봐야지."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


"그렇군요. 도신 수리에 키메라의 소재가 필요하다는 거죠?"


모든 설명을 들은 수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현재 두 사람이 있는 곳은 헌터 길드 근처의 한 카페.

도진도 자주 이용하기에 이곳을 약속장소로 정했다.


"혹시 키메라를 토벌한 적이 있습니까?"


"한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E급 때였고, 세준 선배와 같이 간 거라···."


수현이 말끝을 흐린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 듯하다.


"그래도 5급이면 해볼 만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지금 제 손에 무기가 없으니까요."


아, 맞다.

수현은 엑시고 외에 다른 무기를 안 쓴다고 했지.

어떻게 하지?


"음? 거기 도진이 아니냐?"


이름이 불리자,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본다.


"앗, 정승규 선생님."


입구에 들어선 승규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를 보자마자, 도진과 수현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수현이 너도 있었군."


승규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본다.

이게 무슨 조합인가 싶은 표정이다.


"엑시고의 수리 건으로 보자고 했습니다."


"그런 거였나? 잠시만 기다리게."


그렇게 말한 승규는 카운터에서 음료를 주문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있는 테이블에 자리 잡는다.


"그래, 엑시고 상태는 어떻지?"


"그게···."


도진이 상황을 설명한다.

엑시고의 상태가 매우 심각해서 전체적으로 수리해야 한다는 점.

기훈이 수리 목록에서 엑시고를 제외한 점.

도진이 수리하겠다고 하자, 키메라의 소재를 구하라는 조건이 붙었다는 것까지.


"흐음."


모든 상황을 전해 듣고, 승규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수현을 바라본다.


"네가 키메라 토벌한 적이 있었나?"


"세준 선배와 한 번 토벌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걸론 경험했다고 할 수는 없겠군."


그 말에 수현의 얼굴리 살짝 붉어진다.

부끄러운 걸까?

혼자 키메라 토벌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그보다 도진이 너."


승규의 시선이 이번에는 도진에게 향한다.


"네가 엑시고를 수리하겠다고?"


"앗, 네."


"공방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수리도 할 수 있는 거냐?"


"아뇨, 아직입니다."


그러자 승규가 살짝 눈썹을 찌푸린다.

할 줄도 모르면서 어떻게 수리하겠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 그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예감에 서둘러 해명한다.


"제 선생님께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무슨 약속?"


"제가 키메라의 소재를 구해오면 수리하는 걸 가르쳐주신다고요."


"그랬나."


다행히 승규가 납득한다.


"하지만 저로선 키메라를 상대할 수 없어서···."


"그래서 수현이와 상담하고 있었군."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대체 무슨 생각을 저리 골똘히 하지?

무척 궁금하지만, 그래도 묻지는 않는다.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나?"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승규가 말을 꺼낸다.


"내 감독 아래 너희 둘이서 키메라를 잡는 걸로."


"네에?!"


"서, 선생님, 잠시만요!"


그 결과, 두 사람은 몹시 경악한다.

특히 수현은 반박에 나설 정도다.


"전 지금 무기가 없습니다만."


"그런 거라면 헌터 길드에서 빌리면 되지 않느냐."


"아시잖습니까!"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한 걸까?

수현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진다.


"전 엑시고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걸."


"수현아."


흥분한 수현을 승규가 차분하게 부른다.


"네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


"그건···."


그 한마디에 수현의 흥분이 가라앉는다.


"차이로테라를 토벌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는 겁니다."


"그래."


승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원하는 대답이었나 보다.


"세준이의 복수를 위해 네가 노력했다는 건 안다."


그러자 수현의 표정이 숙연해진다.

선배 생각이 나서 그럴까?

아니면 스승이 그걸 알아주었기 때문일까?


"엑시고만 사용하는 것도 다 안다. 하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인자하던 승규의 얼굴에 엄격함이 드러난다.


"그 엑시고를 수리하기 위한 일인데도 네 이상만 고집할 셈이냐?"


따끔한 일침에 수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옆에서 도진은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만 본다.

사실 수현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헌터는 무기를 그리 대단찮게 생각한다.

소지한 무기가 많다는 걸 자랑하고 다니는 헌터도 종종 보이니까.

그렇기에 한 무기만을 사용하는 수현이 특별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원래의 목적, 강해지기 위해.

그리고 선배의 복수를 이루기 위해.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수현이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그리고 승규를 향해 정중하게 사과한다.


"키메라 토벌에 참가하겠습니다. 선생님, 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래."


승규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제자의 어깨는 툭툭 친다.


"같이 잘해보자꾸나. 물론 도진이 너도."


"네."


그 말에 도진이 긴장한다.

역시 키메라 토벌에 참가해야 하는구나.

걱정은 되지만,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수현도 하겠다고 했고, 승규의 감독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럼 헌터 길드로 가지."


"네? 지, 지금요?"


도진은 카페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한다.

현재 시각은 오후 5시 11분.

아직 헌터 길드의 운영 시간이긴 한데···.


"아까 들렀는데, 의뢰 중 키메라 토벌 건이 있더군."


"정말입니까?"


수현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타이밍이 잘 맞는 거 같습니다만."


"아무렴 어떤가. 있으면 좋지."


그렇게 말한 승규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레이드까지는 얼마 안 남았으니, 서두르는 게 좋겠군."


"알겠습니다."


도진과 수현 역시 일어선다.

갑작스럽지만 오히려 잘 되었다.

꼭 키메라의 소재를 손에 넣어야지.

그리고 엑시고를 완벽하게 수리하겠다고 도진은 굳게 다짐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급 헌터의 블랙스미스 능력은 EX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12. 키메라 토벌 23.05.19 366 4 15쪽
» 11.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理想) +1 23.05.18 399 4 12쪽
10 10. 레이피어에 담긴 의미 23.05.17 425 6 14쪽
9 9. 무기 점검과 분석하는 방법 23.05.16 436 6 12쪽
8 8. C급 헌터 수현과의 만남 +1 23.05.15 466 5 12쪽
7 7. 무기 선정 23.05.14 530 6 12쪽
6 6. 전설의 초금속 오리할콘 +1 23.05.13 571 9 13쪽
5 5. 시험 결과 +1 23.05.12 584 8 11쪽
4 4. 아직 포기하지 못한 꿈 +3 23.05.11 616 10 13쪽
3 3. 무기 장인 기훈과의 대면 23.05.11 665 11 12쪽
2 2. A급 헌터 승규와의 만남 +2 23.05.10 697 12 13쪽
1 1. F급 헌터 도진의 일상 +2 23.05.10 851 1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