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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맨 님의 서재입니다.

반로환동한 헌터는 귀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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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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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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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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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지와의 조우

DUMMY

쿠웅.

컨테이너 한 대가 넓은 광장에 내려졌다.


“밭은 안 다쳐서 다행이네요.”


그 광경을 본 성루아가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다시 밭 갈 뻔했어요······. 선배.”


성루아 옆에 선 이하나가 손가락을 꼼지락대면서 덧붙였다.

뭐.

둘 다 EX급 헌터다. 그러니 걔네 체력이 고작 밭일 좀 한다고 소모되지는 않지만······.

단순 반복 노동은 하면 정신이 지치기 마련이다.

게다가 단순히 힘만 준다고 밭 고르기가 다 되는 것도 아니었으니.

요령을 익히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김선혁이 손을 뻗었다. 그가 손짓하자 컨테이너 문이 열렸다.

기본적인 염동력이었다.

안에는 박스 단위로 쌓여 있는 헌터 전용 물자와 장비들이 보였다.


“······야 선혁아.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니냐?”


새벽까지 온다길래 뭐 소박하게 박스나 몇 개 온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컨테이너를 통째로 가져다 놓을 줄이야.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어. 나 혼자 쓸 거라고.”


잊고 있었다.

김선혁 이 인간은 웹소설 주인공답게 쓸데없이 신중한 면이 있다는 사실을.


“원래 넘치는 게 부족한 것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그가 말했다.


“나 혼자 쓸려고 해도 1년은 더 쓰겠다. 이놈아. 게다가 이거 전부 다 가지고 이세계 가지도 못해. 아직은.”


내가 이세계로 가지고 갈 수 있는 물자량은 한정적이다.

지금의 내 게이트 능력으로는 통과시킬 수 있는 중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컨테이너 같은 걸 가지고 게이트를 통과할 수는 없다.

컨테이너를 게이트에 넣으려고 시도하면 바로 용량 초과로 게이트가 닫히겠지.


“······어라, 없는 겁니까? 아공간.”

“뭐?”


나는 김선혁 말에 눈썹을 꿈틀했다.

아공간.


“아공간 말입니다. 고유 능력 코드 B-345로 위상이 다른 공간의 입구를 열어서 물자를 저장하는 능력의 총칭······.”

“아니 내가 그걸 몰라서 묻겠냐. 각성한지 이제 하루인데 벌써 아공간이 있겠냐. 좀 생각을 해봐라. 너 같은 사기 능력자도 아니고.”


나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아공간 능력.

헌터물 웹소설에서 주인공 능력으로 자주 등장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양산형 헌터물 세계인 여기에도 당연히 실제로 존재했다.

거대 길드에는 아공간 능력자가 반드시 있었다.

게이트 내부로 반입, 반출 가능한 물자의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종의 헌터 전략병기인 셈이다.


“같은 공간 능력 아닙니까? 원래 같은 계열 능력은 인접해서 추가적으로 각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안 했는데.”

“실망입니다. 헌터물에서는 보통 둘이 세트던데. 게이트 각성하면 아공간도 다루고 그렇게 해서 막 효도도 하고 돈도 벌고······.”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그의 말에 기가 찼다.


“뭐라는 거야.”


어이가 없다.

헌터물 주인공이 헌터물 웹소설을 언급하는 아방가르드한 광경을 보게 되다니.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다.

물론 이 세계에도 웹소설은 있고 헌터가 실존하는데다 인기 많은 선망 직업이기 때문에 헌터를 소재로 한 창작물인 헌터물의 인기도 엄청나게 높지만······.

그게 지금 헌터물 주인공이 할 이야기냐 이 말이다.


“아무튼 없으니까 헛소리 좀 그만해라.”

“아쉽군요. 아공간 능력 각성하면 꼭 말씀해주십시오. 계약금 1000억과 함께 길드장 대우까지 하겠습니다. 저희 길드에 최고 대우로 모시도록······.”


이게 무슨 헌터물 주인공 최초 능력 측정 후 협회 입구 앞 길드 스카우트하는 소리야.


“안 간다.”


나는 손을 휘저으면서 박스 하나를 땄다.


“흠······.”


전투식량이 있었다.

칼로리 바.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오직 효율과 영양만을 계산한 헌터용 전투식량이었다.

맛은 일부러 없게 만들었다.

맛이 있으면 식량을 미리 까먹게 되고 그럼 비상시에 영양 보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아주 합리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걸 가지고 가라고? 확실히 효율적이긴 하지만······.


“이건 너나 먹어라.”


나는 칼로리 바를 까서 김선혁 입에 밀어 넣었다.


“읍······. 읍읍···.”


다음 박스를 열자 야전용 냄비, 텐트, 삽을 포함한 캠핑 장비가 나왔다.


“흠.”


나쁘지 않다.


‘일단 물자가 온 김에 군장부터 싸야겠어.’


나는 게이트를 열어 창고와 연결했다. 그리고 팔을 넣어서 배낭을 꺼냈다.

몬스터 소재로 만들어진 튼튼한 배낭이었다.

배낭을 연 나는 물자를 챙겨 넣기 시작했다.

칼로리 바를 포함한 비상 식량과 기호품, 갈아입을 전투복, 야전삽을 포함한 생존 장비, 라이터, 휴대용 마나 배터리와 태양열 충전기, 모포, 등등을 넣고 침낭을 결박했다.


“후우.”

“빠르게 잘 싸시는군요.”


우물우물.

옆에서 맛없는 칼로리 바를 씹으면서 김선혁이 말했다.


“안 도와주냐?”

“이미 다 한 거 아니었습니까?”

“나머진 네가 좀 해라. 그게 짐꾼이 할 일 아니냐?”


김선혁은 내 짐꾼으로 헌터계에 입문했다.

10년도 더 전에 말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제 얘기를 하고 그럽니까. 노친네 아니랄까 봐.”

“노친네 아니거든?”


하.

젊어진 지가 언제인데 노땅 취급이라니.

서러워 죽겠군.

툴툴대면서 배낭 마무리하는 김선혁.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팔짱을 꼈다.

컨테이너를 통째로 가지고 온 건 좋은데 이걸 또 정리하는 게 일이다.


“선생님.”

“왜 불러?”

“제가 이거 정리 도와드릴까요?”


성루아가 컨테이너 안에 적재된 물자를 보면서 말했다.


“너 부하 직원들 다 돌려보낸 거 아니냐?”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걸요.”


그녀가 마력을 방출하자 물건이 두둥실 떠올랐다.

약한 염동력만 사용 가능한 김선혁과는 다르게 성루아의 염동력은 제법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선혁은 근접계, 성루아는 초상계 헌터였기 때문이다.

헌터의 분류는 크게 근접계와 초상계로 나뉜다.

근접계는 신체 강화 능력을 각성해서 근접 전투가 주요 전공인 헌터를 통칭하는 단어다.

초상계는 반대로 염동력, 발화능력, 빙결능력 같은 초능력을 각성해서 원거리 지원을 포함한 각종 마법 비슷한 스킬을 난사하는 헌터들이다.

전사와 마법사 같은 구분인 것이다.

뭐 진짜 마법 같은 건 없지만 말이다. 본인을 마법소녀 컨셉으로 미는 미친년은 알지만, 이 세계에 마법은 없다.

전부 초능력이다.

뭐 이외에도 전투 포지션에 따라 근딜이니 원딜이니 힐러니 브루저니 탱커니 하는 세분화 구분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칼로 무 자르듯이 딱 나누기는 어렵지만.’


드물게 양쪽 모두 적성을 가진 경우도 있다.

게다가 김선혁 말처럼 각성자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비슷한 계열의 능력이나 다른 계열의 능력을 개화하는 경우도 많다.

고위 헌터 같은 경우는 복수의 고유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김선혁처럼 근접계인데도 염동력을 보조 능력으로 개화한 경우도 제법 있고, 반대로 초상계인데도 약한 수준의 신체 강화 능력을 개화한 경우도 있다.

대격변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은 헌터의 능력 개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론이 확립된 상황이고 아카데미에서 그걸 기반으로 커리큘럼을 짜서 애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저도! 저도 할래요! 사부님 도울래요!”


이하나가 쏜살같이 달려들어서 박스를 탑처럼 쌓아 들어올렸다.

성루아와는 반대로 이하나는 전형적인 근접계였다.


“어, 그래 고맙네. 저기 창고로 옮기면 된다.”


나는 농장 한쪽에 선 거대 창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차피 땅이야 남아돌겠다, 아무튼 큰 게 좋을 거 같아서 크게 지었는데 이렇게 쓸 일이 올 줄은 몰랐다.

창고 안으로 박스를 열심히 옮기는 두 제자.

김선혁이 그걸 보면서 칼로리 바를 하나 더 까서 입 안에 넣었다.


“넌 그게 맛있냐?”


일부러 맛없게 만들어서 마분지 맛이 나는 걸 좋다고 또 먹고 있네.


“공대장님이 준 거라면 그게 뭐건 천상의 음식입니다.”


김선혁이 말했다.

아.

방금 또 소름 돋았어.


“이상한 놈 같으니.”


역시 주인공은 이상한 놈이 틀림없다.

나는 팔짱을 끼면서 턱으로 열심히 물건 정리하는 애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도 좀 쟤네 도와라. 후배들 힘쓰는거 보고만 있을 거냐? 애들이 불쌍하지도 않아?”

“제 짬에 현장에서 굴러야겠습니까?”


짬?

짬은 무슨.

나보다 헌터 경력 10년이나 딸리는 놈이 짬 운운하다니.

기가 찬다.


“개소리하는군. 좀 굴러라.”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합류해서 짐을 옮기는 김선혁.

EX급 헌터 셋이 달라붙자 짐 정리는 빠르게 끝났다.

남은 건 평상에 있는 배낭 하나뿐이었다.


“수고했으니까 다들 이거나 좀 마셔라.”


나는 게이트를 통해서 집 안 냉장고에서 꺼내온 콜라를 컵에 따랐다.

콸콸콸.

차가운 콜라가 차올랐다.


“고마워요. 선생님.”

“잘 먹을게요! 사부님!”


성루아와 이하나가 컵을 받아서 마신다.


“캬아!”


콜라를 마신 이하나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일 끝나고 마시는 콜라가 맛있는 모양이다.

김선혁이 콜라 라벨을 만지작대며 말했다.


“제로 콜라가 아니군요.”

“김선혁이. 빠져가지고. 그냥 주는 대로 먹어라. 좋은 말로 할 때.”

“잘 먹겠습니다.”


김선혁을 바라보면서 나는 남은 내 몫의 콜라를 먹었다.

흠.

그래도 혼자보다는 여럿이 있으니 조금 낫군.

내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사부님! 이제 준비 끝났으니까 이세계 가는 거예요?”


번쩍.

습관처럼 이하나가 손을 들고 내게 물었다.

준비.


“아니. 이 시간에 무슨 이세계야. 자고 내일 아침에 가야지.”


새벽 세 시에 이세계라니.

대체 스승을 어떻게 혹사시킬 셈이지?

어이가 없군.

뒤이어 성루아가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 자고 가도 돼요? 선생님 말씀처럼 시간도 늦었는데.”

“자고 가라. 빈방 많으니까.”


집도 크게 지었고 빈방도 공간도 많으니 알아서 자면 된다.


“와! 신난다! 사부님! 우리 베개 싸움해요!”

“넌 애냐? 그냥 자라.”


나는 이하나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베개 싸움은 무슨.

EX급 헌터끼리 베개 싸움하다 농장 날아갈 일 있나.


“오늘 수고했고, 이제 자러 가자.”


그렇게 나는 제자 둘과 김선혁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로 그날 일과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오랜만에 헌터 물품이 잔뜩 들어찬 생존배낭을 메고 마당, 아니 광장에 섰다.

뒤에는 제자 둘과 김선혁이 있었다.


“사라 님한테는 제가 안부 전해드리겠습니다. 공대장님.”

“그래라.”


나는 가방을 등에 멘 채로 김선혁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

이번에 다녀오면 그녀에게도 한번 들러야겠다.


“선생님. 무사히 다녀오세요.”


뒤이어 성루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부님! 올 때 맛있는 거 가져오세요!”


그리고 이하나가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맛있는 거라니.

이세계가 무슨 해외여행도 아니고.

나는 눈을 감고 게이트를 생성했다.

지잉.

뭉텅이로 마력이 빠져나갔다. 파츠츠츠츳! 공간에 균열이 일면서 타원형의 광구가 떠올랐다.

그 너머로 이세계의 광경이 보였다.

게이트였다.


“이게 게이트······.”

“사부님! 대단해요!”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거였군요.”


성루아, 이하나, 김선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다녀올 테니까 집 잘 보고 있어라.”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게이트 너머로 몸을 던졌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들어간 이세계에서 내가 처음으로 마주한 건.


“그대가 일전에 다녀간 이방인이로군.”


이세계 지성체.

제3종 근접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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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지와의 조우 +4 24.09.16 683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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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자 +2 24.09.14 901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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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안하다! +5 24.09.12 1,212 37 13쪽
3 이세계 +3 24.09.12 1,247 32 13쪽
2 30년 +5 24.09.12 1,381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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